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이제 아프지 말고 편히 쉬세요. 할아버지와 함께 저희들 잘 사는 거 지켜봐 주시고요.
음력 2007년 9월 6일, 양력 2007년 10월 16일 새벽,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약 1년 전까지만해도 아흔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혼자 생활 잘 하시며 사셨으나, 지난 겨울에 마당에서 넘어지셔서 대퇴골 경부 골절상을 입으셨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고령이신 할머니의 전신상태는 수술 후 회복되지 못했다. 다치시기 전에는 내가 놀러가면 고봉밥도 차려주실만큼 정정하셨는데 말이다.
오늘 3일장을 마치고 장지로 가기 전, 할머니께서 그렇게도 가고 싶어하시던 할머니댁에 잠시 들렀다. 할머니의 영정을 들고 집에 들어서는데, 지금이라도 나를 보시고 '아이고, 내 새끼 왔냐.' 하시면서 버선발로 뛰어나오실 것만 같은 할머니께서 계셔야 할 바로 그 자리에 계시지 않는 다는 사실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부족함이 많은 나였지만, 언제나 '내 새끼', '내 강아지'라고 해 주시며 얼마나 예뻐해 주셨는지 모른다. 집을 한 바퀴 돌고 나오는데, 할머니께서 안 계신 그 집은 왜이리도 허전하던지... 8년 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함께 화장해 드리고, 함께 모셔드린 후 집에 돌아왔다.
장례식장에서 한 사촌형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돌아가신 다음에 예의차리고 해 봐야 다 소용없어. 계실 적에 잘 해 드려야지.' 멀어도 한 번 더 찾아뵙고, 전화도 한 통화 더 해 드리고 그럴 것을, 이제 뵙고 싶어도 찾아뵐 수 없는 곳으로 가셨다. 그래도, 이제는 더 이상 아프지 않으실터. 그리고, 할아버지와 함께 계실테니 덜 적적하시리라 생각하니 조금 위안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