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니 이제 12시가 넘었으니 어제다. 큰 마음 먹고 강의실 맨 앞자리에 앉아서 하루 종일 수업을 들었다. 내가 수업 듣는 교실(빡빡하게 짜여진 학사일정을 가지고 있는 의대 교육의 특성상, 보통은 각 학년별 강의실이 있고 교수님들께서 찾아 들어오시는 시스템이다. 초/중/고교에서 보는 방식.)은 강당과 겸하는 곳이라 앞뒤로 길기보다는 양 옆으로 길다. 옆으로 길게 퍼져있는데다 수업 내용의 슬라이드는 2시 방향으로 쏘기 때문에 오른쪽 앞자리가 명당이라 할 수 있겠다. 3열 중 가운데 열이 가장 좌석수가 많은데, 이번에 바로 이 가운데 열의 맨 오른쪽(각 시간 담당 족보 제작 인원을 위한 3열 맨 오른쪽 두 자리는 항상 비워둔다. 암묵적 약속이다.)에 앉은 것이다.
요 며칠 앞자리에 앉아 열심히 수업을 듣는 방돌이 주택이의 이야기를 듣고서 마음이 동했기 때문이었다. 녀석은 어제, 아니 그제.. 앞자리로 가면 갈 수록 수업에 더욱 집중하게 되고, 그로 인해 똑같은 수업을 듣더라도 훨씬 더 많이 머리에 담게 된다.. 라고 했다. 나는 보통 앞에서 서너번째 줄에 앉기 때문에 뒷쪽에 앉는다고 할 수 있었다. 갈 수록 떨어지는 체력과 집중력 때문에 수업을 온전히 듣기가 상당히 힘든 상황인데, 이런 상태로 단순히 앞으로 자리를 옮긴다고 하여 부족한 집중력이 상승될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솔직히 이야기 하자면, 맨 앞자리에 앉아서 졸 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자리 이동의 효과는 있었다. 아침 일찍 식사를 챙겨먹고 강의실에 내려가 자리를 잡았다. 오전 수업은 면역학 세 시간. 교수님 두 분께서 들어오셨지만, 중간에 다른 교수님께서 들어오시기 직전 잠시 집중력이 떨어졌던 것 말고는 꽤나 집중하여 수업을 들었다. 한 달에 한 번 하는 채플을 이어서 듣고, 오후 수업은 약리학 세 시간. 매 한 시간마다 약간의 휴식을 가졌는데, 첫 휴식 직전에 정신을 잃었던 걸 빼면 두 시간 반 이상 고도의 집중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정신을 잃었을 때 진도 나간 범위를 보면, 내가 기억하지도 못 하면서 적어둔 꼬부랑 글씨와 밑줄이 있다. 정말 기억할 수 없다.)
이제 앞자리의 중요성은 충분히 확인했다. 지속적으로 수업 시간에 집중하고 하나라도 더 머리 속에 담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수업 시간에 집중을 하여 듣는다 하더라도, 그걸 다시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수업 시간에 필적하는,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들여 노력을 해야 하는 법인데... 아직 여기까지는 해법을 찾지 못했다.
마구리 자유의 공부 열심히 하기 프로젝트는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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