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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자유 M.D.

능력부족, 수면부족


이비인후과 1년차 생활을 벌써 한 달이나 했다. 앞으로 11개월을 더 하면 1년차가 끝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11개월이 지나도 새로운 종류의 일을 배우고 익혀야 하는 2년차가 될터이고... 아무튼, 먼 훗 날의 일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당장 눈 앞에 떨어진 일 해 내기도 정신 없으니 말이다.

솔직히, 나 같은 불량한 애송이 의사가 이비인후과에 들어왔다는 것부터가 가문의 영광이지만, 건방지게도 일 그 자체는 익숙해지면 어느 정도는 잘 할 수 있을 줄로  착각 했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 별로 는 것도 없고, 아는 것도 없고, 매일매일 내는 구멍 천지에, 빠뜨리고, 잊어버리고, 못 챙기는 일들이 한 둘이 아니다. 그나마, 아직까지는 2년차 선생님께서 같이 챙겨주시니 이 정도지, 곧 나 혼자 알아서 해야 할 터인데 그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모를 지경이다.

아침 회진 후 학술 활동(교과서를 읽거나, 논문 혹은 주제 발표), 과장님들 회진 후 외래, 외래 끝나고 다음 날 수술 환자들 보고, 병동 환자들 만나고, 차트 쓰고, 밀린 일 해야 하는 일상이 반복되고 있지만, 오늘도 다음 날 수술 환자 다 본 지금 시각이 벌써 0시를 넘어서고 있다. 차트는 언제 쓰며, 쌓인 일들은 언제 할꼬. 미비 차트도 차곡차곡 생기고 있는데... (ㅠㅠ)

능력도 부족하고, 체력도 부족하고, 잠도 부족하고, 인성도 부족하고, 지식도 부족하니 사면초가보다도 더 심각한 상태다. 당장 오늘 꼭 해야 할 일들은 해야 하는데, 언제 하나? 이렇게 1년차의 고독한 밤은 흘러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