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시험 치른 후 탈진상태

원래 세 과목의 시험이 예정되어있었는데, 도저히 사람이 소화할 수 있는 양이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어서 한 시험은 금요일로 미루어지고 오늘 두 과목의 시험을 봤다. 오전에는 생리학을, 오후에는 면역학을...

공부 못 하는 학생이라 이야기 해 봐야 변명거리일 뿐이지만, 정말이지 하루 종일 시험을 보면서 손이 너무 아팠다. 몰라서 못 쓰기도 하겠지만, 손이 아파서 못 쓸 정도였다. 오전의 생리학 시험은 A3 용지 16장.. 문제는 약 40여개. 객관식은 하나도 없고 몽땅 주관식인데다, 그나마 대부분의 문제가 서술을 요구하는지라 땀 좀 뺐다. 그러고 오후에 면역학 시험을 보러 들어갔는데, 서술형 주관식 문제만 30여 문제가 나오고, 객관식 10문제 정도가 추가로 나왔다.(가나다 가다 나라 라 가나다라) 두 시간의 시험 시간이 주어졌는데, 한 시간이 지나고 나자 학생들로부터 시간 부족 항의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지 주관식의 3분의 1도 못 푼 사람들이 부지기수였으니까. 선생님께서 1차 30분 연장해 주셨다가, 계속되는 항의로 결국 30분 추가 연장.. 면역학 시험만 총 세 시간을 봤다. 완벽하게 공부하지 못한 나도 쓸게 너무 많아서 힘들었는데, 제대로 공부한 녀석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꼬?

아무튼, 하루 종일 소설책 한 권을 펜으로 쓰고 나온 느낌이다. 시험 보면서 이런 생각까지 했다. '이렇게 많이 쓸거면, 차라리 컴퓨터실에 앉아서 다다다닥 타자 치는게, 학생들도 편하고 빨라서 좋고, 선생님들도 채점하실 때 글씨 알아보기 편해서 좋을텐데..' 오전의 생리학 시험은 그래도 상당히 글씨체에 신경을 써가며 못 쓰는 글씨라도 예쁘게 써보려고 노력했었는데, 오후의 면역학 시험에서는 시작과 동시에 손이 풀어져버렸다.

저녁을 먹고 한 시간 정도만 자고 일어나 방돌이들이랑 바람 좀 쐬러 나가볼까~ 했는데, 11시가 다 되어 일어났다.(기숙사에서는 11시에 점호를 하는지라 나가기 애매한 시각이었다.) 결국 그냥 다들 방에 있다. 다시 자는 녀석도 있고...

무얼 해야 할지 고민이다 뻑뻑한 눈과 몽롱한 정신으로 무얼 제대로 한다는게 어렵긴 하지만, 다음 시험은 오늘 빼고 시험 당일 빼면 고작 3일 남아있다. 금요일 새벽... 그렇다고 이 정신에 공부는 안 될 것이고.. 그냥 다시 자야겠다.


근데, 이거 겨우 이번 학기 첫 시험인데... 이렇게 힘들어해도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