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지하에 있는 해부실습실에 가면 차가운 철문이 기다리고 있다. 철문을 열고 들어가 수술복을 입고, 라텍스 장갑을 끼고, 메스를 든다. 메스를 잡은 이 손이 나중에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손이 될 것이다. 이런 걸 생각해 보면 함부로 손을 놀릴 수 없다.
들어와서 시작한지 얼마나 되었을까. 햇빛도 들지 않고 창문 하나 없는 해부실습실에는 그 흔한 벽시계조차 걸려있지 않다. 내 앞에 누워계신 분들의 시간이 멈춰있는 것처럼... 열심히 하다보면 자정을 넘기기가 일쑤다. 늦게 시작하긴 했지만, 오늘도 자정을 넘겼다.
어제 밤에 해부를 하고 왔다. 책으로만 보고 배운 지식을 직접 살펴봄으로써 내것으로 만들어주는 해부실습은 어렵기도 하거니와 경건해야 하는 하나의 의식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 소중한 기회를 주신 그 분들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할텐데... 긴장이 자꾸 풀어진다.
'자유 > Med Studen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야탑역을 바라보며.. (0) | 2005.04.16 |
---|---|
의대에서 쓰이는 용어... 제 2탄 (8) | 2005.04.15 |
오랜만에 농구를 했다. (0) | 2005.04.11 |
謹 사랑의 헌신자 추도식 謹 (0) | 2005.04.11 |
진퇴양난(進退兩難) (0) | 2005.04.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