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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닿는 곳/유럽

[무대뽀 유럽배낭여행] 22일.. 인터라켄 호수여행

2001. 7. 28. 토

알람을 맞추어 놓은 시각은 8시. 시계가 울리기는 했는데, 더 자고 싶은 마음에 누르고 다시 자버렸다. 그러고 일어난 시각이 9시 즈음이었다. 같은 방에 자고 있는 사람들은 그대로 다 자고 있고, 혼자 일어나서 어제 못한 샤워를 비밀리에(아침에는 샤워 하지 말라고 쓰여있길래...) 했다.

다시 방에 둘아와 먹을 것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이 비싼 스위스, 사 먹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토스트 빵에 잼과 치즈를 넣어 샌드위치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하나둘 일어나고... 빵을 다 준비할 무렵에는 다들 나가고 없었다. 그 중 한 분이 같이 인터라켄에 가자고 하셔서 먼저 칼 잠깐 사러 나가시고, 그 동안 방에서 준비를 하고 있었다. 11시즈음 되어 칼을 사서 들어오셨길래 배낭을 다 싸서 2호실에 넣어둔 후에 밖으로 나갔다.

인터라켄으로 가는 기차는 11시 35분에 있었다. 역에 일찍 가서 잠시 기다리다가 들어온 기차를 타고 인터라켄으로 출발했다. 역시 에어콘은 안 나왔다. -.- 같이 간 형은 77년생, 부산의대 97학번이었다. 우연히 이렇게 만나서 인터라켄으로 가는 두 시간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특히 그 형은 음악을 좋아해서 유럽 여행하는 동안 음악회를 쫓아다니느라 돈이 무지 많이 깨졌다고 했다. 음악에 대한 이야기, 학교 공부에 대한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기차를 타고 갔다.

인터라켄 동역(Interlaken-Ost)에 도착했다. 인터라켄은 호수(lake) 사이(inter)에 있는 도시였다. 동역 말고도 서역이 있는데(유럽은 도시 하나에 대부분 역이 두 개 이상있다. 많은 곳은 무지 많다. 헷갈리면 엄청난 삽질뿐. -.-) 서역 주변이 볼게 많다고 해서 서역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는 동안 무지 많은 상점들(기념품 가게)과 무지 많은 일본인들(인터라켄엔 한국사람 많다 들었는데, 일본 사람이 엄청 많았다.), 그리고 그런 일본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일본어 안내문들... 심지어 '일본어 됩니다.', '일본어 관광 안내 가능' 이라고 쓰여있는 곳도 있었다.

서역에 도착해는데, 사실 인터라켄이 융프라우요흐(는 예산 사정으로 포기. ㅠ.ㅠ) 올라갈 거 아니면 볼게 없는 곳이라, 그냥 유람선만 잠깐 타보기로 했다. 서역 뒤 쪽에 있는 유람선 선착장에 갔더니 2시 50분에 다음 배가 떠난다고 했다.(그 때 시각 2시 10분.) 대강 빵 뜯고, 사과 먹고 하면서 기다리다보니 배가 들어왔다. 배를 타고 출발할 때 까지 또 학교 이야기 하며 시간을 보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기다리던 배가 맑은 빙하 호숫물을 가르며 들어오고 있다.


배가 출발하고 드디어 튠호(Thunasee)에 들어갔다. 빙하가 녹아 고인 물이라 그런지 정말 맑고 시원해 보였다. 잠시 배를 타고 가는데, 저쪽 산 위에서 우르릉 꽝~ 하는 천둥 소리가 들리는게 아닌가. 그래서 주위를 둘러봤더니 산 허리 즈음에 걸린 구름들이 심상치 않아보였다. 그래서 호수 한 바퀴 도는 코스는 바로 포기하고 첫번째 선착장에 내렸다.

그 곳은 한마디로 휴양지였다. 호숫가에 바로 잔디밭이 있어서 사람들이 선탠하고, 비치발리볼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요트나 보트도 타고, 더우면 호수에 뛰어들어 노는 그런 곳이었다. 다들 수영복을 입고 있으니까 반팔, 반바지 다 입고 있는 우리들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호수 주변을 잠시 산책하다가 보니 바람이 점점 거세지고,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좀 전까지만 해도 호수에 많이 떠있던 요트나 보트들이 하나둘 들어와서 호수에는 거의 없었다. 잔디밭에서 선탠하던 사람들도 하나둘 자리를 접고 들어가고 있었다.

돌아가는 배 시간이 곧 되어서 선착장으로 나갔다. 반팔 입고는 좀 쌀쌀할 정도로 바람이 몰아쳤고, 잔잔했던 호수에는 파도가 일고 있었다. 그 때 저 멀리 보이는 유람선 한 척. 용(Dragon)모양이 아닌가. 입에서는 연기까지 나오고 있었다. ^^; 참 유치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이들은 매우 좋아할 것이 분명하니까 좋은 아이디어 같았다. 암튼 그 유치찬란한 배를 타고 다시 서역으로 돌아왔다.

서역에서는 루체른으로 바로 가는 기차가 없었다. 다시 동역으로 걸어가는데 비가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서둘러 동역에 들어가 이미 들어와있는 기차를 두고 플랫폼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에어콘 안 나오니까. -.- 들어가면 바깥보다 더 덥다.) 출발할 시간이 되어 기차에 올랐다. 루체른까지 다시 두 시간. 음악을 들으며 꾸벅꾸벅 졸면서 기차를 탔다.

루체른에 도착한게 7시 30분이 조금안 된 시각이었다. 7시까지 주는 12 CHF짜리 메뉴를 과연 먹을 수 있을지 궁금해하면서 민박집으로 향했다. 아줌마께 말해보니까 직접 오늘 책임자에게 물어보라고 해서 일단 자리를 잡고 앉아서, 시간이 지났는데 Today's Special을 먹을 수 있냐고 물었더니만 아무 망설임 없이 OK~! 라고 했다. 혹시, 이거 우리가 생각하는거랑 다른게 아닌가 해서 다시한번 확인해 봤더니 12 프랑짜리 밥이 맞다고 해서 안심하고 기다릴 수 있었다. 아, 눈물나는 12 프랑짜리 밥. 역시 고추기름 마구 쳐서 먹었더니 그래도 밥이라고 너무 맛있었다.

밥을 맛있게 먹고 배낭 들고 나와서 아줌마께 잘 지내다 간다고 인사드리고 역으로 향했다. 바젤까지 가는 기차가 8시 54분.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었다. 이제 스위스도 마지막이라 남은 돈을 쓰려고 보니 5. 60 CHF이 남아있었다. 밥이 약간 모자른 듯 해서 역에 있는 스낵 파는 곳에서 5.40 CHF짜리 샌드위치 하나를 사먹었다. 참치 샌드위치였는게 맛이 꽤 좋았다. 양도 많고. 그 사이 그 형은 잠시 화장실에 갔다. 머 빠진게 없나 배낭을 열어봤는데, 아뿔싸... 널어두었던 수건과 빤쓰, 목욕타월을 안 가져온 것이었다. 기차시간까지는 이제 25분 남았는데, 화장실 간 형은 안 오고... 5분이 지나 20분 남았는데도 안 오길래 주변에 다행히 한국 여행자들이 있어서 가방 좀 봐달라고 부탁하고 부리나케 민박집으로 뛰어갔다. 다행히 잘 걸려있었던 것들을 한 손에 쥐고 다시 역까지 달렸더니만 겨

우 8시 50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기차에 올라 자리를 잡으니 바젤행 기차가 출발했다.

뱀다리...
스위스에서 프랑스로 넘어가는 국제열차는 바젤에서만 출발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루체른에서, 그 형은 쮜리히에서 파리가는 걸 쿠셋으로 예약을 했는데, 똑같은 기차를 바젤에서부터 타게 되어있었다. 아무래도 바젤에서 프랑스행 트랙이 아예 따로 있고... 암튼, 그렇다. 그냥 바젤까지는 유레일로 가고, 거기서부터 예약한 기차 타면 된다.

바젤에 도착해서 세 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다. 10시 넘어 도착했는데, 0시 50분에 기차가 출발했으니... 그냥 앉아서 이야기 하다가 보니 12시가 다 되어버렸다. 그래서 트랙에 들어가 보니 이미 기차가 들어와 있었다. 그런데 아직 들어가지는 못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