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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닿는 곳/유럽'에 해당되는 글 50

  1. 2006.01.19 [무대뽀 유럽배낭여행] 5년만에 여행 일기를 마무리 지으며.. (24)
  2. 2001.08.10 [무대뽀 유럽배낭여행] 여행을 마치며...
  3. 2001.08.09 [무대뽀 유럽배낭여행] 34일.. 집에 왔다!!
  4. 2001.08.08 [무대뽀 유럽배낭여행] 33일.. 이런 낭패가!! 집에 가자!
  5. 2001.08.07 [무대뽀 유럽배낭여행] 32일.. 방콕과 카오산 로드
  6. 2001.08.06 [무대뽀 유럽배낭여행] 31일.. 집으로 가는 길, 방콕 행
  7. 2001.08.05 [무대뽀 유럽배낭여행] 30일.. 하루에 런던 다 돌아보기!
  8. 2001.08.04 [무대뽀 유럽배낭여행] 29일.. 오늘도 뒹굴뒹굴. 여행하는거 맞아?
  9. 2001.08.03 [무대뽀 유럽배낭여행] 28일.. 두리하우스에서 뒹굴뒹굴
  10. 2001.08.02 [무대뽀 유럽배낭여행] 27일.. 영국에 도착! 두리하우스
  11. 2001.08.01 [무대뽀 유럽배낭여행] 26일.. 노틀담과 오르세, 그리고 라데팡스
  12. 2001.07.31 [무대뽀 유럽배낭여행] 25일.. 베르사유 궁전
  13. 2001.07.30 [무대뽀 유럽배낭여행] 24일.. 파리 시내 여행
  14. 2001.07.29 [무대뽀 유럽배낭여행] 23일.. 프랑스로 이동하다
  15. 2001.07.28 [무대뽀 유럽배낭여행] 22일.. 인터라켄 호수여행
  16. 2001.07.27 [무대뽀 유럽배낭여행] 21일.. 필라투스에 오르다
  17. 2001.07.26 [무대뽀 유럽배낭여행] 20일.. 스위스 루쩨른에 오다
  18. 2001.07.25 [무대뽀 유럽배낭여행] 19일.. 브뤼셀에서 하루를 보내고..
  19. 2001.07.24 [무대뽀 유럽배낭여행] 18일.. 하이델베르크에서 철학자가 되다. (2)
  20. 2001.07.23 [무대뽀 유럽배낭여행] 17일.. 잠시 암스테르담에..


장장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2001년 여름에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다녀오면서 여행 중 Palm Vx와 GoType! Pro 키보드를 가지고 틈틈히 적어놓은 여행일기를 내 홈페이지에 올려놓았었다. 텍스트야 다 마련되어있었으니 약간의 html 작업만 하면 되는 것이어서 아마 그 해 여름에 다 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200여장의 사진과 각종 입장권, 표, 카드 등은 어떻게 할 수 없었다. 다음 해던가 마음 먹고 스캔을 시작했었다. 틈틈히 하다보니 무려 255개에 달하는 스캔 파일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만들어놓은 텍스트 사이에 사진을 배치하는 것이 또 일이었다. 그래서 계속 미루어져 왔다.

이번 겨울 방학에 들어서며 무대뽀 유럽배낭여행은 꼭 마무리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다시 틈틈히 매달렸다. 신기하게도 여행일기를 읽어보면 5년 전에 다녀온 여행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엊그제 겪은 일처럼 그 때의 상황이 바로 내 눈 앞에 펼쳐지는 것만 같았다. 상당 부분은 나름대로 꼼꼼하게 적어보려 노력한 내 여행 일기 덕도 있을테지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여행의 시간이 나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여행 이야기를 할 때 흔히 하는 말, '여행은 세 번 하는 것이다. 한 번은 여행을 준비하며, 한 번은 여행을 하며, 마지막 한 번은 여행을 정리하며...' 5년에 걸쳐 여행의 정리를 끝으로 무대뽀 유럽배낭여행을 마무리 지었다.

자유의 2001년 무대뽀 유럽배낭여행 보러가기!



p.s. 공교롭게도 2001년 무대뽀 유럽배낭여행에 대한 포스팅 수가 이 포스팅 포함 50개로, 2004년 무대뽀 태국배낭여행에 대한 포스팅 수와 동일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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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끝난 후 나흘 동안..

시차 적응이 안 되었다. 피곤에 그냥 되는대로 잠을 잤던 것이 시차 적응을 어렵게 하는 것 같았다.

유럽으로 갈 때에는 인천에서 낮에 비행기를 타고, 저녁에 방콕 떨어져서 잠시 기다리다가 한밤 중에 다시 비행기 타고, 계속 자다가 그리스 시각으로 아침에 떨어져서였는지, 첫 날 저녁에 좀 일찍 잔 거 말고는 크게 시차 때문에 어려움을 겪지 않았었다. 그런데 돌아와서는...

원래 잠을 무지 많이 자는데(하루 목표 수면량, 12시간. -.-)도 불구하고 밤 11시 30분 쯤 누워 잠을 자도 새벽 3, 4시며는 눈이 떠지는 것이었다. 첫 날에는 이게 믿겨지지 않았다. 내가 이런 꼭두새벽에 일어나다니... 그러나 이틀, 사흘 되니까 이거 적응이 안 되어서 혼났다. 새벽 3, 4시에 일어나서 다시 잠을 자기 위해 재미없는 책을 집고 읽다가 다시 자고...



그 후로 나흘 동안..

기상 시각이 조금 늦어졌다. 이제 새벽 6시경... ㅠ.ㅠ 맨날 늦잠 잘 때에는 일찍 일어나는게 소원이었는데, 계속 원치않게 일찍 일어나니까 이것도 고역이었다. 6시에 일어나서 배달된 신문 가져와 가족들 다 자는 가운데 혼자서 신문 읽고... 엄마 일찍 깨워서 배고프니까 아침밥 달라고 하고... 완존 불효다.

오래간만에 친구들을 만나려고 여행에서 돌아온 후 처음으로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 보았다. 지하철을 타러 역에 내려갔는데, 어라, 역이 이렇게 깨끗하고 시원하다니... 유럽의 지하철은 대부분 역사도 오래되고, 지저분하고... 무엇보다 지하철에 에어콘이 없어서 무지 더웠는데. 역시 우리나라도 선진국이야. ^^; 지하철에 딱 탔는데 정말 어색했다. 생각해 보니 유럽의 지하철은 차량이 우리나라에 비해 무지 작고, 또 좌석 배열이 우리나라와 달리(우리나라와 같은 좌석 구조는 런던 지하철 뿐이었다.) 보통 기차 좌석 비슷하게 두 명, 두 명이 마주보고 앉는 방식이라 작은 지하철 안이 더 좁아보였던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지하철은 차량도 상대적으로 크고, 좌석도 옆에 딱 붙어 배치되어있으니 내부가 매우 넓어보였던 것이었다.

역시 우리나라의 여름은 무덥다. 올해(2001년) 유럽은 이상 고온으로 몸살이라는데, 진짜 햇살은, 특히 그리스의 햇살은 살을 애리게 할 정도로 강했다. 그러나 습도가 높지 않아서 그늘에 들어가고 바람만 불면 시워~~ㄴ 했는데, 우리나라는 푹푹 찌니까... 그런 면에서는 유럽의 날씨가 더 좋은 것 같다.


완전 적응 중..

이젠 거의 적응해 가는 것 같다. 늦잠도 자고(8시 넘어서 일어난다. 기쁘다. ㅠ.ㅠ), 무더운 날씨에도 살만 하다. 다음 학기 준비 해야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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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8. 09. 목

비행기에 들어와 보니, 역시 서울행 비행기라 그런지 한국사람이 눈에 많이 띄었다. 바로 핸드캐리 하던 짐 몇 개를 선반에 올려놓고 자리에 앉았다. 가운데 줄(좌석 네 개가 조로록 있는)에 좌석이 있었는데, 복도 쪽으로는 서양여자(나중에 보니까 뉴질랜드 사람이었다.)가 앉아있었다.

감기 기운 때문에 몸이 좋지 않아서 이륙하자마자 담요 두 장을 받아서 몸을 친친 감았다. 음악을 들으며 잠을 청해보려고 했는데, 이어폰이 안 좋은 건지 음악이 한쪽 이어폰에서만 나와서 그만 두었다. 바꾸어달라고 하기도 귀찮아서...

잠시 자다가 일어나 보니 거의 모든 승객이 자고 있었다. 몸 상태는 더 안 좋은 것 같고... 그래서 승무원을 불러서 열이 있으니까 약 하나 달라고 해서 얻어먹고 다시 잠을 청했다.

한국 시각으로 새벽 4시 30분 즈음 해서 잠이 깼다. 잠을 다시 자려고 해 보았지만 한번 깬 잠은 다시 잘 들어오지 않았다. 책이라도 읽고 싶었는데, 멀미를 하는건지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미식거려서 책도 못 보고 그냥 눈만 멀뚱멀뚱, 자는 사람들 구경을 했다. 이렇게 시간을 때우다보니 어느새 승무원들도 일어나서 아침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섯시가 조금 넘어서 기내식이 나왔다. 간단하게 아침으로 스크램블드 에그 먹었다. 이제 곧 한국땅을 다시 밟는구나 생각하니까 너무 좋았다. 머리 아프고, 몸 안 좋은것만 빼면...

드디어 인천 국제 공항에 착륙했다. 이른 아침이라 바로 공항 건물로 들어가서 입국 수속을 했다. 카고로 부쳤던 배낭을 찾으려고 한참(거의 한 시간 정도)을 기다린 끝에 배낭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세관은 No Claim으로 나왔더니, 아... 꿈에도 그리던 우리나라 대한민국~! ㅠ.ㅠ 우선 병무사무소로 갔다. 병역 미필자의 족쇄, 출입국 신고 때문이었다. 나가기 전 출국 신고를 했으니 들어와서는 입국 신고를 해야 했다. 안 하면 벌금~! 입국 신고 하고, '완전귀국' 도장 받은 후에 집에 도착했다고 전화를 했다.

공항 리무진 버스를 기다렸다. 집(과천)까지 가는 버스는 조금 있으면 온다길래 잠시 앉아서 내릴 때 비행기에서 가지고 나온 우리나라 신문을 읽었다. 곧 버스가 와서 요금을 내고 버스에 올랐다.

아침이라 그런지 길은 별로 막히지 않았다. 한강대교 즈음부터 조금 막히기는 했지만 금방 뚤려서 집에 바로 올 수 있었다. 영어 속담에 There's no place like home. 이란 말이 있는데, 정말 이 말을 실감했다. 아, 집이다, 집~!

배낭을 열어 한 달간 지고 다녔던 짐을 모두 꺼냈다. 계속 빨기는 했어도 우중충한 색으로 변해버린 옷들, 이것저것 잡동사니들... 그리고는 바로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그렇게 고대했던 시원한 수박을 선풍기 앞에서 먹었다. 이 얼마나 원했던 샤워 후 선풍기 앞 수박이었던가~!

조금 쉬다가 점심을 먹었다. 한국 음식이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역시 신토불이(身土不異)여~! 김치, 된장찌게를 정말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잠... 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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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8. 08. 수

한참 자다가 잠이 깨서 일어나보니 새벽 세 시였다. 이론이론... 시차 적응이 안 되는 것이었나보다. 갑자기 에어콘 있는 방에서 잤더니만 목도 칼칼하고, 콧물도 조금 나고 몸도 안 좋았다. 다시 잠 들려고 뒤척이면서 노력을 하는데 그건 잘 안 되고 해서 밖으로 나왔다.

새벽인데도 카오산 로드에는 사람들이 좀 있었다. 어제 갔었던 맥주집에도 사람들이 아직 앉아서 이야기하며 맥주를 마시고 있었고, 거리에도 사람들이 조금 돌아다니고 있었고, 관광 경찰(Tourist Police)도 있고, 가게 치우는 사람, 정리 하는 사람들도 있고... 배가 좀 출출한 듯 해서 호텔 입구 옆에 있는 편의점(Seven Eleven)에 들어갔다. 있는 돈이 별루 없어서 이리재고 저리재고 하다가 12 바트 하는 샌드위치(음료수 사 먹을 돈이 없었다. 목 말랐는데... ㅠ.ㅠ) 하나 사서 먹으면서 카오산 로드를 좀 걸어다니다가 다시 호텔방으로 들어왔다. 다시 자려고 뒤척뒤척, 노력을 하는데, 잠이 정말 오지 않았다. 어쩔수 없이 해리포터를 꺼내서 좀 읽다가 지쳐서 누워있다가 결심했다. 그래, 집에 가자. 방콕도 볼 거 많고, 할 거 많지만, 몸도 안 좋아졌고, 여행하는 것도 힘들고 하니까 그냥 집에 가자, 하고 결심했다.

조금 자다가 또 눈이 떠졌다. 으... 이렇게 잠을 못 자다니. 시차 때문에 생기는 생리적 현상이 생각보다 심각했다. 그리스로 들어갈 때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한참 노력해도 잠이 안 와서 다시 밖으로 나왔다. 아직 6시. ㅠ.ㅠ 집에 가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공항버스 시간을 알아보러 갔다. 매 한 시간마다 있다고 해서 알고 돌아와 다시 카오산 로드를 왔다갔다 하다가 다시 호텔방에 들어와 누웠다.

문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 일어나보니 11시 30분이었다. 호텔 직원이 하루 더 묵을거냐고 물으러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어제 D&D에 잠시 갔던 사람들이 그 곳 훨씬 좋고 더 싸다면서 옮기자고 했었기 때문에 곧 나갈거라고 하고 옆에서 자던 규호를 깨웠다. 빨리 일어나 세수하고 배낭을 챙겼다.

만류하는 다른 사람들을 뒤로 하고 공항버스를 타러 갔다. 한 시간 마다 카오산 로드에서 공항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 다행히 바로 버스가 있어서 잠시 기다렸다가 15 바트짜리 파인애플 셰이크(파인애플+얼음+시럽을 믹서에 갈아 비닐봉지에 넣어준다.)랑 9 바트짜리 물 한 통(공항에서 미싯가루도 타먹고 마시려고...) 사서 공항버스에 올랐다. 어제 밤에 걸어다니면서도 봤었는데, 복부인 같은 아줌마 사진이 카오산 로드 옆 큰 길 가운데에 크게 있고, 각종 장식으로 치장되어있었다. 아무래도 왕비 같은 느낌이 드는데...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볼까 하다가 말았다. 태국 공식 명칭은 Kingdom of Thailand라고 할 정도로 군주(왕)을 하늘같이 모시는 나라라는데(태국 돈에는 모두 태국 국왕 얼굴이 들어가있다. 동전까지... 영국 지폐도 여왕 얼굴이 있지만, 동전은 아니다.), 잘못해서 손가락질 하면 큰 일 난다고 해서... ^^;

공항에 도착했다. 국제선 1청사. 오후 2시도 안 된 시각이었다. 타이항공 티켓 카운터가 있어서 오늘 바로 서울 가는 표로 바꾸어달라고 했더니, 오늘 밤에 가는 표는 full 이라고 바꾸어줄수 없다고 했다. 이론이론... -.- 사실, 바로 표가 없으면 하루 공항서 잘 생각을 하고 오긴 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니 좀 막막해졌다. 그래서 카트에 배낭 싣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다른 타이항공 티켓 카운터에 가서 혹시나 물어봤더니 역시나 오늘 밤은 full 이라고 안 된다고 하는 것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음 비행기는 어떻냐고 했더니 내일 아침 7시에 있는데 자리가 있으니까 우선 이 비행기로 바꾸어주고, 밤 비행기는 waiting list에 올려놓았다.

아, 이제 뭐 하나... 하다가 갑자기 잠이 몰려와서 공항내 벤치에 자리 잡고 앉아서 한숨 잤다. 자리가 불편해 일어났더니 겨우 3시. 카트 끌고 국제선 1청사, 2청사를 왔다갔다 하다가 마침 인터넷 하는 곳을 발견했다. 한 곳은 비싸고, 다른 곳은 싼데, 비싼 곳(컴퓨터 7대)은 텅텅 비어있고, 싼 곳(컴퓨터 3 대)은 사람이 많이 있었다. 그래서 싼 곳 앞에 자리 잡고 앉아서 뉴스 보면서 자리가 나기를 기다렸다. 내 옆에 앉아있던 서양인 여자가 인터넷을 하려고 들어가는게 아닌가. 그래서 한참 앉아있다가 들어가서 한국어를 쓸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담당 직원이 볼 수는 있는데, 쓰지는 못 한다고 했다. 그래도 그게 어딘가. 인터넷 카드를 사려고 했는데, 아까 그 서양 여자가 말을 걸더니, 자기가 카드(두 시간 짜리)를 샀는데 다 못 쓸 것 같다면서 남는 거 사라고 하는 것이었다. 사실, 두 시간 계속 하는건 좀 지루할 것 같다는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잘 되었다 싶어서 그러자고 하고 밖에서 기다렸다. 그 사람이 다 쓰고 나와서 한 시간 조금 넘게 남았다면서 카드를 넘겨주었다. 나는 그 값으로 50 바트(두 시간 짜리 카드가 100 바트)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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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카드를 사서 인터넷을 사용한다.


카드를 받고 빈 자리에 앉았다. 카드를 사면 뒤에 있는 번호(울 나라 선불 전화 카드 처럼 그런 식으로 번호가 적혀있다.)를 컴퓨터에 넣으면 전화가 걸리고 인터넷에 연결되면 자동으로 Internet Explorer가 실행되는 것이었다. 오래간만에 홈페이지에도 들어가보고, 글도 남기고, 메일도 확인하고(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이 메일 보낸 것도 있었다.)... 한 시간이 조금 넘게 인터넷을 하다가 나왔다. 아직도 waiting 해 놓은 비행기 보딩 패스 받을 시간 까지는 엄청 많이 남아있는데...

뱀다리...
방콕 국제 공항에는 1청사 쪽에 하나, 2청사 쪽에 하나, 인터넷 카페가 두 곳 있다. 1청사의 것은 1청사와 2청사가 연결되는 부분 4층에 있는데, 컴퓨터도 약 8대 정도 있고, 확인은 안 해봤지만 랜으로 연결된 듯 했고, 컴퓨터도 좋아보였다. 문제는 요금... 기억은 안 나는데, 울 나라의 대여섯배 였던 것 같다.(사실 유럽에서도 인터넷 까페 많았지만, 요금이 대부분 울 나라의 대여섯배라 못 들어가봤었다.) 2청사에 있는 것은 국내선 청사 쪽의 끝 부분에 있었는데, 컴퓨터는 세 대, 전화접속이었고, 브라우징만 하는데도 버벅거리는걸 보면 기껏해야 셀러론 초기 모델 쯤 되는 것 같았다. 그래도 두 시간에 100 바트(약 3천원)고, 자리만 비어있으면 카드 구입 후 아무 때나 쓸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대용량의 메일 첨부파일을 받거나 그럴게 아니라면 그냥 싼 2청사 끝의 인터넷을 이용하는게 좋을 것 같다.

또, 뱀다리...
방콕 국제 공항은 1층이 Arrival, 2층은 까먹었고... ^^; 3층이 departure, 4층은 식당과 항공사 사무실, 5층은 항공사 사무실로 이루어져있다. 1, 2 청사 모두 같이. 내가 탈 항공사가 어느 청사인지 모르면 3층, 1청사와 2청사 연결 부위를 가면 각 청사에 있는 항공사가 안내되어있다. 아님 지나가던 공항 직원에게 물어보던지.

4층으로 올라갔다. 여러 식당 중에 버거킹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맥도널드보다 버거킹이 맛있던데, 버거킹은 왜이리 보기 어려운지... 배가 많이 고프지는 않아서 주니어 와퍼 세트를 시켜 먹었다. 특이한 점은 여기(공항만 그런지, 다른 태국 내 버거킹은 다 그런지 모르겠지만...)는 캐찹 등의 소스를 소비자가 알아서 가져다 먹는 것이었다. 그것도 작은 플라스틱 용기에다가 먹고 싶은 만큼 담아서. 노즐이 있어서 스위치를 누르면 캐찹이 쭉~ 나왔다. 차라리 이러는게 더 절약도 되고, 먹고 싶은 만큼 먹을 수 있고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니어 와퍼 세트 하나를 엄청 오래 먹은 후에 카트를 끌고 나와 벤치에 앉았다. 팜을 꺼내서 한참 동안 해리포터를 읽었다.

이렇게 저렇게 빈둥빈둥 시간을 보내다 보니 8시가 넘어버렸다. 이제 세 시간 정도만 더 기다리면 담판이 난다. 오늘 밤에 가는지, 아님 밤을 공항서 보내고 내일 아침에 가는지... 돌아다니다가 다시 2청사 4층의 식당가에 갔다. 울 나라 고속도로 휴게실에 있는 식당처럼 내가 먹고 싶은 거 골라서 사 먹는 그런 식의 식당이 있어서 들어갔다. 아무래도 밥이 먹고 싶어서 Roasted Duck과 Steamed Rice를 시켰다. 오리고기는 정말 쬐끔 나왔다. -.- 그래도 여러가지 소스와 같이 먹으니까 괜찮았다. 좀더 음식이 따뜻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밥을 천천히 다 먹었다. 새벽부터 안 좋았던 몸이 나아지지 않았다. 따뜻한 걸 먹고 싶어서 네스카페 카푸치노 한 잔을 따뜻하게 사 먹었다.

10시가 되기 전에 보딩 패스 받는 곳에 들어갔다. 다른 공항에선 이런 걸 못 본 듯 했는데, 방콕 공항은 보딩 패스 받으러 들어가는 곳도 간단한 짐 검사를 하고, 팬스도 쳐있었다. 담당직원과 티켓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벌금을 문다는 경고와 함께... 방콕 발 서울 행 비행기는 벌써 processing 중이었는데, 나는 waiting이라... 정해진 시각까지 더 기다려야 했다. 해리포터를 읽으며 시간을 보내다가 드디어 다가온 11시 15분. 바로 waiting counter로 가서 표를 내밀었다. 좀 기다려 보라는데... 그러고 보니 기다리고 있는 한국 사람들이 꽤 있었다. 꼭 타야해 --+ 라는 생각으로 바짝 긴장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표를 검사하더니만 줄 뒤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 보딩 패스를 받아 나가는 것이었다. 아마도 waiting list 순서를 보고 표를 주는 듯 한데... 다행히 거의 마지막으로 보딩 패스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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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에서 서울 가는 보딩 패스



바로 나가서 공항세(500 바트) 사고 들어갔더니만, 으음... 출국수속하는 길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비행기 이륙 시각까지는 이제 20분도 안 남았는데... 이 사람들이 왜 이렇게 수속을 까다롭게 하는지.. 특히나 내가 서 있는 줄이 가장 느린 것 같았다. 겨우겨우 출국수속을 끝냈더니 이제 남은 시간은 5분~! 태국 돈이 무려 310여 바트 남았는데... 언능 면세점에 뛰어들어가 가장 만만한 것을 고르기 시작했다. 마침 290 바트짜리 스위스산 화이트 초콜렛이 있어서 하나 사들고 게이트로 마구 뛰어 들어가 탑승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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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8. 07. 화

방콕 시간으로 새벽 5시가 좀 못 되어서 일어났다. 아무리 보잉 747이라 하더라도 이코노미 클래스라 자리가 불편했다. 어쩔수 없이 깨서는 서서이 떠오르는 태양빛을 비행기 창문 밖으로 감상하다가 드디어 또 기내식이 나왔다. 아침으로 스크램블드 에그를 간단하게 먹고 내릴 준비를 했다.

원래 6시 5분 방콕 도착이었는데, 예정보다 일찍 5시 45분에 방콕 공항에 떨어졌다. 지난 번, 여행을 시작할 때 한 번 들렀다 간 곳이라 그런지 친숙했다. 하도 이른 시각이라 입국심사는 금방 끝났고 바로 나가서 짐을 찾았다. 이제 뭐 하나... 방콕에 대해 아는게 없어서 일전에 여기저기 물었을 때 들었던 '카오산 로드(Khao San Road)'에 가기로 했다. 카오산에만 가면 모든게 해결된다니까... 공항버스는 공항에서 왼쪽으로 나오면 타는 곳이 있었는데, 다행히 5분 후에 출발한다고 해서 100 바트 짜리 표를 사고 잠시 기다렸다가, 카오산 로드에 가는 A2 공항버스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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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의 돈므앙 국제 공항에서 도심으로 가는 공항버스 탑승권



허걱.. 공항버스를 타고 봤더니 태국도 차량 좌측통행이었다. 그나마 영국에서 4박 5일간 익숙해져서 그나마 덜 어색했다. 에어콘이 빵빵하게 나오는 공항버스를 타고 방콕 시내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고가 고속도로를 한참 달려서 시내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너무 피곤한 탓이었는지 계속 졸음이 밀려왔다. 카오산 로드 놓치지 않고 내려야 하는데... 하면서 정신을 차리려고 했지만, 몰려오는 잠을 쫓을 수 없었다. 잠결에 거리를 내다봤더니 이른 아침이었는데도 다들 출근하느라고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다. 유럽과는 다른 동양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드디어 카오산 로드에 도착했다.(카오산 로드가 공항버스 A2의 종점이다. -.- 그냥 잘걸...) 8시가 되어있었는데, 바로 숙소를 잡기로 했다. 마침 한국 여행자들이 보여서 물어봤더니 D&D가 좋다고 말해 주었다. 런던 민박집에서 받아적었던 카오산 로드 지도를 보니까 D&D가 나와있어서 찾아보려는데, 잘 안 보였다. 지도를 보니까 좀 지나쳐 온 듯 해서 카오산 호텔(Khao San Hotel)이라고 보여서 가 봤더니 트윈룸(Twin Room. 싱글 침대가 두 개 있는 방. 비슷한 걸로 Double Room이 있는데 이건 큰 침대(Double Bed)가 하나 들어있는 방이다.)이 530 바트(약 16000천원)밖에 안 되길래 그냥 여기에 들어가기로 했다. 적어논 종이에 보니까 11시부터 점심때만 하는 싸고 맛있는 부페가 있다고 해서 11시까지 쉬다가 나가기로 했다. 근데... 샤워하고 잠깐 누웠다가 눈을 떠보니까 3시. -.- 그냥 더 자다가 일어나서 저녁 먹으러 나갔다.

유럽과 달리 방콕의 해는 금방 졌다. 6시 즈음 나갔는데도 벌써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카오산 로드 말고 바로 옆에 있는 다른 길에 들어가서 영국 민박집에서 적어온 종이에 나와있는 식당에 찾아들어갔다. 역시 적어온 대로 식당 전체에 에어콘이 나오고 있어서 시원하게 앉아 밥을 시켜먹었다. 살인적인 물가의 영국에서 있다가 상대적으로 물가가 싼 태국에 왔더니만 너무나 싸서 좋았다. ^^;

밥을 맛있게 먹고 나와서 배가 좀 덜 찬듯 해서 바나나 팬케익(얇은 밀가루판에 바나나 썰어넣어 익힌 것)을 15 바트에 사 먹었다. 그리고 다시 카오산 로드에 돌아와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면서 거리 구경을 했다. 일회용 문신(한 번 하면 삼 주 정도 간다던데...)도 많이 보였는데, 의외로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유럽 각지에도 문신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는데, 비싸서 그런지 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레게 파마도 많이 하고 있고... 커다란 맥주집에 들어가 맥주 한 잔 하고 앉아서 이야기 하다가, 다시 나와서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호텔에 들어와 샤워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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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8. 06. 월

그래서 술 한 잔 하기로 했다. 왕언니, 누님들, 기자아저씨, 그리고 나. 나두 이제 히드로 공항까지 갈 2.30 파운드만 있으면 되기에 잔돈 탈탈 털어서 보탰다. 왕언니와 누님들께서 나가서 사 오셨는데, 맥주 캔(500ml)을 무려 12개나 사 오셨다. 캔을 따고 건배~! 유럽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마른 오징어도 나오고, 김이랑 후르츠 칵테일도 나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맥주를 마셨다.

허걱~! 2시 45분. 그런데 왕언니와 누님들은 분위기가 무르익어서 밖에 있는 공원에 나가자고 하는게 아닌가. 나는 일찍 자겠노라 하고 다들 보내고 대강 치우고 있는데, 다시 들어왔다. 무섭다면서... ^^;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아직 짐을 다 챙기지 못해서 아침에 일찍 깨워달라고 왕언니에게 부탁하고 들어가 자려는데, 어제도 날 괴롭혔던 기자 아저씨가 또 들어가자마자 코를 고시는 바람에 다시 거실로 내려왔다. 이불피고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눈을 떠 보니 7시 20분이었다. 정신 없이 일어나 세수를 하고, 밀린 일기도 좀 쓰고, 짐 챙기고, 식사 준비 좀 도와주고, 밥을 먹었다.

9시 30분. 그 동안 이래저래 정 들었던 두리하우스를 떠났다. 겨울에 기회되면 다시 오겠노라 약속하고... East Acton 역에서 2.30 파운드짜리 표를 사서 처음 가지고 있었던 87 파운드에서 20 파운드를 남겼다. 타이에서 써야쥐.
Earlinng Broadway 역에서 갈아타려고 하는데, '선배님' 하는 소리에 봤더니 규호가 있었다. 20여일만에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 잘 지냈다고 했다. 같이 히드로(Heathrow) 공항에 갔다.

히드로 공항은 1, 2, 3 청사가 같이 있고, 4 청사는 따로 떨어져 있었다. 타이항공은 3 청사여서 찾아갔더니만 민아가 이미 와서 보딩 패스까지 다 받고 기다리고 있었다. 규호랑 짐 부치고, 보딩 패스 받은 후에 멤버쉽 카드도 만들고 공항 안에서 구경을 했다. 부모님 선물로 차 세트 하나 사고, 남은 돈은 타이 바로 도착하고 쓸 타이 바트화로 바꿨다.

공항 체크인을 하고 안에 들어가 보니 12시가 다 되어있었다. 비행기는 12시 30분인데... 게이트 번호를 확인했던니만 33번 게이트였다. 저어기 끝에 있는. -.- 마구마구 뛰듯이 걸어서 게이트 앞에 도착했더니 사람들이 보딩 수속을 하고 있었다. 잠시 의자에 앉아 숨을 돌리고 비행기로 들어가려는 순간, 'Mr. Kim'을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나를 부르는 줄 알고 'It's me.'하고 봤더니, 항공권이 잘못되었다면서 다른 항공권을 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분명 제대로 된 항공권 주었는데 무슨 영문인지 몰라, 가지고 있는 이런저런 걸 다 보여줘도 아니라는 것이었다. 혹시나 해서 잘못되었다는 항공권을 보니 다른 사람이었다. 그냥 Family Name만 말해서 난 줄 알았는데... 내가 아니라고 설명해 주고, 한국에서는 김씨가 많으니까 꼭 Last Name을 말해 주어야 한다고 알려주고 비행기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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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방콕으로 가는 보딩 패스



비행기는 보잉 747-400이었다. '와~ 747이다' 하고 들어갔더니 역시 비행기 안이 큼직했다. 유럽에 올 때도 이코노미 클래스 탔고, 오늘도 이코노미 클래스 탔는데, 지난 번 보다 훨씬 좌석이 크고, 편하고, 좌석간 간격도 넓었다. 이제 유럽 안녕~! ^^

기내식도 먹고, 잠도 자고... 유럽을 떠나 사우디 상공 쯤 날고 있었을 때, 머 재미있는거 없나 하고 비행기 내 방송표를 봤더니 영화 슈렉이 있었다. 개봉하고 있는 영화를 볼 수 있다니, 긴장을 늦추지 않고 기다리다가 슈렉을 보기 시작했다. 한글 더빙, 한글 자막..?? 런던에서 떠서 방콕 가는 비행기에 그런게 있을리가 없쥐. 영어 자막이라도 나와주면 그거라도 읽을텐데, 그냥 마구 나와서... 영화 이해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그래도, 에니메이션이라 그렇에 어려운 말은 많이 안 나오고 화면으로 대강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슈렉을 보고 다시 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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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8. 05. 일

에딘버러에 갔다온 전남의대 팀(세 명이었다.)이랑 이야기를 하다보니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그 사람들의 여행은 단순한 여행이 아닌, 말 그대로 살아남기(Survival)였다. 영하의 날씨에 노숙하고, 전화박스에서 추위를 피하고, 현금지급기 박스 안에서 침낭깔고 자고, 기차 안에서 도둑 쫓아내고... 정말 재미있는 친구들이었다.

이제 잠을 자려고 자리에 누웠는데, 어제 온 기자 아저씨께서 코를 고시는 바람에 전남의대 팀과 함께 거실에서 자기로 했다

한 여섯 시 쯤 되었을까? 타이항공 모포만 덥고 잤더니만 한기가 들어서 깔고있던 것을 두르고 소파로 기어올라갔다.

8시 30분 쯤에 일어났다. 이미 왕언니는 언제나처럼 밥과 반찬을 만들고 있었고, 하나 둘 일어나 화장실 왔다갔다 하고, 오늘 나갈 친구들은 마지막으로 짐 챙기고 있었다. 찰진 밥에 된장국, 소세지 야채 볶음과 샐러드, 참치 등등. 오늘도 역시 두 그릇을 먹고서야 아침 식사가 끝났다. 그 동안 두리하우스에서 잘 지넸던 친구들이 떠난다니 매우 아쉬웠지만, 어쩌랴. 이런 것이 여행인 것을. 그 친구들을 떠나보니고 설것이를 시작했다.

에딘버러에 갔다오신 분들과 이야기 하면서 커피(를 준다고 왕언니가 첫날부터 말했는데, 사흘이 지나서야 커피맛을 볼 수 있었다.)도 마시고 과자도 조금 먹었다. 이러다보니 벌써 12시. 나가려고 이것저것 챙기다보니 갑자기 밀려오는 잠. -.- 그냥 누웠다가 깜빡 잠이 들어버렸다. 일어났더니 거의 2시... 오늘은 정말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가방 챙기고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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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Day Travel Card, 일종의 정액일일권



East Acton 역에 가서 첨으로 One Day Travel Card를 4 파운드에 구입하고 지하철을 탔다. 먼저 향한 곳은 대영제국박물관(British Museum)이었다. 지하철에 타서 옆에 앉은 영국사람에게 물었더니 Tottemhan Court Rd 역에 내려 걸어가면 된다고 해서 계속해서 Central Line을 타고 갔다. 역에 내려 지도 보고 방향을 확인한 후에 박물관으로 향했다. 머, 사실 하도 그 쪽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사람들이 우루루 가는 쪽으로 가면 박물관이 나왔다.
말로만 듣던 대영제국박물관을 가보는구나 했는데, 처음 입구와 건물을 보는 순간, 어랏, 별루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루브르를 보고 와서 그런지 건물도 맘에 안 차고, 안에 있는 전시물들도 그리 매력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어쨋든 사진 한 장 찍고 박물관 안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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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제국박물관 전경



대영제국박물관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있는 것은 누가뭐래도 이집트관이다. 그리스, 로마관을 대강 본 후에 이집트관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이집트 석상과 미이라들. 람세스 2세의 두상(엄청 큰데, 이걸 어떻게 가져왔는지...)도 있고, 고양이부터 시작해서 뱀, 물고기 등의 미이라까지 있었다. 오, 그래. 너 미이라구나... 하고 다른 관은 대강둘러보았다. 한국관도 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문이 닫혀있었다. 들어가보고 싶었는데, 아쉽게 그냥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피카디리 서커스로 가보기로 했다. 아무래도 소호도 가깝고, 차이나 타운도 있고, 볼게 많을 것 같아서... 버스 번호를 확인하고 탔다. 당근 런던의 명물, 2층 버스. 그것도 2층(Upper Deck)의 맨 앞자리에 앉아 거리 구경도 하면서 차를 탔다. 근데, 오... 이거 이상한 곳으로 가고 있는 듯 했다. 피카디리 서커스면 런던 한 가운데인데, 점점 건물 없어지고, 녹지가 많아지는 곳을 가는게 아닌가. 한참 가다가 무작정 내려서 같이 내린 사람에게 피카디리 서커스 어떻게 가냐고 물었더니만, 이런 방향이 정 반대인 버스를 탄 것이었다. ^^; 길을 건너 같은 번호의 버스를 타고 왔던 길을 거슬러 드디어 피카디리 서커스에 도착했다. 런던!! 하면 꼭 나오는 한 밤 중의 네온사인, 바로 그것이 피카디리 서커스에 있었다. 네스카페, 맥도널드, 산요, 코카콜라, 그리고 우리나라 삼성까지. 머, 광고판하고 사람 많은 거 말고는 볼 거 없던데, 왜이리 유명한지... 광고판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 박고 바로 움직였다.

피카디리 서커스에서 바로 남쪽으로 나있는 Regent Street을 따라 내려갔더니 St. James's Park가 나왔다. 공원인 거만 확인하고 바로 방향을 동쪽으로 꺾어 트라팔가 광장 쪽으로 가다보니 광장 바로 전에 해군 아치가 나왔다. 그냥 확인만 하고 바로 트라팔가 광장으로 갔다. 55미터 원기둥 위에 있는 넬슨 제독과 그를 지키는 네 마리의 사자, 광장을 가득 매운 관광객들과 비둘기. 이것만으로도 멋있었다. 비둘기가 정말 많았는데, 한번 때지어 날 때는 머리 위로 아슬아슬하게 지나가기도 하고 해서, 쫄지 않을 수 없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이동하다보니(넬슨 제독이 너무 높이 있어서...) 바로 옆에 있는 St. Martin-in-the-Fields 교회 앞에 오게 되었다. 트라팔가 광장을 뒤에서 사진 찍고 교회로 들어가 봤더니 들어가자마자 입구에 왠 정육면체 돌덩이가 하나 있었는데, 네 면에 영어로 뭐라 쓰여있었고, 윗 면에는 탯줄도 안 잘라진 신생아가 조각되어있었다. 뭔 의민지는 잘 모르겠지만, 생명의 소중함을 나타내려는 것이었는지, 아기 예수의 탄생을 그린 것인지... 그 때 교회에 들어가 물어볼 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교회는 별로 볼 것이 없어서 바로 트라팔가 광장 뒤에 있는 내셔날 갤러리에 들어갔다.

신관으로 먼저 들어갔다. 얀 반 아이크가 그린 아르놀피니 부부의 결혼이란 그림을 봤다. 그리고 바로 서관으로 이동하여, 17세기 스페인에서 유일무이한 나체화라는 벨라스케스 그림 거울을 보는 비너스를 봤다. 그리고... 동관에서 윌리암 터너가 그린 전함 테메레르의 최후도 보고. 몇 개 유명한 그림 보긴 했는게 이름이 잘 기억 나지는 않고, 바쁜 김에 다른 그림은 대강대강 보고 나왔다.

내셔널 갤러리를 나와 소호에 있는 차이나 타운으로 향했다. 그 동안 익히 들어 알고 있고, 여행 안내서에도 소개되어있는 왕 케이(Wang Kei)라는 중국 음식점에 가서 저녁을 먹기로 맘 먹었다. 차이나 타운을 찾아가다가 런던 최고의 거리 공연 본거지라는 레스터 광장을 잠시 지나갔다. 레스터 광장을 지키고 있던 경찰에게 길을 물어서 차이나 타운을 찾을 수 있었다. 여행 안내서를 보고 맞는 골목에 들어가 봤는데, 왕 케이가 안 보였다. 이게 어찌 된 일일까.. 하다가 근처에 보이는 중국 약제상에 들어가 물어봤더니 그 거리가 아니고 옆에 있는 거리였다.(여행 안내서 잘못된 부분 정말 많다. --+) 드디어 찾은 왕 케이. 밖에 마련된 메뉴판을 봤더니 가격은 머 다른 중국음식점과 그리 다르지 않은 듯 했다. 아무래도 밥을 먹는게 좋을 것 같아 Scrambled Egg with Roasted Pork and Rice를 맘에 두고 들어가 주문을 했다. 우선 숫가락, 젓가락, 차를 가져다 주어서, 밥 먹고 어디로 움직일지 책을 뒤적이며 차를 홀짝홀짝 마셨다. 잠시 후에 식사가 나왔다. 그냥 맛도 괜찮기는 했지만, 매운 맛에 굶주려있었기 때문에 고추기름을 듬뿍 쳐 먹었다. 역시 듣던대로 양은 대단했다. 점심 굶고 저녁을 먹는데도 배가 아주아주 부를 정도였으니. 포만감에 배를 뚜드리며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차이나 타운을 대강 둘러보고 리전트 파크에 가기로 했다.

피카딜리 서커스 역에서 조금만 타고 가면 되는 거리였다. 피카딜리 서커스 역까지 걸어가서 지하철을 타고 리전트 파크 앞에서 내렸다. 리전트 파크 옆에 마담 터소 밀랍인형관이 있었다. 지하철에도 광고 많이 되어있던데, 유명인사들의 인형을 똑같이 만들어 놓은 곳이었다.(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도 있다.) 그냥 지나쳐서 리전트 파크에 들어갔다.

지도 상으로도 엄청 커 보이더니 직접 가서 보니까 진짜로 컸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도 많았는데, 산책하는 사람, 조깅하는 사람, 아이들과 노는 부모... 벤치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앉아 사람들 구경도 하다가, 해리 포터도 읽다가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어제까지는 사흘 내내 오후에 비가 왔는데, 오늘은 오후가 되어도 비가 안 와서 리전트 파크에서 잘 쉴 수 있었다.

리전트 파크의 벤치에서 잠깐 자다가 일어나서 타워 브릿지로 향했다. 지하철을 타고 가고 있는데, 웨스트민스터 사원이 더 가까운게 아닌가. 또, 타워 브릿지는 야경을 봐야 한다길래, 바로 방향 돌려서 웨스터민스터 역으로 갔다. 역에서 내려 지상으로 나오자마자 보이는 것은 런던 아이. 높이 135 미터인 세계 최고의 관람차였다. 아따, 겁나게 크게 지어버렸구만... 하고 옆을 보니 그 유명한 빅 밴이 서 있었다. 또, 그 옆에 보이는 영국 국회의사당. 멋쥔 앵글을 잡아보려고 하다보니 빅 밴 앞에 있는 다리를 다 넘어가 탬즈강 건너편에서 사진 한 장 찍었다.

바로 웨스터민스터 사원으로 향했다. 국회의사당 뒤 쪽으로 있었는데, 너무 늦게가는 바람에 안에는 들어가 볼 수 없었다. 사원 앞에 가서 왔다 간다는 표시로 사진 한 장. 8시가 넘은 늦은 시각이었지만 그래도 와서 보고 가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바로 다시 타워브릿지로 향했다. 역에 내렸더니 바로 보이지 않아서 조금 걸어가야 했다. 그렇게 오른쪽으로 끼고 걷던 곳이 바로 런던 타워였다. 런던 중세 역사를 다 담고 있고, 왕실의 보물이 전시되어있다는데, 역시 늦은 시각이라 그냥 겉만 보고 넘어갔다. 런던 타워를 끼고 오른쪽으로 획 돌아나가자 앞에 보이는 다리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타워 브릿지였다. 이제 해가 막 넘어가고 있는 시각이라 조명이 하나 둘 들어오고 있었다. 큰 배가 들어오거나 행사가 있으면 다리를 들어올릴 수 있다는데, 역시나 너무 늦게 가서 다리의 탑 안에는 못 들어가고 말았다. 다리 밑에는 런던 선착장이 있었다. 옛날부터 사용하던 요새 같은 곳이었다. 대포도 놓여있고... 대강 구경하다가 나왔다.

오래간만에 돌아다녔더니 매우 피곤했다. 그래도 런던 시내를 좀 보려고 버스를 타고 한참 이동하다가 지하철을 타고 민박집에 들어가기로 맘 먹었다. 그래서 런던 타워 앞에서 15번 버스를 잡아타고 2층 맨 앞에 앉아 지도 펴고 옥스포드 서커스까지 가면서 런던 시내의 야경을 구영했다. 바로 옥스포드 서커스에서 지하철을 타고 민박집에 들어오니 10시.

텔레비젼 보면서 샤워 차례를 기다리다가 샤워를 했다. 옷도 대강 빨고. 아무래도 마지막 한 장 남았던 수건을 파리에 놓고 온 듯 했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 수건. 그래서 두리하우스 왕언니의 아량으로 수건 한 장 얻었다. ^^;

샤워를 하고 앉아있는데, 전화가 왔다. 이런이런... 오늘 밤 코치로 에딘버러 가시려던 누님들(아침에 같이 커피 마셨던)이 차를 놓치셨다는 것이었다. 어쩔수 없이 돌아간다고 전화가 온 것이었다. 일기 쓰면서 기다리다보니 허무한 웃음을 띄고 들어오시는 누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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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8. 04. 토

아침에 일어나서 왕언니가 차려준 밥을 맛있게 먹었다. 다들 바쁘게 나가서 설것이 할 사람이 없길래 그냥 내가 해버렸다.

내가 오기전 부터 투숙하고 있던 장기투숙객 친구들이 있었다. 초/중/고등학교 친구사이라는 두 명이었는데, 이틀 동안 내가 민박집에서 안 나가고 혼자 놀고 했더니 편하고 좋다고 이야기를 했더니만, 마지막 날인 오늘은 그냥 민박집에서 쉬어야겠다면서 나갈 생각을 안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나도 같이 놀자고, 어짜피 나가 돌아다니기 귀찮아한 김에 같이 놀기로 했다.

뱀다리...
영국의 날씨는 정말 듣던대로 이상했다. -.- 영국에 있었던 총 4박 5일 중에서 비가 안 온 날은 딱 하루, 처음 3일은 낮 12시까지는 해도 쨍쨍 내리쬐고 날씨 좋다가, 12시 즈음부터 구름이 끼기 시작하더니 어김없이 2시부터는 비가 좍좍~! 딱, 하루 날씨가 좋아서 비가 하루종일 안 내렸고(혹, Underground 타고 다닐 때 잠깐 왔을지도 모르고...), 비행기 타러 나가는 날에도 한 두 방울 비가 떨어졌다. 비도 계속 내리는게 아니라, 왔다 그쳤다, 쏟아졌다 잠잠해졌다... 오락가락. 변덕스러운 영국 날씨 때문에 레인코트를 입고 다니고 우산을 들고 다닌다더니 정말이었다. 영국에서는 꼭 우산을 들고 다니자. 안 들고 다니다가 물에 빠진 생쥐 되지 말고.

아침 청소가 끝날 때 까지 음악 듣고 쉬다가, 본격적으로 놀기 시작했다. 카드가 있어서 여러가지 카드 게임을 했다. 처음 시작한 것은 원카드. 하도 안 해봐서 다 까먹고 있었는데, 설명을 듣고 해 보니까 재미있었다. 몇 판이 돌아간 후에 왕언니가 일을 마치고 합류해서, 왕언니에게 알려주었다. 어떻게 카드도 모르냐고(Ace, J, Q, K 등도 몰랐다. Joker도...) 구박했더니 자기는 고스톱 전문이라면서... 암튼, 넷이서 원카드를 몇 판 하고 났더니, 왕언니가 이거 다 알았다면서 다른 걸 알려달라고 했다. 그래서 다음으로 훌라. 아까 왕언니 합류하기 전에 잠시 배웠던 터라 왕언니에게 아는 척을 하며 구박하면서 알려주고 게임을 시작했다. 그랬더니 이 사람, 원카드랑 규칙을 마구 헷갈리면서 게임을 하는게 아닌가. 그래서 두어 판 하다가 다시 원카드로 돌아갔더니 이번에는 훌라 규칙을 원카드에 적용하고... ^^

재미있게 카드 놀이를 하다가 점심으로 베이컨을 구워먹었다. 물론 돈은 각자 내서... 맛있게 먹고 난 후 남은 것은 설것이었다. 그래서 설것이 내기 원카드를 시작했다. 다들 제일 못 하는 왕언니가 걸릴 줄 알았는데, 엄청난 수(Joker, Joker, Spade Ace...)가 나와서 힘 한번 못 써보고 한 명이 당해버렸다. 그래서 카드 한 장 못 내고 파산을 당해 설것이를 하고... 남은 세 사람은 편하게 쉴 수 있었다.

그러다... 두리 하우스의 왕언니... 갑자기 배가 고프다고 하는게 아닌가. 아까 낮에 베이컨 구워먹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데... 그래서 왕언니가 제안한 것은 중국집이었다. 중국 사람들 가게, 음식점은 세계 어디에나 다 있기 때문이었다. 마침 자주 시켜먹는 중국음식점이 있다고 해서 메뉴를 보고(메뉴판도 다 갖추어져있었다.) 전화를 하려고 했더니만, 이런... 음식점 개점 시간이 오후 5시. 그 때 시각은 이제 4시도 안 되고 있었으니... 그래서 다시 카드게임~!

5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비장의 전화걸기 내기 카드게임으로 원카드를 시작했다. 여기는 영국이니 배달 주문도 영어로 해야 하고, 그래서 다들 부담이 되니까 이번 판에 지는 사람이 전화해서 주문 하기로 했다. 이러고 시작했는데, 크허허허... ^^ 이번에도 아까 낮에 베이컨 먹고 설것이 했던 그 친구가 걸려버렸다. 완존 X 씹은 얼굴... 이걸 꼭 전화로 주문해야겠냐면서 먼 거리도 아니니까 자기가 직접 가서 메뉴판 찍어주고, 그리고 나온 음식 들고오겠다는걸 셋이서 합심하여 전화를 걸게 했다. ^^; 엄청 버벅거리며 약 2분 여에 걸쳐 음식은 주문했는데, 어디로 배달해야 할지 설명을 못 하는 것이었다. 보다못한 내가 전화기 낚아채서 대강 집 설명 해주고, 다시 주문한 음식 확인하고, 금액도 물어보고 전화를 끊었다. 다시 카드를 하며 배달 기다렸다.

띵동~! 해서 문을 열어봤더니만, 우산을 받고 배달 온 중국 사람이 서 있었다. 근데, 에게~! 달랑 음식 담은 비닐봉지 두 개만 들고온 것이었다. 머, 우리나라처럼 철가방 들고 올 걸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작은 플라스틱 용기에 음식만 달랑 들고온게 어쩐지 우리나라랑 차이가 많이 나서 참 이상해 보였다. 계란볶음밥, 닭고기요리 두 가지(하나는 칠리소스 들어간 매운거, 다른 하나는 머였더라..??), 국수랑 있던 밥이랑 맛있게 먹었다.

음악도 듣고, 이야기도 하고 하다보니 어느새 저녁 시간이 되었다. 사람들도 하나 둘 들어오고, 텔레비전도 보고, 이야기도 하다보니 벌써 시간이 늦어졌다. 텔레비젼도 보고, 사람들이랑 이야기 하다가 보니 밤이 깊어졌다. 에딘버러에 갔었다던 전남의대팀 세 명이 돌아왔다. 원래 하루 전에 왔어야 했는데, 손목시계가 고장나는 바람에 차를 놓쳐서 한 사람이 무려 65 파운드(약 12 만원)나 하는 호텔에 들어가서(그것도 가장 싼 3인실이었다는데... 마침 그 때가 에딘버러 축제기간이라 싼 숙소는 하나도 없었다고 했다.) 자고 이제 오는 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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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8. 03. 금

소세지와 닭을 뜯어서 요리를 하고 보니, 이런, 소세지 유통기한이 지난 것이 아닌가. -.- 왕언니가 맛을 봤다는데 별일 없었으면... 결국 닭만 겨우 요리해서(원래 오븐에 해야 하는데, 오븐이 없어서.) 3차 시작~! 약간 심각한, 인생 이야기까지 나오고, 숨어있던 참이슬도 한 병 나오고, 라면스프국까지 끓여 먹고나니 벌써 두 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 동안 먹은거 치워야 해서 내가 팔을 걷어부치고 설것이를 했다. 사실, 어제부터 계속 얻어먹기만 해서...(한 형은 군 시절 취사병 출신, 영국서 공부하는 형은 혼자 사니까, 왕언니는 음식 짱, 그래서 계속 해주는 것만 먹었었다.) 설것이를 대강 끝내고 양치 하고 나니 새벽 2시가 되었다. 하루종일 숙소 안 나간 것도 처음이었고, 숙소에서 술 마신 것도 처음이었고, 이처럼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 것도 처음이었다. 내일을 기약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사람들 소리에 일어나보니 8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오늘은 어제만큼 사람이 많지 않은데, 아침에 새로 오신 분들까지 해서 아침을 먹으니 역시나 혼찹했다. 그 많은(열 댓명) 식사를 왕언니 혼자 아침에 일어나 준비를 했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소문으로 들었던 닭도리탕에 참치요리, 샐러드까지. 집에서 가져온 고추장과 먹으니까 정말 꿀맛 같았다. 한 시간에 걸쳐 아침 먹고 나니 갈 사람들은 다들 가고 아무도 안 남게 되었다. 아침 설것이 할 사람이 없어서(두리하우스는 설것이가 셀프다. 하긴 왕언니 혼자 음식 챙겨주고 치우고 하면 아마 앓아 누워야 할듯.) 설것이를 대강 하고 나갈 생각을 했다.

으음... 오늘도 그냥 쉴까, 하는 생각이 아침밥 먹은 직후의 식곤증과 함께 몰려왔다. 유럽여행의 마지막 기착지라 그런지 이상하게 어제부터 런던을 돌아보고 싶은 생각이 별로 안 들었다. 책을 좀 뒤적이다가 졸음이 밀려와서 그냥 침대에 누워버렸다. 잠시 자고 일어났더니 11시가 되어있었다. 그 사이 남자 손님 둘이 들어와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거 나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다가 오늘도 푹 쉬고, 이틀동안 대강 런던 둘러보기로 맘 먹었다. 왕언니도 12시가 되자 나갔다. 영어학원에 간다면서... 전화 잘 받아달라고 하고 나갔다.

혼자 남은 민박집에 앉아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꼭 내 집처럼 편안한 느낌이 너무 좋았다. 예약 전화도 하나 받고, 두시가 조금 넘어서 이 근방이나 둘러보자 생각하고 나왔다. 두리하우스 바로 앞에는 Old Oak Primary School이 있었고, 그 옆에 큰(우리 기준으로 큰, 그곳 기준으로는 작은) 공원이 하나 있었다.(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공원 옆의 큰 건물이 교도소였다. -.-) 그 공원 가에 나있는 길을 따라 걷다보니 무슨 Stadium이 나왔다. 지은지 오래되어 보이는 것이었는데, 한번 들어가 보려고 기웃거렸더니 직원이 나왔다. 뭐 도와줄거 없냐고 물어서 여기 들어가서 돌아다녀도 되냐고 했더니, 곧 뭐 한다면서 괜찮다면 금방 돌아보고 나오라고 해서 들어가 봤다. 축구장도 있고, 육상트랙도 있는, 말 그대로 스타디움이었다. 트랙에서는 뭘 찍는지 사람들이 달리기 출발 자세를 하고 있고, 카메라와 몇 사람들이 뭘 하고 있었다. 잠시 보다가 나오려는데, 후두두둑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잠시 지나가는 비려니 생각하고 스타디움에 잠깐 들어가 비를 피하고, 빗줄기가 가늘어져서 다시 두리하우스로 걸어갔다.

슈퍼에 잠시 들리려고 방향을 바꾸어 걸어가는데, 다시 비가 막 떨어지는게 아닌가. 비 피할 곳이 없어서 나무 밑에서 잠시 피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Iceland라는 큰 슈퍼가 있다고 들었는데, 어째 길이 이상했다. 비가 많이 와서 나무 밑에 서서 비를 피하며 사람이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떤 꼬마아이가 지나가길래 길을 물었다.(그 녀석도 나처럼 우산이 없어서 비를 그냥 다 맞고 있었다.) 여기서 조금 올라가다 오른쪽으로 꺾고, 더 가다가 왼쪽으로 꺾으면 된다고 알려주었다. 비가 오는대도 그냥 가려고 하길래 나도 같이 따라 걸었다. 방학이냐고 물었더니만, 별걸 다 묻는다는 표정으로 그렇다고 대답을 해서, 영국 여행 중인데 영국에 처음 와봐서 잘 모르다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몇 마디를 더 했는데, 미국식 영어에 익숙해져 있는 내 귀로는 도저히 알아들을수가 없었다. See you later라고 하더니(이것도 잠시 후에 알아들었다.) 어떤 건물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그러고 bye를 외친 후에 조금 걸어가보니, 이런 아까 완전 방향을 잘못잡고 걸었던 것이었다.

이제 제대로 방향을 잡고 가려는데 비가 계속 와서 그냥 East Acton역 옆에 있는 가게에 들어갔다. 주방세제와 수세미를 사려는데, 도대체 어떤 세제를 사야할지 몰라서 한참 들여다보고 망설이고 있는데, 한 할머니가 들어와서, 식기세척기가 없고 그냥 손으로 접시 닦을 건데 어떤거 쓰면 되냐고 물어서 이런것 중에 아무거나 쓰라고 알려주셔서 하나 골랐다. 싼 걸로. ^^; 수세미도 하나 사서 두리하우스로 돌아왔다.

돌아가는 비행기표 reconfirm(overbooking에 폐혜에 안 걸리려면 꼭 리컨펌 해야 한다. 항공사가 보통 좌석보다 많은 예약을 받기 때문에 꼭 확인을 해야 비행기를 못 타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을 하려고 타이항공에 전화를 걸었더니 타이항공은 리컨펌이 없다면서, 그렇지만 다시 한번 확인만 해 보자고 해서 확인을 했다. 역시 영국 영어는 어려워. -.- 게대가 빨리 말 해서 자꾸 못 달아들어, pardon은 연발했다. 아예 전화건 김에 좌석까지 받아두었고, 궁금했던 히드로공항 공항세(티켓 가격에 포함되어있었다.)와 몇 청사에서 타는지도 알아냈다.

어제, 아니 오늘 새벽에 설것이 하면서 안 사실이었는데, 주방 세제를 잘못 쓰고 있었다. 자세히 읽어보니 식기세척기에 사용하는 강산성의 세척제였다. 그걸 거품 안나는 세제래고 쓰고 있었으니... 그래서 새로 사온 주방세제와 수세미로 대강 주방 정리를 했다. 근데 워낙 어질러져 있어서... ^^; 한다고 했는데 별로 티도 안 났다.

혼자 놀다가 잠시 누워있는데 영국서 공부한다던 형이 들어왔다. 오늘 밤 10시 비행긴데 일찍 가서 표도 받고 면세점에서 쇼핑도 할 거라면서 6시 쯤 들어와서 바로 챙겨 나갔다. 어제 정말 재미있게 놀았는데... ^^ 잘 들어가시라고 인사하고 또 혼자가 되었다.

전화가 울렸다. 전화를 받아보니 예약한 손님이었다. 무슨 공항이라고 하시는데, 히드로 공항 말고는 아는게 없어서... 그냥 East Acton역에 오셔서 왼쪽으로 쭈욱 오다보면 문에 태극기 붙은 집 있다고 알려드렸다. TV도 보고(영어만 나오니까 TV가 정말 재미없었다.), 책도 읽고, 음악도 듣다보니 아까 전화하셨던 분들이 오셨다. 더블룸 예약하신 분들이어서 어딘지 알려드리고, 대강 사용수칙(이랄 것도 없지만. ^^; 자유로운 두리하우스) 알려드리고. 그리고 그 분들도 다시 나가셔서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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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8. 02. 목

정신없이 자다가 일어나보니 휴개소 같은 곳에 차가 멈추어 있었다. 잠결에 들으니까 잠시 쉬고 화장실도 다녀오라고 해서 밖으로 나왔다. 화장실에서 볼일 보고 나와보니 아마도 도버 해협 지하터널 바로 직전인듯 유로 터널에 대한 것들이 여기저기 쓰여있었다. 그러고 봤더니 버스가 영국에서 온 버스였나보다. 운전석도 오른쪽에 있고, 운전사 아저씨의 영어 발음도 영국식이고...(프랑스 아저씨 참 영어 잘 하네.. 생각하고 있었는데. ^^;) 첨엔 배타고 도버해협을 건너는 줄 알았는데, 직접 유로터널로 넘어가는 모양이었다.

바로 유로터널로 들어가는 줄 알았더니만 세관이 떡 버티고 있었다. 모두 다 일어나서 짐 다 가지고 내리고, 줄 서서 탐색대에 짐 내려놓고, 여권 검사하고. 한 30분 걸려서 세관검사가 끝나고, 버스가 출발했다. 그러나... 한가지 절차가 더 남아있었는데, 영국 입국 심사였다. 유럽연합국가 국민이면 안하고, 아니면 꼭 해야하는... 차례를 기다렸다가 여권 내고 몇가지 질문을 받았다. 며칠 영국에 머물거냐, 영국 파운드 얼마있냐, 돈이 적으니까 크래딧 카드도 보여달라고 하고. 그러고는 도장 찍고 끝이었다. 다른 한국사람들은 아마도 비행기표 가지러 다시 차에 갔다오기도 했다.

뱀다리...
영국은 입국심사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종이에 이름, 생년월일, 영국내 주소 등을 적고 여권과 함께 제시하고 질문 몇가지에 대답하면 된다. 영국서 나가는 표를 보여달라고 할 수 있으니까 미리 준비하는게 좋다. 며칠 머무는지, 돈은 얼마있는지(그냥 한 500 파운드 있다고 해버리자. 돈 다 꺼내라고는 안 할테니.), 적은 주소가 어딘지(아무 주소나 적으면 된다. 여행 안내책자 숙소 주소 암거나 적고 예약했다고 하자. 친구네 집이라 해도 되고... 그들이 확인할 방법은 없다.) 말하면 된다. 어학연수, 유학, 해외근무 등 이유가 있으면 관련 서류를 챙겨서 보여주자. 그리고 쫄지말자. 물어보는거 간단한 말이다. 영어가 잘 안들리면 pardon? 혹은 excuse me? 해서 또박또박 말해주는거 들으면 된다. 절대 쫄면 안 된다. 아무리 봐도 몇 한국 사람들 비행기 표까지 보여준건 대답 제대로 못하고 버벅거려서 그랬던 것 같다. 씩씩하게 해서 간단하게 끝내자. 영국이 물가가 비싸니까 그에 따라 임금도 비싸서, 불법 체류 하면서 돈 버는 사람이 많아서 입국절차가 까다롭다는데... 가뜩이나 유색인종인 울나라 사람, 잘못 잡히면 입국심사에서 엄청 고생하게 된다.(심지어 공항에서 서너번의 X-ray 검사에, 입국 심사만 세 시간 걸린 분도 있었다니...) 꼬투리 잡히지 말고 씩씩하고 당당하게~!

한 시간이 넘도록 각종 절차가 이어졌다. 영국 한 번 들어가기 참 힘들구만. -.- 도버 해협을 버스 탄 상태에서 버스가 배를 타고 건넌다고 알고 있었는데, 배를 타는게 아니라 기차를 타는게 아닌가. 그러고 정신을 잃었더니 벌써 런던 빅토리아 코치 스테이션에 도착해 버렸다. 시각이 5시 45분. 늦게 출발하더니만 일찍 떨어져버렸다. 1 파운드는 약 1800원. 민박집에 전화를 해야 하는데 기본이 20피. 이거 1 파운드 넣기가 너무 아까워 동전 바꿀 곳을 찾는데, 새벽 6시도 안 된 시각이 문 연 곳이 있겠는가. 그냥 1 파운드 넣고 전화를 걸었더니, 이런, 벨이 몇 번 울리다가 자동응답기가 나오는 것이었다. 휴대폰에 전화 걸어달라 해서 했더니만 그 것도 안 받으시고... 몇 번 시도한 끝에 휴대폰이 연결되어 겨우 찾아가는 방법을 듣고 찾아갔다.

지하철(여기서는 tube 혹은 underground)을 타고, 근데 지하철 요금이 장난 아니다. 2.20 파운드. 거의 한국돈으로 4000원 가까이. 암튼 찾아갔더니만 이제 주인 언니가 일어나 밥을 지으려고 하고 있었다. 아직 다들 자고 있으니까 거실에 있는 쇼파에 누워 잠을 청했다. 정신없이 자다가 일어나니 다들 아침 먹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부시시 일어나 아침 얻어먹는데, 정말 맛있었다. 그 동안 다녀본 민박집 중에서 가장 밥이 맛있었다.

밥을 다 먹고 넋 놓고 앉아있다가 나가시는 분이 있어서 가방을 올려다 놓았다. 유로라인을 타고 와서 너무 피곤한 나머지 오늘은 그냥 안 나가고 민박집에서 쉬기로 했다. 민박집 왕언니와 안 나가고 남아계시는 분들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점심시간이 훨씬 지나버렸다. 그래서 남아있는 사람들끼리 돈을 모아 맛있는거 해 먹자고 2.50 파운드씩 돈을 모았다. 두 분이서 장 보러 나가시고 둘이서 집을 봤다.

장보러 나가신 분들이 돌아왔다. 등심 두 접시, 자두, 복숭아, 과자, 콜라까지. 고기 썰고, 버섯 썰고 해서 고기를 해 먹었다. 아 행복해. (ㅠ.ㅠ) 고기로 배를 가득 채우다니. 꿈만 같았다. 양상추로 샐러드도 먹고, 참기름에 소금 쳐서 고기 찍어먹고, 후식으로 자두랑 프링글스까지... 정말 이렇게 행복할 수 없었다. 예전에는 고기 먹고 싶으면 햄버거 하나 사먹고 참고 했었는데, 불과 식기가 있으니까 고기도 먹고, 정말 좋았다.

그러다가 여기서 묵고 있는 형이 친구가 온다고 마중을 나갔다가 같이 들어오면서 맥주와 입가심용 보드카를 사 왔다. 바로 술판으로 돌입, 여행 20여일 만에 한낮에 술 먹기는 처음이었다. 영국도 맥주가 유명하니까(기네스북을 만드는 기네스가 영국의 흑맥주다.) 조금 맛만 보고, 한참 이야기 하며 놀았다. 원래 여기 있던 형은 어렸을 때 꿈이 코메디언이었다는데 정말 웃겼다. ^^ 지금은 조선공학을 공부하고. 새로온 형(빠른 78이었다.)은 영국 뉴캐슬(영국식 발음으로는 뉴카슬)에서 어학연수를 하고 이제 대학 입학 허가가 나서 잠시 집에 가는 길에 들른 거라 했다. 그 전에 둘이 만나 유럽 여행을 했었고. 아마추어 무선통신(HAM) 동아리 친구라는데 정말 친한 친구 사이 같았다. 어찌나 죽이 잘 맡는지, 아무도 못 당할 지경이었다. 이렇게 웃고 즐기는 사이, 다른 분들이 오셨다가 나가시고(짐만 놓고 다른 지방, 특히 에딘버러,에 가시는 분들이 많았다.), 이야기판은 계속 이어졌다.

어느새 밤 10시 넘어버렸고, 두리하우스(런던에서 머문 민박집 이름) 사장님이 오셔서 잠시 이야기 하다가, 아까 낮에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뮤지컬(오페라의 유령, the Phantum of Opera)을 본다고 나갔던 사람이 들어오면서 기네스 캔맥주을 사 온것이 아니겠는가. 민박집에 있는 것들로 부랴부랴 대강 안주를 만들어서 2차가 시작되었다.

웃고 즐기는 사이 어느새 술은 떨어지고 12시는 넘어가고. 두리하우스만의 방법, 공포의 사다리타기가 시작되었다. 총 다섯 명이어서 10파운드를 모으기로 하고, 0, 1, 2, 3, 4 파운드씩 내기로 했다. 사다리를 그리고, 액수를 적고, 이름도 적고... 왕언니(두리하우스 매니저, 사장님 여동생)는 0 파운드, 나는 운이 좋게도 1 파운드가 걸렸다. ^^ 깔끔하게 1 파운드 내고 아까 뮤지컬 보러 갔던 사람이랑 술과 안주를 사러 나갔다. 늦은 시각이라 조금 먼 곳 까지 갔는데, 만인이 원했던 냉동 피자가 없었다. 당황하고 있다가 정신을 차려서 소세지랑 닭 냉동 식품을 사고, 과자 몇 개, 보드카 작은 걸로 두 병, 콜라 등을 사고 다시 두리하우스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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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8. 01. 수

어제 편히 쉬고, 일찍 잤더니 아침 7시도 안 되어서 눈이 떠졌다. 화장실을 가고 싶었는데 갔다오면 잠 깰까봐 그냥 꾹 참고 잠을 청했다. 8시 즈음 되어 더 이상 못 참고 일어났다. 볼일을 본 후 일찍 아침을 먹었다. 민박집 앞에 있는 샹피옹(champion) 슈퍼가 9시에 문을 연다고 하길래 그럼 좀 쉬다가 나가기로 했다. 잠시 침대에서 졸다가 9시가 약간 넘어 일어났다. 이제 파리에서의 마지막 날 시작~!

우선 매일 그랬듯 샹피옹 슈퍼에 가서 오렌지 쥬스 한 통을 샀다. 이번엔 무려 5.25 프랑. 샹피옹 슈퍼에서 제일 싼 쥬스 같았다. 쥬스를 들고 메트로 역으로 가는데 또 속이 심상치 않았다. 언능 역 앞에 있는 맥도널드에 들어갔다. 이른 시각이라 화장실에는 사람이 없었다. 큰일을 치루고 쥬스를 통에 담고(보통 쥬스가 종이팩에 들어있다. 병에 든 건 비싸고... 한번 병 쥬스 사고 다음부터는 팩 쥬스 사서 부어두었다가 들고다니며 먹는다.) 메트로를 탔다.

오늘의 첫 목표는 노틀담 성당. 프랑스에는 노틀담이라 이름 붙은 성당이 무지 많다. 마치 이탈리아에 성 마리아 붙은 성당이 많은 것 처럼. 다른 성당 찾아가지 말고, 꼭 파리 시테 섬에 있는 노틀담을 찾아가야 한다. 메트로 시테 역에 내려서 조금 걸어가니 노틀담 성당이 나왔다. 그저께 유람선 타면서 대강 봤지만 정면에서 직접 보니 그 위용이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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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위용의 노틀담 성당




줄 서 기다려서 성당 안으로 들어갔더니 멋진 스테인드 글라스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 성당을 둘러보며 사진도 찍고 나왔다.(노틀담에는 세 개의 커다란 장미모양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유명한데,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북쪽의 스테인드글라스라고 한다. 근데 사진을 찍고 나와 생각해 보니, 남쪽 것을 찍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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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틀담 성당 내부. 자동 똑딱로 찍은 사진이라 노출이 엉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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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남쪽 스테인드 글라스. 북쪽의 것을 찍었어야 했는데...



오르세 미술관을 가려고 보니 충분히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아서 걸어가기로 했다. 세느강을 따라 걷다보니 그 유명한 퐁네프의 다리가 나오는게 아닌가. 영화 퐁네프의 연인의 배경이 되었던 다리라는데 영화는 안 봐서 잘 모르겠고, 영화의 배경(사실 세트에서 촬영했다던데...)이 되었던 다리라는거 말고는 특별한게 없었다.

세느강을 옆에 끼고 한참 걷다보니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그 위로 보이는 오르세 미술관의 이름. 30분 이상을 기다린 후에야 미술관에 들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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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세 미술관 입장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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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세 미술관 내부 모습. 오래된 기차역을 리모델링 했다고 한다.



학생할인으로 33프랑에 표를 사서 들어가니 조각들이 우선 눈에 들어왔다. 그냥 봤다가는 뭔지도 모르고 볼 것 같아서 여행천하(배낭 여행 안내서)에 나온데로 코스를 돌아보기로 했다. 처음에 앵그르의 샘을 시작으로 밀레의 이삭줍기와 만종, 마네의 오랭피아(이런게 있는 줄 책 보고 알았지만 유명하다고 한다.), 쿠르베의 화가의 아틀리에를 확인하며 1층을 돌았다. 아주 충격적인(여성의 성기가 중심이 된 누드화) 그림인 쿠르베의 세상의 근원(제목 한 번 멋지다.)도 봤다. 이름을 보아하니 무지 유명한 화가들이 많던데, 그 동안 미술책에서 봤던 그림들도 다 확인 못 했던 것 같다.

책에 쓰여있는데로 3층으로 먼저 올라갔다. 르느와르, 드가, 모네, 고흐, 세잔느 등등 진짜 이름 많이 들어본 화가들의 작품이 좌악 펼쳐졌다. 고흐의 자화상들과 오베르의 교회, 그리고 르느와르의 무랭 드 라 가렛(야외 무도장 그림)이랑 고갱의 타이티의 여인들을 보고, 파스텔화와 신인상파의 그림을 지나치듯 보는데, 민아를 만났다. 너무 반가워서 좀 이야기 하다가 미술관 다 본 후에 같이 라데팡스에 가기로 하고 이따 밑에서 만나기로 했다. 민아랑 헤어지고 2층으로 내려갔다. 그림도 많고, 조각도 많던데 부르델의 활 쏘는 헤라클레스, 로뎅의 지옥의 문(아무래도 가짜 같았다. 너무 조잡해 보이던데...) 말고는 아는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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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 중문의대의 상징(!?)인 활을 쏘는 헤라클레스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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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그 유명한 로뎅의 작품, 지옥의 문. 근데, 진품일까?


약속한 시간이 다 되어서 민아를 만나 오르세 미술관을 나왔다. 라데팡스까지는 메트로를 타고 갔다.

라데팡스는 도로, 전기, 하수도, 철도가 모두 지하에 들어가있어서 지상은 사람들만 걸어다니고, 초현대식 건물들이 들어차있는 곳이다. 라데팡스 역에 내렸더니만 도데체 출구가 어디인지 찾을 수가 없었다. 몇 사람에게 물은 끝에 밖으로 나올 수 있었는데, 나오자마자 보인 신개선문(Grand Arche). 크다고 말은 들었지만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 노틀담 성당이 90미터가 넘는다던데, 그게 안쪽에 그냥 다 들어갈 정도로 크다고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에 올라갈 수 있는데, 아무래도 돈도 없고, 무서울 것 같아서 그냥 말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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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데팡스 신개선문 아래서. 파리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초현대식 건물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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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커다란게 신개선문. 저 안의 빈 공간에 오리지널 개선문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라고 한다.


사진 좀 찍고 쇼핑하러 갔다. 영국이 춥다는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아무래도 두꺼운 잠바 하나 사는게 좋을 것 같았다. 라데팡스에 큰 쇼핑센터가 있어서 그 곳에 들어갔다. 옷 파는 곳도 많이 있는데, 프랑스가 물가가 비싸서 그런지 잠바가 싼게 없었다. 보통 홑 잠바(가을용)가 300 프랑 정도하고, 브랜드 있는 것들은 5~600 프랑은 쉽게 넘어갔다. 홑 잠바로는 아무래도 버티기 힘들 것 같아서 한 시간여를 헤매인 끝에 나이키 솜잠바가 400 프랑 쓰여있길래 그걸 사기로 마음 먹었다.(바로 옆에 있는 팀버랜드 가을 잠바는 500 프랑이 넘었다.) 있는 돈은 100 프랑. 먹을 거 살 돈을 남겨야 하기에 100 프랑 주면서 70 프랑만 계산하고 나머지 330 프랑을 카드로 해달라고 했다. 근데 카드 결제가 안 떨어지는게 아닌가. 그 동안 몇 번 잘 썼는데... 어쩔 수 없이 근처 ATM에 가서 300 프랑을 인출해서 딱 400 프랑 맞추어 잠바를 샀다.

벌서 다섯시가 되어버렸다. 바로 숙소로 향했다. 노틀담 - 오르세 - 라데팡스로 이어지는 여정을 치루어내서 그런지 피곤이 밀려왔다. 거의 정신 잃고 자다가 일어나서 민박집까지 걸어들어올 수 있었다.

들어오자마자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었다. 프랑스에서의 마지막 식사. ^^ 지난 번 독일에서 샀던 햄을 들고 다니다가 민박집에 드렸는데, 그걸 오늘 해 주셨다. 그냥 기름 두르고 익혀주셨는데도 정말 맛있었다. 역시 독일 햄이야. 밥을 맛있게 먹고 짐을 챙겼다. 새로 산 잠바를 어떻게 들고갈지 고민하다가 그냥 들고가기로 했다. 유로라인 타면 배낭은 짐으로 부쳐야 할 거고, 만약 런던 떨어져서 추운데 배낭에 잠바가 들어있으면 바보 되니까...(결국, 잠바는 배낭에 넣었다. 따로 들고 다니기 귀찮아서.. 흠흠) 짐을 싸고 나가기 전까지 쉬었다. 밤새 버스를 타고 가야하니까 아무래도 잠자리도 편치 않을 것 같고. 까르네(파리의 지하철, 버스표)가 네 장 남아서 10 프랑에 민박집에 있는 다른 분께 팔았다. 이렇게 번 돈으로 쥬스 한 통과 식빵을 사고 Euroline Station으로 향했다.

Euroline Station은 파리 메트로 3호선 종점인 Gallieni 역에 있다. 메트로에 내려 걸어가는데, '혹시...' 하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어 봤더니 고등학교 동창 여자애가 아닌가. 예전에 학원 같은 반이고 해서 금방 알아봤다. 근데, 내 이름까지 알고 있던데, 나는 그 애 이름을 몰라서... ^^; 그냥 이야기 좀 나누었다. 걔는 단체 배낭이라 일행이 있었다. 바로 체크인을 안 하길래 해리포터를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앉아있다가 일행을 만들었다. 영국서 일 하시다가 잠시 파리만 구경하고 가신다는 분이랑 이야기하며 기다렸다. 잠시 이야기 하다보니 어제 민박집에서 만난 형(이스라엘, 이집트, 터키, 그리스를 섭렵하시고 귀국하러 런던 들어가신다고 했었다.)이 오셔서 셋이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버스 시간은 10시 30분인데, 10시가 넘도록 체크인 하려고 기다리는 줄이 줄어들지않아서, 어짜피 체크인 안 끝나면 버스 안 떠나니까 천천히 기다리며 체크인을 했다.

드디어 11시가 다 되어서야 버스가 출발했다. 프랑스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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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런던으로 가는 유로라인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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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7. 31. 화

이야기를 한참 했다. 벌써 두 시가 가까워직 있었다. 내일을 위해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9시가 다 되고 있었다. 언능 일어나 세수하고, 오래간만에 면도도 하고. 바로 밥을 먹었다. 오늘은 베르사유 궁전을 가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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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철인 RER 표


민박집에서 들은 메트로 역으로 갔다. 베르사이유는 RER(프랑스 국철에서 하는 걸로 Metro와 표가 다르다. 유레일을 제시하면 무료로 RER 표를 주기 때문에 그냥 탈 수 있다.) C선이라 찾아간 것이었는데, 그 역에서 운행하지 않는다고 해서 10호선을 타고 Japel이라는 역으로 가야했다. 어느새 시간은 11시가 다 되어가고, 속은 무슨 조화인지 큰 일을 보려고 계속 부글거리고... 이번엔 여지없이 돈 내고 화장실에 들어가겠구나 하고 화장실을 찾는데, 유료 화장실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돈 내고 쓰려고 해도 안 보이니...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 RER을 기다리는데, 반대편에 오는 기차를 보니까, 오호라.. 2층 기차였다. 으음. 이런 기차라면 당근 화장실이 있겠지 라고 생각하고 소름이 돗는걸 참아가며 기차를 기다렸다. 드디어 기차는 왔고, 가방 던져놓은 후 화장실을 찾았는데, 이런, 누가 벌써 들어가 있는게 아닌가. 이미 예샹은 하고 있었지만... 하는 수 없이 다른 칸으로 가보았다. 그 곳도 잠겨 있는데, 이상하게도 두드려도 아무 응답이 없는 것이었다. 허둥지둥 화장실을 찾아 헤매는데, 잠겨있던 화장실 앞에 앉아있던 한 사람이, 이 기차에는 화장실이 없다고 친절하게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허걱~! 큰일이다. 천천히 2층으로 올라가서 가만히 앉았다. 이제 베르사유에서 마지막 승부다. --+

기차로 한 20분 정도 달려 베르사유 역에 도착했다. 12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는데, 벌써 다 보고 나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베르사유역에도 화장실은 없었다. 거의 사색이 되어 역을 나왔는데, 오옷~! 맥도널드...!! 화장실로 뛰듯이 갔다. 여자들은 길게 줄 서있고, 남자들은 기다리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들어갔더니만 이미 한 사람이 기다리고 있고(중국인인 듯 했다.), 화장실 두 칸이 모두 차있는게 아니겠는가. 이 사람들 왜 이리 안 나오는지... 거의 10분은 기다려서 한 사람이 나왔다. 먼저 온 사람이 뻔히 보고 있는데, 새치기는 할 수 없지 않은가. 양보를 하고 다시 기다렸다. ㅠ.ㅠ 다행이 이 사람이 금방 나와주어서 무사히, 정말 무사히 일을 마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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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사유 궁 입장권. 가장 싼 49 프랑짜리


기다리던 사람들과 베르사유 궁으로 향했다. 맥도널드에서 나와 왼쪽, 역에서는 오른쪽으로 한 블럭 걸어가니까 저 멀리 궁이 보였다. 멀리서 봤는데도 대단해 보였다. 카메라 한 가득 나올 거리에서 사진 한 방 찍고... 궁 입장은 돈을 내야하고, 정원은 그냥 들어가는데, 궁 입장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었다. 돈 없는 배낭 여행자가 무슨 가이드 투어겠는가. 그냥 제일 싼 A 코스. 49 프랑짜리 표를 사서 들어갔다.(이 줄이 무지 길었다. 한 30분 이상 기다린 듯. 그러다 앞에 서있던 한국 사람과 같이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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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사유 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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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사유 궁을 뒤에 두고 사진 한 장~!


궁은 으리으리 했다. 들어가자 보이던 황금(진짜인지 황금색인지는 모르겠다.) 파이프 오르간 부터 시작해서, 어찌나 화려한지, 정말 일반 국민들의 반감을 사기 충분했다. 2층에 올라갔더니 여러가지 방이 시작되었는데, 영어 가이드 투어를 하고 있는게 아닌가. 슬쩍 끼어들어서 설명을 들었다. 짧은 영어로 설명을 듣고 있는데, 설명을 하던 가이드(분명 프랑스 아줌마였을 것이다.)가 다름 방으로 넘거가기 전에 private tour라면서 따라다니지 말라고 하는게 아닌가. 나 참, 그 동안 수많은 투어(박물관, 미술관, 유적 등등)를 돈 안 내고 따라다녀봤지만, 저렇게 공개적으로, 아닌 사람들에게 따라다니지 말라고 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Hall of Mirror, 왕의 침실, 응접실 등을 설명하면서도 계속 그 말을 하길래, 에이, 드럽고 치사해서 그냥 혼자 앞으로 갔다. 다행히도 앞에 다른 영어 가이드가 있었다. 그 곳에 합류~! 왕비의 방도 보고, 이것저것 설명을 들었다. 사실... 그 아줌마 영어 발음에 프랑스식 발음이 너무 많이 뭍어 나와서, 영어가 짧은 나로서는 알아듣기 힘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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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사유 궁 입구 즈음이었나보다. 들어가자마자 본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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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저씨가 '짐은 곧 국가다.' 라고 말한 그 아저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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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의 방. 화려한 샹들리에가 가득하다.


투어가 다 끝나자 거의 두 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남은 것들은 대강 보고 밖으로 나왔다. 작은 일을 치루고 싶어 화장실을 찾았더니 유료였다. 그냥 좀 참고 맥도널드 갈 생각으로 그냥 참고 베르사유 궁으로 생긴 그늘에 앉아 샌

드위치(스위스에서 만든 건데 아직도 다 못 먹었다. 그럼 며칠 된거지??)랑 아침에 산 쥬스, 떠먹는 요구르트(이것도 스위스에서 샀는데.)랑 천도복숭아(이것도 스위스.)를 먹었다. 먹다가 투어 보면서 잠시 헤어졌던 부산의대 형을 만나 같이 그늘에 앉아 이야기 좀 하다가 정원을 거닐어보기로 하고 일어났다.

뱀다리...
외국에 나와보니 담배를 직접 말아피는 사람들이 많았다. 매번 필 때마다 담배 꺼내고, 종이 꺼내서 잘 말고, 침 발라 붙이고 하는게 귀찮을 법도 한데, 그런 사람들이 꽤 되었다. 그런 불편을 감수할 만큼 담배 맛이 좋은 것인지... 베르사유에서 앉아 샌드위치를 먹고 있는데, 옆에 있는 한 여자가 계속해서 담배를 말고 있었다. 한참 몇 개피를 계속해서 말더니 결국 돌아보고는 라이터 있냐고 묻는게 아닌가. 나나 부산의대 형이나 담배를 안 펴서 없다고 했더니만 허탈해 하는 그 표정. ^^; 기껏 말고는 한 개피도 못 피고... 암튼, 그랬다구.

베르사유 궁도 참 크고 화려하지만, 그 앞에 있는 정원은 장난이 아니었다. 어찌나 넓은지, 정원 한 가운데에 운하(?)가 있어 나무가 없으니 끝까지 보이는데, 그 끝에 있는 사람들이 점으로 보일 지경이었다. 그냥 끝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것도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서 잠기 걸어내려가 운하가 시작되는 곳에 나무그늘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그 운하를 면하고 있는 나무는 벽처럼 손질되어있었다. 어떻게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군. 암튼, 나무 그늘에 앉아, 바로 앞에 어떤 할머니가 강아지를 가지고 앉아있길래 애완견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5시가 다 되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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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디 넓은 베르사유 궁이 끝이 아니었다. 더 너른 정원이 펼쳐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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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걸어와야 겨우 호수 앞에까지 온다.(위 사진에서 호수 위치 확인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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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호수 옆으로 또 엄청난 정원이 자리하고 있는데, 여유롭게 쉬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베르사유 역으로 돌아가서 RER 타고 깜빡 졸다가 맨 끝 역(은 아닌데, 아마 그 이후로는 공사를 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아침에 첨 갔던 역에서 못 탔던 것인 듯.)에 내려 만박집으로 가는 메트로로 갈아타고 돌아왔다. 민박집에 들어간 시각이 6시 45분경. 바로 저녁 식사를 하고 샤워를 했다. 오늘도 햇빛이 강렬해서 땀도 많이 흘리고, 많이 타기도 한 것 같았다. 밥도 배불리 먹었겠다, 개운하게 씻었겠다, 하루종일 돌아다녀 노곤하겠다, 한숨 잤다. 일어나보니 벌써 9시. 몽마르뜨 언덕에 가보려 했지만, 이거 지금 나가서는 언덕만 잠깐 보고 와야할 것 같아 그냥 포기하고 쉬기로 했다. 어제 민아가 근방에 있는 사비네 집에 있다고 해서 거기에 찾아가보기로 했다. 잠깐 헤매었는데, 바로 민박집에 들어가는 사람들을 만나서 쉽게 찾아들어갈 수 있었다. 주인 아주머니께 여쭈어 보았더니 지금 나가서 아직 안 들어왔다고 했다. 그러면 메모 남길테니 들어오거든 보여달라고 말씀드리고, 남은 시간 잘 보낸 후에 런던 공항에서 보자고 메모를 남기고 나왔다.

나오는 길에 맥도널드에 들렸다. 우리집 민박은 시원한 물이 없어서 항상 차가운 것에 대한 갈망(^^)이 있었던지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들어가 콜라 큰 것(12 프랑)을 시켜 마시면서 일기도 썼다.

11시가 넘어 맥도널드 문을 닫길래 민박집으로 돌아와 손발 씻고, 내일 파리의 마지막 날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가 노틀담, 소르본느 대학, 오르세, 몽마르뜨의 강행군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러고는 쿨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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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7. 30. 월

이야기의 주된 주제는 파리 -> 런던 넘어가는 방법이었다. 나 말고도 런던 가셔야 하는 분이 또 계셨기 때문이었다. 런던 <-> 파리 이동은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 비행기, 유로스타, 유로라인, 직접 기차-배-버스로 가기 등이 있다. 물론 앞에부터 빠르고 비싸며, 뒤로 갈 수록 느리고 싸진다. 한참 이야기 한 후에 결국 유로라인으로 낙찰을 봤다. 아무래도 유로스타보다 가격도 싸고, 하루 자면서 가는 것이기 때문에 숙박비를 하루 벌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늦은 밤에 출발하여 새벽에 떨어지니까 체력이 된다면 계속해서 여행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유로라인 알아보러 가기로 하고 1시쯤 잠자리에 다시 들었다.

뱀다리...
런던 <-> 파리 이동은 왠만하면 유로스타 이용하자. ㅠ.ㅠ 나이가 만 26세 이하라면 여행사에서 엄청 싼 표를 살 수 있다. 파리에도 250 프랑(유로라인은 26세 이하 할인이 tax 포함 310 프랑.) 짜리 유로스타 표를 파는 여행사가 있다. 민박집이나 여행자들에게 꼭 정보를 알아보도록 하자. 단, 주말에는 250 프랑보다 비쌀 것이다. 250 프랑은 주중에만... 유로스타는 약 세 시간이면 끝나고, 편하고... 그치만 유로라인은 밤에 넘어가서 숙박비를 번다는 장점이 있지만, 좌석이 편하지 않고, 좁아서 거의 10 시간 동안 편하게 잘 수가 없다. 다음 날 여행에 영향을 줄 정도니까, 왠만하면 유로스타로. -.-

오줌이 마려워(어제 물, 쥬스(쥬스는 무려 2리터나 마셨다.)를 무지 많이 먹었다. 이 민박집 음식이 좀 짠가보다.) 일어나보았더니 8시가 좀 넘은 시각이었다. 화장실에 누가 있어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기다리다가 볼 일을 보고, 세수 하고 밥을 먹었다. 우리나라의 찰진 쌀 같진 않지만 그래도 쌀밥이니까. 오늘 아침은 무리하지 않고 딱 한 그릇(이라 해도 무지 많이 퍼주신다.)만 먹었다.

자기전에 유로라인 같이 하기로 하셨던 분이랑 민박집을 나섰다. 역으로 가다가 먹을 것이 필요하다고 하시길래 나도 쥬스 한 통 살겸 해서 민박집 앞에 있는 슈퍼마켓에 갔다. 나는 10.90 프랑짜리 오렌지 쥬스 하나 사고 그 분(은 미국서 어학 연수 중에 잠시 나온 것이었다.)은 빵과 과일, 쥬스 한 통 사셨다.

유로라인 표 파는 곳, 차 타는 곳은 3호선 오른쪽으로 맨 끝에 있는 역에 있었다. 가보니 지하철 역에 유로라인이라고 쓰여있어서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11시가 안 된 이른 시각이었는데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한 시간 가까이 보낸 후에야 창구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 분은 내일 표, 나는 모레 표를 샀다. 세금 포함 310 프랑이었는데, 현금이 당장 없었던 나는 카드로 계산했다. 표를 사고 나서 런던에 예약해 두었던 민박집에 전화를 걸어 다시 한 번 예약 확인을 했다.

가지고 있는 아멕스 여행자 수표를 환전하기 위해 아멕스 대리점이 있는 오페라로 향했다.(다른 곳에도 많이 있지만, 여행 안내서에 나와있는 것은 그 곳 뿐이었다. 간 김에 오페라 봐도 되고.) 오페라 역에 내려서 엘리베이터가 있길래 어라, 이거 뭐지? 하면서 그냥 탔는데 이상한 곳으로 떨어져 버렸다. 당황한 끝에 프랑스 아줌마를 잡고 길을 물었다.(프랑스 사람들, 대체로 불친절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영어도 잘 못 하고. -.- 원래 길 자주 묻는데, 프랑스에서는 그냥 혼자 찾아다닌다.) 그랬더니 잘 안 되는 영어를 힘들게 써가며 어떻게 나가는 건지 차근차근, 그리고 직접 따라와서 알려주었다. 보기 드문 착한 프랑스 아줌마였다. ^^; 아줌마의 도움으로 밖으로 나왔더니 뒤에 오페라(건물 이름이 오페라다. 세계 3대 오페라 하우스 중 하나라던가??)가 서 있었다. 우선 환전 하는 것이 급해서 환전소를 찾아가는데, 어라~! 스위스부터 같이 다녔던 부산의대 형을 만났다. 아침에 따로 다니자고 해서 먼저 나갔었는데, 오페라 안에 들어가봤다고 했다. 그럼 이따 저녁 때 민박집에서 보자고 하고 헤어졌다.

아멕스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환전은 지하에서 하길래 들어갔더니 사람들이 꽤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히 창구가 많이 열려있어서 금방 바꿀수 있었다. 스위스에서 150 유로 바꾸고 남은 250 유로 중, 100 유로를 프랑스 프랑으로, 150 유로를 영국 파운드로 바꾸어서 655 프랑, 87 파운드를 받았다. 파리가 매우 비싸다고 이야기 들었었는데, 민박집 하루 100 프랑에 아침, 저녁 다 해결되고, 그 동안 사 둔 것들 먹으니 점심은 그냥 해결되고, 하루에 한 곳, 혹은 두 곳의 입장료만 있으면 되는 것이라 생각보다 돈을 많이 쓸 것 같지 않았다. 문제는 영국인데... 살인적인 물가를 어떻게 버텨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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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오페라 하우스 입장권


아멕스를 왔다갔다 하면서 만들어서 가지고 나온(스위스에서 만든) 샌드위치 두 개를 먹어치웠다. 쥬스도 좀 마시고... 오페라 안으로 들어가서 입장권을 사기 위해 줄을 섰다. 천도 복숭아 한 알 먹으면서 기다리고 20 프랑 주고 입장권을 샀다. 혼자 보려고 돌아다니려는데 이게 뭔지 도통 알 수가 있나. 마침 호주 단체 관광객(으로 보였다. 가방에 오스트레일리아 라고 쓰여있는 걸 봐서...)이 보이길래 그 사람들 졸졸 쫓아다니면서 오페라 직원이 설명해 주는 것을 들었다. 나폴레옹 3세가 지으라고 했던 것이라는데 화려하기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멋드러진 계단, 달의 방, 해의 방, 엄청 긴 홀 등등. 그리고 이상하리만큼 거울이 많이 있었다. 요즘에도 흔히 볼 수 없는 엄청 큰 통 거울. 가이드의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순 없었지만 아무튼 엄청난 오페라 하우스임에는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작은 도서관도 있는데 아마도 오페라 관련 악보 도서관인듯 했다. 연주회장 천장에 달린 샹들리에는 무려 8톤에 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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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화려한 오페라 하우스 내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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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및 영화 '유페라의 유령'에 나오는 바로 그 오페라 하우스, 바로 그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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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계단에서 저렇게 사진을 찍었다. 새카맣케 탄거 봐라.



오페라의 유령(런던에서 하는 Big Four 중 하나다. 진짜 유명한 뮤지컬. Phantum of Opera)이 나왔다는 오페라 지하에 앉아 빵과 떠먹는 요구르트를 먹어 요기를 하고 마들렌 사원에 걸어가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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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하우스 밖으로 나와서 오페라 하우스를 찰칵~!


근데... 걸어가다보니 엄청 높은 청동탑이 나오는게 아닌가. 책을 뒤져봤더니 방돔 광장이었다. 대포를 녹여 만들었다는 여러 작품들이 있었는데 햇빛이 너무 따가워 그냥 사진만 한 장 찍고 바로 지나쳤다. 방돔에 온 걸 보니 길을 잘못 든 것이었다. 제대로 길을 잡고 걸어가는데, 무신 성당 하나가 나왔다. 그냥 돔 모양으로만 된 것이었는데, 잠시 들어갔다가 마들렌 사원이 아닌 걸 알고 다시 나와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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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돔 광장의 대포를 녹여 만들었다는 청동탑


드디어 마들렌 사원에 도착했다. 앗, 어제 콩코드 광장 옆을 지나가며 잠시 봤던 그 건물이었다. 이게 성당인데, 겉모습은 완전히 그리스 신전이었다. 마치 아크로폴리스를 보는 듯한 느낌. 안에도 들어가 보았는데(무료 입장), 그리스 신전 모양의 성당이라는거 말고는 별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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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들렌 사원의 정면 모습. 정말 그리스식 신전 같지 않은가?


마들렌 사원을 나와 콩코드 역으로 들어가서 퐁피두 센터를 향했다. 퐁피두 센터가 있는 Rambuteau 역에서 밖으로 나왔는데, 도통 입구를 찾을 수 없었다. 한참을 헤맨후에야 뒤쪽에서 내가 헤매고 있었던 것을 알았다. 건물을 돌아가니 TV나 사진에서 많이 봤던 모양의 퐁피두 센터가 나왔다. 그 앞에 광장이 있는데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그늘에 앉아 쉬는 사람, 초상화 그려주는 사람, 누워 자는 사람 등등. 우선 퐁피두 센터 안으로 들어갔다. 1층은 전시실이었고, 2층부터는 도서관 같은 곳이었다. 사람들이 자료를 열람하고, 앉아서 공부 하는 모습이 진지해 보였다. 영화 보면 많이 나오는 마이크로 필름 보는 기계도 직접 본 것은 퐁피두 센터에서가 처음이었다. 열심히 책 읽고, 공부하는 사람들 사이에 한 자리 잡고 앉아 조금 밀려있던 일기를 썼다. 한참 일기를 쓰다가 돌아보니 퐁피두 센터에 해 볼 것들이 참 많았다. 가만보니 인터넷도 할 수 있었고, Video CD도 볼 수 있고, 마이크로 필름 조회도 하고, 책도 빌려보고(프랑스어지만...) 등등. 하지만 너무 피곤하고, 곧 저녁 먹을 시간이라 대강 둘러보고 민박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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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피두 센터. 현대미술관, 도서관, 전시관 등의 역할을 하는 이 건물 자체도 예술품이다.


민박집에 돌아온 시각이 6시 즈음. 바로 샤워를 하고 오늘 입었던 옷들을 빨았다. 빨래를 널고 쉬고 있으려니 사람들이 하나둘 저녁 먹으러 들어왔다. 오늘 다녀온 곳 이야기, 내일 할 일 이야기 등을 하다가 7시가 되어 저녁 식사를 했다. 아침에 한 그릇 먹었더니 너무 일찍 배가 꺼져서 저녁에는 다시 두 그릇 먹었다. 땡땡해진 배를 두드리며 이야기 하다가 너무 졸리고 피곤해서 잠깐 잤다. 자고 일어나니 8시가 넘어버렸다. 세느강 유람선도 타고, 에펠탑 구경도 하자고 슬슬 나갈 준비를 했다.

지하철을 갈아타고 세느강에 도착하니 9시 45분. 강변으로 갔더니만 10시에 출발하는 배가 있다고 해서, 유레일 할인도 안 되고, 학생할인도 안 되던데 그냥 표 사고 탔다. 아, 배를 타기 전에 한국 아줌마 한 분을 만났다. 단체 배낭 여행 나오셨는데, 일행과 잠시 떨어져서 먼저 파리에 오셨다는 것이었다. 그 아줌마와 함께 세느강 유람선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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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세느강 유람선 표


듣던데로 파리의 야경은 참 멋있었다. 세느강 위로 걸쳐져있는 다리들도 조명을 받아 멋있고, 강변에 앉아 있는 사람들도 멋있고, 특히 우뚝 솟아있는 에펠탑은 조명발의 극치를 달렸다.(낮에 보면 쇳덩어리라는 느낌밖에 안든다던데, 야경은 정말 죽였다. 이거 하나만으로도 파리에 올 만한 가치가 있을 정도로...) 세느강을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유람선 위에서 야경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잘 나올지 걱정이 되지만), 다른 유람선 타고 가는 사람들과, 아니면 다리 위에 있는 사람들과 서로 손을 흔들면서, 이야기도 하면서, 강변에 있는 건물들 감상도 하면서 유람선 위에서의 시간을 보냈다. 아, 민박집에서 보면 왠 등대가 보였는데, 알고 봤더니 에펠탑 꼭대기에서 조명을 비추는 것이었다. 그 파리 외곽까지도 빛이 비출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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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을 뽐내고 있는 파리의 에펠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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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에서부터 같이 다녔던 부산의대 다니는 형과 유람선에서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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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본 노틀담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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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본 에펠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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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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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여신상은 파리에도 있다.


파리의 야경은 정말 대단했다. 한 시간 가량 유람선 타고 다시 바로 민박집으로 돌아왔다. 더 둘러보고 싶었는데, 이미 11시가 넘고 있어서 너무 늦게 들어가게 될까바 바로 메트로 역으로 들어갔다. 지하철을 갈아타고 한참 이야기 하면서 가는데, 누가 '오빠~!' 하는게 아닌가. 그래서 봤더니 로마에서 헤어졌던 민아였다. 너무너무 반가웠다. 지난 번에 집에 전화가 없다고 울 집에 전화왔다는 이야기 듣고 걱정을 좀 했는데, 잘 살아 있었다. 내가 묶고 있는 우리집 민박 말고 그 근방의 사비네 집에 있다고 했다. 지하철에서 잠시 이야기 하다가 곧 다시 런던에서 보자고 하고 헤어졌다.

들어오자마자 다시 샤워를 했다. 아무래도 그냥 자면 찝찝할 것 같았다. 사람들이 밤 늦게까지 돌아다니는지 12시가 다 되어 들어왔는데도 아무도 들어온 사람이 없어서, 바로 샤워하고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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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7. 29. 일

트랙에서 조금 기다린 후에야 열차에 들어갈 수 있었다. 처음으로 타보는 쿠셋. 그냥 컴파트먼트 크기의 객실에 3층으로 침대가 놓여있어서 여섯 명이 잘 수 있도록 되어있는 구조였다. 머,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지마는, 그래도 등 대고 누워 잘 수 있다는 것에 큰 의의를 두기로 했다. 내가 들어간 곳은 모두 한국사람들이 들어왔다. 다른 칸에도 한국사람들이 무지 많았는데, 아무래도 단체 호텔팩 혹은, 단체 배낭여행 하는 사람들인 것 같았다. 서로 이야기도 좀 하고, 짐 정리, 침대 정리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침대가 크지 않아서 키큰 사람들은 불편할 듯 싶었다. 조금 있으려니까 기차 타기 전 플랫폼에서 잠시 이야기 했던 아저씨께서 찾아오셨다. 아들과 함께 짧게(8일) 여행 하는 중이셨는데, 여행사에서 하두 겁을 많이 주어서 그런지 쿠셋인데도 안심이 안 된다고 그러셔서 쇠사슬 빌려드린다고 했더니, 그 칸에 아무도 없다고 더 걱정 된다고 하시면서 쇠사슬을 빌리러 오셨다. 머, 나는 쓸 일이 없으니까 기꺼이 빌려드리고 잠에 빠져들었다.

잠깐 자고 있는데, 차장이 들어와서 유레일와 예약표를 확인했다. 듣기로는 유레일과 여권을 가져간다고 하더니 그냥 확인만하고 가버렸다. 그러고는 달리는 기차에서 다시 잠 속으로...

문을 두드리며 10분 남았다는 소리가 들리길래 벌떡 일어났다. 조금이라도 빨리 일어나야 세수라도 하쥐. 한국 사람들이 외국사람들보다 훨씬 깨끗(?)해서 화장실을 많이 쓰는데, 여자들 들어가면 끝도 한도 없이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바로 일어나 화장실로 가서 세수만 하고 나왔다.

기차가 멈추고 배낭을 들고 드디어 프랑스 땅을 밟았다. 말로만 듣던 예술의 나라, 프랑스. ^^; 근데 역시 듣던데로 역도 무지 지저분했다. -.-

우선 예약해던 민박집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카드가 없어서 전화기 앞에서 있다가 한국인 한 분이 전화를 하시길래 한 번만 쓰겠다고 부탁해 전화를 했다.(제일 싼 전화카드가 50도수 짜리 50 프랑이었다. 아무래도 50 프랑치 전화 안 쓸 것 같아서...) 11호선 종점에 와서 다시 전화를 하라고 해서 지하철을 타기 위해 메트로역에 내려갔다. 표를 사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쇠사슬 빌려가셨던 아저씨께서 고맙다면서 2일권 표를 한 장 주셨다. 작년에 산건데 될지 모르겠다고 하시면서. 되면 잘 쓰겠다고 말씀드리고 받아넣었다. 창구에서 물어보니 불친절한 프랑스 여자. --+ 작년에 산건데 지금 쓸 수 있냐고 물었더니, 뭐라뭐라 말 하다가 What do you want?라고 하는게 아닌가. 참.. 모르는 외국인이 물어봤는데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 원하는게 뭐냐니. -.- 암튼 표를 넣어보니 동작하는게 아닌가. ^^ 1~5 zone을 이틀동안 무제한으로 쓰는 패스였는데 무려 180여 프랑이나 하는 넘이었다. 감사합니다, 아저씨.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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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지하철을 이틀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표


파리의 지하철에 들어갔다. 듣던데로 찌린내가... -.- 지하철 역도, 지하철 차량도 우리나라에 비하면 아주 작았는데도, 이상하게 우리나라보다 붐비지 않았다. 아, 또 다른 점은 지하철에 쇠바퀴만 있는게 아니라 고무바퀴도 달려있었다. 신기신기... 민박집에서 오라는대로 갔더니 우체국이 나왔다. 여기서 전화를 해야 하는데, 역시 전화카드가 없었다. 전화를 하던 프랑스 아저씨에게 다시 부탁..은 아니고 전화카드 어디서 사느냐고 돌려 물었더니만 파리 시내 전화할거며는 자기 전화카드 쓰라면서 빌려주었다. 민박집에 전화를 했더니 마중나온다면서 기다리라고 했다. 잠시 우체국 앞에서 파리 시내를 구경(할 것도 없었다. 일욜이라 문 연 상점도 하나 없고. -.-)하다보니 금방 나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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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전화카드. 여행 당시 '뚜르드 프랑스' 대회 중이라 이런 도안이 되어있었다.


민박집에 들어갔다. 역에서 조금 걸어가면 있는 아파트 9층(우리나라식으로는 10층)이었다. 앞에 슈퍼도 있고... ^^ 아침을 얻어먹을 수 있을까 했었는데, 아침도 주시고... 이야기 들어보니 저녁도 주신다고 했다. 아침을 맛있게 먹고 잠시 짐 정리 하다가 루브르에 가기로 결정을 했다. 왜냐... 루브르는 일욜에 30 프랑이거든.(평일은 45 프랑. 평일도 세 시 이후 입장은 30 프랑. 근데 6시에 닫으니까 제대로 못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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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 박물관 입장권


지하철을 타고 루브르역에 갔다. 지상으로 올라오니까 바로 앞에 루브르 궁이 보였다. 지도에 보니까 루브르 궁 지나 루브르 박물관(원래 박물관도 궁이었다.)으로 갔더니 그 유명한 유리 피라미드가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주욱 늘어선,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 우선 유리 피라미드를 배경으로 사진 한 방 찍고, 줄 뒤에 가 섰다. 보니까 계속 입장 시키는게 아니라 일정 인원을 입장시키고 다시 한참 안 들여보내다가 다시 입장시키고 있었다. 그래도 앞에 서 계시던 한국인 아저씨(영국서 일 하시는데 휴가차 파리에... 영국서 공부나 일 하다가 대륙 여행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랑 이야기 하다보니 지루한 줄 모르고 기다리다 들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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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루브르 박물관 앞 유리 피라미드!!


유리 피라미드 안에서는 소지품 검사(바티칸도 하더니 여기도. -.-)를 했다. 나랑 그 형이랑 스위스에서 샀던 칼이 걸려서 보관해 두고 들어갔다. 밑에서는 입장권을 사야했다. 일요일이라 30 프랑. 50프랑 지폐를 내고 One Ticket, please 했더니 30 프랑짜리 표와 거스름돈을 주었다. 입장권은 기대했던 것에 미치치 못했다. 머, 유명한 그림(예를 들어 모나리자, 혹은 나폴레옹 대관식 등)이 들어있을 줄 알았는데, 달랑 글만. -.-

표를 내고(표 내는 곳이 영어로 Ticket Control이다.) 들어갔더니만 어디서부터 봐야할 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우선 바로 보인 조각품을을 보았다. 어찌나 조각을 잘 했는지 거친 돌이 매끄러운 사람 피부처럼 보이고, 표정도 살아있고, 역동적인 동작들... 정말 멋있었다. 하도 전시물이 많으니까(이 많은 전시물의 몇 배가 지하 보관실에 있다니, 정말 엄청나게 많다.) 조각들 살짝 둘러보는데도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보고 쉬고, 보고 쉬고... 그러다가 같이 들어왔던 형이랑 떨어져버렸다. 찾으려고 20여분 헤매었는데, 그 넓은 곳에서 찾을 수 있어야쥐. 결국 한참 찾아 헤매다가 포기하고 혼자 돌아다녔다. 다음으로 간 곳은 나폴레옹 아파트였다.

루브르에서 나폴레옹 3세(던가??)가 살았던 곳을 복원해 두었는데 이거 화려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고는 너무 피곤해서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다가 일어나서 닥치는대로 보기로 했다. 모나리자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는데, 니케상도 보고, 나폴레옹 대관식, 메듀스호의 땟목,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그랑 오달리스크, 이것 말고도 이름은 기억 못 하지만 유명한 그림들을 볼 수 있었다. 드디어 다빈치의 모나리자. 기대하고 갔다가 실망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인지 그다지 실망스럽지는 않았다. 머, 별로 감흥은 없었는데, 그 유명한 그림을 직접 두 눈으로 봤다는데 의의를 두기로 했다. 다시 돌아나오는데, 너무 힘들었다. ㅠ.ㅠ 사람 잘 안다니는 곳의 벤치에 누워 자다가 직원이 깨워서 다시 일어나고. ^^;(루브르에서 잠 잔 사람은 아마 프랑스 황제 이후에 평민으로는 처음이 아닐런지...) 나중에는 하도 피곤하고 힘들어서 설렁설렁 봤는데도 너무 커서 다 돌아다닐 수가 없었다. 결국 4시 20분 쯤 밖으로 나왔다. 근데, 엇.. 화장실. 그래서 다시 박물관에 들어가(루브르는 표 한 번 사면 하루 중일 들락날락 할 수 있다.) 볼 일 보고 나오다가 Cyber Louvre란 곳게 갔다. 루브르 DVD를 해 볼 수 있는 곳이었는데, 피곤해서 못 봤던 작품들을 컴퓨터로 찾아보고 나왔다.

루브르에서 개선문 쪽으로 가보기로 해다. 우선 튀를리 공원이 나왔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공원을 산책하고 있었다. 공원을 가로질러 가는데 한 쪽에 사람들이 엄청 모여있어서 가봤더니 사이클 경기(이름을 까먹었는데, 뚜르 드 프랑스던가.. 암튼 세계 최고의 로드 사이클 경기이다.)를 하고 있어서 경찰들이 길 다 막아놓고 펜스치고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다. 개선문 쪽으로 계속 걸어올라가면서 경기를 봤는데, 계속 사이클 선수들이 지나가는건 아니고 간간히 지나갈 때 마다 사람들 함성 소리로 알 수 있었다. 근데, 역시 최고의 선수들이라 그런지 지나가는 속도가 장난이 아니었다.(스위스에서 스포츠 용품 가게의 텔레비전에서 봤는데, 평균 속도가 40 km/h가 넘었다. 나는 자전거 타면 겨우 평균 17 km/h ㅠ.ㅠ) 어렵사리 경주 중인 선수들을 사진 찍고 조금 더 걸어가니 콩코드 광장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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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뚜르드 프랑스 마지막 결승 날 파리에 와서 직접 볼 수 있었다.


콩코드 광장에는 가운데 우뚝 솟은 오벨리스크가 있는데, 자전거 경주 때문에 주변을 다 막아놓고 있어서 오벨리스크 가까이 갈 수 없었다. 자전거 경주 구경하는 사람들이 하도 많아서 콩코드 광장 주변을 지나가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콩코드 광장부터 개선문까지 이어지는 샹젤리제 거리를 처음에는 조금 포기하고 뒷길로 들어가 한참 가다가 샹젤리제 거리로 접어들었다.

원래 그런건지, 자전거 경주 구경하는 인파 때문인지, 샹젤리제 거리는 난장판이었다. 여기저기 쓰레기가 굴러다니고, 사람들로 바글바글 하고. 텔레비전에서 보던 그런 샹젤리제 거리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냥 사람들을 헤치며 바쁘 걸은 후에 개선문에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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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듣던 샹젤리제 거리. 뚜르드 프랑스 결승날과 겹쳐서 그런지 인산인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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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문 앞에서도 한 방 찍고!!


개선문은 참 컸다. 나폴레옹이 만들라고 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는데, 개선문의 각 면에는 각 종 부조가 조각되어있었다. 올라가 볼 수도 있다는데, 돈도 없고, 힘들고 해서 그냥 밑에서 쉬었다. 개선문에서 바라본 샹젤리제 거리를 사진에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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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문에서 바라본 샹젤리제 거리


바로 메트로 역으로 갔다. 이제 너무 피곤해서 걸을 힘이 없었다. 지하철을 잡아타고 비몽사몽간에 잘 갈아탄 후 민박집에 들어갔다.

우선 샤워를 했다. 거의 이틀동안 샤워를 못 했더니(자의가 아니었다. 여행하다보면 다 이런 경우가 생기게 된다.) 샤워를 하고 나니까 너무 개운했다. 입었던 옷은 간단하게 손빨래로 해결하고 널어두었다.

저녁식사가 시작되었다. 주인 아줌마(라고 하긴 젊던데... 주인 누나. ^^;)가 조선족(한인 민박의 상당수가 조선족이 운영하는 민박집이다.)이어서 한국 음식 맛과 똑같지는 않아도 그래도 매우 유사한 음식들을 먹을 수 있으니 마냥 행복했다. 저녁도 두 그릇 뚝딱~! 원래 계획은 저녁 먹고 다시 야경 보러 나가는 것이었지만 밀려오는 피곤을 어찌할 수 없었다. 침대에 누웠더니 스르르 감기는 눈. -.-

눈을 떠 봤더니 밤 10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밖은 아직 해가 다 떨어지지 않아서 황혼이 생기고 있었다. 나갈까 말까 한참 고민하다가 그냥 푹 쉬자 생각하고 새로 만난 민박집 사람들이랑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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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7. 28. 토

알람을 맞추어 놓은 시각은 8시. 시계가 울리기는 했는데, 더 자고 싶은 마음에 누르고 다시 자버렸다. 그러고 일어난 시각이 9시 즈음이었다. 같은 방에 자고 있는 사람들은 그대로 다 자고 있고, 혼자 일어나서 어제 못한 샤워를 비밀리에(아침에는 샤워 하지 말라고 쓰여있길래...) 했다.

다시 방에 둘아와 먹을 것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이 비싼 스위스, 사 먹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토스트 빵에 잼과 치즈를 넣어 샌드위치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하나둘 일어나고... 빵을 다 준비할 무렵에는 다들 나가고 없었다. 그 중 한 분이 같이 인터라켄에 가자고 하셔서 먼저 칼 잠깐 사러 나가시고, 그 동안 방에서 준비를 하고 있었다. 11시즈음 되어 칼을 사서 들어오셨길래 배낭을 다 싸서 2호실에 넣어둔 후에 밖으로 나갔다.

인터라켄으로 가는 기차는 11시 35분에 있었다. 역에 일찍 가서 잠시 기다리다가 들어온 기차를 타고 인터라켄으로 출발했다. 역시 에어콘은 안 나왔다. -.- 같이 간 형은 77년생, 부산의대 97학번이었다. 우연히 이렇게 만나서 인터라켄으로 가는 두 시간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특히 그 형은 음악을 좋아해서 유럽 여행하는 동안 음악회를 쫓아다니느라 돈이 무지 많이 깨졌다고 했다. 음악에 대한 이야기, 학교 공부에 대한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기차를 타고 갔다.

인터라켄 동역(Interlaken-Ost)에 도착했다. 인터라켄은 호수(lake) 사이(inter)에 있는 도시였다. 동역 말고도 서역이 있는데(유럽은 도시 하나에 대부분 역이 두 개 이상있다. 많은 곳은 무지 많다. 헷갈리면 엄청난 삽질뿐. -.-) 서역 주변이 볼게 많다고 해서 서역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는 동안 무지 많은 상점들(기념품 가게)과 무지 많은 일본인들(인터라켄엔 한국사람 많다 들었는데, 일본 사람이 엄청 많았다.), 그리고 그런 일본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일본어 안내문들... 심지어 '일본어 됩니다.', '일본어 관광 안내 가능' 이라고 쓰여있는 곳도 있었다.

서역에 도착해는데, 사실 인터라켄이 융프라우요흐(는 예산 사정으로 포기. ㅠ.ㅠ) 올라갈 거 아니면 볼게 없는 곳이라, 그냥 유람선만 잠깐 타보기로 했다. 서역 뒤 쪽에 있는 유람선 선착장에 갔더니 2시 50분에 다음 배가 떠난다고 했다.(그 때 시각 2시 10분.) 대강 빵 뜯고, 사과 먹고 하면서 기다리다보니 배가 들어왔다. 배를 타고 출발할 때 까지 또 학교 이야기 하며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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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배가 맑은 빙하 호숫물을 가르며 들어오고 있다.


배가 출발하고 드디어 튠호(Thunasee)에 들어갔다. 빙하가 녹아 고인 물이라 그런지 정말 맑고 시원해 보였다. 잠시 배를 타고 가는데, 저쪽 산 위에서 우르릉 꽝~ 하는 천둥 소리가 들리는게 아닌가. 그래서 주위를 둘러봤더니 산 허리 즈음에 걸린 구름들이 심상치 않아보였다. 그래서 호수 한 바퀴 도는 코스는 바로 포기하고 첫번째 선착장에 내렸다.

그 곳은 한마디로 휴양지였다. 호숫가에 바로 잔디밭이 있어서 사람들이 선탠하고, 비치발리볼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요트나 보트도 타고, 더우면 호수에 뛰어들어 노는 그런 곳이었다. 다들 수영복을 입고 있으니까 반팔, 반바지 다 입고 있는 우리들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호수 주변을 잠시 산책하다가 보니 바람이 점점 거세지고,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좀 전까지만 해도 호수에 많이 떠있던 요트나 보트들이 하나둘 들어와서 호수에는 거의 없었다. 잔디밭에서 선탠하던 사람들도 하나둘 자리를 접고 들어가고 있었다.

돌아가는 배 시간이 곧 되어서 선착장으로 나갔다. 반팔 입고는 좀 쌀쌀할 정도로 바람이 몰아쳤고, 잔잔했던 호수에는 파도가 일고 있었다. 그 때 저 멀리 보이는 유람선 한 척. 용(Dragon)모양이 아닌가. 입에서는 연기까지 나오고 있었다. ^^; 참 유치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이들은 매우 좋아할 것이 분명하니까 좋은 아이디어 같았다. 암튼 그 유치찬란한 배를 타고 다시 서역으로 돌아왔다.

서역에서는 루체른으로 바로 가는 기차가 없었다. 다시 동역으로 걸어가는데 비가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서둘러 동역에 들어가 이미 들어와있는 기차를 두고 플랫폼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에어콘 안 나오니까. -.- 들어가면 바깥보다 더 덥다.) 출발할 시간이 되어 기차에 올랐다. 루체른까지 다시 두 시간. 음악을 들으며 꾸벅꾸벅 졸면서 기차를 탔다.

루체른에 도착한게 7시 30분이 조금안 된 시각이었다. 7시까지 주는 12 CHF짜리 메뉴를 과연 먹을 수 있을지 궁금해하면서 민박집으로 향했다. 아줌마께 말해보니까 직접 오늘 책임자에게 물어보라고 해서 일단 자리를 잡고 앉아서, 시간이 지났는데 Today's Special을 먹을 수 있냐고 물었더니만 아무 망설임 없이 OK~! 라고 했다. 혹시, 이거 우리가 생각하는거랑 다른게 아닌가 해서 다시한번 확인해 봤더니 12 프랑짜리 밥이 맞다고 해서 안심하고 기다릴 수 있었다. 아, 눈물나는 12 프랑짜리 밥. 역시 고추기름 마구 쳐서 먹었더니 그래도 밥이라고 너무 맛있었다.

밥을 맛있게 먹고 배낭 들고 나와서 아줌마께 잘 지내다 간다고 인사드리고 역으로 향했다. 바젤까지 가는 기차가 8시 54분.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었다. 이제 스위스도 마지막이라 남은 돈을 쓰려고 보니 5. 60 CHF이 남아있었다. 밥이 약간 모자른 듯 해서 역에 있는 스낵 파는 곳에서 5.40 CHF짜리 샌드위치 하나를 사먹었다. 참치 샌드위치였는게 맛이 꽤 좋았다. 양도 많고. 그 사이 그 형은 잠시 화장실에 갔다. 머 빠진게 없나 배낭을 열어봤는데, 아뿔싸... 널어두었던 수건과 빤쓰, 목욕타월을 안 가져온 것이었다. 기차시간까지는 이제 25분 남았는데, 화장실 간 형은 안 오고... 5분이 지나 20분 남았는데도 안 오길래 주변에 다행히 한국 여행자들이 있어서 가방 좀 봐달라고 부탁하고 부리나케 민박집으로 뛰어갔다. 다행히 잘 걸려있었던 것들을 한 손에 쥐고 다시 역까지 달렸더니만 겨

우 8시 50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기차에 올라 자리를 잡으니 바젤행 기차가 출발했다.

뱀다리...
스위스에서 프랑스로 넘어가는 국제열차는 바젤에서만 출발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루체른에서, 그 형은 쮜리히에서 파리가는 걸 쿠셋으로 예약을 했는데, 똑같은 기차를 바젤에서부터 타게 되어있었다. 아무래도 바젤에서 프랑스행 트랙이 아예 따로 있고... 암튼, 그렇다. 그냥 바젤까지는 유레일로 가고, 거기서부터 예약한 기차 타면 된다.

바젤에 도착해서 세 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다. 10시 넘어 도착했는데, 0시 50분에 기차가 출발했으니... 그냥 앉아서 이야기 하다가 보니 12시가 다 되어버렸다. 그래서 트랙에 들어가 보니 이미 기차가 들어와 있었다. 그런데 아직 들어가지는 못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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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7. 27. 금

역시 자명종 소리에 일어났다. 8시였다. 어제 이야기 했던 세 명은 인터라켄 가서 융프라우요흐 올라간다더니 벌써 가고 없었다. 남은 두 명은 아직 자고 있고... 세수하고, 면도 하고, 아침으로 물과 빵. ㅠ.ㅠ(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과는 인생을 이야기 하지 말라. 돈 없어서 맨날 슈퍼마켓 빵 사먹어야 하는 이 비애. ㅠ.ㅠ) 어제 필라투스 산 올라가는 걸 관광안내소에 물어봤었는데, 융프라우요흐보다 반 이상 싸고(융프라우요흐 115 CHF, 필라투스 42.80 CHF) 루체른에서 바로 갈 수 있어서 필라투스로 마음을 바꾸었다.(목구멍이 포도청이다. ㅠ.ㅠ)

9시쯤 관광안내소로 가서 필라투스 가는 티켓을 샀다. 역 바로 앞에 있는 선착장에서 배를 잡아타고 출발~! 여기 배가 증기선이라던데, 다 증기선인건지, 일부만 증기선인건지는 모르겠다. 근데, 증기선이라면 석탄 때워서 연기도 무지 많이 나고 할텐데 안그러는걸 보면 증기선이 아닌 것도 같고... 아님 석유를 때우는 증기선인지... 암튼, 배로 타고 알프스의 호수를 떠다니는 것은 매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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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표를 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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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표로 준다.


맨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이 알프나흐슈타드였다. 미리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가 산악열차 타는 곳으로 뛰듯이 걸어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루체른 관광안내소에서 샀던 티켓을 주고 티켓을 받고(산걸 그냥 쓰는게 아니라 새로 티켓을 받아야한다. 그걸 지하철 검표기 같은데 넣어야 들어갈 수 있다.) 차례를 기다렸다가 기차 맨 앞에 가서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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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LATUS에 올라가는 가장 가파른 철길로 가는 기차가 보인다.


기차가 정말 신기했다. 계단식으로 되어있어서 기차가 한 45도 정도는 기울어져있었다. 하긴, 기차길도 기울어져있으니... 여기서 필라투스까지 올라가는 철길이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철길이라고 했다. 드디어 출발~! 뒤로 넘어갈 것만 같은 경사를 기차는 잘도 올라갔다. 이런 길을 기차가 다닌다는 것도 신기하고, 이런 경사에 철길을 놓았다는 것도 신기하고, 점점 올라갈 수록 보이는 경치들도 믿을 수 없이 신기했다. 거의 45도로 기차가 계속 올라가니까 계속해서 침을 삼켜서 내이와 외이의 기압차를 같이 유지시켜주어야 했다. 올라가다보니 소 키우는 목장도 나오고, 암벽에 매달려 올라가는 사람들도 있고, 밑에서부터 걸어 올라가는(들은 바로는 4시간이 넘게 걸린다는데...) 사람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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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를 뚫어 만든 터널로 들어가는 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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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로 철길이 보인다. 구불구불 산길을 걸어 올라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깍아지를듯한 절벽을 따라 4, 50분 올라가니 드디어 필라투스가 나왔다. 해발 2132미터. 24년동안 살아오면서 와봤던 곳 중에서 가장 높은 곳이었다. 기차에서도 느꼈던 것이었지만, 올라갈 수록 바람이 차가워지고 있었다. 그래서 필라투스에 도착하자마자 얇은 잠바를 꺼내입었다. 근방을 잠깐 돌아보기로 했다. 30분이 걸린다는 길로 들어갔더니 산을 뚤어서 동굴을 만들어 놓은 길이 나왔다. 중간중간에 구멍을 뚤어서 밖을 보도록 해 둔 곳이 있었는데, 어찌나 무섭던지... 다리가 후들거릴 지경이었다. 동굴이 끝나자 이어지는 계단. 무서워서 거의 기어 올라갔는데, 계속 올라가는 계단이 나왔다. ㅠ.ㅠ 긴장으로 인해 심장도 빨리 뛰고, 땀도 나고, 숨도 거칠어지고... 30분 걸린다는 코스를 언능 걸어서(그것도 벽쪽으로 바짝 붙어서) 넓고 편평한, 두 호텔 사이로 돌아왔다.(그래~! 나 높은거 무지 싫어한다. 아니 높은거 무지 무서워 한다. -.- 고소공포증이닷~! 그래서 등산은 좋지만, 꼭대기는 싫어. ㅠ.ㅠ) 자리를 잡고 앉아 브뤼셀에서 샀던 빵, 호텔에서 아침 먹고 챙겨온 버터, 오늘 민박집에서 받아온 물, 퓌센에서 호텔팩 사람들에게 얻었던 초콜릿 잼... 옆에서 파는 소세지도 먹고 싶고, 식당에 맛있는거 많았지만 그거 먹을 돈이 어디있는가. -.- 하지만, 남은 돈을 계산해 보니 약 100 CHF. 스위스에 오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퐁뒤를 먹어볼까, 아님 빅토리녹스 칼(맥가이버 칼)을 살까 고민 중이다. 아예 두 개 다 해버릴까?? 퐁뒤가 약 40 CHF, 잴 싼 칼이 20 CHF이었으니까... 그거 다 해도 40 CHF 남네. 아, 오늘 숙박비 25 CHF 빼면 15 CHF 남는군. 안 먹고, 안 사고 아껴서 프랑스로 넘어갈까... 고민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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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투스 정상에서... 뒤의 기둥엔 각 언어로 환영의 말이 적혀있는데, 한국어도 있다.


이제 슬슬 내려가야 할텐데, 걱정이 앞선다. 케이블카 타고 나려가야 하는데, 이거 봤더니만 장난이 아닌 것이었다. 기차야 경사가 심해도 밑은 땅(산)이었지만, 이거 케이블카는... 우. -.-

잠시 쉬다가 케이블카 타는 곳으로 갔다. 표를 넣었더니 삑삑 거리고 안 들어가지는게 아닌가. 직원에게 말했더니만 표를 바꾸어오라고 해서 캐이블카 타는 표로 바꾸었다.(사실 그냥 기차타고 내려가는게 속편했지만, 새로운 루트를 경험해 보고 싶어서 무섭지만... -.-) 케이블카 타는 곳에 갔던니 이미 사람들이 꽤 모여있었다. 여기서 밑을 보니 아찔~! 케이블카에 들어갔더니 흔들흔들 하는게 장난이 아니었다. 케이블카에 쓰여있는 걸 보니까 정원이 40명. 그래서 그런지 케이블카에 입추의 여지 없이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찼다. 어떤 미국아저씨(로 보이는 아저씨)가 하도 허풍을 떠는 바람에 무서운게 좀 나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무서운걸 어쩌랴.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내려갔다. 철렁철렁 하면서 내려가는데 어찌나 무섭던지, 옆에 있는 사람에게 동조의 눈빛을 보냈더니 그 사람도 같이 웃어주었다. 케이블카로는 필라투스의 약 3분의 1쯤 내려왔다. 그 다음부터는 곤돌라. 곤돌라를 타기 전에 케이블카에서 내렸는데, 봅슬레이 같은 걸 타는 것이 있었다. 잼있어 보여서 타는 곳에 갔더니만 어른 한 번 타는데 7 CHF. 이걸 탈까 말까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에라, 함 타보장~! 해서 표를 끊고 들어갔다. 바퀴가 달린 썰매를 타고 트랙을 내려가는 것이었다. 가운데에 레버가 있어서 당기면 브레이크도 걸리고. 속도를 좀 내볼량으로 앞 사람이 출발하고 좀 있다가 출발했다. 케이블카에서 봤을 때에는 그렇게 빠른 것처럼 안 보였는데, 직접 타니까 오옷... 빨랐다. 커브를 그냥 들어가고 싶었는데, 혹시나 튕겨나갈까봐 브레이크를 조금씩 쓰면서 트랙을 따라 내려갔다. 트랙은 상당히 길었다. 1분은 훨씬 넘게 탄 것 같았다. 다 타고 나면 내려왔던거랑은 반대로 거꾸로 리프트에 끌려서 올라갔다. ^^ 여기서 보는 경치도 장난이 아니었다. 사진을 잘 찍을 줄 알았다면 뭔가 작품을 만들 수도 있었을텐데, 실력이 없는 관계로 카메라 들고 이리저리 둘여다보다가 그냥 필름 아끼자고 안 찍었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곤돌라를 탔다. 케이블카는 컸지만, 곤돌라는 4인용이었다. 그나마 사람이 많지 않아서 결국 혼자 곤돌라 하나를 타고 말았다. 케이블카보다 작고 해서 많이 흔들려서인지 약간 속이 울렁거리긴 했지만, 바깥에 펼쳐지는 풍경은 예술 그 자체였다. 발 밑으로 지나가는 개울, 키 큰 나무, 소와 양도 있었고, 등산하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도 있었다. 한참을 타고 내려오자 땅에 닿을 수 있었다.

루체른까지는 1번 버스를 타야한다고 해서 버스타는 곳까지 갔다. 머, 특별히 찾지 않아도 관광객이 많은 곳을 따라 갔더니만 1번 버스가 와서 버스를 타고 루체른 역에 내렸다.

배는 부른데, 뭔가 허전한 기운. 돈을 아껴야 하는데 자꾸 뭐가 먹고 싶었다. 그냥 슈퍼를 가리라 다짐을 하고 루체른 구시가지를 헤매는데 떡 하니 보인 맥도널드. ㅠ.ㅠ 머릿 속에서는 '안돼~!'라고 외치고 있었지만 몸은 이미 들어와있었다. 빅맥 세트(9.90 CHF)와 샐러드(6.30 CHF)을 시켰다. 도합 16.20 CHF. 으.. 이거 울 나라 돈으로 계산하면 도대체 얼마냥? 만 2천원~!!! 그러나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라 정신없이 먹어치웠다. 아, 내일 밤까지 버텨야 하는데, 어떻게 살아가나...??

맥도널드에서 한참 쉬다가 밖으로 나왔다. 아까 아침에 필라투스 표를 사면서 얻은 공짜 초콜릿 표를 들고 Migros를 찾아갔다. 역시 한 번에 찾는 건 어려워서 주변을 한 바퀴 돈 후에 찾아들어갈 수 있었다. 물어보니까 히멀건한 포장의 초콜릿을 가져가라고 해서 그걸 들고 계산대로 가서 공짜로 들고 나왔다. 나는 공짜가 좋아~! ^^; 다시 들어가서 아래층에 내려갔다. 거기는 빵이랑 과일일랑 쥬스랑 먹을 것들이 많이 있었다. 다른 도시와 비교하면 무지 비싼 거지만, 살인적인 이 곳 스위스의 물가를 생각할 때 그나마 싼 곳이었다.

그냥 구시가지를 거닐다가 본 빅토리녹스 칼(맥가이버 칼). --+ 이걸 살까 말까 어제부터 망설이고 있었는데, 복잡한 건 필요없고 간단한게 18 CHF이라서, 그래 눈 꾹 감고 사자~! 들어가서 다시 이리보고 저리보고 한 후에 어제부터 점찍어 두었던 18프랑짜리를 봤다. 투명한 것으로 사고 싶어서, 투명한 것이 있냐고 물었더니 그 모델 말고 클래식 모델은 있다고 해서 클래식 모델 투명 파란색을 골랐다. 이름도 David Kim이라고 공짜로 새겼다. ^^; 케이스도 하나 사고... 도합 32 CHF. 이제 굶어야쥐, 굶어~!

구시가지를 돌아다니다가 어제 잠깐 보고 지나갔던 자전거샵에 가서 구경도 하고, 여기저기 들어가서 아이쇼핑만 하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우선 긴바지 벋어던지고 반바지로 갈아입은 후 파리에 어디서 묵어야 할 지 다시 심각하게 고민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새로 온 사람들이랑 이야기도 좀 했다.

우선 파리 숙소 예약을 하고 먹을 것도 좀 사려고 나갔다. 공중전화기를 찾는데 왜 이리 안 보이던지(울 나라는 곳곳에 공중전화기가 있는데.) 먼저 Migros 슈퍼에 갔다. 역시 쌌다. 바나나 일곱 송이, 천도복숭아 세 개, 토스트 빵, 슬라이스 치즈, 떠먹는 요구르트 네 개, 오렌지 주스 1리터. 이 모두가 14 CHF 조금 넘었다. 아 행복해. ^^;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시계 백화점 앞에 있는 공중전화에 들어가 파리 민박집 중 한 곳에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예약 성공~! 런던까지 했어야 했는데, 생각을 봇 하고 숙소로 돌아와버렸다.

먹을 것들을 정리했다. 우선 토스트 빵이 있으니까 하루는 너끈히 버틸 거구, 잘 하면 파리에서 아침과 점심도 때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까 독일에서 목사님게 얻었던 미싯가루가 있는게 아닌가. 실험적으로 한번 타보았다. 그런데, 병 입구는 너무 좁고, 봉지 뜯어진 곳은 너무 커서 넣기가 매우 힘들었다. 같이 주셨던 꿀까지 넣어 맛있는 미싯가루를 만들어서 조금 마시고 내일 먹을 것을 만들어 두었다.

한참 미싯가루와 씨름을 한 후에 런던에 숙소를 잡으려고 전화번호를 찾았는데, 이런~! 메모장 두 개 모두 없어진게 아닌가..!! 뜨아, 아까 파리에 전화하고 그냥 안에 두고 나온게 틀림없었다. 정신없이 공중전화박스로 찾아갔다. 누가 전화를 하고 있었는데, 안에 보니까 아직 잘 있는게 아닌가. 휴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도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메모장을 가지고 나왔다.

바로 옆에 빈 곳에 가서 런던에 전화를 걸었다. 런던의 두리 하우스였는데, 다행히 예약이 되었다. 아직 날짜는 정확치 않으니 곧 다시 전화해 드린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마땅히 갈 곳도 없고 해서 페스티벌이 열리는 곳으로 갔다.(지금은 루체른에서 Blue Balls Festival 기간) 가는 길에 어제도 봤었던 인형같은 아저씨들의 공연도 다시 보고, 스프레이만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구경하다가 공연장으로 갔다. 오늘은 여자 보컬을 앞세운 밴드였다. 블루스와 락, 컨트리를 넘나들며 재미있게 공연을 봤다. 울나라 같았으면 이런 곳에 아이들밖에 없을 텐데, 여긴 다 아줌마, 아저씨들, 심지어 아이들을 대려온 부모들까지. 그리고 다 나름대로 즐기는, 그러니까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음악에 몸을 맏기고 흔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보컬이 깜짝 손님을 소개한다고 해서 봤더니 맹인 한 명이 기타를 가지고 나왔다. 박수와 함성, 휘파람 소리가 대단한 걸로 봐서 이 곳에서는 꽤 알려진 사람이었나보다. 특이하게 기타를 세워치는게 아니라 무릎 위에 눕혀놓고 기타를 쳤다. 근데 어찌나 잘치던지, 박수가 절로 나올 정도였다. 앞이 안 보이는 장애를 극복하고 이렇게 기타를 잘치다니...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의 박수와 함성이 더더욱 커졌다.

재미있게 공연을 보다보니 벌써 10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11시에 문 닫는다고 해서 바로 숙소로 돌아왔다. 사워를 하려고 했지만, 여자들이 벌써 줄서 기다리고 있어서 포기하고 낼 아침에 일직 일어나 하기로 했다. 그냥 양말만 빨고 바로 누워 잤다. 내일은 인터라켄만 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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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7. 26. 목

알람시계도 맞춰놓고 잤었는데, 역시나 엄청 큰 소리로 날 깨워주었다. 한 10분 정도 누워있다가 일어났는데, 다들 자고 있었다. 먼저 화장실에 들어가서 머리도 감고, 세수 하고 나왔다. 다들 일어나 씻고, 가방을 챙기고 아침을 먹기 위해 아래로 내려갔다. 부페를 생각했었는데, 콘티넨탈 브랙퍼스트(Continental Breakfast, 빵, 우유, 치즈 등 간단한 아침 식사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부페식 아침 식사는 American Breakfast라 한다.) 였다. 접시 하나에 크로와상 하나, 바게뜨 작은거 하나가 있었는데, 그거 다 먹고 옆에 있는거 한 접시 더 먹었다. ^^; 쥬스도 마시고, 삶은 달걀도 하나 까먹고 치즈도 세 장이나 먹었다. 나올 때 잼이랑 버터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방에 다시 올라와 짐을 가지고 바로 내려가 체크 아웃(이랄 것도 없고 열쇠 건내주고 끝)을 했다. 서둘러 브뤼셀 남역으로 갔다. 역에 도착해서 줄발할 시간 가까이 될 때 까지 역 안에서 기다렸다. 섯불리 플랫폼에 올라갔다가 어제처럼 플랫폼이 바뀌어 기차를 놓치는 일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 시간이 다 되어 올라갔더니 기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이 그렇게 많이 타는 구간이 아니었는지 컴파트먼트 하나가 예약이 한 좌석도 안 되어있길래 하나 떡 하지 잡고 앉았다.

기차는 제시간에 출발했다. 코스를 보아하니 벨기에에서 룩셈부르크를 거쳐, 프랑스를 지나 스위스에 들어갈 것 같았다. 셋이 컴파트먼트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중국인 만나면 나오는 나의 단골 메뉴, 제작년에 중국 갔었다는 이야기(사실 자기네 나라 갔었다고 하면 다들 좋아한다. 우리도 외국인이 우리나라 와봤다 하면 좋아하는것 처럼.)부터 시작해서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대한 폭 넓은 이야기를 했다. 주로 중국과 한국을 비교하면서. 북한 이야기가 나와서 한참 통일, 남북관계, 중국과 타이완 이야기도 했었다. 말이 하도 많이 막혀서... 정말이지 영어 공부 좀 해야겠다.

룩셈부르크를 지나 프랑스에 들어왔다. 프랑스 차장이 들어오더니 여권 한번 훑어보고 나갔다. 역시 유럽 최대, 세계 2위의 농업 수출국 답게 철길 옆에 있는 농지가 장난이 아니었다. 옥수수면 옥수수가 좌악 심어져 있는게, 정말 광활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야기도 하고 경치도 보다보니 부족한 잠 때문에 졸음이 밀려왔다. 한 시간 정도 자다가 일어났더니 프랑스의 끄트머리에 와 있었다. 음악을 들으며 경치를 보고 있으려니, 알프스가 가까워져서 그런건지 산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아, 여기부터는 스위스인가보다 라고 생각하자마자 바젤(Basel) 역에 도착했다. 나는 갈아타야 했기 때문에 중국인 부부와 작별인사를 하고 내렸다. 여권 검사를 하는 것 같더니 머 별로 보지도 않고 그냥 나가게 해 주었다. 나오자 마자 벤치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보니까 어라, 베네치아에서 만났던 사람들이었다. 역시 유럽은 좁아. 잠깐 이야기 하다가 여행 잘 하라고 인사하고 헤어졌다.

원래 계획은 어제 밤 밤기차를 타고 쮜리히에 가서 오늘 쮜리히 잠시 둘러보고, 루체른에 저녁 즈음 들어가 예약한 민박에서 자고 하는 것이었는데, 이거 완전히 계획이 엉망 되어버렸다. 쮜리히까지 갈 시간도 없고, 어짜피 오늘 루체른 가야 하는거 바로 여기서 가는 걸 타는게 나을 것 같아 시간표를 보니까, 옷, 1분 남았당~! 헐레벌떡 뛰어서 트랙에 올라가니 꾸질꾸질한 기차가 서 있었다. 어떻게든 빨리 가서 쉬고 싶었으니까 바로 그 기차에 올라탔다.

에구에구... 에어콘이 안 나오는 기차였다. 아직 고도가 많이 안 높아서 그런지, 남쪽으로 내려온 만큼 더웠다. 기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경치를 모니까, 이야, 이거 정말 이쁜 나라가 아닌가. 요밀조밀 크고 작은 산들이 있고, 집들도 옹기종기 이쁘게 모여있었다. 간간히 작은 개울도 있고, 호수도 있고... 물가가 비싸다고 해서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안 먹고 안 쓰지, 뭐. 설마 자연 경관 둘러보는데 돈 내라고는 안 할테니.

그 더운 기차를 한 시간 십분 정도 탔더니 루체른 역에 도착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역이 크고 현대적이었다. 스위스에서는 아멕스 여행자 수표를 환전해 보려고 생각하고 있어서 우선 i를 찾아가 아멕스 지점을 물어봤다. 지도 상으로는 얼마 멀지 않았지만 무거운 배낭을 매고 찾아가는 길은 어찌나 멀던지... 겨우 찾아들어가 150유로를 환전해서 223.9 스위스프랑을 받았다.
전화기를 찾아 잠시 헤메고 찜통같은 전화박스에서 민박집에 전화했다. 2시부터 5시까지는 문을 닫고 사람이 없다는게 아닌가. 어쩔 수 없이 바로 앞에 있는 루체른호 호숫가에 앉아 시간을 때우기로 했다. 이 무거운 배낭을 매고 어딜 돌아댕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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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전화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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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쩨른 호수가에서... 민박집 들어가기 전에 기다리고 있는 중


4시 반이 조금 넘어서 호숫가에서 일어났다. 호수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인 것 같았지만 처음 찾아가는 길이니 좀 일찍 출발해서 빨랑 짐을 내려 놓으려고... 민박집 아주머니께서 일러주신대로 길을 찾는데, 그런 길 이름이 안 보이는게 아닌가. 결국 구시가지를 대강 한 바퀴 돈 후에야 겨우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중국 음식점이었는데, 그 위 쪽이 민박집이었다. 닫혀있는 음식점 문을 열고 들어가서 아주머니를 찾아 방으로 들어갔다. 방은 음식점 위에 미로처럼 되어있었다. 목조 건물 같은데 혹시 화재라도 나며는... -.- 마치 안네가 숨어지냈던 곳이 연상되는 민박집이었다. 방은 6호실이었다. 이미 두 사람이 들어와 있어서 인사를 하고 방에 들어갔다. 이야기를 좀 하다가 루체른에서 나가는 기차표 구하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바로역으로 나갔다.

루체른 역으로 가서 예약 창구에 갔더니 기차 시간표를 조회하는 컴퓨터가 있었다. 컴퓨터로 조회해 보니 28일(토) 밤에 파리 동역에 가는 기차가 있어서 프린트를 해서 이 표를 달라고 했다. 다행히 쿠셋, 좌석 모두 있어서 이번에 쿠셋을 꼭 타보리라 하고 쿠셋을 예약했다. 무려 22 CHF.(만 오천원 정도. 좌석은 4 CHF이었는데...)

이제 기차는 해결했으니 숙소를 예약해야 했다. 전화를 걸기 위해 가장 소액권 전화카드인 5 CHF짜리 전화카드를 샀다.파리에도 한인 민박이 많이 있는데, 나이스맨이라는 곳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전화해 봤더니 예약이 다 되었다는게 아닌가. 오늘 당장이 아니라 사흘 후라고 해도 이미 다 예약이 되어있다고 했다. 그래서 다른 곳 몇 군데 추천해 달라고 해서 전화번호 몇 개 받아적고 전화를 끊었다.

이제 어디로 갈까.. 고민하며 길을 걷고 있는데, 누가 아는척을 하는게 아닌가. 아까 방을 같이 쓰게 된 그 친구들 중 한 명(둘 다 81년생, 초등학교 친구 사이라고 했다.)이었다. 다른 넘은 피곤하다고 안 나와서 혼자 나왔다는 것이었다. 그럼 같이 다니자고 해서, 우선 역 바로 앞에 있는 카팰교를 갔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다리라는데 다리 집붕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무슨 내용이지는 모르겠고. ^^; 다리를 건너 빈사의 사자상을 찾아가기로 했다. 마크 트웨인이 말하길 세상에서 가장 슬픈 암석이다.. 했다는데 도대체 어떻길래 그런지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다.

지도를 보고 한참 걸어가고 있는데 뒤에서 어떤 아줌마가 You Two!! 하는게 아닌가. 이거 도데체 뭘 팔려고 이렇게 애타게 부르나.. 하고 무시하고 가는데, 계속 부르는 것이었다. 뒤를 돌아보니 자전거를 탄 아줌마 한 분이 우리를 불러새웠다. 더듬더듬 Lion보러 가냐고 물어서 그렇다고 했더니 이 쪽 길이 아니라면서 길을 알려주었다. 어찌나 고밥던지, 하마터라면 엄청 삽질을 할 뻔 했다. 그 아줌마의 도움으로 빈사의 사자상을 찾아갔다. 생각했던것 보다 컸다.(오줌 누는 소년상은 정말 작았는데...) 작은 공원 같은 곳에 있었는데, 사진 찍고, 앉아서 한참 이야기를 했다. 좀 앉아있으려니까 한국 사람들도 많이 왔다 가고, 일본 단체 관광객, 인도 단체 관광객도 왔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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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사의 사자상. 힘이 다 빠진 사자의 모습이 안쓰러워 보인다.


우리나라 여행 안내서에는 안 나와있지만, 루체른 관광 안내소에서 나누어준 책자에 있는 Musegg Wall(어떻게 읽는지 모르겠다.)에 갔다. 빈사의 사자상에서 그리 멀지 않았는데, 성벽 위로 올라가 다닐 수 있었다. 성루를 통해 올라가 성벽 위를 걸어가는데, 어떤 아저씨 둘이 이미 저쪽은 문을 닫았다면서 더 못간다고 했다.(아마도 성벽 관리인이었나보다.) 그래서 책에 소개되어있던 시계탑은 어디냐고 했더니 아직 거기는 닫지 않았으니 올라가보라고 해서 시계탑에 올라가보았다. 다리가 후들거리며(나 원래 높은 곳 무지 싫어한다.) 시계탑 꼭대기 까지 올라갔지만, 밖이 잘 보이지 않아 실망하고 내려가려는데, 댕~!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다. 시계를 보니 8시. 일곱번의 우뢰와 같은 종소리(종 치는데 바로 옆에서 들어본 적 있는가? 귀가 찢어지는 줄 알았다.)를 더 듣고서야 다리를 움직일 수 있었다. 다시 성벽으로 나가 도시 쪽을 보니 아름다운 광경이 좌악 펼쳐졌다. 성벽이 있는 곳이 루체른 뒤쪽 산이 있는 곳이고, 거기서 또 성벽 위로 올라와 있으니 루체른 시가지, 앞 쪽의 높은 산들이 너무너무 이쁘게 잘 보였다. 그냥 내려갈 수 없어 이름도 모르는 산에 카메라를 대로 셔터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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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 위에서 찍은 루쩨른 시가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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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탑 중 하나에 올랐다가 우뢰와도 같은 종소리를 들었던 것이었다. 그 앞의 파란 잔디 깔린 축구장


성벽 뒤쪽으로 갔다. 아까 성벽 위에서 봤더니 운동장이 보였었다. 축구장이 나왔는데 잔디구장. -.- 하긴 바젤에서 루체른으로 기차타고 오는데도 잔디구장을 몇 개 봤다. 푸른 잔디를 밟아보고, 옆에 있는 농구장에 갔더니 중국아해들(진짜 중국인들 많다. 현지에 사는 화교들은 말할 것도 없고(도처에 중국인 식당, 중국인 가게), 여행 다니는 사람도 엄청 많다.)이 농구를 하고 있었다. 잠시 구경하다가 길을 따라 시가지로 내려갔다.

시가지로 가는 길에는 소를 키우는 목장이 있었다. 영화에서나 보던 것 처럼 소 목에 종을 달아놔서 소가 움직일 때 마다 딸랑딸랑...

시가지로 내려가니 카팰교와는 또 다른 목조다리가 나왔다. 이름하야 쉬프로이어 다리. 카팰교 보다는 좀 작지만 역시 여기에도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쉬프로이어 다리를 건너 카팰교로 다려나서 다시 가팰교를 건너 카팰교를 배경으로 사진 한 방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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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래된 목조 다리라는 카팰교 앞에서 찰칵~!


아까부터 저쪽에서 음악소리가 들리길래 가보았더니 Blue Balls Festival이라면서 블루스 밴드가 공연하고, 사람들은 여기저기에 있는 맥주바에서 맥주를 사 마시며 즐기고 있었다. 사람들을 헤치며(그 넓은 길이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무대 가까이 가서 음악을 들었다. 밴드 보컬이 하모니카를 연주하는데 정말 잘 했다. 박수가 절로 나올 지경이었다. 그래서 사진 또 한 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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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루쩨른 호수가에서 벌어지던 Blue Balls Festival


페스티벌 장소를 돌아나오다가 오토바이가 많이 주차되어있는 곳을 지나게 되었다. 같이 다니던 그 친구가 오토바이에 무지 관심이 많아서 오토바이를 배경으로 하고 사진 많이 찍어 주었다.

숙소로 돌아오니 9시가 넘고 있었다. 배가 슬슬 고파오고 있었는데(아침부터 먹은 거라곤 어제 샀던 빵과 주스 뿐.) 숙소 아래에 있는 중국인 식당에서 12 CHF에 식사가 있다고 해서 그걸 같이 먹기로 했다. 민박집 아줌마에게 말 했더니만 그 메뉴는 5시 반에서 7시까지만 파는 메뉴라는 것이었다. 우리가 가능한 불쌍하고 처량한 표정과 몸짓을 보이자 돈 없는 학생들을 위해 해주어야지 어쩌겠냐며 테이블에 앉아있으라고 하셨다. 살았다.^^; 근데 12 CHF도 싼 돈이 아니다. 닭고기 요리에 밥 한 공기가 울 나라 돈으로 8천원이 넘으니... 그나마 이건 정말 싼 식사다. 보통 20 CHF이 넘고, 30 CHF 넘는 식사도 많았다. 이놈의 스위스 물가는 정말 살인적이다. 암튼 조금 기다리니 아줌마가 다시 오셔서 음료수는 하나 시켜야겠다고 하셔서(허걱~! 음료수도 장난 아니게 비싼데..) 콜라 피쳐를 시켜서 나누어먹기로 했다. 잠시후 나온 요리에다 핫소스, 고추기름, 고춧가루를 듬뿍 뿌려 먹으니 매코~~옴 하니 먹을만 했다. 으아, 유럽 배낭 여행 중 가장 비싼 식사를 먹는구나... 그래도 맵게 먹어서 그런지 정말 맛있었다. 배도 고프기도 했고. 땀을 뻘뻘 흘리며 밥 한 톨, 고기 한 조각, 콜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계산을 하러 갔더니 셋이 합쳐 49 CHF. 한 사람 당 16 CHF(약 만 2천원. ㅠ.ㅠ)이었다.

밥을 먹고 바로 방으로 올라갔다. 이 민박에 화장실이 하나 뿐이라 사람들이 들어올 시간이 되면 샤워하기가 힘들어질 것 같아서. 배낭에서 샤워할 걸 꺼내고 있는데, 아줌마께서 들어오셔서 방을 바꾸어야겠다고 하셨다. 이 방은 여자들만 쓰게 하고 남자들은 다른 방으로 다 옮기라나. 그래서 위에 있는 8호실로 갔다. 침대가 여섯개 있는 방이었는데, 아까 방보다 훨씬 시원했다. 짐을 옮기고 대강 정리를 한 후에 샤워를 했다.

샤워를 하고 올라와 이틀간 입었던 옷을 다 빨고 있는데, 사람들이 들어왔다. 같이 한참 이야기를 하다가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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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7. 25. 수

벌써 19일째다, 인천을 박차고 날아오른지... 유럽에서만 18일째. 여행도 이제 종반을 향해 가고 있다. 오늘까지 유럽에서 딱 13일만 있으면 런던을 박차고 날아오르게 된다. 물론 방콕에서 6일간의 스톱오버(Stop Over)가 있긴 하지만...

벌써 오늘이 되었다. 계획은 대강 세웠으니 짐을 좀 싸다가 자야겠다.

자명종 소리에 일어난 시간은 7시 30분. 1시 조금 넘어서 잤으니까 여섯 시간이 조금 넘게 잤나보다. 일어나서 세수하고, 면도도 하고(오늘 아침 아니면 내일 밤에나 씻게 될테니... 야간열차 때문에) 그 동안 살면서 벌려놨던 짐들을 하나하나 다시 꾸렸다. 생각보다 짐이 많지 않아서 이상하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스트팩을 빼내었고, 스포츠샌들도 안 넣었기 때문이었다.
먹을 것만 챙기는데 그게 한 짐이었다. 지난 토욜에 산 빵이며 음료수, 잼, 요구르트, 토마토가 조금씩 남아있었다. 오늘 하루는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거기에 물병 두 개에 둥굴레차를 넣었더니... 장난 아니다. ^^;

8시가 조금 넘었더니 목사님께서 일어나셨다. 아침 먹고 나가라는 말씀에 같이 드시자고 해서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먼저 물을 끓이다가 스프를 넣고, 남아있던 프랑크 소세지를 잘라서 넣었다. 물이 끓기 시작할 때 누릉지를 넣어서 팔팔 끓이다가, 고추장을 첨가해서 끓인 후 면을 넣어 삶았다. 보글보글... ^^ 맛있는 냄새가 진동했다. 목사님과 함게 맛있는 아침 식사를 하니까 벌써 시간이 8시 45분~! 53분 버스를 타야 했기 때문에 서둘러 설것이를 하고 마지막으로 가방을 챙기는데, 목사님께서 가져가라며 미숫가루와 꿀을 주셨다. 감사합니다, 목사님~! ㅠ.ㅠ

후식으로 토마토 하나를 입에 물고 허둥지둥 목사님께 인사를 하고 나와 버스 정류장으로 뛰어갔다. 토마토를 다 먹으니까 버스가 와서 Oespel역으로 갔다. S-Bahn이 올 때까지 가방 정리를 좀 하다가 타고 도르트문트역에 도착했다. 오늘 타야하는 기차는 이체. ^^ 이 좋은 이체도 오늘 독일과의 이별과 함께 끝이다.

이따가 국경을 넘어 벨기에로 넘어가면 일주일 동안 머물렀던 독일과도 안녕이다. 깨끗하고, 조용하고, 참 좋은 나라였는데... 영어도 잘 통하고.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자전거 가져와서 독일만 한 달 정도 여행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차 안에서 심심해서 엽서 두 장을 썼다. 하나는 기식이에게, 다른 하나는 대영이에게. 보내준다고 약속을 했으니 보내주어야쥐.

드디어 벨기에에 도착했다. 브뤼셀 중앙역에 내렸는데, 기차가 지하로 들어와 있었다. 여기는 기차역이 지하에... 우선 환전소를 찾았다. 가지고 있던 24DM을 바꾸니까 402 벨기에 프랑을 주었다. 바로 코인라커(Coin Locker)나 짐보관소(Luggage Center)를 찾았다. 위아래로 좀 왔다갔다 하다가 짐보관소를 찾아 배낭 하나를 맡겼다. 짐 하나당 90 벨기에 프랑인데 찾을 때 주면 된다고 쓰여있어서 언능 역 밖으로 나왔다.

여행 안내서에 따르면 그랑 플라스에 가야한다고 쓰여있었다. 브뤼셀 정치, 경제의 중심지라나? 빅토르 위고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고 격찬했다는데, 얼마나 아름다운지 봐야지. 역 바로 옆에 Information Center가 없어서 책에 있는 지도를 보고 방향을 모르고 헤매고 있는데, 한 한국 여행자가 말을 걸어왔다. 런던 in 하고 브뤼셀에 오늘 아침에 왔다면서 숙소 찾으러 돌아다니다가 여기저기 다 둘러봤다고 했다. 이제 더이상 갈 곳이 없다면서... 만난김에 여기가 어디냐고 물었더니 하루 헤매인 사람답게 금방 책에 있는 지도에서 알려주었다. 나두 헤매고 있었는데, 어느새 그랑 플라스 옆에 와 있는게 아닌가? 그 사람과 헤어지고 그랑 플라스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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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브뤼셀의 시청사. 멋지구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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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사 맞은 편의 건물. 왕궁이었는데 현재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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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 시청사 앞 광장에서 찰칵~!


아따... 유럽의 시청사는 다들 왜 이모양인지. 브뤼셀 시청사도 장난이 아니였다. 100미터 가까이 솟아있는 탑이 있는 건물인데 맨 위에 금도금을 해 놓은 입상이 하나 있었다. 맞은 편에는 왕의 집이 있었다. 지금은 시립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는데, 들어가보려고 했더니만 입장료가 있어서 바로 돌아나왔다.
무슨 사진전을 시청 아래에서 하고 있었다. The Eye of Beholder. 무료 입장이라길래 어짜피 시간도 많고 해서 들어가 사진을 보았다. 역시 작가가 찍은 사진이라 다들 멋쥐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사진도 있는 걸로 봐서 유명한 아저씨였나보다.
시청 아래에 관광 안내소가 있었다. 들어가서 City Map 하나 받아왔는데, 주는 직원이 너무 친절해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밤기차를 브뤼셀-미디 역에서 타야 하는데, 어떻게 가는지도 다 알려주고, 가까운 우체국을 물어보니까 지도에 자세히 표시해 주었다. 물론 직원의 본분이기는 한데, 얼굴에 미소를 띄고 기꺼이 해 주는 모습이 정말 기분 좋게 했다.

관광 안내소를 나와 우체국으로 갔다. 아까 직원이 잘 알려주어서 어렵지 않게 우체국을 찾아 엽서 두 장을 부칠 수 있었다.(각 34 BFr, 총 68 BFr) 우체국을 나와 오줌 누는 소년상을 보려 갔다. 가는 길에 그랑 플라스 바로 옆에 있는 성 니콜라스 사원에 잠시 들렀다가 갔다.

약간 헤매다가 오줌 누는 소년상을 찾을 수 있었다. 이미 들어 작고 별 볼일 없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정말 작았다. 그리고 알몸이 아니라 가발에 옷, 양말, 신발까지 입고 있었다. 세계 각지에서 보내온 옷 중에 하나를 입은 모양이었다. 지나가던 사람에게 부탁해서 사진 한 방 찍었다. 주위에 있는 가게를 보니 여러가지 옷을 입힌 모습을 찍어 놓은 사진, 엽서, 카드 등을 팔고 있었다. 다양한 소년상을 보다가 떠났다.

알베르토 1세 국회도서관으로 향했다. 앞에 어떤 아저씨가 말타고 있는 모습의 커다란 동상이 있던데, 그 아저씨가 아마 알베르토 1세였나보다. 그 앞에서는 많은 벨기에 아해들이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있었다. 벨기에에선 스케이트 보드가 인기있었나보다. 조금 올라갔더니 공원도 있고, 도서관 건물도 나오고... 더 올라가니까 왕립 근대미술관이 나왔다. 건물만 감상하고, 바로 앞에 있는 르와이알 광장으로 갔다. 역시 어떤 아저씨가 말 타고 있는 커다란 동상이 하나 있는, 말 그대로 광장이었다. 동상 뒤에는 큰 성당이 있어서 들어가 봤는데, 딱 보니까 그리 오래되어보이지는 않았다. 현대적인 느낌이 난다고 할까. 한바퀴 둘러보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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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토 1세 국회도서관으로 추정되는 건물. ^^ 옆에는 음악박물관이 있었다.


바루 옆에 왕궁이 있었다. 성당을 나와 오른쪽으로 길을 따라 돌면 브뤼셀 공원 맞은 편으로 왕궁이 있었다. 들어갈 수 있는 모양이었는데, 입구라고 쓰여있는 곳에 갔더니 닫혀있었다. 그냥 공원쪽으로 넘어가서 사진 한 장 찍었다. 외국은 여기저기에 공원이 있는게 참 좋다. 아테네의 국립정원, 뮌헨의 영국정원에 비할바는 못 되었지만 그래도 나무도 많고 그늘이 많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쉬고 있었다. 나두 앉아서 잠시 휴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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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왕궁. 너무 늦게 간건지, 다들 나오는 사람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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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 앞의 공원. 우리나라와 달리 시내에도 커다란 공원이 많아 부러웠다. 피곤한 다리도 쉬게 할겸, 잔디밭에 누워 책도 보고 놀다 찍은 사진.


공원을 나와 바로 앞에 있는 국회의사당을 잠시 보고 성 미셸 대성당에 갔다. 들어가자마자 들리는 파이프 오르간 소리. 그 동안 파이프 오르간을 본 적은 많지만 직접 연주하는 것을 들어본 것은 처음이었다. 큰 성당을 성령으로 가득 채우는 것 같은 느낌. 어떻게 저런 악기를 만들었는지, 왜 그동안 파이프 오르간의 매력을 몰랐었는지... 연주가 끝나자 성당 안의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이 성당 안은 온통 스테인드 글라스였다.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들으며 보는 스테인드 글라스는 정말 멋있었다. 성 미셸 대성당이야 말로 브뤼셀 최고의 볼거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성당으로 들어간 곳은 정문이 아니었다. 다시 한번 성당 안을 돌면서 스테인드 글라스를 봤다. 다시 봤더니 이 성당도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처럼 성당이 십자가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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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미셸 대성상의 파이프 오르간. 마침, 들어갔을 때 연주 중이었는데, 감동 그 자체. 최고!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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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미셸 대성당 내부의 모습. 파이프 오르간 연주에 심취해 있었다.


성당 밖으로 나와 보니 어떤 사람이 성당을 배경으로 혼자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 사람이 찍고 나서 나도 그대로 찍어달라고 Excuse me.. 하는데, '한국사람이에요.' 하는게 아닌가. 무안하기도 하고, 머리를 긁적긁적. ^^; 파리로 들어와서 벨기에로 바로 왔다고 했다. 뮌헨이랑 퓌센도 가신다길래 이렇게 저렇게 알려드리다보니 또 다른 한국 여행자 한 분이 오시는게 아닌가. 한국말 쓰는게 반갑다면서 대화에 합류하게 되었다. 어제 파리 도착해서 바로 벨기에에 오셨다면서, 일 때문에 가구랑 카페트를 주로 보며 다니신다고 했다. 근데 아직 숙소를 못 잡아서 무거운 배낭을 매고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처음부터 이야기했던 분이 같이 숙소에 가자고, 싸고 취사도 되고 좋아고 해서 그 분들끼리 같이 가게 되었다. 그러다가, 또 다른 한국분이 합류. 저녁 식사 약속을 다른 한국인 여행자와 했다고 여기서 만나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이집트부터 올라오신 분이었는데, 역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이윽고 약속한 분이 오셨는데, 어라, 아까 봤던 그 분. ^^ 세상 참 좁다. 조금 더 이야기 하다가 시청 근처에 있는 슈퍼마켓이 가기로 했다. 402 BFr 중에서 68 BFr 썼고, 배낭 찾을 때 90 BFr 줘야 하니까 대강 230 BFr 정도 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와서 쇼핑을 시작했다. 케익(만드는 빵. 여기에 크림, 과일 등을 얹으면 케익이 되는 빵이다.)이랑 한 열댓개가 한 봉지에 들어있는 빵, 주스 1리터 짜리 두 개. 이렇게 사니까 238 BFr이 나왔다. 아슬아슬.. ^^ 96 BFr 남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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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미셸 대성당을 나와 다른 한국인 여행자를 만나 찍어주신 사진. 멋지다. ^^


쇼핑을 끝내고 다들 헤어졌다. 두 분은 숙소 잡으러, 두 분은 저녁 식사하러... 나는 다시 시청 앞으로 왔다. 사온 빵을 먹으며 허기도 달래고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옆에 누가 와서 서는 느낌이 있어서 봤더니 아까 잠시 같이 있었던, 저녁 먹으러 간다던 사람들이 와있었다. 저녁을 잘 먹고 온 거라고.(누구는 빵 뜯고... ㅠ.ㅠ) 광장에서 아저씨 둘이서 성악곡을 부르고 있었는데, 한참 그거 구경하면서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다가 어떤 한국 여자 여행자 한 명이 와서 숙소를 물어봤다. 나야 여기서 밤기차로 떠나니까 아는게 없고, 남은 두 사람이 전화나 해 보라며 전화번호를 몇 개 알려주었다. 아마 숙소 잡기에는 늦은 시간이라 함들 것 같은데... 전화한다며 고맙다고 하고 그 사람은 갔다. 한참 그 자리에 서서 계속 이야기 하고 있는데, 다시 오는게 아닌가. 전화해 본 곳에 다 방이 없다면서 이참에 그냥 뮌헨으로 떠야겠다고 했다. 그래서 그럼 나랑 같이 역에 가서 표도 알아보고 하자고 해서 같이 중앙역으로 갔다.

뱀다리...
브뤼셀 중앙역은 말이 중앙역이지 중앙역이 아니다. 아마도 브뤼셀 가운데에 있다고 중앙역이라는 것 같은데, 그냥 좀 커다란 지하철 역같다. 대부분의 국제열차는 남역(Bruxelle - Midi)에서 출발한다.

열차를 알아보니 10시가 조금 넘어서 뮌헨 가는 기차, 그것도 중간 새벽 세 시쯤 갈아타야 하는 열차가 하나 있어서 그걸 타자고 남역으로 가기로 했다. 내가 맡겨 놓았던 배낭을 찾아서 오니까 다른 한국인 여행자들이랑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사람들 중에 두 명이 숙소를 구하고 돌아다니는 중이었는데, 체크인 할 때 보니 자리가 좀 있었다면서 그 쪽으로 가려는 채비를 하고 있었다. 아까부터 브뤼셀 이쁘다고 하루 머물렀으면 좋겠다고 하든 사람들이라 숙소를 먼져 알아보기로 했다. 아직 기차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었으니까. 그럼 여행 잘 하시라고 하고 혼자 브뤼셀 남역으로 갔다.

남역에 도착하니 9시 30분. 대합실에 앉아 해리포터를 읽기 시작했다. 1권인 마법사의 돌을 거의 다 읽고 있던 중이라 끝장을 보기로 마음 먹고 읽었다. 다행히 10시 15분 쯤 다 읽을 수 있었다. 약간은 황당한 이야기지만, 머 다른게 가진게 없어서...(아, 플루타크 영웅전이 있긴 했지만.)
아까도 몇 번 확인했었지만, 스위스 가는 499번 열차가 12번 트랙에서 출발한다고 해서 12번 트랙에 올라갔다. 늦은 밤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플랫폼에 있는 정보판에도 제대로 쓰여있었고, 차량 정보를 보여는 곳에도 제대로 쓰여있었다. 10시 30분. 출발 시간까지 1분밖에 안 남았는데 기차가 안 들어오고 왠 전철같은게 들어오는 것이었다. 나는 분명 쿠셋을 예약했는데 이럴리 없어, 하면서 그냥 그차는 보냈다. 10시 31분. 기차가 안 들어왔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하고 있는데, 플랫폼의 정보판의 열차 정보가 사라져버린게 아니겠는가~! 오매, 큰일났네. 이거 혼자라 내려가서 역무원에게 물어보지도 못하고, 그 흔한 역무원 하나 트랙에는 보이지도 않고. 몇 분을 발만 동동 구르다가 같은 기차를 기다리는 것 처럼 보이는 중국인에게 말을 걸었다. 그 사람도 나랑 같은 기차를 기다린다면서 아마 연착되나보다고 기다리자고 했다. 근데, 10분을 기다려도 열차가 들어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트랙에 보니 한국인 여행자 한 명이 있길래 물어봤더니 그 다음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면 잠시 내 짐 봐달라고 하고 역무원을 찾아 역 안으로 내려갔다. 역무원을 찾아서 표를 꺼내들고 왜 열차가 안 들어오냐고 묻자, 청천벽력같은 한 마디. 벌써 떠났다고... 아니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분명 12번 플랫폼이었는데 어떻게 된거냐고 물었더니, 열차가 들어오기 전에 플랫폼이 바뀌어서 안내방송이 나갔다는 것이었다. 이런~! 프랑스어로만 했는지, 영어 안내 방송은 못 들었는데...
정말 큰 일이 벌어져서 허겁지겁 다시 트랙으로 올라

갔다. 그 중국인은 어디론가 가려고 가방을 짊어지고 있었다. Hello~! 불러 세워서 자초지정을 이야기 했더니만, 엄청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우리는 공동 운명체. 그 중국인은 부인(으로 보이는... 실례가 될까봐 헤어질때 까지 못 둘어봤다.)과 함께 있었다. 중국인 둘, 나, 그리고 또 짐 봐줬던 한국인 여행자, 이렇게 넷이서 역으로 돌아가 다음 기차도 물어보고 어떻게 해야할 지 머리를 짜내기 시작했다. 다음 기차는 내일 아침 7시 16분. 그나마 한 번 갈아타야 하고, 바로 가는 열차는 12시라는데... 넷이 머리를 맏대고 고민한 결과, 기차가 없으니 움직이지는 못하고(나는 다른 곳에 밤 기차 타고 움직일 수 있지만, 그들은 유레일이 아닌 구간 표를 가지고 있어서 그게 안 되었다.), 역에서 밤을 보내는건 위험하고 해서 셋이서 가까운 호텔을 잡고 들어가기로 했다. 홀로 나은 한국 여행자에게는 플랫폼 확인 잘 해서 기차 놓치지 말고 잘 타라고 말하고 역 밖으로 나왔다.

호텔 사인이 켜져있는 곳으로 무작정 나왔다. Continental Hotel. 말이 호텔이지, 규모나 시설은 울 나라의 여관 수준이었다. 3인실에 들어가기로 하고 숙박료를 지불했는데, 당근 현금이 없으니 카드로 긁었다. 약 5700 BFr이었으므로 셋이 공평하게 나누어 나는 1900 BFr을 냈다. 으... 피같은 돈. 한국돈으로 5만 7천원. ㅠ.ㅠ 이 돈이면 하루 호스텔서 숙박 해결하고 하루 종일 슈퍼에서 배 부르게 사먹을 수 있는 돈인데. ㅠ.ㅠ 명세서에 싸인 하는 순간, 눈물이 앞을 가렸다. ㅠ.ㅠ 내일 5시 30분에 모닝콜 해달라고 하고 방으로 올라갔다.

방은 301호였다.(유럽은 우리나라랑 층 개념이 다르다. 동남아도 그런 곳이 많다. 즉, Ground Flr, 1st Flr... 이런 식으로 나가는 것이다. 그니까 301호는 우리식 3층이 아닌 4층에 있는 것이다.) 침대 세 개, 옷장, 텔레비전, 그리고 화장실 겸 욕실. 침대를 하나씩 잡고 차례차례 화장실을 썼다. 나는 간단히 샤워를 했는데, 빨래를 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다섯시간만에 안 마를 것 같아서 그냥 입던거 다시 입기로 했다. 찝찝하긴 하지만, 어쩌랴. -.- 피곤하기도 하고 낼 일찍 일어나야 해서 금방 누워서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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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7. 24. 화

역시 자명종 소리에 일어났다. 오늘도 바로 못 일어나고 잠깐 누웠다가 일어났더니 6시 40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기차표 예매도 하고 하려고 6시 53분 버스 타려고 생각하고 잤었는데... 빨랑 세수만 하고(머리는 안 감았다. 안 가려워서. -.-) 옷이랑 먹을거 주섬주섬 챙겨들고 아침 식사로 토마토 두 알 집은채로 버스 정류장으로 뛰었다.

다행히 아직 버스는 오지 않았다. 토마토 한 알을 다 먹고 두 개째 먹고 있으려니까 440번 버스가 들어왔다. 오늘 버스는 버스 두 개가 이어진 버스였다. 가운대가 휘는... ^^

Dortmund - Oespel 역에 도착해서 보니 기차 시간이 7시 16분 이었다. 그 전에는 6시 56분. 버스를 10분만 더 일찍 탔어도 6시 56분 기차로 갈 수 있었을텐데.

도르트문트역에 도착해서 내일 밤 스위스로 갈 기차 예약을 했다. 우선 브뤼셀에 가서 좀 둘러보고 기차 탈거니까 브뤼셀 -> 쮜리히를 봤다. 어제 이체 안에서 확인했던 열차가 있어서 쿠셋으로 예약했다. 무려 27마르크. 머, 하루 숙박하는 샘 치지, 뭐. 어짜피 쿠셋이라 잠은 편하게 잘테니... 쮜리히에서 파리로 가는 차를 알아보았다. 토욜에 움직일건데 아침엔 떼제베, 밤엔 IR이 있었다. 밤기차 쿠셋이 많이 안 비싸면 밤에 이동해야겠다. 스위스에서 묵을 숙소 예약을 위해 전화카드(12마르크)를 샀는데, 기차시간이 다 되어서 기차에 올랐다. 하이델베르크 가서 예약해야쥐.

어제부터 해리 포터를 읽기 시작했다. 해리가 마법학교에 입학하는 것까지 읽었는데, 꽤 재미있다. 기차 안에서 독파해야지.

해리 포터도 읽고, 잠도 자고 하다가보니 어느새 기차는 하이델베르크역에 도착하고 있었다. 가방을 들고 역에 내려 밖으로 나오니 보이는 것은 바로 Tourist Information. 반가운 마음에 들어갔더니만 지도 등을 팔고 있어서 그냥 나왔다. 책보고 다니쥐, 머.

구시가지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책에는 트램이나 버스를 타라고 되어있던데 돈이 있어야쥐. ^^; 한 40분 쯤 걷다보니 양 옆으로 상점이 좌악있는 거리가 나왔다. 제대로 찾아왔나보다. 배가 슬슬 고파서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멘자를 찾으려고 했는데, 책에 있는 지도에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한참을 그냥 길을 따라 걷다보니 책에서 표시되어있는 건물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아직 멘자 안 지나쳤다. ^^; 기운이 나서 지나 가는 사람에게 물어봐 멘자를 찾아왔다. 이야... 멘자다. ^^ 건물 밖에서도 사람들이 밥을 먹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몇몇 사람들에게 외국인이 사 먹어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별일 없을 거라면서 괜찮다고 했다. 용기를 내서 들어가 줄을 서고 밥을 받는데, 스프, 왠 생선튀김, 감자튀김(후렌치후라이 말고..) 볶음밥, 야채를 집었는데 겨우 4.80마르크~! 캐밥 하나보다 싼 가격이다. 우와... 대단해. ^^ 아까 배가 고파서 만들어온 샌드위치를 하나 먹기는 했지만, 그래도 캐밥 하나 사먹을 돈으로 먹는 멘자의 식사는 정말 배가 불렀다. 왜 이걸 이제서야 왔나 싶었다. 으... 정말 배부르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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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델베르크 대학의 구내식당 '멘자'. 저렴하고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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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자 밖의 잔디밭. 밥을 들고 나와 먹는 사람들도 있고, 자유로운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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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델베르크 대학의 안쪽 풍경. 유명한 철학가들을 배출한 대학 다운 풍경이다.



멘자에서 배부르게 점심을 먹고 나와서 아까 봐두었던 우체국으로 갔다. 어제, 아니 그제 밤 꿈에 한 친구가 나와서(무슨 내용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생각난 김에 엽서를 보내려고 간 것이었다. 0.50 마르크까리 엽서를 사서 2마르크 우표를 붙여 보냈다.

두 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하이델베르크 구시가지를 발길 닫는대로 돌아다니다가 하이델베르그 대학에 들어가 잠시 걸어다니다가 사진도 찍었다. 바로 옆에 있는 대학광장에서는 날이 더워선지 아이들이 물총으로 물장난을 하고 있었다.

뱀다리...
어제 큰맘 먹고 긴팔 바람막이 옷을 빨았다. 지난 번 퓌센에 있는 노이슈반슈타인성에 갔아돌 때 쫄딱 비를 맞았더니 퀴퀴한 냄새가 나서... 빨아서 바로 널긴 했지만 오늘 아침까지 마를리가 없지. 그래서 반바지 입으면 한기가 들까봐 긴바지 꺼내입고(벨트를 잊고 안가져와서 가지고 다니던 운동화끈으로 허리를 질끈 동여맸다.) 나왔는데, 이런, 하이델베르크에 내리니까 날이 더운게 아닌가. 남쪽으로 내려간다는 것을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또, 오늘 유난히 날이 좋아서 햇빛도 쨍쨍... 모자도 안 가져왔는데. -.-

바로 옆에 있는 성령교회에 갔다. 여행 안내서에 따르면 이 건물은 후기 고딕양식이라는데 그런건 잘 모르겠고, 지나가다가 보니 한국인 단체관광객이 보였다. 교회가 다 나오도록 좀 떨어져서 사진을 한 방 찍었다. 참, 여행 안내서에는 교회 외벽에 고서점들이 있다고 했는데, 가서 보니까 다 기념품 가게로 바뀌어있었다. 암튼, 사람 정말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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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델베르크의 구시가지. 가장 번화한 거리며, 이 거리 바로 옆에 하이델베르크 대학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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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가지 끝에 있는 성령교회. 여행안내서에 따르면, 교회 외벽엔 고서점들이 많다더만, 직접 보니까 다 기념품 가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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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델베르크의 명물이라는 칼 테어도르 다리



하이델베르크의 명물, 구 다리(칼 테어도르 다리)로 갔다. 성령교회에서 바로 한 골목만 걸어가면 네카강을 건너는 다리가 있는데 바로 그 다리였다. 다리 입구에 하얀 쌍둥이 탑이 있는데, 원래 외적의 침입을 막는 방어용 요새였다고 한다. 다리를 조금 건너다가 어떤 아줌마에게 부탁해서 뒤에 있는 하얀 쌍둥이 탑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 박았다. 다리에서 보니까 하이델베르크 성이 잘 보였다.(아까 거리에서도 간간히 보였는데, 건물에 가려서 잘 보이지는 않았었다.) 잘 보이니까 여기서 한 장 찰칵~!

구 다리를 건너면 철학자의 길로 가는 입구가 나온다. 특별하게 입구라고 설명되어있는 것은 없고 다리를 건너자마자 약간 왼쪽에 있는 횡단보도를 건너 골목으로 바로 들어가 올라가면 된다. 여행 안내서에도 저녁엔 위험하니까 혼자 다니지 말라고 되어있던데, 정말 길도 좁고 옆에 수풀도 울창해서 저녁에는 좀 무서울 것도 같았다. 도데체 무슨 길이길래 철학자의 길이라 하는 것인가... 하고 가는데, 이게 산으로 올라가는게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날도 덥고, 긴 바지에 부채도 잃어버렸는데, 산까지 오르다니. 한 10분 정도를 올라간 후에 약간 큰 길 하나가 나왔는데, 이게 바로 철학자의 길이었다. 괴테, 헤겔, 하이데거 등 쟁쟁한 철학자들이 거닐며 사색을 했던 길이라던데, 네카강과 하이델베르크성, 시내가 잘 보이는 위치라는거 말고는 별거 없어보이는 길이었다. 그래도 철학자의 길이라니까... 음음. 한 무리의 독일학생들이 선생님과 함께 이 길을 걷고 있었다. 아까 올라올 때 봤던 여자애가 내가 벤치에 앉아있으니까 와서 또 봤다면서 말을 걸었다. 하이델베르크 어떠냐고 묻길래 좋다고(독일 전체에 대한 이미지가 정말 좋다. 나무도 많고, 조용하고, 정확하고...) 대답하고 이야기 좀 하다가 먼저 일어났다. 좀 걸어가다가 철학자의 길을 한 방 찍고, 좀더 가다보니 관광객으로 보이는 한 아저씨가 있어서 사진 찍어달라고 했다. 철학자의 길에 서서 사진 한 방 찍고, 고맙다고 인사를 나누다가 잠시 이야기를 했다. 그 아저씨는 아일랜드 사람인데, 하이델베르크에 지난 일요엘에 왔고, 금욜까지 있을 예정이라고 했다. 나는 점심때 왔다가 저녁에 가는데... ^^; 한국에서 왔다니까 홍콩, 일본은 가봤는데 아직 한국은 못 가봤다고 했다. 담에 꼭 한국 놀러오라고 하고 헤어졌다. 처음 느낌처럼 별 볼일 없는 산책로였다. 철학자의 길을 다 걷고 다시 네카강을 건너 하이델베르크 중심지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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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길에 올라가면서 찍은 하이델베르크 성. 세계에서 가장 큰 포도주통이 저기에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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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길에 다 올라와서 찍은 하이델베르크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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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철학자의 길. 여길 걸으면 철학자가 되려나?



오늘은 날이 따뜻했지만, 앞으로 스위스, 영국에서 걱정이 되어 윗옷 하나 살까(밑에야 면 바지 한 장으로 버티지, 뭐.) 하고 가게도 조금 기웃거리다가 아무래도 가진 돈(40마르크)으로는 못 살 것 같아서 그냥 나와버렸다.
참, 숙소 예약해야쥐. 내일은 브뤼셀 구경을 하고 밤기차로 쮜리히 떨어지고, 바로 루쩨른에 가서 1박 할 예정이라 내일 모레로 예약하기 위해 전화를 했다. 루쩨른에 있는 '오세요' 라는 한인민박인데 아침에 오기전 전화 한 번 더 하라고 했다. 주소가 책에 나온 것과 다르다나?(여기도 경찰에 걸린 것인지...) 여행천하 책을 들고가면 25프랑에 해 준다고했다. 루쩨른 숙소 예약을 마치고 인터라켄에서 좀 위에 있는 라우터브루넨의 Valley House에 전화를 했다. 예약 하려고 한다고 했더니만 자기네는 예약을 안 받는다고 오는 날 아침에 전화하라고 하는게 아닌가. 그러마 하고 그냥 끊었다. 이제 며칠 동안의 일정은 정해졌다. 생각난 김에 집에도 전화를 했다. 잘 먹고 잘 지네고 있다고 몇 마디 안 했는데 10마르크 정도 남았던 전화카드가 2마르크 남았다. 순식간에 8마르크치 전화를 쓴 것이다. --+ 민아가 연락이 없다고 집에 전화가 왔다는데, 갑자기 걱정되었다. 이것들 다들 잘 다니고 있는 건쥐. 잘 다니면 집에라도 자주 전화 해야쥐, 말야.

원래 저녁 7시 즘에 기차를 타고 도르트문트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하이델베르크성에도 안 들어가고, 시간도 남고, 계속 돌아다녀서 피곤하기도 해서 시간 되는 기차를 타고 바로 가기로 했다. 아무래도 돌아가서 씻고, 라면이라도 하나 끓여먹고, 쉬는게 훨씬 좋으니까.

하이델베르크 역으로 가다가 전자제품 상가가 있길래 들어가봤다. 예전에 이어폰보다 헤드폰에 귀에 덜 무리가 간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헤드폰을 봤는데, 브랜드 있고, 좀 이뻐보이고, 있으보이는 모델들은 무지 비쌌다. 가진 돈은 40마르크 정도인데, 170마르크(600원 곱하면, 10만원이 넘네.)짜리 헤드폰도 있었다. 그냥 그림의 떡이려니 하고 지나가버렸다. 한쪽에는 MD, CDP, 워크맨들이 보였다. MD 싼 것(약 300마르크)도 있었는데, 좀 좋아보이고 레코딩 되는 것들은 죄다 499마르크가 아닌가. 으음. 욕심 내지 말자. --+ 나갈까 하다가 지하가 컴퓨터 매장이라길래 내려가봤다. 한 쪽에 게임기 시연하는 곳도 있었는데, 해 보려다가 잘 안 되어서 말았다. 바로 옆에 조이스틱 파는 곳이었는데, 레이싱 게임에 쓰는 핸들 모양의 조이스틱이 여러 종류가 있었다. 좀 만져보니까 마구 사고 싶어지는데, 사봐야 내 컴퓨터로는 못 하니까 꾸욱 참고 돌아나왔다. 노트북 파는 곳에는 바이오가 있었다. C1 같은 서브는 아니고 올인원 모델들이 전시되어있었는데, 14.1 인치 LCD에, DVD, 플로피, 기타 등등 다 달려있어서 3킬로나 나가는 거대한 넘이었다. 가격이 1499마르크.(600원 곱하면 90만원. 엥...??) 아무래도 가격을 잘못 본 모양이었다. 그렇게 쌀리가 없쥐.

역으로 가다가 아까 나오면서 봤던 슈퍼에 들어가 음료수를 찾았다. 근데, 탄산음료 말고는 냉장고에 들어있는게 없는것이 아닌가. 어쩔 수 없이 냉장고에 들어있던 딸기우유 하나를 0.99마르크 주고 사먹었다. 갈증을 해소하고 열심히 길을 걸어 역에서 조금 떨어진 슈퍼에서 우유 500ml짜리를 샀다.

역에 오니까 4시 45분이었다. 아까는 못 봤는데, 맥도널드가 있어서 들어가 볼일을 해결하고 나와서 트랙으로 갔다. 잠시 후에 4시 57분 기차가 들어와서 빈자리 하나 잡고 앉아 준비해온 샌드위치랑 우유를 저녁으로 먹었다.

뱀다리...
독일은 철저히 보행자 중심이다. 거의 모든 횡단보도마다 스위치가 있어서 그걸 누르면 10초 내에 보행신호로 바뀐다. 처음에는 그거 모르고 한참 서있다가 신호가 안 바뀌어서 무단횡단 하기도 했었다. 신호체계가 무너져서 길이 막히면 어쩌나.. 할 수 있겠지만, 독일서 길 막히는걸 본 적이 없었다. 큰 도시인 뮌헨에서도 차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서울, 경기 지방의 인구밀도가 너무 많아서 그런게 아닐까? 어딜(아직 그리스, 이탈리아, 독일 밖에 간 곳이 없지만...)가도 우리나라처럼 붐비고, 시끄러운 곳이 없었다.

또 뱀꼬리...
유럽은 철도 교통이 엄청 발달되어있다. 유럽 각지를 거미줄 같은 철도망으로 연결하고 있어서 어디든지 갈 수 있다. 울 나라는 기차 타면 서울 -> 부산 딱 한 루트 밖에 없지만, 유럽에는 다양한 루트가 있어서 내가 원하는 시간, 시각, 루트를 정할 수 있다. 또, 바로 가는 열차 말고도 갈아타는 것도 잘 정리(?)가 되어있어서 갈아타기만 하면 어디든 못 가는 곳이 없을 정도다. 역 또한 장난이 아니다. 조금 큰 도시에는 중앙역 뿐만 아니라 크고작은 역들이 엄청 많이 있다.(그래서 역 확인을 잘 해야 한다. 일예로 로마 <-> 베네치아 구간은 로마의 테르미니역에서 출발, 도착하지 않는다.) 철도도 어찌나 많이 깔려있는지, 뮌헨역의 경우 트랙이 30개가 넘게 있었다. 머, 그렇다는거쥐. ^^;

또또 뱀다리...
독일엔 라인강이 흐른다. 마인츠 <-> 쾰른 구간에는 유람선이 운행하는데 유레일이 있으면 무료다. 문제는 아침 일찍 다닌다는 것. 그리고 배 운행 속도가 느리다는것. 여행 안내서에 보면 마인츠에서 코블렌츠까지마도 다섯시간이 넘게 걸리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러니 유람선을 타면 하루를 꼬박 투자해야 한다. 오늘 하이델베르크를 가면서 안 것인데, 기차가 라인강 옆을 따라 한참 간다. 하이델베르크에서 쾰른 사이를 운행하는 열차는 이 라인강변을 따라 움직이는 구간이 있는데, 시간이 없으면 기차 안에서 강을 봐도 좋다. 간간히 강 위의 유람산도 볼 수 있고, 화물선도 있고, 요트도 볼 수 있고... 강 옆에 있는 크고 작은 성들도 볼 수 있는데, 배에서보다는 빠르게 지나간다는게 흠이긴 하다.

목이 말라서 어제에 이어 오늘도 콜라 한 병을 사마셨다. 4.90 마르크. 무신 콜라가 이렇게 비싼지. 아까 물이나 큰 걸로 한 병 사가지고 탈 걸 그랬다. 기차에서 내리면 가게 다 문 닫을 텐데. 먹고 남은 건 얼렸다가 내일 먹으면 되고...
이로써 이제 30마르크 정도 남았다. 목사님 숙소에서 오늘가지 공짜로 4박을 하니까 하루 30마르크만 쳐도 120마르크(600원 곱하면 7만원 이상)를 아낀 샘이다. 정말 운이 좋았다. 다른 곳에서도 이런 행운이 있을까...? ^^

해리포터를 읽고 있었는데, 이거 변환이 잘못된 것인지, 원래 텍스트가 잘못되어있던 것인지 소설 속에 이상한 문자도 많고, 사라지거나 바뀐 부분도 많이 있었다. 똑같은 부분이 다시 나오기도 하고...(책으로 치자면 한 페이지 읽고 넘겼더니 똑같은 페이지가 다시 나오는 경우.) 암튼, 재미있게 읽다가 졸려서 눈 감아버렸다. 정신없이 자다가(피곤하니까 등 닿는 곳만 있으면 정신없이 잤다.) 일어나보니 8시가 넘어있었다. 근데, 어라~! 기차가 늦고 있는게 아닌가. 에센(Essen)역에서 갈아타야 하는데, 이런식으로 가다가는 바로 있는 기차(ICE)를 놓치고, 그 다음 기차(EC)를 타야할 상황이었다. 오늘 이체 함도 못 탔는데... -.- 독일 기차는 연착이 거의 없는데, 오늘 잘못 걸렸나보다. 다음 기차를 나고 들어가면 10시 정도에 숙소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늘이 마지막 밤이니 짐 잘 챙기고 자고, 내일 아침에는 남은 돈으로 시장 봐야지.

뱀다리...
독일 기차에는 전원 콘센트가 많이 있다. 울 나라 기차는 객실에 전원 컨센트가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떤 분은 전화박스에 들어가 전화기 전원 빼고 전기기구 쓰신다는... 독일 기차 중 IC(InterCity)는 차량 하나마다 전원 콘센트가 으음...17개는 있다. 객실 내에 16개가 있고, 화장실에 전기면도기용 콘센트가 있다. 전기를 쓸 일이 있다면 미리 표를 살 때 그런 자라를 달라고 하면 되겠쥐. 유레일이라면 그런 자리에 골라 앉으면 되고. ICE(InterCityExpreess)에는 좌석 두 개마다 전원 콘센트가 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기차처럼 살롱형 좌석 두 개마다 좌석 사이에 콘센트가 있는 것이다. 이체에서는 어느 자리를 앉아도 전기를 쓸 수 있다. EC(EuroCity)나 다른 기차들은 확인 안 해봐서 잘 모르겠지만, 있기는 할 것이다. 여행 중에 전기 필요한 사람들(노트북, 캠코더, 디카 등의 소지자)은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이체 중 신형만 그렇고, 구형 이체는 마주 앉는 좌석에 있는 테이블에 콘센트가 있다.

에센역에 내렸다. 혹시나 8시 50분. 혹시나 해서 빨리 이체가 들어오는 트랙을 봤더니 다행이 바로 옆 트랙이었다. 그래서 위를 봤는데, 오호라... ^^ 이체도 약간 연착되었는지 아직 안 들어온게 아닌가. 8시 53분 쯤 이체가 들어와서 탔다. 으흐흐. ^^ 아, 아직 이체 1등석은 못 가봤으니까 이따가 내리기 전에 1등석 구경 가야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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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이체(ICE) 1등석. 독립된 3열 시트와 LCD 화면!! (@.@)



오옷~! 1등석에는 개인 비디오가 있는게 아닌가~! 좌석마다 LCD 패널이 달려있어서 자기가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볼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좌석도 더 크고, 간격도 더 넓고. 2등석은 한 줄에 좌석이 네 개 있는데, 1등석은 한 줄이 좌석이 세 개 있었다. 마치 일반 고속과 우등 고속의 차이처럼... 역시 돈 많으면 좋은 것이여.

도르트문트역에 도착해서 S-Bahn 탈 시간까지는 조금 여유가 있길래 그 동안 궁금했던 걸 물어보려고 창구에 갔다. D라는 열차랑 THA라는 열차가 궁금해서 그 동안 알아보려고 했는데, 영어로 된 것은 없고 독일어로만 있어서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처음 간 창구 직원은 영어를 잘 못해서 영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을 불러주었다. D 열차는 독일 열차인데 빨리 다니는 넘이고, 예약이 필요없다고 했다. THA는 벨기에 기차인데 역시 빨리 다니는 넘이고 예약 필수라고 알려주었다. 다른 넘들도 물어보고 싶었지만 시간도 없고, 뒤에 사람도 기다리고 해서 그냥 나왔다. 나오다가보니 물 마시는 게 있어서 다시 들어가 물을 세 컵이나 마시고 나왔다.(공짜로 물 먹는 곳이 있는 건 첨 봤다.)

S-Bahn을 타고 DO - Oespel역에 내려 버스를 잠시 기다리다가 타고 왔다. 근데 버스가 휠체어, 유모차, 자전거 가지고 타는 사람 있을 때만 기울어지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고, 몸이 조금 불편한 사람(노인, 장애인)이 있으면 그 때마다 기울어져서 타고 내리는 것을 수월하게 도와주었다. 너무너무 신기해서 내가 내릴 때에도 기울어져있길래(누가 수레를 가지고 내렸었다.) 언능 뒤로 가서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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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기울었다!! (@.@) 저상버스인데 더 기울어지니 몸 불편한 분들이 타고 내리기 편하다.



숙소에 들어가려고 용을 쓰고 있는데(문이 잠겨있으니까...) 목사님이 저쪽에서 오고 계셨다. 어디 나가셨다가 들어오시는 모양이었다. 목사님과 같이 들어와서 바로 샤워를 했다. 그렇지 않아도 더운데 긴 바지를 입고 다녔더니 땀이 많이 났었다. 샤워를 하고 나와 다시 스캐줄 정리를 하며 누룽지 + 라면을 끓였다. 목사님은 저녁 많이 드셨다고 안 드신다고 하셨다. 고추장까지 풀어서 맛있게 먹고 난 후 후식으로 토마토랑 떠먹는 요구루트(이거 정말 싸다. 네 개가 1마르크 조금 넘는 것도 있다.) 하나 먹었다.

오늘까지는 목사님과 함께 정말 편하게 지냈는데, 내일부터는 다시 고생 시작이다. 돈도 돈대로 깨지고, 고생도 하고... 젊어 고생은 사서 한다고 하던데, 별로 사고 싶지 않다. ^^; 그래도 여행이 재미있다.

오늘의 마지막 뱀다리...
유럽에 정말 한국 여행자들이 많다. 처음 도착했던 그리스도 생각보다 많았는데, 대륙으로 넘어오고 나서는 정말 많이 볼 수 있다. 근데, 다들 서로를 피하는 분위기... 항상 내가 먼저 가서 말을 걸지, 다른 한국 사람이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온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한국 사람에게 말 걸면 말 잘 통해서 좋고, 그 곳 둘러본 사람이면 어디가 가볼만 한지, 어디는 별로인지 바로 알 수 있어서 좋고, 아직 안 둘러본 사람이라면 같이 일행이 될 수도 있고 한데, 다들 서로 모른척. -.- 심지어 뭘 몰라서 허둥거리면서도 바로 옆에 있는 나한테는 말도 안 걸고 왔다갔다 하길래 말 붙여서 알려준 적도 수차례. 글고, 외국사람에게 뭘 물어보면 웃는 얼굴로 자기가 아는 한 친절하게 알려주려고 노력한다. 혹, 모르며는 지나가는 현지인을 잡고 물어보기도 하고, 어떤 이탈리아 아가씨는 영어를 못하니까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영어 할 줄 아냐고 물어서 내가 물어볼 사람을 잡아주기도 했었다. 정 모른다며는 몰라서 정말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근데, 오늘 하이델베르크 하우프트 거리 입구에서 무언갈 물어보려고 외국인들 사이를 왔다갔다 했던 한국 여행자들에게 가서 어디 가시냐고(그 때 나는 대강 다 둘러봐서 어디인지 알려줄 수 있으니까) 물어봤더니 떫떠름한 표정으로 '학생감옥이요.' 하고, 내가 거긴 안 가봤지만, 지금은 지도에서 여기고 이쯤 가면 있을 거다 하고 알려주니까 머, 별로 고맙지도 않은 듯 목만 까딱 하고는 그냥 가버렸다. 머, 항상 여행하는 사람들이 예의바르고 붙임성이 좋을 수는 없다. 나도 그런 사람은 아니고. 하지만 같은 동포끼리 웃는 낯으로 인사하고 헤어지면 얼마나 좋은가. 외국사람들을 대할 때면 항상 미소를 띄고 있는 그들의 얼굴을 잊을 수 없다.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해 문을 잠시 잡아주었을 때 주는 미소, 눈이 마추쳤을 때 주는 미소, 표를 예매하고 가는 나에게 주는 미소, 사진을 찍어주고 사진기를 건내며 같이 주는 미소... 울 나라 사람들도 미소를 자주 지었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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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7. 23. 월

이야기를 하다보니 새벽 한 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체력은 국력~! 빨랑 자야 내일 또 여행하지. ^^;

자명종 소리에 눈을 떴다. 아니 솔직히 말해 눈을 거의 안 뜨고, 자명종만 껐다. ^^; 잠시 누워있다가 정신차리고 일어나서 머리 감고 세수하고... 아침으로 빵 하나와 토마토 한 개를 먹었다. 목사님은 들리실 곳이 있어서 먼저 나가셨고, 이따가 역에서 뵙기로 했다.

7시 13분 버스를 타기 위해 뛰어나왔다. 역시 정확한 독일버스. 아직 횡단보도를 못 건넜는데, 저쪽에서 나타난게 아닌가. 에라, 모르겠다. 그냥 무단횡단하고 버스를 탔다.
오늘은 월요일. 그래서 그런지 아침에 차도 많고, 사람들도 꽤 왔다갔다 한다. 버스 속에 자전거를 가지고 탄 아줌마랑, 유모차를 가지고 탄 아줌마가 있었다. 먼저 유모차 가지고 있는 아줌마가 내리려는데, 어랏~! 문이 열리면서 차가 내리는 문쪽으로 기우는게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높지 않은 지상고(울 나라 버스는 넘 높다.아이들, 어르신들, 몸 불편하신 분들이 타기에 너무 어렵다.)를 가진 버스가 기울어지니까 거의 버스 바닥이 땅에 닿을 지경이었다. 자전거 가진 아줌마가 내릴 때에도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 오호, 신기해라. 사회적 약자를 배려할 줄 아는 마음. 바로 독일의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왜 울 나라는 이런게 안 될까. -.- 오늘 역까지 타고 오다보니 우리나라와 다른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우선 신호는 칼같이 지킨다. 울 나라였으면 정지신호가 켜져 있어도 무시하고 나가기가 다반사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 독일서는 신호가 급하게 바뀌어도 절대 지나가는 일 없이 멈춘다.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에서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일시정지 후 좌우확인, 그리고 다시 출발. 정말 기본 교통질서가 완벽하다. 정말 부러운 나라다.

도르트문트역에 도착했다. 다시 한번 기차 시간을 확인하고 있는데, 목사님께서 오셨다. 아마도 같은 S-Bahn을 타고 오셨나보다. 목사님께서는 독일 패스만 가지고 계시기 때문에 독일 내에서는 예약을 할 필요가 없지만, 오늘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가기 때문에 네덜란드 구간은 표를 예약해야 하는 것이었다. 창구에 가서 표를 예매했는데, 두이스버그(Duisburg)에서 암스테르담까지 가는 표를 왕복으로 사셨는데, 무려 80여 마르크를 주셨다. 정말 비싸구만. ^^;

우선 8시 4분 도르트문트 발 EC(EuroCity)를 탔다. 피곤해서였는지 정신없이 자다가 겨우겨우 일어나서 8시 51분 두이스버그를 지나는 ICE(InterCity Express)를 탈 수 있었다. 근데, 이번 이체는 좀 좋아보였다. 내가 가지고 있는게 Euraiil Youth니까 2등석만 타는데 평소와는 좀 달라보이는... ^^ 이제 암스테르담까지 두 시간이면 도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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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으로 가는 ICE. 조종실이 보이는 객실. 꼬리라 운전하시는 분은 없다.



계속되는 여행으로 피곤해서 그랬는지 정신없이 두 시간 정도 자다보니 기차는 어느새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 도착하고 있었다. 독일기차답게 정확한 시각에 도착했다. 우선 암스텔담 중앙역을 나왔다. Information Center를 찾아야 하는데, 아, 네덜란드에서는 Information Cennter가 VVV이다. 중앙역 나와서 왼쪽으로 바로 보였다. 들어가보니 사람들이 왕창 있고, 공짜로 주는 줄 알았던 지도는 파는 것이었다. 그냥 나와서 밖에 있던 한국인 여행자에게 암스테르담에서 뭐 보셨다고 물어보고 이야기 좀 하다가 바로 헤어졌다.

우선 담 광장으로 가기로 했다.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Thomas Cook 환전소 간판. 나중에 보니 중앙역 말고도 여러곳에 토마스쿡 환전소가 보였다. 중앙역 앞에 있는 길을 쭈욱 따라가다보니 섹스박물관이 보였다. 머, 조그만 한게 별로 볼 것도 없을 것 같고, 아직 네덜란드 길드화가 없어서 그냥 지나쳤다. 가다보니 American Express 환전소가 나와서 여행자 수표를 바꾸려고 들어갔다. 어짜피 오늘 하루 네덜란드 보는거니까 길더화는 많이 필요치 않을 것 같아서 50유로수표를 내면서 40길더만 주고 나머지는 마르크로 달라고 했더니만, 그러면 환율이 안 좋다는 것이었다. 그래, 그러면 입장 안 하고, 싸온 걸로만 먹쥐, 머.

조금 더 걸어가니 담 광장이 나왔다. 걸어온 방향으로 보면 바로 앞에 마담 터소 인형 박물관이 있었다. 유명 인물을 밀랍인형으로 만들어 놓은 곳인데, 밖에서 보이는 렘브란트를 보니까 정말 잘 만들기는 잘 만든 것 같았다. 줄도 많이 서있고, 들어가봐야 인형 말고 볼게 뭐 있겠느냐는 생각에 그냥 광장 구경만 했다. 오른쪽으로는 왕궁이 보였다. 머, 왕궁이라고 크게 화려하거나 그런건 없었다. 그냥 왕궁인가보다... 하고 말았다. 왼쪽으로는 하얀 탑 하나가 보이는데, 그게 바로 전사자 위령탑이었다. 배가 고파와서 만들어 온 샌드위치 하나를 먹으면서 사진 두어방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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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터소 인형 박물관. 이곳 암스테르담 말고도 유럽에 몇 곳 더 있다. 저~어기 빵모자 쓴 아저씨가 네덜란드의 유명한 화가, 렘브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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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의 담 광장에 있는 전사자 위령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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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 광장에 있는 한 건물. 아마 왕궁이었던가??



목사님께서 유대 역사 박물관에 가보고 싶다고 하셔서 그 곳에 가보기로 했다.책에 나온 지도를 보고 찾아가는데 안 보이는게 아닌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봤더니(네덜란드 사람들 대체적으로 영어 잘 한다. 길 물어보기 편해서 좋다. ^^ 독일도...) 이 근방이 아니라면서 한참 길 설명을 해 주었다. 그래서 한참을 헤매다가 보니 책에 있는 지도가 잘못 나와있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원래 제대로 된 자리에도 표시가 되어있는데, 엉뚱한 곳에 하나 더 표시되어있는 것이었다. 그 동안 그 엉뚱한 곳에서 헤매었던 것이었고. 제대로 방향을 잡아 박물관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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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명물, 나막신. 거의 배만한 크기였다. ^^



박물관 쪽으로 가다보니 벼룩시장이 있었다. 책을 보니까 암스테르담에서 열리는 알아주는 큰 벼룩시장이었다. 박물관은 잠시 뒤로 미루고 벼룩시장 구경을 했다. 벼룩 시장이라 그런지 별의별 물건들이 다 있었다. 어디서 꺼내왔는지 먼지 자욱한 옛날 구두부터, 고장난 라디오, 인형, 옷가지 등등. 정말 없는게 없을 정도였다. 또, 마약이 합법인 나라이니만큼 마약 피는 기구들도 팔리고 있었고, 매춘이 합법인 나라이니 만큼 각 종 성인 비디오 테이프도 팔리고 있었다. 군수품 파는 곳도 있고, 불상 파는 곳, 중고 오디오만 파는 곳 등등. 구경을 하다보니 금방 시간이 지나갔다.

ATM(Automatic Teller Machine, 네덜란드 길드화 뽑으러고...)도 찾으며 걷다보니 메트로 워터루역 옆에 있었다. 아직 나나 목사님이나 모두 현금이 없어서 으음.. 여기 있구나 하고 그냥 나왔다.(사실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려고 했는데, 말이 잘 안 통해서...나는 내거, 목사님은 목사님거 계산하려는데 자꾸 입장료를 한꺼번에 내라고 하는게 아닌가.) 참, 나오기 전에 암스테르담에 있다는 성서 박물관 위치를 물어보고 나왔다.

우선 ATM을 먼저 찾자고 목사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래서 ATM을 찾아 한참을 길 따라 내려갔다. 드디어 찾은 ATM. 겨우 현금 100길더를 찾아 나왔다.

나와서 길을 왔다갔다 하다보니 책에도 성서 박물관이 표시되어있었다. 꽃시장을 지나 조금만 더가면 되는 것이었지만, 아직까지 암스테르담 지리가 익숙치 않아서 약간 헤매면서, 길도 물어보면서 찾았다. 드디어 싱겔 꽃시장을 찾았다. 우리나라 양재동 꽃시장 만큼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운하를 따라 꽃시장이 길다랗게 형성되어있었다.

꽃시장에서 성서 박물관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박물관에 들어갔더니 차근차근 영어를 잘 하는 직원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어른은 8길더인데 학생은 6길더. 목사님도 학생(늦깎이 음대생. ^^)이시라 이야기를 했더니 국제 학생증 안 보여주었는데도 학생 요금으로 해 주었다.(정말 맘에 드는 언니었다. ^^ 영어도 잘 하고...) 입장료를 내고 라커에 가방을 넣고 박물관 구경을 시작했다. 사실 성서 박물관이라 해서 오래된 성경책 몇 권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 정도는 아니고 오래된 자료들이 꽤 있었다. 또, 약 16분 동안 상영되는 슬라이드쇼, Jesus in the Golden Age는 아무 이야기도 없이 17세기 그림의 슬라이드와 음악만 나오는 것이었는데, 예수님의 일생을 잘 보여주는 재미있는 것이었다. 천천히 박물관 구경을 다 하고 나왔는데, 사실 나랑 목사님 말고 구경하는 사람이 안 보이는 것이었다. 나올 때 물어보니까 오늘 우리까지 네 번의 방문(네 명은 아니고, 개별 방문자 그룹이 네 번)이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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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에도 운하가 있다. 자전거가 많이 보이는만큼, 시민들이 자전거를 많이 이용한다.



목사님께서 배가 많이 고프신지 중국식당에 가자고 하셨다. 조금 걷다가 나온 타이페이라는 중국 식당에 들어갔다. 세 시 즈음이었으니까 식사 때가 아니어서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코스 정식 요리는 30길더 이상이어서 싼 걸로 시켰다. 나는 9.5길더짜리 볶음밥+계란 후라이+닭고기 조금. 목사님은 맨 밥+닭고기 튀김+토마토 소스. 그냥 먹기에는 좀 그래서, 옆에 있는 고추기름을 마구 덜어다가 비벼 먹었더니 매콤한게 아주 좋았다. ^^

중국 식당을 나와서 안네 프랑크의 집을 찾아갔다. 이제 지도에서 어디로 움직이는지 감이 잡혀서 쉽게 찾아갔다. 저 모퉁이만 돌면 되는데...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게 아닌가. 혹시나 하면서 가보니, 역시나 안네네 집에 들어가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다. 목사님과 함께 줄을 서서 30분을 기다린 후에야 안네 프랑크의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학생 할인 없고, 나이에 따른 할인만 있다. 18세 이상은 무조건 12.5길더) 집에 들어갔더니 유품들이 좌악 전시되어있었다. 곳곳에는 안네의 일기가 적혀있고... 안네 식구들이 살았던 다락방 입구는 책장이 막고 있었다. 그 책장 뒤로 있는 계단은 정말 가파랐다. 계단을 올라가니 안네 식구들이 썼던 방들과 주방, 화장실, 거실도 있었다. 여기저기에는 안네와 관련된 동영상도 돌아가고 있었다. 영어가 짧은 관계로 대강 보다가 집 구경을 마쳤다. 맨 아래층에는 기념품 가계, 서점 등이 있었는데, 그 중에 컴퓨터로 안네의 집이나 일기를 둘러보는 CD-ROM 시연이 재미있었다. 그 옆에는 투표소(?)가 있어서 특정 주제(화약놀이 금지, 교황의 게이 억압, 에미넴의 가사 등)에 대한 자유/통제에 대한 투표를 했는데, 그 투표 자체보다 배경 지식으로 보여주는 동영상이 재미있었다.

안네 프랑크의 집을 나오니 벌서 한 시간이 지난 다섯시가 다되었다. 하도 헤매고 이제는 시간도 많지 않아서(7시 5분 기차) 바로 중앙역으로 갔다. 역을 지나치면 바로 바다가 나오는데 둑에 조금 앉아있다가 역 안으로 들어와 시원한 버거킹에 들어와 쉬었다.(여행 중에는 국제적인 페스트푸드점(맥도널드, 버거킹 등)을 잘 이용해야 한다. 많은 경우 화장실이 무료고 매우 시원하다. ^^)

기차를 타고 피곤에 정신없이 자다가 표검사를 하느라 잠이 깼다. 주변에서 독일사람들이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해서 잠이 깨버렸고, 이렇게 된 김에 책을 읽었다. 갑자기 목이 말라서 식당칸에 가서 콜라 하나를 샀는데 5.20마르크. 정말 비싸다.-.-

10시가 안 되어 도르트문트역에 도착했다. 목사님은 비디오 카메라 가져다 드리고 오신다고 Oespel 한 정거장 전에 내리셨다. 버스를 기다려 타고 들어오니 거의 10시 45분 쯤. 배는 그렇게 고프지 않았는데 뭐가 먹고 싶어서 사두었던 파스타를 먹기로 했다. 우선 빨리 샤워를 하고 나왔다. 물을 끓이고, 버터를 넣으라고 하는데 없어서 생략하고, 물이 끓자 내용물을 다 넣고 바글바글 계속 끓였다.7분 끓이라고(독일어 모르지만 대강 뒤에 있는 설명 보니까 그런 것 같았다.) 되어있어서 그 동안 빨래도 하고, 여행 안내서 보면서 앞으로의 계획도 짜고... 드디어 파스타가 완성되었다. 먹어보니 나쁘지는 않았다. ^^; 버터가 들어갔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다시 책을 보면서 스위스까지 일정을 잡고 있는데, 배는 부르면서도 계속 먹을 것이 땡기는 게 아닌가. 그래, 먹을 수 있을 때 먹자~! 라면을 끓이기 위해 물을 올렸다. 물이 끓자 누릉지를 조금 넣고 더 끓이다가 면과 스프를 넣어 끓였다. 고소한 누릉지 냄새와 매콤한 라면 냄새의 절묘한 조화. ^^ 먹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울 엄마표 볶음 고추장을 뿌려 호호 불면서 먹으니까 어찌나 맛있던지, 배 부른줄도 몰랐다. 정말 도르트문트에 있는 동안 참 잘 먹는다. 그 동안 고생으로 빠진 살이 다시 붙을 것 같다.

예상대로 목사님은 쉽게 안 오셨다. 한참 여행 계획을 짜고 있으려니까 오셨는데, 그 때가 12시 15분쯤... 내일 하이델베르크 갈 거라고 말씀드리고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은 왕복 여덟시간의 긴 여정이니까, 그리고 기차도 일찍 타야 하니까 빨리 자야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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