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응급실에서 보낸 4주가 이제 끝나게 되었다. 지금 하고 있는 마지막 밤근무가 끝나고 아침 8시가 되면, 구미 응급실을 마무리하고 분당으로 올라가야 한다.
지난 3월 처음으로 인턴이 되고 돌았던 곳이라 익숙함 반, 오랜만에 돌아오는 곳이라 어색함 반으로 시작했는데, 금새 일이 손에 익고 구면이 많으니 금방 어울리고 쉽게 풀렸던 4주였다. 물론, 신종플루 의심환자 폭발로 인해, 하루 100명도 안 오던 응급실에 300명이 넘게 폭주하는 날이 며칠 있었고, 그 날들이 지나고도 200명 넘게 오고 있어 예전보다는 힘들었지만, 이제 그 의심환자도 많이 줄고, 예전의 구미 응급실 모습을 찾아가고 있어 이렇게 새벽에 일 하다 말고 포스팅 남길 여유도 찾게 되었다.
항상 하는 생각이지만, 일 하면 할 수록 공부의 필요성은 많이 느끼나, 실상 힘들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안 하게 되니 정말 큰일이다. 더 많이 알고 공부해도 부족할터인데, 안 하려고 하고 있으니... 다음 턴에는 조금 더 열심히 살아보리라, 소용없을 뒤늦은 다짐을 해 본다.
당장 아침에 올라가면 잠깐의 휴식 및 짐정리 시간을 가지고 다시 바로 일 시작 해야 한다. 앞으로 인턴 마칠 때까지 총 네 턴이 남았고, 각각 성형외과, 신경외과, 강남일반외과, 구미신경외과로 외과 시리즈를 거치게 될 예정이다. 구미파견이야 분당보다 덜 힘드니 괜찮지만, 나머지 세 곳은 일 많고 힘들기로 손에 꼽히는 곳들이라 앞으로 약 3개월이 암담하다. 그래도, 그 동안 겪어보지 못 했던 새로운 분야에 대해 잠깐 익히고 배우는 시간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해 봐야겠다.
p.s. 사진 속 인물은 내가 좋아하는 의학드라마 ER 5시즌 첫번째 에피소드부터 출연한 Lucy Knight 역의 Kellie Martin이다. '마지막 나이트(야간 근무)' 라는 포스팅 제목을 생각하다보니, ER 5 시즌 첫번째 에피소드의 A Day for Knight 라는 것이 생각나 삽입해 보았다. 내 기억에는 HP 조나다 720 정도로 보이는 Handheld PC(요즘에 이런 용어 아는 사람이 있으려나 모르겠다. :))를 가지고 의과대학 3학년 실습으로 응급실을 돌게 된 루시 나이트가 여러가지 좌충우돌을 겪게되는 그런 내용이었다. 심지어 병원 옥상에 갇히기까지. :) 카터는 이런 루시를 싫어하고, 로스도 PDA 꺼내 보고, 교과서적인 대답만 한다고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의과대학 졸업하고 의사로 활약하는 것까지 ER에 나오는 듯 하던데... 오랜만에 ER 한 편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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