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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자유 M.D.

착한 레지던트가 될 수 있을까?

from iPocrates' Flickr.com

의사 중 가장 낮은 등급, 의사도 무시하고, 간호사도 무시하고, 응급구조사도 무시하고, 방사선기사도 무시하는, 병원 바닥에 붙은 껌딱지 보다 더 낮은 위치에서 일 하는 인턴.

응급실에서 노티하면 이러쿵 저러쿵 말도 안 되는 걸 가지고 시비 걸고 혼내는 레지던트도 있고, 가라 해야 하고 먹으라 해야 먹을 수 있는 인턴이 일 다 끝내 놓았는데도 자기 일 안 끝났다고 계속 잡아두는 레지던트도 있고, 지나가다 인사하면 본채만채 지나가버리는 레지던트도 있고...

이런 저런 이유로 늦게 졸업하고, 늦게 의사 생활을 시작하였던만큼 처음에 마음 먹었던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학번이나 나이를 앞세우지 않겠다는 것. 입장 바꾸어 생각해 봐도, 나보다 나이도 많고 학번도 한참 높은 사람이 자기보다 아래 사람으로 있어 이리 저리 부리고 혼내기도 해야 하는게 얼마나 껄끄럽겠는가.

그래서, 그 동안 혼내면 혼나고 잘못했다고, 미안하다고 하고 넘어왔다. 이제는 더 이상 못 참겠다고 이런 글을 쓰는게 아니고, 이렇게 결심을 했지만 그래도 아쉬운 점이 있기에 나중에 나도 그런 레지던트가 되지 않으려면 기억을 좀 해두어야 겠어서 적어두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힘들고 바쁜 수련 생활에 인턴 나부랭이들이 어디 눈에나 들어오겠는가. 나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이니만큼 비논리적인 비난이나 인격적 모독 보다는, 같은 길을 가는 선후배라는 생각, 그리고 대부분이 같은 학교 동창이라는 생각들을 가지고 한 마디 말이라도 따스하게 하고, 지적 할 땐 따끔하게 하더라도 기분 나쁘지 않게 그렇게 하고 싶다. 지난 번에 글 올렸듯,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인격이 올바르다면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할 수 없다. 나도 그러고 싶다.

에구구... 정리가 잘 안 된다. :) 항상 의욕을 가지고 블로그에 글 쓰기를 시작하는데, 오늘도 머릿 속 생각을 제대로 꺼내지 못 하고 있다. 아무튼, 나도 언젠가 무슨 과의 레지던트가 되어, 1년차, 2년차, 3년차, 그리고 4년차가 되겠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이 생각 잊지 않고, 인턴은 물론이요 아랫 연차들에게 잘 하는 착한 레지던트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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