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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Med Student

후배의 죽음

어제 밤.. 방돌이 후배가 큰일이 났다면서 이야기를 꺼냈다. 올해 졸업하고 학교 병원에서 인턴으로 열심히 일 하고 있던 00학번 한 녀석이 자살을 했다는 것이었다. 이름을 들어보니, 학교 다닐 때 농구도 참 많이 같이 했었던 녀석인데... 내가 오래 학교를 쉬느라 그 녀석은 벌써 의사가 되어있었지만, 병원에서 오며가며 눈인사도 나누고 했던 녀석인데...

20대에 접어들면서 죽음에 가까이 가게 되었다. 예과 1학년 때 동기 녀석 아버님께서 돌아가셔서 우리 과 같은 학년 전체가 수업을 빼먹고 문상 다녀왔던 일, 어느 날 밤 늦게 삐삐는 기숙사 방에 두고 나와 놀고 있는데 한 친구가 허겁지겁 뛰어와 알려주었던 할아버지의 사망 소식 등으로부터 시작해서, 점점 주위에서 돌아가시는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아버지뻘, 할아버지뻘의 사고나 병환으로 인해 그렇게 되었겠지만, 이번처럼 내 또래의 후배가 죽다니,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딩~~ 하는 느낌이었다.

며칠 전 그 녀석의 아버님께서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시고 녀석과 친한 인턴 동기(우리 학번 형이다.)에게 연락하여 찾아봐 달라고 했다는데, 집에서 유서를 발견하고 어제 같은 학번 녀석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으러 다녀도 없다가 ER 콜이 와서 달려가보니 차가운 몸으로 누워있었다고 한다. 응급실이 뒤집어지도록 CPR을 하고 난리를 쳤었다는데, 그래도 돌아오지 않는 녀석. 그 어렵다는 의대 공부를 6년만에 우수하게 마치고, 인턴으로 열심히 일 하고 있었는데 왜 자살을 생각했을까. 마침 엊그제 정신과 수업에서 자살하려는 사람은 누군가가 자신을 자살 충동으로부터 구해주기를 원하고 있다고, 그래서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이 위험한 일을 할 것이라는 걸 알리고 도움을 요청한다고 강의를 들었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그 녀석이 주위를 향해 던지고 있었던 눈길을 나마저도 모르고 지나쳐버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당장 내일모레 치러야 하는 시험 때문에 정신 없지만, 저녁에 문상 다녀와야겠다. 그 동안 자주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도 그 녀석과 잠시 나누는 기회를 가져야지. 더 멀리 떠나기 전에 말이다.




그런데, 왜... 왜 죽음을 택해야만 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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