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광고 모금 캠페인

의사의 식습관

자유/자유 M.D. | 2013.05.31 09:46 | 자유



고등학생 때부터 보통 식사 시간이 10분이내였다. 3교시 후 쉬는 시간 10분 동안 도시락 다 먹고 양치까지 하고 돌아와야 했으니 말이다.(나름대로 깔끔떠는 스타일)

의대를 졸업하고 이런 불량한 식습관이 일 하는데 도움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식당에서 식판에 반찬 담다가 전화와서 받아보면 '선생님, CRP이에요.' 식판을 퇴식구에 던져놓고 병동으로 올라기 일쑤. 누가 맛있는 것 사준다고 하여 배달 시켰는데, 배달된지 5시간이 지나서야 랩을 뜯었던 것 등등. 지금 먹지 않으면 언제 또 다시 먹을 수 있을지 모르기에 최대한 많이 먹고.... 정말 무식하기 짝이 없지....

그래서 나는 누가 뭘 사준다고 해도 면 종류는 절대 안 시켰다. 배달 되고 바로 먹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으니, 가급적 불지 않고, 식더라도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요즘 후배들, 밥은 먹고 다니나? 밥 못 먹고 일 할 때가 가장 서러웠는데 말이다.

p.s. 첨부한 사진은 어느 외국 병원의 의사 휴게실. 저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맘 편히 쉬고, 간단한 주전부리가 항상 준비되어있는 그런 휴게실 갖고 싶다. 아마 안 해 줄거야. 돈도 안 되고, 아니 돈만 많이 드는데, 어느 경영자가 해 주겠어.


http://www.docdocdoc.co.kr/news/newsview.php?newscd=2013053000007



드라마 ER 에서도 나오는 이런 곳.... 46초부터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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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동안 해 온 인턴으로서의 일을 모두 마치고, 공식적으로는 3월 1일부터, 비공식적으로는 며칠 전부터 이비인후과 레지던트 1년차의 생활을 시작했다. 인턴으로서 마지막 근무를 상대적으로 몸과 마음이 편한 구미 병동에서 했었기에, 1년차로의 새로운 생활은 매우 어렵고도, 힘들고도, 두렵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우리 이비인후과는 소위 픽스턴을 강요하지 않고, 그렇기에 내가 두 달 연속 파견 근무를 하고 올 수 있었다. 그리고, 합리적이게도 약 한 달 정도는 2년차 선생님께서 1년차 일을 같이 해 주며 인계해 주는 정말 좋은 곳이다.

하지만, 쫒아다니면서 보고 익히고 있는 일들이 정말 어마어마해서, 내가 혼자서 잘 해 낼 수 있을지 정말 큰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너무 부담 갖지 말고 차근차근 하면 된다고 하시던데, 병동과 외래, 응급실과 과 내 대소사를 빠짐없이 잘 치루어낼지, 그러면서 이비인후과 의사로서 부끄럽지 않게 공부도 잘 할 수 있을지 심히 걱정된다.

졸업하기 전까지 정말 열심히 했던 블로그질, 1년 전 인턴 시작하고는 잘 하지 못해서 생기가 많이 떨어졌었고, 그나마 우리 유진이 소식을 전하느라 간간히 글 올리고 했지만, 이제는 한 동안, 아마도 1년에서 2년 가까이 자주 글 올리기는 어렵겠다. 오프에 식구들 보러 가는 것도 힘들테니 말이다.

여러모로 부족한 점 투성이지만 받아주신 교수님들, 의국 선생님들의 은혜에 누가 되지 않도록 우선 최선을 다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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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팟아이폰의 여러 장점 중 하나인 Podcast, 나 역시 아이팟을 쓸 때(터치를  팔아 부모님 휴대폰을 바꿔드렸다.) 이 Podcast를 정말 좋아했었다. 여러 이유로 아이팟을 쓸 수 없게 되어 일반적인 mp3p를 사용하고 있지만, Podcast를 꼭 아이팟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라서 조금 불편할 진 몰라도 사용할 수는 있다. 가지고 있는 mp3p의 프로그램이 rss 구독을 지원한다면 편하게 들을 수도 있을거고(해당 웹페이지에서 iTunes Podcast 링크 외에도 보통 일반적인 rss 주소도 제공한다.), 그렇지 않다면 직접 웹에서 podcast mp3 파일을 받아 넣어 들으면 된다. 요즘 국내에서 아이팟 뿐만 아니라 아이폰도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으니, 의사와 의대생이라면 한 번쯤 들어볼만한 Podcast를 정리해 보려고 한다.

블로그에서도, 또한 직접 주위 사람들에게 많이 추천하는 최고의 Podcast이다. ESL은 English as a Second Language로, 한 마디로 풀이하자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을 위한 수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정말 쉽고 천천히 진행하기에 부담없이 들어볼 수 있다. 의학지식을 접하기 전에 우선 영어에 대해 몸을 풀기에 딱 좋다. 대한민국 정규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큰 부담없이 듣기를 시작할 수 있을 정도의 매우 평이한 난이도로 풀어준다. 또한, 토익이나 토플 등에서 종종 나오는 rephrase, 즉 같은 뜻의 다른 단어나 숙어 등으로 풀어말하는 것도 자주 해 주어서 어휘나 표현력을 늘리는데도 도움을 준다.

나같이 무식한 의사도 이름은 알고 있는 NEJM,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여기에서도 Podcast를 제공한다. 매주 중요한 내용에 대한 요약을 mp3 파일로 받아볼 수 있다. 이 곳을 클릭하면 Weekly Audio Summary 외에도 Image of the Week나 자기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원하는 주제만 골라서 구독할 수도 있다. 예전에 한 후배 말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논문 요약보다는 각각의 주제에 대해 쉽게 설명해 주는 그런 Podcast도 있다고 들었는데, 찾아보려고 해도 보이지 않아 소개할 수 없어 아쉽다. 혹시 아시는 분 계시면 알려주시길.

예전에 우연히 발견했던 Podcast로, ICU 즉 중환자실에서 마주칠 수 있는 여러가지 문제들이나 질병들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이야기해 주므로, 관심있는 주제를 받아 들어보면서 영어 공부도 하고, 해당 주제에 대해 지식도 확인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겠지... 만 난 아직 그 재미를 모르겠다. -_-;;

CDC, 즉 미국의 질병관리본부와도 같은 곳에서 만드는 Podcast 이다. 작년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H1N1 flu 등에 대한 Podcast를 만날 수 있다. 그 외에도 재미있는 내용이 많다고 하는데... 난 역시 아직 모르겠다.

이 외에도 검색해 보면 수 많은 Medical Podcast들이 있다. iTunes Store 내 Podcast를 뒤져봐도 되고, Google에서 적당한 검색어, 예를 들어 Podcast for medical doctor 정도로만 검색해도 꽤 많이 나온다. 그 중 자기의 입맛에 맞는 Podcast를 열심히 듣다보면, 영어 실력은 물론이고 의학에 대해서도 꾸준히 공부할 수 있지 않을까.

p.s. 이렇게 정리하면 뭐 하나. 직접 들어야 할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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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신경외과

자유/자유 M.D. | 2010.02.18 11:22 | 자유
구미차병원 by 섬마을

1월 말, 2월 시작하면서 근무지가 바뀌어서 이번에는 구미로 왔다. 1년간의 인턴 생활 중 13개의 일정, 그 중 마지막인 열 세번째 일정인 것이다. 동생의 출산이 임박했던 터라, 구미로 오기 전에 조카를 보고 싶었는데, 그런 외삼촌의 마음을 알았던 것인지, 나의 첫번째 조카 기쁨이는 구미로 가기 직전 1월 31일 오후 1시 경에 세상의 빛을 보았고, 그 다음 날인 2월 1일 어머니께서 분당에서 간단한 팔 수술을 하셨다. 몸은 구미에 있는데, 가족이 다 분당 병원(동생은 강남에서 출산 후 분당 산후조리원에 들어갔다.)에 있게 되어 안타까웠다. 그렇다고, 일을 놓고 가 볼 수도 없고 말이다. 다행히, 바쁜 와중에도 색시가 병문안과 출산 축하를 해 주러 다녀왔고, 지난 설 연휴를 틈타 어머니와 동생을 보고 올 수 있었다.

13개의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구미 병동은 한 번도 해 보지 못 해서, 소위 말턴인 지금 구미 병동이 매우 낯설게 다가왔다. 물품들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라, 마치 초짜 인턴처럼 여기저기 물어가며 일을 시작했는데, 이제 3주차인 지금은 알아서 척척 잘 하고 있다. 사실, 구미 병동일은 그다지 많지가 않아서, 다섯 명의 병동 인턴들이 돌아가며 당직과 빽당을 해도 크게 체력적 부담이 되지 않는다. 당직이 환자 이송을 가버리거나, 심폐소생술 등으로 손이 묶이지 않는 한 빽당에게 콜이 넘어오는 경우도 거의 없고 말이다. 이런 곳을 이제서야 알았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분당에서 고생할 때 강남 병동 인턴들은 편히 일 하고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시간이 많으면 공부를 해야할 터인데, 간사한 인간인 나는 전혀 그러지 못 하고 있다. 그 와중에 이비인후과에서 미리 분당에 와서 일 배우고 갈 수 있겠냐는 연락이 와서 깜짝 놀랐었고, 아무리 구미 병동일이 편하다고 한들, 짜여져있는 당직 및 각종 일정들을 비워두고 갈 수는 없어 어렵겠다고 말씀 드렸더니, 알았다고 그냥 넘어가 가슴을 쓸어내린 적도 있었다.

올해 2010년 신규 인턴들은 총 13명이 구미로 배정된다고 한다. 우리는 10명이었다. 이 중 5명이 응급실이, 아마도 응급실 인원이 늘지 않는 이상 8명의 병동 인턴이 배정될 듯 한데, 지금도 편하지만 더 편해지겠다. 난 힘들었는데, 편해지니 배 아픈 그런 유딩 혹은 초딩적 사고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훨씬 일이 힘들고, 인턴의 손이 필요한 과가 많은 분당에 우선 배정하지 못 하고, 원래 구미 인턴이 13명이라는 정치논리에 의해 배정이 되었다고 들으니 힘이 빠진다. 게다가, 내가 1년차를 해야 할 이비인후과엔 13개의 일정 중 겨우 9개만 인턴 배정이 되었다는 비보가... (ㅠㅠ)

아무튼, 마지막 턴 마무리 잘 하고, 몸과 마음의 준비를 잘 해 이비인후과 1년차로 거듭나야겠다. 지금도 분당에 가서 1년차 일 할 생각을 하면 밤에 잠이 안 온다. T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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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불친절한 의사로 거듭나기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 그 외에도 여러 글을 통해 내 수양의 부족함과 시스템의 문제에 대해 밝힌 바가 있었고 말이다.

오늘, 뜬금없이 선물을 주겠다는 전화를 병원으로부터 받았다. 뭔고 해서 보니, 핫라인. 환자, 아니 고객의 불만을 접수하는 곳에 나를 대상으로 하는 글이 있어 해명 내지는 설명을 적어 내라는 것이었다. 내가 받아본 두 번째 핫라인이다.

그러고보니, 첫 번째 핫라인은 이비인후과에서 예진하던 시절에 받았던 것으로, 우리 병원에서는 이비인후과 인턴이 외래에서 예진을 하게 되는데, 그 때 목이 쉬어서 온 환자에게 술과 담배를 얼마나 하는지, 목을 최근에 많이 썼는지를 물어봤었다. 핫라인 내용은, 공개된 장소에서 다른 사람 다 듣는데 큰 목소리로 술, 담배에 대해 물어봐서 불쾌하다는 것. 목소리가 변했을 경우 물어봐야 하는 내용이었고, 외래 대기실에 환자들이 많고 시끄러운데다, 귀도 어두우니 큰 소리로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고 핑계거리를 따져볼 수도 있겠다. 아무튼 그 뒤로, 예진실을 따로 만드느니 어쩌느니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도 자리가 비좁은데, 어떻게 독립된 예진실을 만들 수 있겠는가. 그대로다.

이번에 받은 핫라인은 며칠 전 응급실 당직할 때 왔던 환자로부터 날라왔다. 새벽 4시 50분 경 상복부 통증을 주소로 내원, 배를 만져보니 압통 부위가 여러 곳에 있고, 특히 오른쪽아랫배의 압통 등이 있었다. 지금 있는 강남에는 업무시간 외 가능한 응급검사 및 촬영의 종류가 제한되어 있어, 다른 검사가 필요할 수 있으니 큰 병원 가는 것이 좋겠다고 권유했다. 핫라인 내용은, 침대에서 자다 나온 의사가 띠꺼운 표정으로 배를 여기저기 눌러보더니 큰 병원 가라고 했다는거다. 전날 낮에 하루종일 일 했고, 게다가 수술하는 날이었고, 밤에 이어 응급실 당직을 보느라 피곤해 죽겠다는 것은 내 사정이겠지만, 나의 의학적 판단과 병원 사정에 의해 환자를 위하여 다른 큰 병원을 권유했는데, 이 병원은 큰 병원 아니냐며 항변을 하니 할 말이 없다. 물론, 이를 전달하는 과정에 내가 좀더 친절하고 자세히 설명해야 했겠지. 이건 언제나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

난 히포크라테스가 되고 싶다. 하지만, 그럴 능력도, 인성도 갖추고 있지 못 하며, 현실적으로 모든 의사가 히포크라테스일 수는 없다. 아마도 나와 같은 대다수의 병아리 의사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p.s. 왜 특별한 문제도 없는데 소위 링거, 수액 요법을 그리도 좋아하는지. 집에 가서 물 많이 마시고, 맛있는거 먹으라고, 젊은 사람이 여기 응급실에 잡혀서 두어시간 누워있으면 뭐 하냐고 돌려보내는데, 설명을 해 줘도 계속 달라는 사람들이 있다. 필요하면 안 하겠다고 해도 억지로 해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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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이비인후과 송년회의 여파로 오늘 병동 담당과 동시에 저녁부터는 밤새 당직인데 몸 상태가 말이 아니다. 그 와중에 잠깐 내 눈을 끄는 글이 있어서 읽어보았더니, 오늘의 몸상태 만큼이나 마음도 무겁게 만드는 글이었다. 클리앙에 올라온 글로, 쌍둥이 출산과정에서 겪은 문제점에 대한 분노를 담아내고 있다. (원문 보기)

이제 애송이 의사인 내가 봐도 언급된 병원의 잘못된 대응이 있다. 특히, 의료법에 정해진 것을 행하지 않았다는 것은 잘못이 클 것이다. 게다가, 정황 상 충분한 설명을 다 하지 못 했었나보다. 이 점은 정말 아쉽다.

댓글도 엄청나게 달리고 있다. 의료인임을 밝힌 댓글은 나랑 비슷하게 병원의 잘못도 있지만, 시스템 상 어찌할 수 없는 점도 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비의료인일 대부분의 회원들은, 생명을 다루면서 돈 이야기 하는 의사들이 잘못이다라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여기서 아쉬운 것이, 왜 의사는 돈 이야기 하면 안 될까? 그리고, 그 돈 내는 건 의사들이 정하는 것도 아니고, 나라에서 정하는 것인데 왜 욕은 의사들이 먹을까? 허준이니 히포크라테스니 다 좋다. 나도 그런 의사가 되면 좋겠다. 하지만, 저들이 그리고 추앙 받는 이유가 뭘까?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일반적이지 않은 인물이기에 그렇다. 모든 의사가, 모든 의료인이 허준이나 히포크라테스가 될 순 없다. 모든 정치지도자들이 간디가 될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리고, 공산주의라면 몰라도 자본주의에서 서비스(라는 말을 싫어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지만..)를 제공 받는데 그에 대한 합당한 댓가를 지불하는 것은 당연하다. 의사는 생명을 다루고, 고귀한 직업이니 밤잠 못 자고 고생해도 돈 이야기를 하면 안 되는걸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라고 생각한다.

링크된 글에서 내가 봐도 명백한 잘못이 있다. 하지만, 한 회원의 댓글처럼, 의사가 잘못한 것에 대해 의사에게 욕을 해야지, 그 외의 것들까지도 모두 다 책임지라고 한다면 좀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서 저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려면 많은 것들이 바뀌어야 한다. 의사 한 명 한 명의 마음가짐부터 시작해서, 병원 시스템, 건강보험 시스템, 그리고 2MB 메모리 가진 분 및 그 분 도와주시는 분들의 마음까지 말이다.

의료가 공공재의 성격을 띄기에 무조건 자본주의에 맡기는 것은 나도 원치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무언가 다 해 줄 듯 사회주의 건강보험이라고 광고 해 놓고, 실제로는 거의 자본주의 건강보험에 가까운 이런 건 아니다. 무언가 큰 변화가 필요한데, 그 변화를 이끌어낼 난세의 영웅이 아직 없나보다.

아는 것도 없고, 글 쓰는 실력도 없고, 가슴은 답답한데, 표현할 길은 없고, 콜은 쌓였고, 몸은 안 좋은데 오늘 당직이고... 사면초가가 이런 사면초가가 없을 지경이다. 어떻게 해야 의사와 환자는 친해질 수 있는걸까? 오늘도 당직인 애송이 의사의 답 없는 고민은 계속된다.

p.s. 내가 만나본, 우리나라보다 선진국에서 온 외국인 환자들에게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에 대해 물으면 다들 환상적이라고 한다. 미국 사람은,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매우 '싸게' 받을 수 있어서, 영국 사람은,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매우 '빠르게' 받을 수 있어서...

또 p.s.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식코 (Sicko)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가 모두 사실만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한 번 보면 좋을 듯.

마지막 p.s. 2MB 메모리의 그 분이 그토록 강조하시는 소통, 의사와 환자 사이의 소통,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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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졸업이 좋았던 이유 중에 드디어 학과 과정을 마치게 된 것도 있지만, 학생이라는 신분, 어찌보면 좋은 것이나 시험이라는 숙명을 피할 수 없는 운명을 가진 그 신분을 벗게 되었다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경쟁사회인 이 곳에서 시험 없이 살아갈 수는 없더라. 인턴도 시험 보던데, 뭘.

블로그에서 종종 언급하기도 했었듯, 내년부터 어떤 과를 전공할지 무척 고민 많이 했다. 한 때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고민을 많이 했었고, 올해 9월, 결정했다. 그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결정하고 말씀 드린 후 다행히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레지던트 원서 접수, 레지던트 시험, 그리고 그저께 치룬 레지던트 면접까지 모두 마친 뒤, 오늘 합격자가 발표되었다.

그 동안 걱정해 주시고 격려 많이 해 주신 부모님, 항상 옆에서 힘이 되어주는 우리 색시와 유진이, 그리고, 앞으로 은사로 평생 모시게 될 교수님들, 의국 선배님들, 그리고 이 자리에서 다 열거할 수도 없는 많은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

초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해야 할텐데... 인턴 처음 시작할 땐 인턴 일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줄 알았지만, 이제 일이 손에 익고 다른 사람들을 바라볼 수도 있다보니, 1년차는 다들 죽음을 맛 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ㅠㅠ) 물론, 특정 과에 따라 다른 과 고년차 만큼도 힘들지 않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1년차가 가장 힘들어 보인다. 내가 지원한 과도 역시 마찬가지로, 과연 내가 잘 해 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될 정도다. 큰 사고, 큰 빵구 내지 않고 잘 해야 할텐데 말이다.

다음 주에 이비인후과 송년회가 열릴 예정이다. 같이 참석하자고 하시던데, 와서 장기자랑을 하라는 주문까지 더해졌다. 이 나이에 뭘 어떻게 재롱을 피워야 할지, 이것 참 고민이다. :)

p.s. 다 같이 한 병원, 특히 모교 병원에서 열심히 같이 일 할 수 있었을텐데, 여러 이유로 헤어지게 된 인턴 동기들, 정말 아쉽다.  다른 병원에서 수련 받더라도 종종 연락하고, 만나고, 좋은 선후배, 동료, 친구, 형/동생으로 남길 바란다.

또 p.s. 이제 합격자 발표까지 났으니, 난 이제 진정한 말턴?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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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 Plastic surgery

신경외과, Neurosurgery


오늘과 내일 일부를 마지막으로 하여 4주간의 성형외과 인턴 생활을 마감하게 된다. 역시나 직접 돌아보기 전까지는 잘 알 수 없었던 각 과의 특성을 알게되는 점은 좋았으나, 끝도 없는 일은 정말.. (ㅠㅠ) 게다가, 월말과 연말까지 겹쳐 이런저런 일들이 좀 있어서 나름대로 힘들었다. 그래도, 병동이 안정적이라 밤에 콜이 없기에 보통 12시~1시에 자서 5시 반에 일어나는 생활을 해왔음에도 아직까지 큰 문제 없이 버틸 수 있었다. 아, 문제가 있었구나, 낮에 수술방 들어가서 스크럽하거나 외래 보조 할 때 무지 졸았다는거. :)

앞으로의 일정은 각각 4주씩 분당신경외과, 강남외과, 구미신경외과로 이어지게 된다. 분당신경외과는 그 일의 강도도 세고, 또 과 특성 상 겨울에 뇌출혈이 빵빵 터지는 계절이다보니 벌써부터 두려움에 떨고 있다. 병동 일들이야 하던대로 하면 되지만, 신경외과 인턴은 수술방에서 해야 할 일들이 많다고 하니 좀 걱정된다. 오늘 수술방 인계를 받긴 해야 할텐데, 잘 기억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인계장을 읽어보니, 수술방 인계 받기는 해야 하지만, 혼나면서 배우게 된다고 하던데 말이다.

그나저나, 레지던트 선발 시험과 면접 등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일이 늦게 끝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대비를 못 하고 있어 큰일이다.

스크럽을 하고난 다음에 어디가 간지럽거나 화장실 가고 싶거나 그런단 말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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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지있게 봉합하기

자유/자유 M.D. | 2009.11.19 13:11 | 자유

외국에서도 돼지발 가지고 연습 하나보다.

우리 병원 응급실에서 성형외과로 오는 노티의 99%는 안면부 열상이다. 때에 따라 다르지만, 열상 환자들이 많이 오는 날이면 1년차 선생님은 잠 다 잔거다. 내가 응급실 돌 때 안면부 열상 환자가 있어 성형외과 노티하면 정말 늦게 봐준다고 생각했었는데, 성형외과를 돌아보니까 워낙 할 일이 많고 바쁜 걸 알게 되어 그럴만 하다는 생각도 든다. 역시 사람은 역지사지를 해야 한다. 아무튼...

하루에도 몇 번씩 1년차 선생님을 따라 응급실에 가서 안면부 열상 봉합을 돕고 있다. 그러다, 환자가 한꺼번에 몇 명 몰리거나, 아니면 간단한 봉합의 경우 내가 몇 번 해 보기도 했다. 특히 얼굴이다보니 엣지있게 봉합해야 하는데, 이게 마음대로 잘 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 선생님들이나 교수님들 하시는 모습 보면 휙휙 쉽게 잘도 하시던데, 역시 경험과 연륜이 중요한가보다.

미군 부대인가본데, 여기는 소세지로 연습을? :)

봉합을 하다보면 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응급실 돌면서도 느꼈지만, 대부분 협조가 잘 되지 않는 사람들이다. 어린 아이들이 놀다가 넘어지거나 부딪혀 찢어지는 경우가 많고, 술 취해 맞거나 넘어지거나 쓰러져 찢어지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나라면 절대 해 낼 수 없어 보이는 무척이나 비협조적인 환자, 그러니까 마구 저항하고 흔들어대는 환자들의 봉합을 척척 잘 해 내시는 것을 보면서 참 신기하다~ 이런 생각하고 있다. :)

그러고보니 나도 봉합을 두 번 받았다. 한 번은 대여섯살 때 즈음 공놀이 하다가 넘어져 두피 열상이 있었고, 또 한 번은 열 한 두살 즈음 그네 타고 놀다가 넘어져 안경이 깨지면서 오른쪽 광대 부위 열상이 있었다. 지금에 와 생각해 보면 찢어져 피 흘리는 아들 보고 놀라신 부모님께서 나를 들쳐 없고 가까운 응급실에 뛰어셨을거고, 지금의 나 같은 애송이 의사가 먼저 봤겠지. :) 나도 종종 두피 봉합은 직접 하니까 그 쪽은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데, 광대 부위 열상이 있었을 때 CAUMC에서 날 꼬매주었던 성형외과 선생님은 지금 무얼 하고 계시려나? :)

그나저나, 봉합을 마치고 환자와 보호자에게 설명하고 나면 100이면 100, 흉터 남느냐고 물어본다. 아마 날 들쳐 업고 응급실에 뛰어가셨을 우리 부모님도 똑같이 물어보셨을거고. 안 남기려고 노력하는 것이니 100% 안 남을 수 있겠는가. 그 흉을 덜 남기기 위해 오늘도 성형외과 인턴은 열심히 소독하고 봉합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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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 도는 중

자유/자유 M.D. | 2009.11.13 21:05 | 자유
구미에서의 마지막 나이트을 마치고 이번 주부터는 성형외과 인턴으로 일 하고 있다. 그 과를 돌지 않고서는 그 과가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를 수 밖에 없는데, 응급실을 몇 번 돌다가 안면부 열상 봉합을 위한 곳 정도라는 아주 무식한 개념만 머리 속에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직접 1주일 정도 돌아보니 그것은 역시나 빙산의 일각일 뿐이었다. 또한, 성형외과라고 하면 흔히들 생각하는 미용성형 역시 성형외과 영역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한 분야였다.

소위 마이너 과목들이 다 그렇듯, 성형외과 역시 아랫연차, 특히 1년차 몰아주기로 우리 병원 내 1등으로 꼽힌다. 그래서, 성형외과 인턴 역시 따라 고생하지 않을까 속으로 내심 걱정 많이 했고, 지난 번 글에서 썼던 것처럼 변화라는 스트레스 때문에 두려웠는데, 역시 1주일 정도 지나보니 슬슬 적응하고 있고 별 다른 사고 치지 않고 돌고 있다. 게다가, 1년차 선생님 말로는 최근 응급실, 병동, 외래 환자 수가 줄었고, 병원 심사나 기타 큰 일이 다 끝나서 살만하다고 한다. 다행이다, 이럴 때 돌게 되어서. :)

아침 6시에 일어나 1년차 선생님께 모닝콜 해 드리고, 대충 씻고 병동 환자 상처 소독 후 외래에서 각종 잡일 및 외래 진료 보조, 수술실에서 손 모자르면 시도 때도 없는 수술실 투입, 그리고 일과시간 후 병동일 및 각종 잡일... 걱정했던 것보다는 어렵진 않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밤 늦게까지 잡일을 해서 그런건지, 못 자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매일매일 피곤하다. 외래 간호사들이 불쌍하게 보고 있을 지경이라니까.

의국 분위기와 외래 스테이션 분위기도 좋은 편이라, 앞으로 남은 3주 동안 성형외과 특유의 섬세한 상처 소독에 대해 잘 배워봐야겠다. 그나저나, 이번부터는 공식적인 말턴, 즉 인턴 성적에 포함되지 않게 된다.


p.s. 맞거나 넘어지거나 해서 코뼈 부러져 비관혈적 정복술 시행하였는데, 코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무상 AS(!?)를 요구하는 환자들을 보면 성형외과 의사로 사는 것도 참으로 고단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종합병원이 아닌 강호에서 미용성형을 하게 되면 더 심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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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응급실에서 보낸 4주가 이제 끝나게 되었다. 지금 하고 있는 마지막 밤근무가 끝나고 아침 8시가 되면, 구미 응급실을 마무리하고 분당으로 올라가야 한다.

지난 3월 처음으로 인턴이 되고 돌았던 곳이라 익숙함 반, 오랜만에 돌아오는 곳이라 어색함 반으로 시작했는데, 금새 일이 손에 익고 구면이 많으니 금방 어울리고 쉽게 풀렸던 4주였다. 물론, 신종플루 의심환자 폭발로 인해, 하루 100명도 안 오던 응급실에 300명이 넘게 폭주하는 날이 며칠 있었고, 그 날들이 지나고도 200명 넘게 오고 있어 예전보다는 힘들었지만, 이제 그 의심환자도 많이 줄고, 예전의 구미 응급실 모습을 찾아가고 있어 이렇게 새벽에 일 하다 말고 포스팅 남길 여유도 찾게 되었다.

항상 하는 생각이지만, 일 하면 할 수록 공부의 필요성은 많이 느끼나, 실상 힘들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안 하게 되니 정말 큰일이다. 더 많이 알고 공부해도 부족할터인데, 안 하려고 하고 있으니... 다음 턴에는 조금 더 열심히 살아보리라, 소용없을 뒤늦은 다짐을 해 본다.

당장 아침에 올라가면 잠깐의 휴식 및 짐정리 시간을 가지고 다시 바로 일 시작 해야 한다. 앞으로 인턴 마칠 때까지 총 네 턴이 남았고, 각각 성형외과, 신경외과, 강남일반외과, 구미신경외과로 외과 시리즈를 거치게 될 예정이다. 구미파견이야 분당보다 덜 힘드니 괜찮지만, 나머지 세 곳은 일 많고 힘들기로 손에 꼽히는 곳들이라 앞으로 약 3개월이 암담하다. 그래도, 그 동안 겪어보지 못 했던 새로운 분야에 대해 잠깐 익히고 배우는 시간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해 봐야겠다.

p.s. 사진 속 인물은 내가 좋아하는 의학드라마 ER 5시즌 첫번째 에피소드부터 출연한 Lucy Knight 역의 Kellie Martin이다. '마지막 나이트(야간 근무)' 라는 포스팅 제목을 생각하다보니, ER 5 시즌 첫번째 에피소드의 A Day for Knight 라는 것이 생각나 삽입해 보았다. 내 기억에는 HP 조나다 720 정도로 보이는 Handheld PC(요즘에 이런 용어 아는 사람이 있으려나 모르겠다. :))를 가지고 의과대학 3학년 실습으로 응급실을 돌게 된 루시 나이트가 여러가지 좌충우돌을 겪게되는 그런 내용이었다. 심지어 병원 옥상에 갇히기까지. :) 카터는 이런 루시를 싫어하고, 로스도 PDA 꺼내 보고, 교과서적인 대답만 한다고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의과대학 졸업하고 의사로 활약하는 것까지 ER에 나오는 듯 하던데... 오랜만에 ER 한 편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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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델 인스피론 미니9을 구입하여 한 달 정도 사용하다, 맥북 에어도 잠시 사용한 적이 있었다. 잘 사용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기도 했지만, 바쁘다보니 켜보는 것 자체를 잘 할 수 없어 돈이 묶이기보다 잘 활용하는 것이 낫겠다 싶어 다 팔고 유진이 용돈으로 들어갔다. :)

지금 지내는 구미에는 총 10명의 인턴이 근무하고 있고, 이번에는 남자가 7명이다. 그 중 나를 뺀 6명이 노트북 소유자고 한 명은 안 가져와서 총 다섯 대의 노트북이 인턴 숙소에서 굴러다니고 있다. 한 녀석은 최근 소니 노트북을 사서 나와 같은 노트북 미소유자에서 소유자로 탈바꿈 해 버렸고 말이다.

병원 뿐만 아니라 요즘 컴퓨터 없는 곳이 없다보니 컴퓨터가 없어 불편한 점은 거의 없으나, 개인용으로 활용할 컴퓨터가 없다는 것에 약간의 불편함이 남아있기는 하다. 처음 델 미니9을 구입할 때 색시에게 댔던 핑계가 개인적으로 공부할 자료를 모아둘 컴퓨터가 필요하다는, 지금에 와 생각해 보면 속아준 색시에게 너무나도 고마울 말도 안 되는 변명거리였다. :D 뭐, 지금 다시 하나 사고 싶은 생각이 들어 핑계거리를 생각해 봐도 뾰족한 수는 없지만 말이다.

지난 번에 델 미니9을 써 보니 8.9인치는 작아서 좋지만, 작아서 너무 불편했다. 13.3인치의 맥북에어는 큼지막한 화면과 키보드 덕분에 좋았지만, 들고 다니기에는 좀 부담스러웠다. 한 10인치 정도의 넷북이면 딱 좋겠는데.. 어차피 난 하드웨어 혹사시키는 일을 하지도 않고 말이다. 꿈이라면야 맥북 프로 13인치나 15인치 한 대 있으면 좋으련만, 현실은 시궁창. :)

여기저기서 한 대 사라고 꼬시는 녀석들이 많이 있지만, 오늘도 유진이 용돈 줄 생각하면서 잘 참아봐야겠다. 빌려쓰는 노트북으로 근근히 버텨야지. 사 봐야 쓸 일도 많지 않고, 내년엔 더 바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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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 그리고 인사

자유/자유 M.D. | 2009.11.03 02:38 | 자유
지난 주말은 정말 역동적이었다! 구미 응급실을 돌고 있는 다섯 명의 인턴 중 한 명이 신종플루, Influenza A H1N1 확진검사 결과 양성이 나와 일을 며칠 쉬어야 하는 상황이 생겼고, 그 결과 남은 네 명 모두 24시간 근무를 한 번씩 해야만 했다. 그것도 내가 낮근무(아침 8시 ~ 저녁 8시) 시작하러 가서 들었다. 24시간 근무 해야 한다는 걸.. :) 그러던 와중에 내가 지원했던 과 2년차 선생님의 전화가 왔다. 과장님 어머니께서 투병 중 돌아가셨다고 말이다. 지원도 해 두었겠다, 이번 기회에 교수님들께 인사 드리는 것이 좋겠다는 고마운 귀뜸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제대로 인사 드릴 기회가 없었던 차에 잘 되었지만, 문제라면 난 24시간 근무 중이었고, 일찍 마쳐봐야 저녁 8시, 서울 가는 마지막 차는 버스가 8시 반, 기차는 9시 반이라는 것.

내 뒤를 이어 24시간 근무할 인턴에게 30분만 빨리 와 달라고 부탁하고, 저녁 7시 반에 인계 시작, 7시 45분에 응급실을 나와 숙소로 올라가 부리나케 샤워를 하고 옷 갈아입고 병원을 나선 시각이 8시 5분. 택시 바로 타고 버스터미널에 도착한 시각이 8시 15분경, 서울 가는 막차의 표를 사고 간단히 요기를 한 후 8시 30분 버스에 올랐다. 버스가 터미널을 빠져나가자마자 정신을 잃은 나는 중간에 휴게소에서 쉬었는지 어쨌는지도 모른채 서울강남터미널에서 눈을 떴다. 그 시각이 11시가 조금 지난 시각.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우산은 없고, 차편 알아볼 시간도 없었기에 바로 택시 타고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비 오는 밤의 서울 거리는 한적해서 11시 반에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급하게 간 터라 검은 정장도 아니고, 넥타이도 못 매었지만, 그래도 옷 매무새를 다시 한 번 가다듬고 장례식장에 들어갔다. 과장님의 어머니께서 투병 중이신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돌아가실 줄은 몰랐는데... 한 번도 뵌 적은 없지만 괜히 슬픈 감정이 앞섰다. 흰국화 한 송이를 바치고, 절 두 번 하고, 과장님께 인사 드렸다. 멀리서 근무하느라 바쁠텐데 와 주어 고맙다는 말씀에 24시간 응급실 근무와 3시간 이동의 피로가 가시는 듯 했다.

쥬니어 스텝 선생님과 3년차 선생님도 와 계셔서, 그 자리에 합류하여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음, 나누었다기 보다 거의 일방적으로 듣기만 했다. :) 어디 인턴 나부랭이가 교수님과 치프 선생님의 대화에 끼어들겠는가. 원래는 금방 일어나고 싶었는데, 이야기가 길어지다보니 눈은 점점 감기고, 표정 관리는 잘 안 되고 그랬다. 그래도, 과장님께서 가족들에게 '내년 우리과 1년차 할 친구야.' 라고 소개해 주셔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새벽 2시가 다 된 시각, 문상객들도 다 나가고, 과장님께서도 이제 좀 쉬셔야 해서 일어나기로 했다. 교수님께도 인사 드리고, 치프 선생님께도 인사 드리고, 택시를 잡아탔다. 비 오는 서울의 밤거리, 올림픽대로를 택시 타고 달려 우리 색시랑 유진이 자는 얼굴 보고 나도 얼른 잠 들었다. 32시간만에 눕게 된 것.

힘들었지만, 문상과 인사도 하고, 과장님께 나름대로의 인정도 받아 뜻깊은 하루였다. 이보다 더 좋은 건 다음 포스팅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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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에 산부인과일을 다 마치고 구미에 내려와서 바로 8시부터 응급실 밤 근무를 시작했다. 지난 3월에 와서 일 했던 곳이라 낯설음은 적지만, 오래 전에 일 했던 것이라 그런지, 일 익숙해 지는데 잠깐의 시간이 필요하긴 했다.

구미에 오면 아무래도 분당보다는 일의 강도가 조금 적어 편하긴 하지만, 우리 색시와 유진이를 볼 수 없어 아쉬움이 크다. 게다가, 구미 응급실은 4주 내내 단 한 번의 오프가 있기에 더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다섯 명의 인원 중 빠지는 사람 없고, 일 못 하는 사람 없어서 힘든 경우는 별로 없을 듯 하다. 4주의 구미 응급실 잘 돌아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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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 병원 지키기

자유/자유 M.D. | 2009.10.03 11:03 | 자유
사실 큰 기대도 하지 않았던 것이긴 하지만, 막상 추석 연휴 내내 당직이라 병원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 되고 나니 참으로 허전한 느낌이 든다. 연휴 내내 산부인과 병동 당직이며, 연휴를 위해 상당수의 환자들이 퇴원했고 추가 입원이 없으니 병동이 조용해서 큰 일이나 바쁜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연휴 마지막 날인 내일 밤과 모래 새벽에 신관 응급실 당직이라 조금 떨고 있다.

당직실에 붙잡혀 밖에 나가지도 못 하고 있자니 감옥이 따로 없다는 기분이 든다. 그나마, 일반적인 주말이라면 가까운 할인매장에 잠시 장이라도 보러 가겠는데, 추석 당일이다보니 문 여는 곳이 없어 갈 곳도 없다. 탄천 풍경 구경이나 해야 하나... :)

아까 아침에 색시랑 영상통화 하면서 유진이도 보고, 차례 마친 부모님과 숙부네 식구들 얼굴도 봤다. 세상 참 좋아졌다. 점심 때엔 부모님과 색시, 유진이가 병원으로 면회 온다니 그 때만을 기다리고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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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신관 응급실 당직이었다. 저녁 6시부터 아침 7시까지 근무, 물론 그 전에도 당직 근무, 그 후에도 낮 근무가 계속 된다. 시작은 괜찮았는데, 저녁 8시 이후로 아픈 아기들이 마구마구 몰려들었다. 새벽 서너시 정도 되어서야 겨우 정리가 되었고, 피곤을 이기지 못 한 나는 응급실 구석 침대에 누워 잠시 눈을 붙였다.

'선생님, 얼른 일어나보세요. 헤모글로빈 낮은 환자가 왔어요.'라는 간호사의 소리에 일어나보니, 잠결에 봐도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있고 온 몸이 창백한 젊은 여자가 침대에 누워있었다. 환자가 오면 활력징후 측정이 가장 먼저이겠으나, 그것과도 함께 바로 수액을 두 개 연결하고 있었다. 혹시, DOA인가 했는데 다행히 의사소통도 되는 상태였다. 주소는 호흡곤란과 하혈.

원래는 과거력 파악하고, 차트 쓰고, 기본적인 검사 결과 나온 후 당직 산부인과 선생님께 연락 드려야 하나,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얼른 과거력을 물어보고, 간단히 차트 작성 후 바로 당직 산부인과 선생님께 연락 드렸다. 간단한 과거력 및 현재의 활력징후를 알려드리니 알겠다고 얼른 내려오셨다.

그 사이 피검사가 진행되어 나온 혈색소 수치는 1!!! 보통 12나 13 이상이 되어야 하는 수치가 10이 아니라 1이었다. 혈액 중 적혈구의 비율을 따지는 헤마토크릿은 40% 내외는 되어야 하나, 이 환자의 수치는 4.9%. -_-;; 2년 전 생리 문제 및 하혈로 찍은 MRI에서 무려 13cm 이상의 커다란 자궁근종도 있고, 헤모글로빈값이 너무 낮아 수혈 및 빈혈 치료를 권유 받았으나 모두 거절하고 그 뒤로 추적관찰이 소실된 상태였다. 당직 선생님께서 상태가 매우 위중하고, 급사의 가능성도 있다고 하는데, 환자와 환자의 보호자인 언니는 가볍게 웃으며 이야기 하고 있었다.

혈색소, 영어로는 Hemoglobin은 우리 피 속의 적혈구 안에 들어있는 녀석으로 산소와 결합하여 온몸에 산소를 전달해 준다. 흔히 '빈혈 수치'로 알고 있고, 산소 전달의 기능을 하는 만큼 이 녀석들이 부족하면 당연히 좋지 않다.

이번 환자의 경우, MRI에서도 확인 되기도 했지만, 배를 만져보기만 해도 바로 알 수 있을만큼 커다란 덩이가 있는데다, 하혈도 종종 많이 되고, 숨도 가쁘며 일상 생활도 쉽지 않았던 모양인데, 자기 병에 대한 인식, 즉 병식이 없고 현대 의학에 대한 막연한 불신으로 치료를 거부해하여, 2년 전에 비해 매우 안 좋아진 몸 상태를 가지고 병원에 오게 되었다. 환자에게 병식이 없었다면, 환자 가족들이나 주변 사람들은 뭘 했던걸까? 이렇게 상태가 안 좋은데 병원에 가 보라는 말을 안 해 보았을까? 뭐, 평양감사도 자기가 싫다면 안 한다지만, 그래도 이렇게 되기까지 치료를 아예 받지 않았다는데서, 환자에 대한 기본적인 기대와 신뢰가 무너져 버렸다.

응급조치가 끝난 후 입원 처리 되어 더 많은 처치와 치료를 받고 있을터인데, 가끔 이렇게 병식도 없고 협조가 안 되는 환자들을 만나면 정말 힘이 빠진다. 이럴거면 아프질 말든지, 아프면 의사 말 잘 듣던지 그러지...

그나저나, 혈색소 수치 1과 헤마토크릿 4.9는 아마 앞으로 내가 의사하면서 두 번 다시 보지 못 할 최저값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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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 Decision

자유/자유 M.D. | 2009.09.01 01:28 | 자유

from gaminrey's Flickr.com


요 며칠, 아니 근 한 달 이상 선택을 위한 고민을 무척 많이 했다. 마치 위 사진에 있는 여자아이처럼, 어떤 길을 갈지 고민했던 것이다. 그러다,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하여 고민의 마침표를 찍었다. 앞으로 내 삶의 방향을 결정지을 선택이 될 것이 분명하고, 아직까진 확신할 수 없는 결정이지만, 이제 다시 되돌리는 것은 어려울 듯 하다. 이번 결정을 통해 많은 선생님들께 죄송함도 느끼고, 면목도 없고 그렇지만,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기를 바랄 뿐이다. 다만 내 처신에 어디 부족한 점은 없었나 다시 한 번 걱정하게 된다.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지금 이 결정을 끝까지 밀고 나가야겠다. 그러려면 더 열심히 해야겠지. 열심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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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iPocrates' Flickr.com

의사 중 가장 낮은 등급, 의사도 무시하고, 간호사도 무시하고, 응급구조사도 무시하고, 방사선기사도 무시하는, 병원 바닥에 붙은 껌딱지 보다 더 낮은 위치에서 일 하는 인턴.

응급실에서 노티하면 이러쿵 저러쿵 말도 안 되는 걸 가지고 시비 걸고 혼내는 레지던트도 있고, 가라 해야 하고 먹으라 해야 먹을 수 있는 인턴이 일 다 끝내 놓았는데도 자기 일 안 끝났다고 계속 잡아두는 레지던트도 있고, 지나가다 인사하면 본채만채 지나가버리는 레지던트도 있고...

이런 저런 이유로 늦게 졸업하고, 늦게 의사 생활을 시작하였던만큼 처음에 마음 먹었던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학번이나 나이를 앞세우지 않겠다는 것. 입장 바꾸어 생각해 봐도, 나보다 나이도 많고 학번도 한참 높은 사람이 자기보다 아래 사람으로 있어 이리 저리 부리고 혼내기도 해야 하는게 얼마나 껄끄럽겠는가.

그래서, 그 동안 혼내면 혼나고 잘못했다고, 미안하다고 하고 넘어왔다. 이제는 더 이상 못 참겠다고 이런 글을 쓰는게 아니고, 이렇게 결심을 했지만 그래도 아쉬운 점이 있기에 나중에 나도 그런 레지던트가 되지 않으려면 기억을 좀 해두어야 겠어서 적어두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힘들고 바쁜 수련 생활에 인턴 나부랭이들이 어디 눈에나 들어오겠는가. 나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이니만큼 비논리적인 비난이나 인격적 모독 보다는, 같은 길을 가는 선후배라는 생각, 그리고 대부분이 같은 학교 동창이라는 생각들을 가지고 한 마디 말이라도 따스하게 하고, 지적 할 땐 따끔하게 하더라도 기분 나쁘지 않게 그렇게 하고 싶다. 지난 번에 글 올렸듯,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인격이 올바르다면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할 수 없다. 나도 그러고 싶다.

에구구... 정리가 잘 안 된다. :) 항상 의욕을 가지고 블로그에 글 쓰기를 시작하는데, 오늘도 머릿 속 생각을 제대로 꺼내지 못 하고 있다. 아무튼, 나도 언젠가 무슨 과의 레지던트가 되어, 1년차, 2년차, 3년차, 그리고 4년차가 되겠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이 생각 잊지 않고, 인턴은 물론이요 아랫 연차들에게 잘 하는 착한 레지던트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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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중 가장 초기형(!?)인 인턴 생활 시작한지 벌써 반년이 지났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지만, 아직 3년은 되지 않았고, 그래도 병원밥 먹다보니 어느 정도 자라나는 느낌이다. 느낌만 그렇고, 실상 실력과 지식이 늘지 않는 것은 큰 문제고 말이다.

from dmason's Flickr.com

언제 글을 좀 정리해서 올려보고 싶은 마음도 있으나, 아무튼 수련 병원에서 전공의의 삶은 시간과의 싸움이 지속된다고 볼 수 있겠다. 시간과 공간, 능력은 한정되어있는데, 그에 아랑곳 하지 않고 몰려드는 환자들을 진료하려면 방법은 한 가지 뿐이다. 환자 한 명 한 명을 최대한 능률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 그러다보니, 상당히 불친절한 의사가 되어가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환자를 처음 만나면 보통, '어디 아파서 오셨어요?' 라고 물어본다. 여기에 '귀가 이상해서 말이에요. 예전에도 이상했었는데, 어쩌도 저쩌고...' 라고 대답해 주면, 다 듣기도 전에 '가장 불편한 것이 뭐에요? 병원 와야겠다고 마음 먹게 된 가장 큰 이유요.' 라고 대답을 잘라버린다. 즉, 내가 원하는 단답형의 대답을 듣기 위해 상당히 공격적인 대화를 이끌어 나가게 된다.

이런 경우도 있다. '기침이나 콧물, 가래 있어요?' 라고 물으면, '기침이 좀 있기도 하고, 예전에도 좀 있었는데...' 이러면 또 말을 자르게 된다. '기침이 있어요? 없어요? 콧물이 나와요? 안 나와요?' 이러고 말이다. 내가 원하는 답은 '예' 혹은 '아니오'의 단답형인데, 보통 환자들은 서술형으로 풀어준다. '술 얼마나 드세요?' 라고 물어보면 대부분이 '조금 먹는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답변은 한 번에 얼마나 먹는지, 1주일 혹은 한 달에 얼마나 자주 먹는지 평균적인 소비량이 궁금한 것이다. 이런 답변을 처음부터 하는 사람은 당연히 없다. 그러니 다시 공격적으로 물어보게 된다.

어찌보면 의사가 보는, 아니 보고자 하는 환자의 상태와 환자가 느끼는 자신의 상태가 다르다... 고 하기엔 좀 이상하고, 보는 관점과 방법이 달라서 그런지 서술하는 방법도 다르다. 의사의 언어와 환자의 언어가 다르다고 할까.

그래도, 오늘 이비인후과 외래가 다 끝난 후 외래 간호조무사로부터 칭찬 들었다. '선생님, 예진 참 잘 해요.'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일 가능성이 다분하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잘 못 들으시는 분들이 많이 오셔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다 못 해 필담까지 나누느라 힘들었던 하루의 피로가 조금은 가시는 기분이 들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은가.

from Sreejith K's Flickr.com


아무튼, 나는 오늘도 더욱 더 불친절한 의
사로 거듭나고 있다. 그나마, 의사의 언어와 환자의 언어 사이의 간격과 이해의 격차를 조금이라도 줄여볼까 하는 택도 없는 희망을 가지면서 말이다.

p.s. 아무리 친절하려고 해도, 꽉 차있는 외래 대기실도 모자라 밖에서도 기다리고, 예진해야 할 차트는 쌓여있는데, 다른 해야 할 일도 넘치는 상황에선, 나의 인격이 모자란 탓인지, 친절하기가 참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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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 모델, Role model

자유/자유 M.D. | 2009.08.19 22:42 | 자유

인턴이라는 위치가 그렇듯, 많은 선생님들을 만나게 된다. 특히, 지난 번에 돌았던 응급실 상황 상 다른 과의 개입이 필요할 경우 인턴이 각 과 당직 선생님께 보고(흔히 '노티'라고 줄여 부른다. 아마도 notify란 뜻이겠지.)를 해야 하다보니 더욱 그렇다. 나도 이제 겨우 몇 개월 째이긴 하지만, 콜 받아보고 노티도 받아보고 하면 참 힘들고 짜증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렇지 않아도 일 많아서 힘들고 있는데, 거기에 일 또 하나 추가해 준다는 전화가 오면 누군들 좋아하겠는가.

힘들기로 꼽자면 정말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신경외과,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든 것이 분명한 1년차 김JJ 선생님이라고 계신다. 우리 병원 몇몇 과들이 세브란스와 레지던트 파견 근무를 주고 받고 있고, 신경외과도 그러는 과 중 하나라 우리 병원 1년차 선생님이 세브란스에 가 있고, 세브란스 1년차 선생님이 우리 병원에 와 있는 상태다. 이 김JJ 선생님께 노티를 하면 절대 인턴을 혼내지 않는다. 보통은 노티하면 반 이상이 혼낸다. 게다가, 노티 받고 응급실에 내려와 차트 보면서 '선생님, 고마워요. 차트를 이렇게 잘 써주다니... :)' 이런다. 궁금한 것이 있어서 물어보면 웃는 얼굴로 알려주고, 지나가다 만나면 웃는 얼굴로 인사 해 준다. 인턴들한테만이 아니라 모두에게다 그런다. 분명히 우리 병원에서 가장 힘든 사람일텐데, 힘들어서 인상도 쓰지 않고, 온화한 얼굴로 사람들을 대한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틈틈히 공부하라고 따끔한 충고까지 해 주고 말이다.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인턴들, 병동 및 응급실 간호사들도 모두 입 모아 같은 이야기를 한다.

이 이야기를 (이 쪽에 대해 잘 아시는) 한 지인께 말씀 드렸더니만, '미친거 아니에요? 정상범위를 너무 많이 벗어났네요. :D' 이러실 정도로 정말 대단하다. 자기가 힘들다고 다른 사람에게 짜증내거나 화내지 않는 것, 성인군자의 기본자세일테지만, 나와 같은 범인들은 감히 생각도 못 하는 엄청난 상태이다.

끝날 것 같지 않은 인턴 생활이 언젠가는 끝나고, 나도 언젠가 1년차가 되고, 2년차가 되고, 또 3년차, 4년차가 되겠지. 그 때도 김JJ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신선한 충격을 잊지 않고 있어야겠다.

또 한 명의 역할 모델을 만나게 되었다.


p.s. 이미 나보다 더 먼저 의업의 길을 가고 있는 친구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연초에는 차분히 타이르고 알려주고 하지만, 점점 일 힘들어지는데 노티는 엉망이고 하다보면 화를 내게 되고, 또 화를 내면 노티가 잘 정리되어 오고 그런다고 한다. 물론, 나도 노티하다 혼나는 입장에서, 성격 안 좋은 레지던트에게 노티하기 전에는 혹시라도 뭐 빼놓은거 있나 살피게 되는데, 그렇지 않고 성격 좋고 정말 좋은 레지던트에게 노티할 땐 또 다른 이유로 차근차근 챙겨 노티하게 된다. 설사 무얼 하나 빠뜨렸더라도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는 죄송한 마음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고 말이다.

분명, 성격 나쁜 것이 단기적으로 볼 땐 사는데 편해 보인다. 적어도 내가 경험해 본 사회에서는 말이다. 그래도, 어느 정도의 경지에 오른 좋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면, 내가 내세우기 전에 남들이 알아주고 그러기에 더 잘 해줄 것이다. 그렇게 믿어야지.

그렇게 되려면 마음을 많이 닦아야 할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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