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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잡담

고객만족

오랜만에 주말에 학교 기숙사에 남았다. 다음 주 월요일, 그리고 목요일로 예정되어있는 조직학과 해부학의 정기시험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뭐, 학교 기숙사에 남아있다고 공부를 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나가 노는 것보다는 조금 더 책을 보게 되지 않을까... -_-;; (사실 책을 본다기 보다는 족보를 본다.)

네 명이 함께 사용하는 우리 방... 그 중에 둘은 없어졌다. 한 녀석은 집에 갔을거고(독실한 크리스챤이며 교회 주일학교 선생님이라 꼭 주말엔 집에 간다.), 한 녀석은 친구를 만나러 갔는지 어제 밤부터 보이지가 않는다. 그리하여 남은 두 사람이 점심을 시켜먹었다.

시킨 곳은 전에 나만 쏙 빼놓고 저녁식사를 몇 번 시켜먹었던 둘X야식. 뭐, 그 때는 내가 따로 저녁식사를 하고 방에 들어간 것이었고, 그래서 잠시 식사의 구성(!?)만 살펴보았었는데, 실로 놀라왔다. 그리고 오늘 그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주문한 품목은 제육덮밥과 부대찌개. 주문한지 20분이나 지났을까? 기숙사 앞에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보안을 위해 외부인의 기숙사 출입은 통제되고 있다.) 나가서 비용을 지불하고 음식을 받아 기숙사 방에 돌아와 펼쳐보았더니, 음식은 당연히 있는 것이니 논외로 하고...

1) 랩 벗기기용 칼
10년도 더 전에나 보았을 법한, 그러니까 도루코 연필깎는 칼 처럼 생긴 칼이 들어있었다. 요즘 최신의 커터칼(이라는게 '자르는 칼'이라는 이상항 해석이 되는 단어지만.. 아무튼)이 나오기 전에나 봤던 것을 다시 본 것도 반갑지만, 배달된 음식을 먹을 때 음식이 넘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꽁꽁 동여맨 랩을 벗겨내는 것이 얼마나 귀찮고 짜증스러운지는 다들 알 것이다. 그 마음을 이해한 것인지, 배달 음식과 함께 랩을 벗겨낼 칼을 넣어주는 정도의 쎈쓰!! 를 발휘하고 있었다.

2) 사람 수에 맞춘 물과 종이컵
지난 번에는 세 사람이 시켰고, 이번에는 두 사람.. 딱 그 사람들이 먹고 마실만큼의 물이 담긴 물병과 사람 수에 맞춘 종이컵이 함께 왔다. 사실, 물이야 기숙사 각 층마다 설치되어있는 정수기에서 뽑아 마셔도 되고, 내 방 냉장고에 음료수와 차도 준비되어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가져다주면 얼마나 편한가.(아, 나는 귀차니스트.)

3) 쓰레기 봉투
배달에 사용된 봉투와는 별개로 이 동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쓰레기 봉투 한 장이 함께 배달되었다. 즉, 배달된 음식 용기는 모두 일회용 용기(이 부분에서는 조금 그렇다. 물론 그릇을 되가져가는 것이 불편하고, 일회용 용기를 사용하는게 경제적 수지타산에선 더 나을지 모르겠으나, 환경파괴의 주범인데..)라 이걸 따로 처리하려면 쓰레기 봉투가 있어야 하는 것. 그것까지 생각한 배달업체는 자그마한 쓰레기 봉투를 넣어 보내는 정도의 쎈쓰!! 까지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이 정도의 서비스는 왠만한 배달 전문점에서는 다 하고 있는 것일지 모르겠다. 워낙에 배달 음식을 잘 먹지 않아온 생활 패턴 탓에 이제서야 알게 된 것일 수는 있지만, 그래도 1번의 랩 벗기는 용도의 칼은 정말 상큼한 쎈쓰! 였다. 음식 맛은.. 솔직히 말하자면.. 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자극적인 맛을 싫어하는 내게는 별로였다. 하지만, 그 음식을 배달하기 위해 발휘하는 그들의 쎈쓰!!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사회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대기업에서 말로만 앞세우는 고객감동은 고사하고, 이 정도의 자그마한 고객만족을 추구하는 업체들이 많아진다면, 대한민국의 소비자들이 좀더 나은 선택을 하고 윤택한 삶을 영위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