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광고 모금 캠페인

2001. 7. 26. 목

알람시계도 맞춰놓고 잤었는데, 역시나 엄청 큰 소리로 날 깨워주었다. 한 10분 정도 누워있다가 일어났는데, 다들 자고 있었다. 먼저 화장실에 들어가서 머리도 감고, 세수 하고 나왔다. 다들 일어나 씻고, 가방을 챙기고 아침을 먹기 위해 아래로 내려갔다. 부페를 생각했었는데, 콘티넨탈 브랙퍼스트(Continental Breakfast, 빵, 우유, 치즈 등 간단한 아침 식사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부페식 아침 식사는 American Breakfast라 한다.) 였다. 접시 하나에 크로와상 하나, 바게뜨 작은거 하나가 있었는데, 그거 다 먹고 옆에 있는거 한 접시 더 먹었다. ^^; 쥬스도 마시고, 삶은 달걀도 하나 까먹고 치즈도 세 장이나 먹었다. 나올 때 잼이랑 버터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방에 다시 올라와 짐을 가지고 바로 내려가 체크 아웃(이랄 것도 없고 열쇠 건내주고 끝)을 했다. 서둘러 브뤼셀 남역으로 갔다. 역에 도착해서 줄발할 시간 가까이 될 때 까지 역 안에서 기다렸다. 섯불리 플랫폼에 올라갔다가 어제처럼 플랫폼이 바뀌어 기차를 놓치는 일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 시간이 다 되어 올라갔더니 기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이 그렇게 많이 타는 구간이 아니었는지 컴파트먼트 하나가 예약이 한 좌석도 안 되어있길래 하나 떡 하지 잡고 앉았다.

기차는 제시간에 출발했다. 코스를 보아하니 벨기에에서 룩셈부르크를 거쳐, 프랑스를 지나 스위스에 들어갈 것 같았다. 셋이 컴파트먼트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중국인 만나면 나오는 나의 단골 메뉴, 제작년에 중국 갔었다는 이야기(사실 자기네 나라 갔었다고 하면 다들 좋아한다. 우리도 외국인이 우리나라 와봤다 하면 좋아하는것 처럼.)부터 시작해서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대한 폭 넓은 이야기를 했다. 주로 중국과 한국을 비교하면서. 북한 이야기가 나와서 한참 통일, 남북관계, 중국과 타이완 이야기도 했었다. 말이 하도 많이 막혀서... 정말이지 영어 공부 좀 해야겠다.

룩셈부르크를 지나 프랑스에 들어왔다. 프랑스 차장이 들어오더니 여권 한번 훑어보고 나갔다. 역시 유럽 최대, 세계 2위의 농업 수출국 답게 철길 옆에 있는 농지가 장난이 아니었다. 옥수수면 옥수수가 좌악 심어져 있는게, 정말 광활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야기도 하고 경치도 보다보니 부족한 잠 때문에 졸음이 밀려왔다. 한 시간 정도 자다가 일어났더니 프랑스의 끄트머리에 와 있었다. 음악을 들으며 경치를 보고 있으려니, 알프스가 가까워져서 그런건지 산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아, 여기부터는 스위스인가보다 라고 생각하자마자 바젤(Basel) 역에 도착했다. 나는 갈아타야 했기 때문에 중국인 부부와 작별인사를 하고 내렸다. 여권 검사를 하는 것 같더니 머 별로 보지도 않고 그냥 나가게 해 주었다. 나오자 마자 벤치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보니까 어라, 베네치아에서 만났던 사람들이었다. 역시 유럽은 좁아. 잠깐 이야기 하다가 여행 잘 하라고 인사하고 헤어졌다.

원래 계획은 어제 밤 밤기차를 타고 쮜리히에 가서 오늘 쮜리히 잠시 둘러보고, 루체른에 저녁 즈음 들어가 예약한 민박에서 자고 하는 것이었는데, 이거 완전히 계획이 엉망 되어버렸다. 쮜리히까지 갈 시간도 없고, 어짜피 오늘 루체른 가야 하는거 바로 여기서 가는 걸 타는게 나을 것 같아 시간표를 보니까, 옷, 1분 남았당~! 헐레벌떡 뛰어서 트랙에 올라가니 꾸질꾸질한 기차가 서 있었다. 어떻게든 빨리 가서 쉬고 싶었으니까 바로 그 기차에 올라탔다.

에구에구... 에어콘이 안 나오는 기차였다. 아직 고도가 많이 안 높아서 그런지, 남쪽으로 내려온 만큼 더웠다. 기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경치를 모니까, 이야, 이거 정말 이쁜 나라가 아닌가. 요밀조밀 크고 작은 산들이 있고, 집들도 옹기종기 이쁘게 모여있었다. 간간히 작은 개울도 있고, 호수도 있고... 물가가 비싸다고 해서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안 먹고 안 쓰지, 뭐. 설마 자연 경관 둘러보는데 돈 내라고는 안 할테니.

그 더운 기차를 한 시간 십분 정도 탔더니 루체른 역에 도착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역이 크고 현대적이었다. 스위스에서는 아멕스 여행자 수표를 환전해 보려고 생각하고 있어서 우선 i를 찾아가 아멕스 지점을 물어봤다. 지도 상으로는 얼마 멀지 않았지만 무거운 배낭을 매고 찾아가는 길은 어찌나 멀던지... 겨우 찾아들어가 150유로를 환전해서 223.9 스위스프랑을 받았다.
전화기를 찾아 잠시 헤메고 찜통같은 전화박스에서 민박집에 전화했다. 2시부터 5시까지는 문을 닫고 사람이 없다는게 아닌가. 어쩔 수 없이 바로 앞에 있는 루체른호 호숫가에 앉아 시간을 때우기로 했다. 이 무거운 배낭을 매고 어딜 돌아댕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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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전화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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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쩨른 호수가에서... 민박집 들어가기 전에 기다리고 있는 중


4시 반이 조금 넘어서 호숫가에서 일어났다. 호수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인 것 같았지만 처음 찾아가는 길이니 좀 일찍 출발해서 빨랑 짐을 내려 놓으려고... 민박집 아주머니께서 일러주신대로 길을 찾는데, 그런 길 이름이 안 보이는게 아닌가. 결국 구시가지를 대강 한 바퀴 돈 후에야 겨우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중국 음식점이었는데, 그 위 쪽이 민박집이었다. 닫혀있는 음식점 문을 열고 들어가서 아주머니를 찾아 방으로 들어갔다. 방은 음식점 위에 미로처럼 되어있었다. 목조 건물 같은데 혹시 화재라도 나며는... -.- 마치 안네가 숨어지냈던 곳이 연상되는 민박집이었다. 방은 6호실이었다. 이미 두 사람이 들어와 있어서 인사를 하고 방에 들어갔다. 이야기를 좀 하다가 루체른에서 나가는 기차표 구하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바로역으로 나갔다.

루체른 역으로 가서 예약 창구에 갔더니 기차 시간표를 조회하는 컴퓨터가 있었다. 컴퓨터로 조회해 보니 28일(토) 밤에 파리 동역에 가는 기차가 있어서 프린트를 해서 이 표를 달라고 했다. 다행히 쿠셋, 좌석 모두 있어서 이번에 쿠셋을 꼭 타보리라 하고 쿠셋을 예약했다. 무려 22 CHF.(만 오천원 정도. 좌석은 4 CHF이었는데...)

이제 기차는 해결했으니 숙소를 예약해야 했다. 전화를 걸기 위해 가장 소액권 전화카드인 5 CHF짜리 전화카드를 샀다.파리에도 한인 민박이 많이 있는데, 나이스맨이라는 곳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전화해 봤더니 예약이 다 되었다는게 아닌가. 오늘 당장이 아니라 사흘 후라고 해도 이미 다 예약이 되어있다고 했다. 그래서 다른 곳 몇 군데 추천해 달라고 해서 전화번호 몇 개 받아적고 전화를 끊었다.

이제 어디로 갈까.. 고민하며 길을 걷고 있는데, 누가 아는척을 하는게 아닌가. 아까 방을 같이 쓰게 된 그 친구들 중 한 명(둘 다 81년생, 초등학교 친구 사이라고 했다.)이었다. 다른 넘은 피곤하다고 안 나와서 혼자 나왔다는 것이었다. 그럼 같이 다니자고 해서, 우선 역 바로 앞에 있는 카팰교를 갔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다리라는데 다리 집붕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무슨 내용이지는 모르겠고. ^^; 다리를 건너 빈사의 사자상을 찾아가기로 했다. 마크 트웨인이 말하길 세상에서 가장 슬픈 암석이다.. 했다는데 도대체 어떻길래 그런지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다.

지도를 보고 한참 걸어가고 있는데 뒤에서 어떤 아줌마가 You Two!! 하는게 아닌가. 이거 도데체 뭘 팔려고 이렇게 애타게 부르나.. 하고 무시하고 가는데, 계속 부르는 것이었다. 뒤를 돌아보니 자전거를 탄 아줌마 한 분이 우리를 불러새웠다. 더듬더듬 Lion보러 가냐고 물어서 그렇다고 했더니 이 쪽 길이 아니라면서 길을 알려주었다. 어찌나 고밥던지, 하마터라면 엄청 삽질을 할 뻔 했다. 그 아줌마의 도움으로 빈사의 사자상을 찾아갔다. 생각했던것 보다 컸다.(오줌 누는 소년상은 정말 작았는데...) 작은 공원 같은 곳에 있었는데, 사진 찍고, 앉아서 한참 이야기를 했다. 좀 앉아있으려니까 한국 사람들도 많이 왔다 가고, 일본 단체 관광객, 인도 단체 관광객도 왔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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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사의 사자상. 힘이 다 빠진 사자의 모습이 안쓰러워 보인다.


우리나라 여행 안내서에는 안 나와있지만, 루체른 관광 안내소에서 나누어준 책자에 있는 Musegg Wall(어떻게 읽는지 모르겠다.)에 갔다. 빈사의 사자상에서 그리 멀지 않았는데, 성벽 위로 올라가 다닐 수 있었다. 성루를 통해 올라가 성벽 위를 걸어가는데, 어떤 아저씨 둘이 이미 저쪽은 문을 닫았다면서 더 못간다고 했다.(아마도 성벽 관리인이었나보다.) 그래서 책에 소개되어있던 시계탑은 어디냐고 했더니 아직 거기는 닫지 않았으니 올라가보라고 해서 시계탑에 올라가보았다. 다리가 후들거리며(나 원래 높은 곳 무지 싫어한다.) 시계탑 꼭대기 까지 올라갔지만, 밖이 잘 보이지 않아 실망하고 내려가려는데, 댕~!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다. 시계를 보니 8시. 일곱번의 우뢰와 같은 종소리(종 치는데 바로 옆에서 들어본 적 있는가? 귀가 찢어지는 줄 알았다.)를 더 듣고서야 다리를 움직일 수 있었다. 다시 성벽으로 나가 도시 쪽을 보니 아름다운 광경이 좌악 펼쳐졌다. 성벽이 있는 곳이 루체른 뒤쪽 산이 있는 곳이고, 거기서 또 성벽 위로 올라와 있으니 루체른 시가지, 앞 쪽의 높은 산들이 너무너무 이쁘게 잘 보였다. 그냥 내려갈 수 없어 이름도 모르는 산에 카메라를 대로 셔터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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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 위에서 찍은 루쩨른 시가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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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탑 중 하나에 올랐다가 우뢰와도 같은 종소리를 들었던 것이었다. 그 앞의 파란 잔디 깔린 축구장


성벽 뒤쪽으로 갔다. 아까 성벽 위에서 봤더니 운동장이 보였었다. 축구장이 나왔는데 잔디구장. -.- 하긴 바젤에서 루체른으로 기차타고 오는데도 잔디구장을 몇 개 봤다. 푸른 잔디를 밟아보고, 옆에 있는 농구장에 갔더니 중국아해들(진짜 중국인들 많다. 현지에 사는 화교들은 말할 것도 없고(도처에 중국인 식당, 중국인 가게), 여행 다니는 사람도 엄청 많다.)이 농구를 하고 있었다. 잠시 구경하다가 길을 따라 시가지로 내려갔다.

시가지로 가는 길에는 소를 키우는 목장이 있었다. 영화에서나 보던 것 처럼 소 목에 종을 달아놔서 소가 움직일 때 마다 딸랑딸랑...

시가지로 내려가니 카팰교와는 또 다른 목조다리가 나왔다. 이름하야 쉬프로이어 다리. 카팰교 보다는 좀 작지만 역시 여기에도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쉬프로이어 다리를 건너 카팰교로 다려나서 다시 가팰교를 건너 카팰교를 배경으로 사진 한 방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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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래된 목조 다리라는 카팰교 앞에서 찰칵~!


아까부터 저쪽에서 음악소리가 들리길래 가보았더니 Blue Balls Festival이라면서 블루스 밴드가 공연하고, 사람들은 여기저기에 있는 맥주바에서 맥주를 사 마시며 즐기고 있었다. 사람들을 헤치며(그 넓은 길이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무대 가까이 가서 음악을 들었다. 밴드 보컬이 하모니카를 연주하는데 정말 잘 했다. 박수가 절로 나올 지경이었다. 그래서 사진 또 한 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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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루쩨른 호수가에서 벌어지던 Blue Balls Festival


페스티벌 장소를 돌아나오다가 오토바이가 많이 주차되어있는 곳을 지나게 되었다. 같이 다니던 그 친구가 오토바이에 무지 관심이 많아서 오토바이를 배경으로 하고 사진 많이 찍어 주었다.

숙소로 돌아오니 9시가 넘고 있었다. 배가 슬슬 고파오고 있었는데(아침부터 먹은 거라곤 어제 샀던 빵과 주스 뿐.) 숙소 아래에 있는 중국인 식당에서 12 CHF에 식사가 있다고 해서 그걸 같이 먹기로 했다. 민박집 아줌마에게 말 했더니만 그 메뉴는 5시 반에서 7시까지만 파는 메뉴라는 것이었다. 우리가 가능한 불쌍하고 처량한 표정과 몸짓을 보이자 돈 없는 학생들을 위해 해주어야지 어쩌겠냐며 테이블에 앉아있으라고 하셨다. 살았다.^^; 근데 12 CHF도 싼 돈이 아니다. 닭고기 요리에 밥 한 공기가 울 나라 돈으로 8천원이 넘으니... 그나마 이건 정말 싼 식사다. 보통 20 CHF이 넘고, 30 CHF 넘는 식사도 많았다. 이놈의 스위스 물가는 정말 살인적이다. 암튼 조금 기다리니 아줌마가 다시 오셔서 음료수는 하나 시켜야겠다고 하셔서(허걱~! 음료수도 장난 아니게 비싼데..) 콜라 피쳐를 시켜서 나누어먹기로 했다. 잠시후 나온 요리에다 핫소스, 고추기름, 고춧가루를 듬뿍 뿌려 먹으니 매코~~옴 하니 먹을만 했다. 으아, 유럽 배낭 여행 중 가장 비싼 식사를 먹는구나... 그래도 맵게 먹어서 그런지 정말 맛있었다. 배도 고프기도 했고. 땀을 뻘뻘 흘리며 밥 한 톨, 고기 한 조각, 콜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계산을 하러 갔더니 셋이 합쳐 49 CHF. 한 사람 당 16 CHF(약 만 2천원. ㅠ.ㅠ)이었다.

밥을 먹고 바로 방으로 올라갔다. 이 민박에 화장실이 하나 뿐이라 사람들이 들어올 시간이 되면 샤워하기가 힘들어질 것 같아서. 배낭에서 샤워할 걸 꺼내고 있는데, 아줌마께서 들어오셔서 방을 바꾸어야겠다고 하셨다. 이 방은 여자들만 쓰게 하고 남자들은 다른 방으로 다 옮기라나. 그래서 위에 있는 8호실로 갔다. 침대가 여섯개 있는 방이었는데, 아까 방보다 훨씬 시원했다. 짐을 옮기고 대강 정리를 한 후에 샤워를 했다.

샤워를 하고 올라와 이틀간 입었던 옷을 다 빨고 있는데, 사람들이 들어왔다. 같이 한참 이야기를 하다가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