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화장실에 토끼 그림이 그려져있는 용품들이 몇 가지 있다. 칫솔과 치약을 놓는 걸이에도 토끼들이 있고, 자그마한 대야에도 있고 말이다. 이런 말 하기 좀 그렇지만... :) 작은 생리현상을 해결하러 화장실에 들어가면, 칫솔 걸이가 바로 정면에 보이기 때문에, 거기에 그려져있는 토끼들 그림과 적혀있는 문구들을 무심결에 읽게 된다. 이래서, 화장실에 책을 두라고 하는가보다. 아무튼, 그렇게 무심코 토끼들과 가까워졌다.
지난 주말인가, 우연히 색시와 함께 이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참 보다가 주인공이 글을 써내려가는데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글귀를 읊으면서 쓰는거다. 뭐지? 하고 생각해 보니 바로 화장실에서 항상 보던 피터 래빗 글귀와 사진이었던 것이다. :) 명랑하고 활기찬 내용을 좋아하는 나와 색시는 영화 내용에 포옥 빠져들어 열심히 보았다. 하지만, 너무 잘 되어가더 어쩐지 이상하더라 했는데, 한 번의 시련을 겪고 또 다시 씩씩하게 일어선다. 그 오래 전 독신으로 살아갈 생각을 했다는 것도 대단하고, 자신의 재산을 털어 산 땅을 주민들에게 나누어 주었다는 것도 참 대단하다.
그나저나, 르네 젤위거는 미국 사람으로 아는데, 브리짓 존스의 일기부터였는지 자꾸 영국 여자 역을 맡게 되는가보다. 잘은 몰라도, 그녀의 발음 또한 영국식으로 들리고 말이다. 아무튼, 재미있게 잘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