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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의 죽음

자유/Med Student | 2006. 9. 16. 17:11 | 자유
어제 밤.. 방돌이 후배가 큰일이 났다면서 이야기를 꺼냈다. 올해 졸업하고 학교 병원에서 인턴으로 열심히 일 하고 있던 00학번 한 녀석이 자살을 했다는 것이었다. 이름을 들어보니, 학교 다닐 때 농구도 참 많이 같이 했었던 녀석인데... 내가 오래 학교를 쉬느라 그 녀석은 벌써 의사가 되어있었지만, 병원에서 오며가며 눈인사도 나누고 했던 녀석인데...

20대에 접어들면서 죽음에 가까이 가게 되었다. 예과 1학년 때 동기 녀석 아버님께서 돌아가셔서 우리 과 같은 학년 전체가 수업을 빼먹고 문상 다녀왔던 일, 어느 날 밤 늦게 삐삐는 기숙사 방에 두고 나와 놀고 있는데 한 친구가 허겁지겁 뛰어와 알려주었던 할아버지의 사망 소식 등으로부터 시작해서, 점점 주위에서 돌아가시는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아버지뻘, 할아버지뻘의 사고나 병환으로 인해 그렇게 되었겠지만, 이번처럼 내 또래의 후배가 죽다니,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딩~~ 하는 느낌이었다.

며칠 전 그 녀석의 아버님께서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시고 녀석과 친한 인턴 동기(우리 학번 형이다.)에게 연락하여 찾아봐 달라고 했다는데, 집에서 유서를 발견하고 어제 같은 학번 녀석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으러 다녀도 없다가 ER 콜이 와서 달려가보니 차가운 몸으로 누워있었다고 한다. 응급실이 뒤집어지도록 CPR을 하고 난리를 쳤었다는데, 그래도 돌아오지 않는 녀석. 그 어렵다는 의대 공부를 6년만에 우수하게 마치고, 인턴으로 열심히 일 하고 있었는데 왜 자살을 생각했을까. 마침 엊그제 정신과 수업에서 자살하려는 사람은 누군가가 자신을 자살 충동으로부터 구해주기를 원하고 있다고, 그래서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이 위험한 일을 할 것이라는 걸 알리고 도움을 요청한다고 강의를 들었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그 녀석이 주위를 향해 던지고 있었던 눈길을 나마저도 모르고 지나쳐버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당장 내일모레 치러야 하는 시험 때문에 정신 없지만, 저녁에 문상 다녀와야겠다. 그 동안 자주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도 그 녀석과 잠시 나누는 기회를 가져야지. 더 멀리 떠나기 전에 말이다.




그런데, 왜... 왜 죽음을 택해야만 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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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푸르른삶 2006.09.16 17:29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리고 사정이야 모르겠지만... 참 나쁜사람이네요.
    부모님께서 얼마나 가슴이 미어지실까요.

    저도 요 얼마전 아는 학생 하나가 자살했습니다.
    저희집 근처에 사는 사촌여동생 공부 봐줄때 같이
    공부하는거 봐주고 그랬던 사촌여동생 단짝친구입니다.

    사촌여동생에게는 비밀로 해달라는 얘기 전하면서
    이모님께서 얘기해 주시더라구요. 부모님들이
    애들에게는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입맞추기로 했데요.

    말수가 적기는 했지만 참 똑똑하고 예쁜 학생이었는데
    1학기 기말고사 보고 집에 와서 베란다에서 뛰었다더군요.
    그리고 그집은 지금 이민갔습니다;

    ...

    ...


    그런데, 왜... 하필이면 왜 죽음밖에 선택할 길이 없었을까요.
    참 슬펐습니다.

    • BlogIcon 자유 2006.09.16 21:46

      그렇지 않아도 빈소에 가니까 녀석과 동기인 아이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나쁜 놈이라고... 어머님도 얼마 전 암으로 돌아가셨다는데, 남아있는 아버님과 형이 매우 힘들 듯 합니다. 아버님께서는 소식 전해 듣고서 그 자리에서 쓰러지셨다고 하던데 말이죠.

      개똥밭에서 구르더라도 이승이 더 낫다는 옛말도 있는데, 그 녀석은 왜 구태여 죽음을 선택했을까요?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2. BlogIcon archurban 2006.09.16 17:31

    아무리 힘들어도 죽음은....
    우울하네요.
    이 세상에 지금 상황보다 더 한 곳에서도 꿋꿋이 버티고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뭐 저도 자살충동을 여러번 느끼긴 했지만 다 자기가 어떻게 극복하는냐에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은 축복이고 선택인데 왜 단명을....
    삼가애도를 빕니다.

    • BlogIcon 자유 2006.09.16 21:47

      저도 참 우울해져 버렸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시험 때문에 우울한데, 이 녀석의 급작스러운 죽음 소식에 더욱 우울해 지네요. 사실 아주 친한 후배는 아니었는데, 그래도 이 정도니, 아주 친밀한 사람의 죽음을 접하게 되면 감정을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위를 보고 살아도 좋지만, 힘들 땐 가끔 아래를 보고 사는 지혜도 가져야겠습니다. 나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서, 그래 나도 잘 해낼 수 있어.. 이런 입에 발린 자위라도 하면서 이겨낼 수 있을테니까요.

  3. BlogIcon NoPD 2006.09.16 18:59

    자살이라는 것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은 없습니다만,
    글에서 적으신 것처럼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 손을 보는 것 역시 쉬운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쉽게 보인다면, 자살하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훨씬 많이 줄었겠지요...)

    주변분들이 많이 힘들어하실 것 같네요...
    부디 좋은 곳으로 가셨길 바래봅니다...

    • BlogIcon 자유 2006.09.16 21:51

      위에 포스팅을 다시 적었습니다만, 주위 사람들 이야기로는 정말 아무 일 없는 듯 일 해 왔다고 하더군요. 아주 가까운 후배 이야기로는 좀 이상한 낌새가 있기도 했다고 하던데... 아무튼, 그 손을 보지 못한 여러 사람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는 어제 오늘입니다.

      나쁜 녀석이지만 녀석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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