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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잡담

아버지는 말하셨지 신발 끌지마라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까지의 오래된 이야기, 아주 어릴 적 이야기는 내 기억 속에 뚜렷하게 남아있지 않다. 단편적인 기억들, 그리고 부모님께서 해 주시는 이야기로부터의 추리, 거기에 사진첩에 담겨있는 사진을 보고 아~ 이때는 내가 이랬구나~ 하고 생각하는 정도다.

그 중에 상당히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기억의 한 단편을 이야기해 보자면, 내가 한 너댓살 즈음 되었을 때 온 식구가 어디 마실 나가는 길이었던 듯 하다. 나는 슬리퍼를 신고 있었는데, 그 슬리퍼를 끌면서 걸어다녔더니 아버지께서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신발을 끌면서 다니면 안 된다.' 그 이후로도 내가 두어살 더 먹을 때까지 비슷한 이야기로 나에게 주의를 주셨고, 그 영향 때문에 나는 더 이상 신발을 끌고 다니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요즘 보면 신발을 끌고 다니는 사람들이 참 많다. 어찌나 끌고 다니는지 저 비싼 신발 뒷굽이 금방 닳아 없어지겠네~ 하고 내가 걱정이 될 정도다. 그냥 끌고 다니기만 하면 또 모르겠는데, 단단한 바닥에서 그렇게 걸어다니면 그로 인해 유발되는 소음이 무시못할 정도로 꽤 크다. 단단한 구두 뒷굽이든, 말랑말랑한 슬리퍼의 뒷굽이든, 여성의 하이힐이든 걸음걸이 리듬에 맞추어 울려퍼지는 소리가 난 이상하게도 듣기가 싫다.

그 중 최고는 하이힐이라 할 수 있겠다. 따지고 보면 그 불편한 하이힐을 신게 만드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문제라고 할 수 있겠지만, 아무튼 하이힐을 신게 되면 웬만해서는 발걸음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어려운가보다. 그래도 가끔 보면 발걸음 소리를 죽이려고 노력하며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는 '또각또각' 힘차게 걸어다닌다. 특히, 하이힐을 신은 사람이 계단을 내려갈 때나 혹은 바빠서 뛸 때... 그 소리가 들리면 나의 교감신경이 화악~ 하고 항진이 되어버린다.

아버지의 가르침을 그대로 따르는 내가 너무 고지식한건지, 신발로 우렁찬 소리를 내는 것은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조용한 기숙사 혹은 강의실을 울려퍼지는 그 소리란...!!!

웬만하면 타인 배려 차원에서 어쩔 수 없는 소리라도 줄이려는 노력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제목으로 인용하여 꼬아본 모 카드사 광고 음악 중 한 소절
이렇게 다시 보니 높임말이 전혀 맞지 않다. -_-;;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지.'라고 해야하지 않나?
운율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면 할 말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