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광고 모금 캠페인



지난 1년의 인턴, 그리고 4년의 전공의 수련생활의 결실이 오늘 나왔다. 제 57차 전문의 자격 시험 최종 합격자 명단에 내 이름이 올라가 있다. 본격적인 시험 공부 시작 직전 둘째 낳고 홀로 애 둘을 본 우리 색시가 가장 고생 많이 했다. 물심 양면으로 도와주신 양가 부모님과 형제들, 그리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 드린다.


페이스북에도 올렸더니 한 지인께서 달아주신 답글이 마음에 남는다. '이제 정식 전문의이니, 좋은 전문의가 되는 일만 남았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자유 > 자유 M.D.'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마조마했던 오늘, 전문의 자격 취득!!  (2) 2014.02.03
내가 행하는 Tailor-made medicine  (0) 2013.06.04
의사의 식습관  (4) 2013.05.31
이제 4년차  (0) 2013.03.06
수석 전공의라는 무게  (4) 2012.10.04
이번 달은 파견 근무  (0) 2012.09.20

DSC_0481


요즘에는 이런 말 잘 안 쓰는 듯 한데, 내가 의과대학에 처음 입학했던 10여년 전에는 Tailor-made medicine, 즉 맞춤의학이라는 말이 유행이었다. 마치 재단사가 내 몸에 맞추어 멋진 양복을 만들어주는 것처럼, 의사도 환자를 치료할 때 그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딱 맞는 치료를 행해야 한다는 그런 개념이었다. 지놈인지 게놈인지, 아무튼 인간의 유전자를 해독하고 점차 알아가면서 한편으로 많은 정보를 알게 되고(요즘 말로 빅데이터?), 그것을 활용한 개인화된 치료 접근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겠다.


나같은 햇병아리 돌팔이가 심도 있는 연구를 해 볼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나름대로 맞춤의학이라고 자화자찬하고 있는 한 가지 방법이 있다. 바로, 어린이 환자들을 수술방에 데리고 갈 때 하는 나만의 비법!


저년차일 때, 그리고 경험이 별로 없을 때는 바쁜 수술 일정을 마무리 하기 위해 무리하게 환자를 데리고 들어가는데만 촛점을 맞추고 일 하다보니 아이들이나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 하여 아이가 울어버리기 일쑤였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 수록 그게 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어린이 환자들은 그렇지 않아도 수술을 한다는 불안감에다 낯선 환경에 노출되어 더더욱 더 힘들어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우리 유진이만 봐도 만화를 볼 때는 세상이 무너져도 모르고 빠져있는 것을 보고 이것을 활용하게 되었다.


1. 환아와 부모님에게 인사를 하며 환자 확인을 한다. 이름은 무엇인지, 무슨 수술 받으러 왔는지, 어느 쪽인지, 어떻게 불편한지 등등... 어린이 친구들에게는 어느 어린이집 혹은 유치원을 다니는지, 무슨 반인지, 담임 선생님 성함은 무엇인지 등을 물어본다.


2. 부모님에게 마취과 선생님이 나와서 마취 설명을 해 줄거라고 조금 더 기다리시라고 안내해 드린다. 그 이후 아이에게 앞으로 할 일을 알려준다. 1번, 아저씨랑 엄마 아빠에게 인사하고 들어가기. 2번, 아저씨와 만화 보기. 3번, 만화 보다가 자기. 4번, 자다 깨서 나오기. 5번, 엄마 아빠 만나기. 그리고 내가 덧붙이는 말, '아저씨가 이야기 한 것 중에 무섭고, 아프거나, 어려운 것 있어?' 대부분의 씩씩한 어린이 친구들은 고개를 젓는다. :)


3. 그리고, 환아에게 어떤 만화를 좋아하는지 물어본다. 만 3세 이전이라면 남녀 구분 없이 뽀로로가 통한다. 그 이후로는 성별에 따라 다르다. 여자아이들은 레고 프렌즈, 짱구는 못 말려, 안녕 자두야, 그 외에도 순정만화들을 좋아하고, 남자아이들은 레고 닌자고, 파워레인저(가장 최근 시즌은 캡틴포스) 등을 좋아한다. 참, 성별 관계 없이 라바도 인기가 좋다. 이렇게 환아가 좋아하는 만화를 확인한다.


4. 마취 동의서를 받는 동안, 수술실 안으로 들어가 수술실 내 컴퓨터에서 해당 만화를 찾아 켜둔다. 온라인 비디오 사이트를 검색해 보면 다 나온다. ;)


5. 다시 나와 마취 동의서가 완료된 것을 확인하고, 환아와 다시 이야기를 나누며 잘 할 수 있다고 손가락 걸고 약속하기도 하고, 하이파이브를 한다. 그리고, 환아가 준비되면 부모님과 인사하고 수술실로 들어간다.


6. 환아와 수술실로 들어가는 동안, 형제관계, 교우관계, 좋아하는 친구나 색깔, 만화 등에 대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고, 수술실에 들어가면 이미 재생 중인 좋아하는 만화를 보며 수술대로 옮겨 앉아 마취과 손에 넘겨져 서서히 마취에 들어간다.


이러한 방법이 항상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부모와 분리불안이 없으면서, 씩씩하고 당당한 아이들은 세 돌 즈음이라도 용감하게 잘 하지만, 나이가 많더라도 안 되는 아이들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나는 의사로서 아이에게 관심을 보이고, 부모는 그런 나를 보면서 조금 안심할 수 있고,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만화 보러 간다니(네가 다섯 번이나 보여준다고 몰래 이야기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좋아한다. :)


바쁘고 힘들고, 내 몸 하나 챙기기 어려울 때는 이런 생각을 못 했는데, 연차가 올라가고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서 이런데 눈을 뜨게 되었다. 기계적으로 환자를 보고, 치료하고, 수술해 주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환자와 얼마나 많은 교감을 나누고, 좋은 관계를 쌓을 수 있는가는 의사가 가진 의학적 지식과는 별개로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그 사람의 능력에 따라 다르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특히, 관계를 맺어가는데에 서툰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그 관계의 중요성이 점점 중요해져가기 때문에, 의사라고 해서 환자 치료에만 관심을 갖기 보다, 그 환자들과 어떤 관계를 쌓아나갈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나와 같은 햇병아리 의사들에게 말이다.


http://www.voxxi.com/healthcare-from-physician-patient-relationship-vhealth/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자유 > 자유 M.D.'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마조마했던 오늘, 전문의 자격 취득!!  (2) 2014.02.03
내가 행하는 Tailor-made medicine  (0) 2013.06.04
의사의 식습관  (4) 2013.05.31
이제 4년차  (0) 2013.03.06
수석 전공의라는 무게  (4) 2012.10.04
이번 달은 파견 근무  (0) 2012.09.20

의사의 식습관

자유/자유 M.D. | 2013.05.31 09:46 | 자유



고등학생 때부터 보통 식사 시간이 10분이내였다. 3교시 후 쉬는 시간 10분 동안 도시락 다 먹고 양치까지 하고 돌아와야 했으니 말이다.(나름대로 깔끔떠는 스타일)

의대를 졸업하고 이런 불량한 식습관이 일 하는데 도움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식당에서 식판에 반찬 담다가 전화와서 받아보면 '선생님, CRP이에요.' 식판을 퇴식구에 던져놓고 병동으로 올라기 일쑤. 누가 맛있는 것 사준다고 하여 배달 시켰는데, 배달된지 5시간이 지나서야 랩을 뜯었던 것 등등. 지금 먹지 않으면 언제 또 다시 먹을 수 있을지 모르기에 최대한 많이 먹고.... 정말 무식하기 짝이 없지....

그래서 나는 누가 뭘 사준다고 해도 면 종류는 절대 안 시켰다. 배달 되고 바로 먹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으니, 가급적 불지 않고, 식더라도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요즘 후배들, 밥은 먹고 다니나? 밥 못 먹고 일 할 때가 가장 서러웠는데 말이다.

p.s. 첨부한 사진은 어느 외국 병원의 의사 휴게실. 저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맘 편히 쉬고, 간단한 주전부리가 항상 준비되어있는 그런 휴게실 갖고 싶다. 아마 안 해 줄거야. 돈도 안 되고, 아니 돈만 많이 드는데, 어느 경영자가 해 주겠어.


http://www.docdocdoc.co.kr/news/newsview.php?newscd=2013053000007



드라마 ER 에서도 나오는 이런 곳.... 46초부터 보시길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자유 > 자유 M.D.'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마조마했던 오늘, 전문의 자격 취득!!  (2) 2014.02.03
내가 행하는 Tailor-made medicine  (0) 2013.06.04
의사의 식습관  (4) 2013.05.31
이제 4년차  (0) 2013.03.06
수석 전공의라는 무게  (4) 2012.10.04
이번 달은 파견 근무  (0) 2012.09.20

이제 4년차

자유/자유 M.D. | 2013.03.06 09:24 | 자유

이비인후과에 입국한다고 했던 것이 정말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퇴국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4년차라니, 세월 참 빠르다. 아직 할 것도 많고, 못 한 것도 많고... 특히 아랫년차들에게 더 해 주고 싶은데, 일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다보니, 내가 그 시절 생각하고 기대했던 것만큼 못 해주어서 미안하기도 하고...


조금만 더 참자는 말 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나은 환경을 물려주고 싶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자유 > 자유 M.D.'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행하는 Tailor-made medicine  (0) 2013.06.04
의사의 식습관  (4) 2013.05.31
이제 4년차  (0) 2013.03.06
수석 전공의라는 무게  (4) 2012.10.04
이번 달은 파견 근무  (0) 2012.09.20
오랜만의 병원 이야기  (0) 2012.08.04

어렵게 의대 졸업하고, 아무 것도 모르고 인턴 하고, 우여곡절 끝에 이비인후과 1년차가 되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내가 치프가 되었다. 4년차 선생님은 공부하러 들어가셨고, 지난 10월 1일부터 레지던트 중에는 내가 가장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된 것.


지난 6월 4년차 선생님의 한 달 간 파견 근무 때 치프 대리를 하긴 했었지만, 그 때는 한 달만 지나면 윗년차 선생님이 온다는 기댈 구석이 있었다면, 이제는 내가 끝까지 끌고 가야 한다는 중압감이 느껴진다. 그 때 그 때 정확하고 빠른 판단으로 환자의 생명을 구해야 할 일이 생길터. 게다가, 이제까지 놓고 있었던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고, 일도 더 잘 해야겠고,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 하고... 생각할 것들도 많다.


일단 열심히 하는거야!!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자유 > 자유 M.D.'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의사의 식습관  (4) 2013.05.31
이제 4년차  (0) 2013.03.06
수석 전공의라는 무게  (4) 2012.10.04
이번 달은 파견 근무  (0) 2012.09.20
오랜만의 병원 이야기  (0) 2012.08.04
두경부학회 참석과 스노우보드  (2) 2011.02.21

이번 달은 파견 근무

자유/자유 M.D. | 2012.09.20 01:22 | 자유



병원마다, 각 과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 파견 근무가 있기 마련이다. 내가 수련 받는 병원처럼, 엄청 대형 병원이 아니라서 다양한 증례를 경험하지 못 하는 경우에 더 큰 병원에 가서 보고 배울 수 있고, 이미 큰 병원에 있다면 선진국 병원으로 파견 갈 수도 있다. 우리 병원 이비인후과에서는 3년차 9월에 한 달, 4년차 6월에 한 달(원래는 5, 6월 두 달이었는데, 일이 많다고 한 달로 줄여버렸다. -_-) 파견을 간다. 또, 상황에 따라 다를텐데, 정말 가서 직접 일 하는 경우도 있을텐데, 우리는 참관하러 가는거라 마음의 부담이 매우 적다. 쉽게 이야기 해서 PK처럼 하는 것이라 보면 되고, 어느 정도 알기도 하니, 관심 있는 것 찾아서 보고 물어보고 배우면 되는 것이다.


파견 나가게 되면, 있던 병원에선는 찾지 않고(하지만, 대외적 행사에는 참석해야 한다.), 파견 간 병원에서도 빡빡하게 출석 체크를 한다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편안한 상태에서 둘러볼 수 있다. 파견 가는 대상 병원이 정해져 있는 경우도 많지만, 우리는 파견 갈 사람이 정해서 가도록 되어있고, 나는 집에서도 가깝고, 학교 후배가 그 쪽 3년차라 정보 얻을 것도 많고 해서 삼성서울병원으로 정했고, 파견 신청서도 미리 교육수련부에 제출한 뒤 9월 1일부로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로 출퇴근 하고 있다.


소위 Big 5 중 하나인 병원이다보니, 그 규모와 시설이 대단하고, 교수님들도 모두 쟁쟁한 분들이 계신다. 그 중에 외래와 수술 일정을 잘 확인하여 관심 있는 것들을 열심히 보고 있다. 이번 한 달간 이렇게 파견 나와있으니 당직도 하지 않으므로, 저녁에는 마음 편하게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고, 그 동안 바빠서 못 만났던 부모님이나 친구들도 약속 잡아 보고 있다.



물론 학문적인 것들도 많이 보고 배우지만, 확실히 커다란 시스템는 뭐가 다르긴 다르다보니, 이런 시스템의 차이를 보고 배우는 것도 많다. 규모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좋은 점을 내가 일 하는 병원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선진문물을 보고 돌아가는 10월에는 그래도 조금 더 고치고, 바꾸어서, 좀더 효율적으로 편하게 일 하고, 환자들도 잘 볼 수 있는 그런 토대를 아랫년차들에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이제 9월도 중순을 지나고 있으니, 10월 되면 돌아가야 할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무겁다. :)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자유 > 자유 M.D.'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제 4년차  (0) 2013.03.06
수석 전공의라는 무게  (4) 2012.10.04
이번 달은 파견 근무  (0) 2012.09.20
오랜만의 병원 이야기  (0) 2012.08.04
두경부학회 참석과 스노우보드  (2) 2011.02.21
오늘 받은 두 가지 선물  (0) 2011.01.17


소위 ENT Chair로 불리는 의자

Photo by Vacacion from Flickr


요즘 부쩍 블로그에 다시 애정을 쏟고 있다. :) 자유 M.D. 라는 카테고리에 마지막 글을 쓴 것이 2011년 2월 21일. 1년차 막바지에 썼고, 지금은 2년차를 넘어서 3년차가 되어있다. 숨가쁘게 앞만 보고 달려오다보니 2년차 때는 별 다른 기록조차 남기지 못 했다. 물론, 대세가 되어버린 SNS에만 관심을 가지다 보니 더욱 더 블로그에 포스팅을 못 하기도 했다.


우리 과는 2년차가 주로 수술방과 협진, 1년차가 그 외, 4년차 치프는 과 전체의 일 조율과 중요한 일 등을 맡아 하고, 3년차는 4년의 수련기간 중 가장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졸업 후 처음으로 평일 저녁식사를 식구들과 함께 하기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매일이 그런 것은 아니고, 아주 간헐적으로.... 예전에는 가족과의 평일 저녁식사를 꿈꾸기는 커녕, 1년차 때는 집에 갈 생각도 안 하고 살았고, 2년차 때는 집에 가기는 가는데 가족들 자기 전에 들어가 볼 수 있을지 알지도 못 한 채 살았다. 올해 초까지, 세 식구 같이 살기는 하는데 평일에는 못 보고 주말에만 봤다. 내가 집에 들어가는 새벽에는 이미 다 자고 있고, 다시 내가 나가는 새벽에는 아직도 자고 있으니 말이다. :)


그 사이 알음알음 알게 된 지식도 조금씩 생긴 것 같고, 학회 가서 만날 자던 내가 어떤 학회 가서 공부해 볼까 하는 기특한 생각을 한 적도 몇 번 있다. 그래도, 모르는 것 투성이고, 알면 알 수록 어려운 것이,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더보기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자유 > 자유 M.D.'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석 전공의라는 무게  (4) 2012.10.04
이번 달은 파견 근무  (0) 2012.09.20
오랜만의 병원 이야기  (0) 2012.08.04
두경부학회 참석과 스노우보드  (2) 2011.02.21
오늘 받은 두 가지 선물  (0) 2011.01.17
정신력도 바닥 나는 중..  (4) 2011.01.16


학회 이야기에 왠 스노우보드냐? 바로 학회가 스키장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두경부학회는 매 년 2월 중순 경 보광휘닉스파크에서 열리고, 보통 전 날 가기 때문에 빨리 가면 오후나 야간에 슬로프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학회나 외부 행사 일정이 있는 날엔 꼭 일이 생기던 징크스가 이번에도 여지없이 발생, 미리 윗년차 선생님께 인계해 드릴 것들을 준비해 뒀었지만, 외래 진료 중 터지는 일들과 갑자기 입원이 결정된 환자들은 어찌하지 못 한채 학회로 가는 차에 올라탔다.

두경부 전공하시는 교수님과 3년차 선생님 그리고 내가 가게 되었고, 1년차에게 운전대를 맡기지 않는 우리 과의 불문율(맡겼다가는 피곤으로 인한 졸음 운전으로 황천길행이 명약관화)이 있어 난 정말 편하게 잘 잤다. 자고 일어나니 스키장 도착, 체크인 하고 짐 풀고 오후라도 슬로프에 올라보려 했더니 이미 오후 시간은 끝나고 야간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교수님은 회식 장소에 가시고, 윗년차 선생님과 둘이서 간단히 저녁 먹은 뒤 나갈 준비를 했다. 난 그 동안 간간히 스키만 타 봤는데, 이번 기회가 아니면 언제 스노우보드를 타볼까 하는 생각에 엉덩이 보호대를 선생님께 빌리고 처음이니 강습을 받아보기로 했다. 강습 끝나고 접선하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두 시간이라는 강습, 초급 코스라 1:8 강습이라는데, 나가보니 나 말고 10대 학생 달랑 한 명. 덕분에 집중적인 강습을 받을 수 있었으나, 익히는데 감이 잘 안 잡히기도 하거니와 육체적 운동을 해 본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저질 체력은 강습 시작 30분만에 바닥이 나버려서, 마음은 이미 하프파이프를 타는데 몸은 사이드슬립도 제대로 못 하는 지경이 되어버렸다. 참, 한 6년 즈음 전인가, 2004/2005 시즌에 보드 파는 알바를 잠시 했었는데, 그 때 제대로 알지도 못 하고 하며 팔았던 그 말들을 직접 타 보니 이해할 수 있었다. 허나, 마음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그것이 문제.

다리가 후들거리며 강습이 끝났고, 이 감을 잃기 전에 슬로프 한 번 타보자고 초급 코스인 펭귄 코스에 올랐다. 헉! 그 동안 몇 번 가 본 강촌리조트는 슬로프가 짧았는데, 여기는 한~~~참을 올라간다. 이미 올라가고 있으니 중간에 뛰어 내릴 수도 없고, 결국 중간에 넘어지고, 구르고, 잘 내려가다가도 힘들어서 쉬기도 하면서 겨우겨우 내려왔다. 윗년차 선생님께 연락해 보니 교수님도 식사 마치고 오셔서 스키 타고 계시다며 지금 슬로프 중간 휴게소에 있으니 얼른 올라오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사실, 힘들어서 그만 타겠다고 이야기 하려 했었는데.. 흑. 올라가서 라면과 음료수 나누어 먹고 힘 내서 다시 탔다. 휴우~ 선생님의 도움으로 어느 정도 감은 조금 잡겠는데, 이게 마음만큼 잘 안 된다. 어찌나 민감한지 조금만 잘못 해도 엉덩방아 찧기가 일쑤.

결국 더 이상 슬로프를 올라가지 못 하고 일찍 철수하고 말았다. 온 몸이 욱씬거리고 특히 엉덩이와 손목이 많이 아팠다. 제대로 넘어지면 여기저기 골절 생기는 것은 일도 아니겠더라. 씻고 간단히 알콜 섭취를 한 뒤 잤다.

으으~~ 아침이 되니 더 못 일어나겠다. 온 몸 구석구석 안 쑤시는 곳이 없다. 교수님과 선생님은 아침 얼른 먹고 또 타러 가자 하시는데, 난 도저히 힘들어서 못 하겠다고, 더 타면 병원 복귀 후 일을 못 할거라고 애원 반, 엄살 반 읍소를 한 끝에 그럼 쉬라고 하셔서 아침만 먹고 다시 이불 깔고 잤다.

한참 자고 나니 다들 들어오셔서 일어나 점심 먹고 학회 들으러 갔는데, 무식한 나는 흥미를 가질 수가 있나. 열심히 들어보려 했다가, 딴짓 하다, 그러다 어제 본 쉐보레 올란도 전시가 생각나서 가 보았다. 차례를 기다려 한 차량에 탑승했는데, 어머나 깜짝이야!!! 뒷좌석이 모델 두 명이 숨어있다가 튀어나와서 몰래카메라처럼 촬영하고 인터뷰도 했다. 내심 관심 가지고 있는 차량이라 잘 되길 바란다고 인터뷰를 마치고, 그 보답으로 영화 예매권 받아왔다. :)

학회 발표가 다 끝나고, 저녁 만찬 순서가 남아있었지만, 교수님께서 피곤하니 얼른 가자고 하셔서 바로 출발, 아이폰 올레 내비의 실시간 교통상황을 참고하여 그리 많이 막히지 않고 병원에 도착했다. 교수님께선 먼저 집으로 가시고, 선생님과 저녁 간단히 먹은 뒤 난 다시 당직 시작.

1년차 말에 지친 마음을 달래는데 더할 나위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병원 밖에서 밝은 햇살을 쬐는 것만으로도 어찌나 고마운지. :) 마음은 달랬지만, 여기저기 쑤시는 몸은 어찌할건가. :D 게다가 쌓여있는 일들도!!

잘 쉬고 왔으니 열심히 해야지, 뭐.

왜 학회를 스키장에서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설이 있는데, 그 중 국내 두경부학회 초기 선생님들께서 미국 학회에 참석해 보시고, 그 쪽에서 이런 식의 학회를 하길래 국내에도 도입하게 되었다는 가설이 가장 그럴듯 한가보다. 선진문물의 도입인가?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자유 > 자유 M.D.'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번 달은 파견 근무  (0) 2012.09.20
오랜만의 병원 이야기  (0) 2012.08.04
두경부학회 참석과 스노우보드  (2) 2011.02.21
오늘 받은 두 가지 선물  (0) 2011.01.17
정신력도 바닥 나는 중..  (4) 2011.01.16
집도의, Operator  (4) 2010.12.17


선물 하니까 떠 오르는 노래가 있어서 그냥 넣어봤다. 아무리 봐도 빅뱅의 대성과 닮은 케이윌이 부르고, 은지원이 함께 한 노래다.

아무튼, 오늘 두 가지 선물을 받았다.

여느 월요일과 마찬가지로 정신없이 외래와 병동과 수술방을 넘나들며 일 하고 있는데, 너댓살 된 꼬맹이 하나가 다가오더니 '선생님 선물이에요.' 하고서 작은 종이 상자를 내밀었다. 향긋한 냄새가 나길래 '이게 뭐니?'하고 물어보니 '우리 엄마가 만든 비누에요.' 한다. 얼굴을 본 기억은 나는데, 외래와 병동 입원 환자, 응급실 환자 등 한 두 명이 아니다보니 얼마 전 편도 및 아데노이드 절제술을 받았던 아이인 건 기억이 나는데 그 이상은 생각나지 않았다. '엄마 어디 계시니?' 물어보니 어머니께서 이 곳을 보고 계셨다. 간단히 목례로만 인사하고, '엄마께 감사하다고 전해드려.' 그랬다. 나중에 열어보니 정성스럽게 만든 수제 비누 두 개가 가지런해 놓여있었다. 못 씻고 지저분하게 사는 걸 어떻게 아셨는지 이렇게 딱 맞는 선물을 해 주시다니,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 드린다.


선물 받은 것도 잊고 또 다시 정신 없이 일 하고 있는데, 누군가 스윽 내 옆으로 와서 '선생님, 이거 여기에 놓고 갈게요.' 이러시는거다. 고개를 돌려보지도 못 하고 하던 일 하면서 '네.' 그랬다가 '네?' 하고 보니까 지난 주 아주 무리하게 수술을 잡았던 현역 군인 환자의 어머니셨다. '이건 선생님거고, 이거는 교수님 드리세요.' 하면서 쇼핑백 두 개를 내미시는데, 딱 보니 고급술인 듯한 분위기. 어느 정도 사는 집인 듯 한 그 집에서 감사의 의미로 가지고 오셨다는데, 이건 받으면 안 되겠다는 느낌이 들어서 극구 사양했다. 그래도 꼭 드려야 마음 놓이겠다며, 감사를 표현하고 싶다고 하셔서, 감사해 주시는 마음만 잘 받겠다고, 교수님께 꼭 말씀 전해 드리겠다고 겨우겨우 사양해서 다시 들려 보냈다.

하루에 선물을 두 가지나 받아서 그런지, 일주일 중 정신없기로는 제일인 월요일이 조금은 수월하게 지나간 듯 하다. 그래봐야 아직도 남은 일은 산더미지만 말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자유 > 자유 M.D.'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랜만의 병원 이야기  (0) 2012.08.04
두경부학회 참석과 스노우보드  (2) 2011.02.21
오늘 받은 두 가지 선물  (0) 2011.01.17
정신력도 바닥 나는 중..  (4) 2011.01.16
집도의, Operator  (4) 2010.12.17
1년차 아무나 하나  (8) 2010.10.27


그 동안 졸리고 힘들다는 글을 몇 번 올린 적이 있었지만, 요즘은 그 끝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소위 끝판왕을 대면하고 있는 기분.

방학 기간일 때 좀더 바쁘고 힘들다는 건 알고 있었고, 다행이었는지 지난 여름 방학 기간 동안에는 기억에 남을만큼 힘들지는 않았는데, 이번 겨울 방학엔 차원이 다르다. 하루하루 수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의 노력과 물리적인 시간, 공간의 제한이 있기 때문에 수술 일정을 잡을 때 그걸 고려해서 일과시간에 끝날 수 있을만큼만 잡고 있다. 그래서 방학 때 하려고 몇 개월 전부터 와서 미리 일정 정해두고 간 사람들이 대부분. 헌데, 방학 시작하고 와서 방학 중에 잡아 달라고, 우리 아이 학교 가기 전에 해 달라고 하면 어쩌란 말인가. 어느 집 아이고 어린이집이나 학교 안 다니는 아이들 없고, 엄마 아빠 다 일 하고 바쁘다. 자기 집 아이만 특별하단 듯 무리하게 일정을 잡아 달라는 사람들을 설득하다 못 해 짜증을 내다가, 이제는 '여름방학에 하세요.'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런 부모님들 덕분에 하루 할 수 있는 수술보다 더 많은 수술이 매일매일 예정되어있다. 겨울 방학 시작하고서부터니까 벌써 3주째 그랬다. 문제는 2월까지도 계속 수술이 꽉 차다 못 해 넘쳐있다는 것. 매일 외래 마치고서 다음 날 수술 위해 입원한 신환 보고, 수술 설명하고, 동의서 받고, 입원 기록지 쓰는 것만 해도 밤 12시를 넘기기 일쑤다. 지난 수요일엔 다음 날 코 수술이 9개라 콧털을 새벽 1시 반까지 깎았다. 물론 그 뒤에 더 일 했고...

이러다보니 구멍이 마구 나고 있다. 다행히 윗년차 선생님들께서 별 다른 잔소리 안 하시고 눈감아 주시는 듯 한데, 그래도 내가 봐도 위태위태하다. 언제 크게 한 건 터트릴 듯. 하긴 이미 터트렸다. 7시 까지 1년차 회진을 끝내야 하는데 서 너개나 맞추어놓은 알람을 하나도 못 듣고 그냥 자버린 것이다. 휴우~ 그럴까봐 그 날 자기 전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근처 24시간 영업하는 할인점에 가서 알람시계를 새로 사왔는데도 그랬다. 의국에서 편하게 자서 그런가... 그 동안 도저히 못 일어날 것 같아서 계속 외래에서 쭈구려 자다가, 너무 힘들어서 의국에 갔던 건데...

제대로 못 보고 있는 환자들에게 미안하고, 3주째 얼굴 한 번 비추지 못 하는 가족들에게도 미안하고, 안부 전화 제대로 한 번 못 해 드리는 부모님께도 죄송하고....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건지, 내가 곧 1년차가 끝난다고 해도 왜 1년차는 항상 이렇게 인간적인 삶을 못 살아 하는건지 모르겠다. 최소한 내 다음에 올해 새로 1년차가 될 녀석에게는 나보다 덜 고생하도록 도와주고 싶은데, 그게 잘 될런지. 수련이라는 이름으로 비인간적인 삶을 강요하는 이런 체계는 정말 싫다.

이런 글 쓸 시간에 일이나 더 할걸 그랬나?



p.s. 여유롭게 음악 들으며 쉬어본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난다. 그러다보니 음악 이야기 올려본 적도 오래 전이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자유 > 자유 M.D.'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경부학회 참석과 스노우보드  (2) 2011.02.21
오늘 받은 두 가지 선물  (0) 2011.01.17
정신력도 바닥 나는 중..  (4) 2011.01.16
집도의, Operator  (4) 2010.12.17
1년차 아무나 하나  (8) 2010.10.27
오른쪽? 왼쪽?  (2) 2010.07.07

집도의, Operator

자유/자유 M.D. | 2010.12.17 00:10 | 자유
작년 가을, 산부인과 인턴 돌 때 당시 산부인과 3년차 선생님께서 뭐 할거냐고 물어보시길래 '이비인후과에 지원했습니다.'라고 했더니, '이비인후과도 수술하는과에요. 알죠?' 이러시길래, 그 때는 왜인지 모른다고 하기 싫어 '네, 알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었다. 요즘 그 말의 뜻을 조금 이해하고 있는 듯 하다.

소위 마이너로 불리는 과 중 하나인 이비인후과, 또한 밖에 나가면 소위 감기과라 불리우는 이비인후과이지만, 적어도 수련을 받는 동안에는 수술하는 의사로서 수술을 익혀야 하는 책임이 뒤따른다. 요즘 나도 그런 책임과 그 책임의 무게를 절실히 느끼고 있는 중으로, 이비인후과 수술의 기본 중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기관절개술과 편도절제술을 익히려고 하고 있다.



맨 처음 하게 된 수술은 바로 기관절개술. 이미 수십 번 보조의로 참여했었고, 치프 선생님의 배려(!?)로 기관절개술에 대한 공부 및 발표도 마친 상태였지만, 직접 해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보조의였던 나는 기관절개술 시 피곤하다는 핑계로 엄청나게 졸았지만, 집도의가 되어 내가 직접 해야 하는 상황이 되니 머릿칼이 쭈뼛 서는 느낌과 함께 한 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물론, 아직 혼자 하지는 않고 치프 선생님의 관리 감독 하에 시행하였던 것이지만, 그래도 어찌할 바를 몰라 우물쭈물, 여기 건드리다 피 나고, 저기 건드리다 피 나고... 첫 기관절개술은 무려 1시간 여에 걸쳐 했었나보다. 나중에 겨우겨우 마치고 보니 고개 숙이고 수술 부위를 내려다보느라 뒷목이 어찌나 땡기던지...

두 번째 기관절개술을 집도의로 참여하고 난 뒤에도 아직 감이 제대로 서지 않았다. 치프 선생님의 도움으로 어떻게 하긴 했는데, 이건 마치 장님 문고리 잡는 듯 한 느낌. 오늘, 아니 벌써 어제가 되어버렸는데, 세 번째로 시행한 기관절개술은 이게 또 어찌하다보니 타 과 교수님께서 무척 신경 쓰시는 환자였고, 빨리 안 해준다고 여러 경로로 압박이 들어와 있는 상태인데, 내 실력은 메롱인 상태. 다행히 치프 선생님의 도움으로 수술만 30분 정도에 걸쳐 끝냈다. 앞 뒤로 준비와 마무리 포함하더라도 한 시간 이내에 마무리 한 것.

어찌보면 성공적이라 할 수 있겠다. 어리버리 시행했지만, 아직까지는 기관절개술 이후 수술 부위 출혈로 인하여 연락 받은 것은 없으니까. 하지만, 아직도 감이 안 서고, 허둥지둥 거리는 것은 여전해서 큰일이다. 게다가, 치프선생님께서 같이 해 주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라 하셨으니, 아마도 다음 주 초에 또 해야 할 그 수술 건에서부터는 이제 나 혼자 알아서 잘 해야 하는건데, 이게 말 처럼 쉽지가 않다.

내일, 아니 오늘은 편도절제술도 해 보라고 하시는데, 과연 잘 할 수 있을지... 이렇게 부담의 무게를 느끼면서 수술하는 이비인후과 의사로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것이겠지만, 일이 자꾸 추가 되기만 하고 줄어들지 않으니 정말 큰일이다. :) 게다가, 연말/연시에 정리하고 마무리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자유 > 자유 M.D.'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 받은 두 가지 선물  (0) 2011.01.17
정신력도 바닥 나는 중..  (4) 2011.01.16
집도의, Operator  (4) 2010.12.17
1년차 아무나 하나  (8) 2010.10.27
오른쪽? 왼쪽?  (2) 2010.07.07
의사짓 하면서 정말 민망할 때  (6) 2010.06.26

1년차 아무나 하나

자유/자유 M.D. | 2010.10.27 10:25 | 자유
1년차 아무나 하나 어느 누가 쉽다고 했나

1년차 아무나 하나 체력이라도 받춰줘야지
외래와 병동콜 응급실콜까지
정신없이 살고 있는 걸

어느 세월에 1년차 받아 2년차가 되볼까
1년차 아무나 하나 어느 누가 쉽다고 했나

지난 봄, 이비인후과 입국식에서 노래 한 곡 해야 한다길래 뭘 할까 무척 고민하가 부른 노래다. 내 성격 상 정신줄 놓고 오버하지도 못 하고, 그렇다고 술자리에서 내가 좋아하는 진중한 노래들을 부를 수도 없고, 그러다 떠오른 태진아의 '사랑은 아무나 하나' 이 노래를 살짝 개사하여 1년차의 눈물없이 볼 수 없는 애환을 담아내보고자 했다. 의상이나 화장, 머리 등 전혀 준비한 것 없이 노래만 부른 것 치고는 괜찮은 호응이 돌아왔었다.

요즘도 정신없이 살다보니 저 노래가 종종 떠오른다. 다들 별 일 없이 한다지만, 내가 보기에는 실제로 별일 없는 것이 절대 아니고, 별일 없는 듯 그냥 그렇게 겨우겨우 넘기는 것일거다. 그러고서,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 하는 경우가 많으니 문제고 말이다. 난 그런 개구리가 되지 말아야 할텐데... 타성이 젖어들다보면 쉽지가 않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자유 > 자유 M.D.'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신력도 바닥 나는 중..  (4) 2011.01.16
집도의, Operator  (4) 2010.12.17
1년차 아무나 하나  (8) 2010.10.27
오른쪽? 왼쪽?  (2) 2010.07.07
의사짓 하면서 정말 민망할 때  (6) 2010.06.26
우울한 마음을 위로해 주는 작은 선물  (8) 2010.06.19

오른쪽? 왼쪽?

자유/자유 M.D. | 2010.07.07 21:27 | 자유
Birds in the sky
Birds in the sky by Badruddeen 저작자 표시변경 금지

위 사진을 보고 백사장 위의 나무 의자(!?)가 어느 쪽에 놓여있다고 말 해야 할까?

의대생이 되기 전, 아니 의대생이 된 이후에도 한 동안 익숙해 지기 전까지 나도 나무 의자는 왼쪽에 있다고 이야기 했다. 하지만, 햇병아리 의사가 된 지금의 나는 단 1초의 고민도 없이 나무 의자가 오른쪽에 있다고 이야기 한다.

ctscan1
ctscan1 by Duane Storey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왜 의사들은 오른쪽 왼쪽을 일반인들과 반대로 이야기할까? 위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다. Flickr에서 찾은 공개된얼굴 CT 사진이다. 아마도 안면 골절이 여기저기 있는 모양이고, 부비동염, 쉬운 말로 축농증도 꽤 심하게 있어 보인다. 여기서 환자의 오른쪽 눈은 어디에 있을까? 바로, 일반인들이 이야기하는 왼쪽에 환자의 오른쪽이 위치한다. 환자의 왼쪽은 일반적으로 보기에 오른쪽에 있게 된다. 그렇기에 의사들은 왼쪽보고 오른쪽이라 하고, 오른쪽 보고 왼쪽이라고 한다.

색시랑 같이 TV나 무언가를 보다가 방향을 가리켜야 할 때, 난 잠시 멈칫 한다. 호부호형이 아니라 호우호좌를 내가 하려는 것으로 할 수 없으니 말이다. :) 햇병아리 의사의 작은 직업병이랄까?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자유 > 자유 M.D.'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집도의, Operator  (4) 2010.12.17
1년차 아무나 하나  (8) 2010.10.27
오른쪽? 왼쪽?  (2) 2010.07.07
의사짓 하면서 정말 민망할 때  (6) 2010.06.26
우울한 마음을 위로해 주는 작은 선물  (8) 2010.06.19
능력부족, 수면부족  (14) 2010.04.08

Day 345 - caution, holidays may cause drowsiness
Day 345 - caution, holidays may cause drowsiness by brianjmatis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바로 환자 앞에서 졸 때다. (ㅠㅠ)

우리 과 외래에는 1년차 혹은 인턴이 환자와 예진 혹은 수술 일정 등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 마련되어있다. 이는 지난 번 글에서도 밝힌 것과 같이 환자 정보 보호를 위해 극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내가 1년차 시작하고 생겼으니 채 두 달도 되지 않았다. 아무튼, 인턴이 없을 땐 온전히 내 자리가 되는 곳이라ㅣ 외래에서 서 전산이나 서류일 하거나, 환자와 수술 일정 및 자잘한 처방 내는 용도로 사용한다.

며칠 전이었나, 뭐 항상 피곤하니까 왜 그 날 오전에 그리도 피곤했는지 기억나지는 않는데, 아무튼 평소 하던 것과 똑같이 어느 환자 수술 일정에 대해 막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정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마우스에 손을 올리고 빈 날짜를 찾아 입원처방과 수술 전 검사 처방을 내야지... 하던 순간! 잠깐 정신을 잃었는데, 눈을 떠 보니 앞에 앉아있는 환자와 보호자는 약간 측은해 보인다는 표정과 살짝 웃기기도 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내 눈을 피했다. 처음엔 민망했는데, 이제 얼굴이 두꺼워진건가, 환자 앞에 앉혀놓고 졸고 있는 내가 나도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오려는 걸 겨우 참고 수술 일정 잡고, 필요한 처방 내고 그랬다.

아무리 피곤해도 환자 앞에서는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했는데, 그도 쉽지 않은 요즈음이다.

p.s. 거의 잠긴 눈을 하고 외래에서 환자와 이야기 하거나, 병동 환자를 보거나 할 때 종종 '많이 힘드신가봐요.', '선생님은 집에 언제 가세요? 밤 늦게 와서 깨우고, 새벽에도 깨우고.. 집에 안 가나봐.'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그래도 내가 고생하는 걸 누군가가 알아주는구나~ 하고 좀 덜 서럽기도 하고 그렇다. :)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자유 > 자유 M.D.' 카테고리의 다른 글

1년차 아무나 하나  (8) 2010.10.27
오른쪽? 왼쪽?  (2) 2010.07.07
의사짓 하면서 정말 민망할 때  (6) 2010.06.26
우울한 마음을 위로해 주는 작은 선물  (8) 2010.06.19
능력부족, 수면부족  (14) 2010.04.08
3주차에 접어드는 1년차 생활  (6) 2010.03.15

열흘 즈음 전에 응급실 노티를 받았다. 하루하루 정해진 일도 하기 바쁘고 정신없는데, 그 와중에 오는 응급실의 연락에 기뻐할리가 없다.(불과 몇 달 전, 인턴으로 일 할 땐, 왜 1년차들이 응급실 노티를 그렇게도 싫어하는지 몰랐는데, 이제는 알겠다.) 60대의 여환에 좌측 이하선쪽의 부종과 통증이 있다고 연락이 왔고, 난 이하선염이겠거니 하곤 환자를 보고 처방을 냈다. 일반적인 이비인후과적 신체검진을 하던 중, 아무래도 인두와 후두 좌측이 좀 부어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침 삼키기조차 어려워하고 뜨거운 감자 물고 있는 듯한 목소리(Muffled voice)를 그냥 넘기기가 찜찜하여 경부 컴퓨터 단층촬영을 처방하고 사진을 보니 역시나, 편도주위농양과 이하선염이 같이 있었다.

결국 입원을 하고, 항생제 치료에도 큰 호전이 보이지 않아 초음파 하 흡인도 해 보고, 잘 안 되어서 CT를 다시 찍었더니 심부경부감염으로까지 진행되고 있는 상태. 가장 피하고 싶었던 응급 수술 준비를 하여 전신마취 하 경피적 절개배농을 시행했다. 응급실에서부터 수술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준비했었고, 다행히 전신마취에 결격사항이 될만한 특별한 이상 소견이 없어서 잘 진행할 수 있었지만, 만약 과거력에 당뇨라도 있거나, 혈액검사나 방사선 촬영에서 이상 소견이 있어 타과 협진을 몇 개 진행해야 했다면... 고개가 절로 도리도리. 게다가, 경피적 절개배농을 시행한 이후에는 1년차가 아침 저녁으로 하루 두 번 봉합도 안 되어있고 배액관이 들어있는 수술 부위를 깨끗하게 세척하고 소독해야 한다. 3월에는 이 것만 하는데 30분 걸렸으나, 이제는 익숙해 져서 병동 간호사랑 손발 잘 맞으면 10분에 끝나긴 한다. 그래도, 일이 느는데 좋아할 리가 있을까.


다행히, 이 분은 절개배농 이후 지속적인 경정맥 항생제 치료와 나의 정성이 듬뿍(!?) 담긴 아침 저녁의 세척/소독 효과 때문인지 좌측 볼과 턱 아래의 붓기와 압통이 눈에 띄게 사라졌고, 그 이후 수술실에서 세척 및 소독, 배액관을 조금씩 빼 내는 국소마취 수술을 두 번 더 받고 오늘 아주 작은 배액관만 가지고 퇴원했다. 다음 주 화요일에 외래에 오시면 그 때 남아있는 배액관을 다 빼고, 실밥도 일부 뽑고 그러겠지.

입원해 계시는 동안 협조도 잘 되었고, 항상 유쾌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던지라, 환자 질병의 특성 상 본의 아니게 나를 조금 힘들게 했던 것 외에는 큰 문제가 없던 분이었는데, 오늘 아침 나랑 소독할 땐 괜찮던 분이 아침에 윗년차 선생님들과 회진 도는데 병실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고 계신거다. 영문을 몰라 그냥 잘 쉬시라고만 하고 회진을 마쳤는데, 찜찜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토요일이라 약간은 여유있는 외래 상황, 각종 잡일과 다음 주 수술 환자들 수술 가능성을 챙기고 있는데, 누군가 한뿌리 한 박스를 내미시는거다. 그러고보니 이 분의 따님. 그 동안 잘 해 주셔서 고맙다고, 혹시 이 음료 안 드실거면 다른 거랑 교해 드시라고 영수증까지 챙겨 주셨다. 이런거 안 주셔도 되는데... 하다가 감사합니다! 하고 넙죽 받았다. 아침에 왜 울음을 터트리신건지 여쭈어봤더니 가끔 그러신다고. 혹시 모르니, 마음이 힘드시면 정신과 진료도 꼭 보시라고 말씀 드리고 다음 외래 오실 때 뵙자고 인사 드렸다.


우리 과 인턴도 없는 요즈음 매일매일 터지는 구멍(내과 1년차 모 군의 말로는 우리 과가 구멍 보는 과라서 구멍이 난다는데...)에 혼나느라 우울한 차에 작은 선물을 받게 되니 좀 위로가 되는 것이 사람 마음 참 간사하다. 그러고보니, 입원해 계실 때도 한 번 쥬스 한 상자 주신 적이 있었구나. 그 땐 바로 병동 간호사들이랑 나누어 먹었었다. 오늘 받은 한뿌리 한 박스는 외래 마치기 전 다시 편의점으로 달려가 아이스크림이랑 음료수랑 잔뜩 바꾸어와서 교수님과 윗년차 선생님들, 외래 간호사들이랑 나누어 먹었다.

요즘에야 의사를 해도 욕 안 먹으면 본전이라지만, 가끔 이렇게 협조가 잘 되는 분들 만나면, 그리고 좋아져서 퇴원하시는 걸 보면 좀 뿌듯하다. 구멍 내느라 놓치는 것도 많은데 말이다. 게다가 이렇게 작은 선물까지 안겨주고 가시면,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간호사들에게는 '내가 너무 불친절해서, 좀더 친절하라고 주시나봐요.'라고 농담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자유 > 자유 M.D.'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른쪽? 왼쪽?  (2) 2010.07.07
의사짓 하면서 정말 민망할 때  (6) 2010.06.26
우울한 마음을 위로해 주는 작은 선물  (8) 2010.06.19
능력부족, 수면부족  (14) 2010.04.08
3주차에 접어드는 1년차 생활  (6) 2010.03.15
이비인후과 의사, 자유  (18) 2010.02.28

능력부족, 수면부족

자유/자유 M.D. | 2010.04.08 00:22 | 자유


이비인후과 1년차 생활을 벌써 한 달이나 했다. 앞으로 11개월을 더 하면 1년차가 끝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11개월이 지나도 새로운 종류의 일을 배우고 익혀야 하는 2년차가 될터이고... 아무튼, 먼 훗 날의 일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당장 눈 앞에 떨어진 일 해 내기도 정신 없으니 말이다.

솔직히, 나 같은 불량한 애송이 의사가 이비인후과에 들어왔다는 것부터가 가문의 영광이지만, 건방지게도 일 그 자체는 익숙해지면 어느 정도는 잘 할 수 있을 줄로  착각 했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 별로 는 것도 없고, 아는 것도 없고, 매일매일 내는 구멍 천지에, 빠뜨리고, 잊어버리고, 못 챙기는 일들이 한 둘이 아니다. 그나마, 아직까지는 2년차 선생님께서 같이 챙겨주시니 이 정도지, 곧 나 혼자 알아서 해야 할 터인데 그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모를 지경이다.

아침 회진 후 학술 활동(교과서를 읽거나, 논문 혹은 주제 발표), 과장님들 회진 후 외래, 외래 끝나고 다음 날 수술 환자들 보고, 병동 환자들 만나고, 차트 쓰고, 밀린 일 해야 하는 일상이 반복되고 있지만, 오늘도 다음 날 수술 환자 다 본 지금 시각이 벌써 0시를 넘어서고 있다. 차트는 언제 쓰며, 쌓인 일들은 언제 할꼬. 미비 차트도 차곡차곡 생기고 있는데... (ㅠㅠ)

능력도 부족하고, 체력도 부족하고, 잠도 부족하고, 인성도 부족하고, 지식도 부족하니 사면초가보다도 더 심각한 상태다. 당장 오늘 꼭 해야 할 일들은 해야 하는데, 언제 하나? 이렇게 1년차의 고독한 밤은 흘러지나간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오늘 월요일을 시작하면서 드디어 이비인후과 레지던트 1년차 생활을 3주째 맞이하고 있다. 많이 자면 하루 5시간, 평균 4시간, 적게 자면 2~3시간 정도 자면서 일 하다보니, 낮에 피곤이 몰려오고, 일 하다 꾸벅꾸벅 졸기가 다반사. 오늘은 수술방에 손이 부족해 외래를 2년차 선생님께 맡겨두고 아침부터 수술방에 들어갔는데, 정신없이 졸다가 교수님께 꾸중을 듣기도 했다. 혼날 때 잠깐 잠이 깼다가 또 졸려서 정말 힘들었다.

지난 번에도 적었듯, 우리병원 이비인후과는 한꺼번에 일을 넘기지 않아, 나름대로 차근차근 1년차 일을 넘겨 받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배워나가면서도 과연 내가 이 모든 일을 잘 할 수 있을지 근심과 걱정이 떠나지 않는다. 모르는 것도 많고, 부족한 것도 많은 내가 이비인후과에 들어온 것부터가 기적인데(4~5년 전까지만 해도 이비인후과의 인기는 손에 꼽힐 정도였다.), 뽑아주신 선생님들에게 누가 되지 않으려면 잘 해야 하는데... 이런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일 배우고, 일 하느라, 먹고 자는 시간도 모자랄 지경. 이제 겨우 3주째 하고 있다. 언제 이런 생활이 끝날런지는 아직 모르겠다. :)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자유 > 자유 M.D.'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울한 마음을 위로해 주는 작은 선물  (8) 2010.06.19
능력부족, 수면부족  (14) 2010.04.08
3주차에 접어드는 1년차 생활  (6) 2010.03.15
이비인후과 의사, 자유  (18) 2010.02.28
의사와 의대생을 위한 Podcast  (2) 2010.02.23
구미 신경외과  (8) 2010.02.18


1년 동안 해 온 인턴으로서의 일을 모두 마치고, 공식적으로는 3월 1일부터, 비공식적으로는 며칠 전부터 이비인후과 레지던트 1년차의 생활을 시작했다. 인턴으로서 마지막 근무를 상대적으로 몸과 마음이 편한 구미 병동에서 했었기에, 1년차로의 새로운 생활은 매우 어렵고도, 힘들고도, 두렵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우리 이비인후과는 소위 픽스턴을 강요하지 않고, 그렇기에 내가 두 달 연속 파견 근무를 하고 올 수 있었다. 그리고, 합리적이게도 약 한 달 정도는 2년차 선생님께서 1년차 일을 같이 해 주며 인계해 주는 정말 좋은 곳이다.

하지만, 쫒아다니면서 보고 익히고 있는 일들이 정말 어마어마해서, 내가 혼자서 잘 해 낼 수 있을지 정말 큰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너무 부담 갖지 말고 차근차근 하면 된다고 하시던데, 병동과 외래, 응급실과 과 내 대소사를 빠짐없이 잘 치루어낼지, 그러면서 이비인후과 의사로서 부끄럽지 않게 공부도 잘 할 수 있을지 심히 걱정된다.

졸업하기 전까지 정말 열심히 했던 블로그질, 1년 전 인턴 시작하고는 잘 하지 못해서 생기가 많이 떨어졌었고, 그나마 우리 유진이 소식을 전하느라 간간히 글 올리고 했지만, 이제는 한 동안, 아마도 1년에서 2년 가까이 자주 글 올리기는 어렵겠다. 오프에 식구들 보러 가는 것도 힘들테니 말이다.

여러모로 부족한 점 투성이지만 받아주신 교수님들, 의국 선생님들의 은혜에 누가 되지 않도록 우선 최선을 다해보자!!!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자유 > 자유 M.D.'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능력부족, 수면부족  (14) 2010.04.08
3주차에 접어드는 1년차 생활  (6) 2010.03.15
이비인후과 의사, 자유  (18) 2010.02.28
의사와 의대생을 위한 Podcast  (2) 2010.02.23
구미 신경외과  (8) 2010.02.18
불친절한 의사로 거듭나기 2  (14) 2010.01.28

아이팟아이폰의 여러 장점 중 하나인 Podcast, 나 역시 아이팟을 쓸 때(터치를  팔아 부모님 휴대폰을 바꿔드렸다.) 이 Podcast를 정말 좋아했었다. 여러 이유로 아이팟을 쓸 수 없게 되어 일반적인 mp3p를 사용하고 있지만, Podcast를 꼭 아이팟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라서 조금 불편할 진 몰라도 사용할 수는 있다. 가지고 있는 mp3p의 프로그램이 rss 구독을 지원한다면 편하게 들을 수도 있을거고(해당 웹페이지에서 iTunes Podcast 링크 외에도 보통 일반적인 rss 주소도 제공한다.), 그렇지 않다면 직접 웹에서 podcast mp3 파일을 받아 넣어 들으면 된다. 요즘 국내에서 아이팟 뿐만 아니라 아이폰도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으니, 의사와 의대생이라면 한 번쯤 들어볼만한 Podcast를 정리해 보려고 한다.

블로그에서도, 또한 직접 주위 사람들에게 많이 추천하는 최고의 Podcast이다. ESL은 English as a Second Language로, 한 마디로 풀이하자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을 위한 수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정말 쉽고 천천히 진행하기에 부담없이 들어볼 수 있다. 의학지식을 접하기 전에 우선 영어에 대해 몸을 풀기에 딱 좋다. 대한민국 정규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큰 부담없이 듣기를 시작할 수 있을 정도의 매우 평이한 난이도로 풀어준다. 또한, 토익이나 토플 등에서 종종 나오는 rephrase, 즉 같은 뜻의 다른 단어나 숙어 등으로 풀어말하는 것도 자주 해 주어서 어휘나 표현력을 늘리는데도 도움을 준다.

나같이 무식한 의사도 이름은 알고 있는 NEJM,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여기에서도 Podcast를 제공한다. 매주 중요한 내용에 대한 요약을 mp3 파일로 받아볼 수 있다. 이 곳을 클릭하면 Weekly Audio Summary 외에도 Image of the Week나 자기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원하는 주제만 골라서 구독할 수도 있다. 예전에 한 후배 말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논문 요약보다는 각각의 주제에 대해 쉽게 설명해 주는 그런 Podcast도 있다고 들었는데, 찾아보려고 해도 보이지 않아 소개할 수 없어 아쉽다. 혹시 아시는 분 계시면 알려주시길.

예전에 우연히 발견했던 Podcast로, ICU 즉 중환자실에서 마주칠 수 있는 여러가지 문제들이나 질병들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이야기해 주므로, 관심있는 주제를 받아 들어보면서 영어 공부도 하고, 해당 주제에 대해 지식도 확인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겠지... 만 난 아직 그 재미를 모르겠다. -_-;;

CDC, 즉 미국의 질병관리본부와도 같은 곳에서 만드는 Podcast 이다. 작년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H1N1 flu 등에 대한 Podcast를 만날 수 있다. 그 외에도 재미있는 내용이 많다고 하는데... 난 역시 아직 모르겠다.

이 외에도 검색해 보면 수 많은 Medical Podcast들이 있다. iTunes Store 내 Podcast를 뒤져봐도 되고, Google에서 적당한 검색어, 예를 들어 Podcast for medical doctor 정도로만 검색해도 꽤 많이 나온다. 그 중 자기의 입맛에 맞는 Podcast를 열심히 듣다보면, 영어 실력은 물론이고 의학에 대해서도 꾸준히 공부할 수 있지 않을까.

p.s. 이렇게 정리하면 뭐 하나. 직접 들어야 할텐데... :)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자유 > 자유 M.D.' 카테고리의 다른 글

3주차에 접어드는 1년차 생활  (6) 2010.03.15
이비인후과 의사, 자유  (18) 2010.02.28
의사와 의대생을 위한 Podcast  (2) 2010.02.23
구미 신경외과  (8) 2010.02.18
불친절한 의사로 거듭나기 2  (14) 2010.01.28
신경외과 끝나고 강남일반외과로...  (0) 2010.01.04

구미 신경외과

자유/자유 M.D. | 2010.02.18 11:22 | 자유
구미차병원 by 섬마을

1월 말, 2월 시작하면서 근무지가 바뀌어서 이번에는 구미로 왔다. 1년간의 인턴 생활 중 13개의 일정, 그 중 마지막인 열 세번째 일정인 것이다. 동생의 출산이 임박했던 터라, 구미로 오기 전에 조카를 보고 싶었는데, 그런 외삼촌의 마음을 알았던 것인지, 나의 첫번째 조카 기쁨이는 구미로 가기 직전 1월 31일 오후 1시 경에 세상의 빛을 보았고, 그 다음 날인 2월 1일 어머니께서 분당에서 간단한 팔 수술을 하셨다. 몸은 구미에 있는데, 가족이 다 분당 병원(동생은 강남에서 출산 후 분당 산후조리원에 들어갔다.)에 있게 되어 안타까웠다. 그렇다고, 일을 놓고 가 볼 수도 없고 말이다. 다행히, 바쁜 와중에도 색시가 병문안과 출산 축하를 해 주러 다녀왔고, 지난 설 연휴를 틈타 어머니와 동생을 보고 올 수 있었다.

13개의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구미 병동은 한 번도 해 보지 못 해서, 소위 말턴인 지금 구미 병동이 매우 낯설게 다가왔다. 물품들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라, 마치 초짜 인턴처럼 여기저기 물어가며 일을 시작했는데, 이제 3주차인 지금은 알아서 척척 잘 하고 있다. 사실, 구미 병동일은 그다지 많지가 않아서, 다섯 명의 병동 인턴들이 돌아가며 당직과 빽당을 해도 크게 체력적 부담이 되지 않는다. 당직이 환자 이송을 가버리거나, 심폐소생술 등으로 손이 묶이지 않는 한 빽당에게 콜이 넘어오는 경우도 거의 없고 말이다. 이런 곳을 이제서야 알았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분당에서 고생할 때 강남 병동 인턴들은 편히 일 하고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시간이 많으면 공부를 해야할 터인데, 간사한 인간인 나는 전혀 그러지 못 하고 있다. 그 와중에 이비인후과에서 미리 분당에 와서 일 배우고 갈 수 있겠냐는 연락이 와서 깜짝 놀랐었고, 아무리 구미 병동일이 편하다고 한들, 짜여져있는 당직 및 각종 일정들을 비워두고 갈 수는 없어 어렵겠다고 말씀 드렸더니, 알았다고 그냥 넘어가 가슴을 쓸어내린 적도 있었다.

올해 2010년 신규 인턴들은 총 13명이 구미로 배정된다고 한다. 우리는 10명이었다. 이 중 5명이 응급실이, 아마도 응급실 인원이 늘지 않는 이상 8명의 병동 인턴이 배정될 듯 한데, 지금도 편하지만 더 편해지겠다. 난 힘들었는데, 편해지니 배 아픈 그런 유딩 혹은 초딩적 사고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훨씬 일이 힘들고, 인턴의 손이 필요한 과가 많은 분당에 우선 배정하지 못 하고, 원래 구미 인턴이 13명이라는 정치논리에 의해 배정이 되었다고 들으니 힘이 빠진다. 게다가, 내가 1년차를 해야 할 이비인후과엔 13개의 일정 중 겨우 9개만 인턴 배정이 되었다는 비보가... (ㅠㅠ)

아무튼, 마지막 턴 마무리 잘 하고, 몸과 마음의 준비를 잘 해 이비인후과 1년차로 거듭나야겠다. 지금도 분당에 가서 1년차 일 할 생각을 하면 밤에 잠이 안 온다. ToT)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