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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중 가장 낮은 등급, 의사도 무시하고, 간호사도 무시하고, 응급구조사도 무시하고, 방사선기사도 무시하는, 병원 바닥에 붙은 껌딱지 보다 더 낮은 위치에서 일 하는 인턴.

응급실에서 노티하면 이러쿵 저러쿵 말도 안 되는 걸 가지고 시비 걸고 혼내는 레지던트도 있고, 가라 해야 하고 먹으라 해야 먹을 수 있는 인턴이 일 다 끝내 놓았는데도 자기 일 안 끝났다고 계속 잡아두는 레지던트도 있고, 지나가다 인사하면 본채만채 지나가버리는 레지던트도 있고...

이런 저런 이유로 늦게 졸업하고, 늦게 의사 생활을 시작하였던만큼 처음에 마음 먹었던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학번이나 나이를 앞세우지 않겠다는 것. 입장 바꾸어 생각해 봐도, 나보다 나이도 많고 학번도 한참 높은 사람이 자기보다 아래 사람으로 있어 이리 저리 부리고 혼내기도 해야 하는게 얼마나 껄끄럽겠는가.

그래서, 그 동안 혼내면 혼나고 잘못했다고, 미안하다고 하고 넘어왔다. 이제는 더 이상 못 참겠다고 이런 글을 쓰는게 아니고, 이렇게 결심을 했지만 그래도 아쉬운 점이 있기에 나중에 나도 그런 레지던트가 되지 않으려면 기억을 좀 해두어야 겠어서 적어두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힘들고 바쁜 수련 생활에 인턴 나부랭이들이 어디 눈에나 들어오겠는가. 나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이니만큼 비논리적인 비난이나 인격적 모독 보다는, 같은 길을 가는 선후배라는 생각, 그리고 대부분이 같은 학교 동창이라는 생각들을 가지고 한 마디 말이라도 따스하게 하고, 지적 할 땐 따끔하게 하더라도 기분 나쁘지 않게 그렇게 하고 싶다. 지난 번에 글 올렸듯,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인격이 올바르다면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할 수 없다. 나도 그러고 싶다.

에구구... 정리가 잘 안 된다. :) 항상 의욕을 가지고 블로그에 글 쓰기를 시작하는데, 오늘도 머릿 속 생각을 제대로 꺼내지 못 하고 있다. 아무튼, 나도 언젠가 무슨 과의 레지던트가 되어, 1년차, 2년차, 3년차, 그리고 4년차가 되겠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이 생각 잊지 않고, 인턴은 물론이요 아랫 연차들에게 잘 하는 착한 레지던트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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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선주 2009.08.26 06:23

    코끼리 넣기도 알고 계시는군요.. :)

    본인이 어떻게 수련받고 하느냐에 따라서 조금 다른 것 같더라구요.

    • BlogIcon 자유 2009.08.26 23:57 신고

      저 유머를 안다는 것은 70년대 생이라는 반증일거에요. :D
      본인의 마음가짐도 중요하지만, 제도 또한 뒷받침 해 주면 좋을텐데, 요원한 것이 사실이라 안타까워요.

  2. BlogIcon 빛이드는창 2009.08.26 11:43

    그 마음만 변치 않으신다면 충분히 착한 선생님이 되실것 같은데요?^^

    • BlogIcon 자유 2009.08.26 23:52 신고

      화장실 들어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 다르다고, 옛 생각 못 하는 그저 그런 레지던트가 될까봐 걱정입니다. :)

  3. BlogIcon bluo 2009.08.26 12:55

    2년전을 생각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그래도 인턴처우가 점점 좋아지고 있는 상황아닌가요?^^
    수련병원이 점점 많아지는데 의사시험 합격생은 늘어나지 않는 실정이니 점점 좋아질 수 밖에 없을겁니다~
    인턴 나가는 과는 다음해에 나간 인턴 명수 만큼 배정하지 않는 페널티도 생겼던데요.

    • BlogIcon 자유 2009.08.26 23:54 신고

      그나마 좋아져서 이 정도이긴 한거죠. 좋아진 것이 이 정도라니 아득하기도 하고요.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어느 병원이나 수련 보다는 병원 손익이 훨씬 상위 우선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보니 변화의 바람이 시원하게 불지는 않는가 봅니다.

  4. BlogIcon tubebell 2009.08.26 18:12

    군 생활 할 때도.....
    내가 괴롭힘을 받았기 때문에
    또는 그러는 게 전통처럼 내려왔기 때문에

    그래서 나도 똑같이
    꼬장(?) 부리는 고참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자부한다.
    가족처럼 잘 지냈다고 ^^;;;

    마음먹기 나름인 거 같아.
    넌 잘 할 거야.
    원리원칙주의자라서 그 부분에선 좀 걱정된다만....
    그거 빼고는 잘 할거라 믿어! ^^

    • BlogIcon 자유 2009.08.26 23:56 신고

      그런 걸 악습이라고 하는거지. 병원 조직도 군 못지 않게 경직되어있고, 폐쇄적이고 그래서 참 쉽지 않아.
      지금 이 생각을 나중에도 잊지 않고 해야 할텐데, 잘 할 수 있겠지? :)

  5. moonzoos 2009.08.27 01:00

    흔적을 남길까 말까 하다가..한줄 남깁니다.
    글 내용이 제가 보기에 뜨끔뜨끔한 게 한두개가 아니네요..
    ㅎㅎㅎ...힘들더라도 조금만 참으시면 됩니다. 친구들한테 장난으로 참을인자 백만개를 품으라고 얘기했었는데요. 일이 힘든 것보다 못 쉬는 게 힘든 것 같네요. 좋은 날이 옵니다. 화이팅 하세요..^^..저희과 왜 아무도 지원 안하는 건가요 근데..ㅠ.ㅠ.

    • BlogIcon 자유 2009.08.31 00:57 신고

      아이고, 선생님, 답글 남겨주시고, 영광입니다. :)
      힘들지만 조금 더 참고, 내 생각도 안 할 순 없겠지만, 남 생각도 조금 더 해 주는 그런 사람이 먼저 되고 싶네요.

      p.s. 너무 인기과라서 다들 눈치 보는건 아닐까요? ;)

  6. 고모! 2009.08.31 01:06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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