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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잡담

살인적인 노래방과 대단한 중국음식점

여러가지 이유로 눈큰아이별이를 만났다. 녀석은 바지가 없다며 바지 쇼핑을 하기 시작했고, 나는 녀석을 따라다니다 마침 필요한 액자를 하나 샀다.(원래 선물 받은 사진을 넣기 위해 산건데.. 부모님의 압력에 의해 동생 사진을 넣게 되었다. ㅠ.ㅠ) 그리고는 오래간만에 노래방으로 Go, Go~!!

간 곳은 중앙대학교 앞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중앙대가 있는 흑석동에 살았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의도치 않게 예전에 살던 동네에 가게 된 것이다. 버스를 타고 현충로에 접어들어 가는데,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너무 변화없는 모습이 안타깝기는 했지만, 별이는 자기가 전에 살던 동네는 너무 변해 기억하고 있던 모습이 다 사라져버렸다고 하는 걸 보니, 옛 모습이 남아있는 동네가 나아보였다.

정확히 15년 전까지 다녔던 초등학교 옆을 지나게 되었다. 명수대초등학교. 지금은 이름이 흑석초등학교로 바뀌어있었지만, 낡디 낡은 자그마한 건물은 그대로였다. 등하교를 하던 골목길, 흑석동 재래시장의 풍경들이 하나하나 새롭게 다가왔다. 마치, 옛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랄까? 그 땐 정말 동네가 커보였는데, 지금에 와서 보니 그렇게 크지도 않다.

에.... 옛 동네에 간 감상에 젖어 서론이 길었는데, 별이와 내가 중앙대 앞을 찾아간 이유는 단지 저렴한 노래방이 있기 때문이었다. 별이도 아는 형의 소개로 찾아갔었던 곳이라는데, 그 이후 이 노래방의 단골손님이 되었다는 것이다.

우선은 중앙대 정문에서 한 골목에 들어가 다시 우회전! 그러면 나오는 식당 지하의 노래방이 있다. 우선 들어가면 좀 우중충하다. 최신식 설비의 깔끔한 노래방은 아니다. 하지만, 한 이틀 정도 면도 안 한 주인아저씨의 선한 인상을 보면 노래방이 조금 지저분한거야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카운터에 붙어있는 종이, '저녁 6시 이후 1만원' 그나마 저녁 6시 이전에는 5천원이다..!! 별이가 6천원을 내고 알아서 냉장고에 가 음료수를 꺼냈다. 아무거나 하나에 500원이라는 것이다!!! (@.@)

사실, 노래방에 가서 한 시간어치 돈을 내면 어느 노래방이 매정하게 딱 60분만 주겠느냐마는, 여기도 들어가니 기본은 70분이었다. 별이와 오랜만에 있는 힘껏 노래를 부르다보니 목도 칼칼하고, 가지고 들어갔던 음료수도 다 마시고 말았다. 별이가 게토레이 615ml 짜리도 500원이라길래 놀랐더니만, 잠시 나갔다 들어온 녀석의 손에는 게토레이 615ml 레몬맛과 500원짜리 동전이 들려있었다!!!! (@.@)

놀라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남아있는 시간이 10분 즈음 남으니까 어느 새 30분이 추가되어 있었다. 슬슬 목도 아프고 알고 있는 노래도 떨어져가고 있는 상황. 별이는 나에게 이런 충고를 해 주었다. '평소에 안 부르던 노래를 여기서 연습하는거야! 그리고 다른 곳에 가서 멋지게 부르는거지.' 그래서 평소에는 시도도 못 해보던 다양한 노래들을 정신없이 예약하기 시작했다.

30분 추가가 몇 차례 계속 되었던 것일까. 그 때마다 나는 노래를 부르는 것을 잠시 멈춘채 두 엄지 손가락을 들 수 밖에 없었다.(Two Thumbs Up!!) 쉼없이 이어지는 30분 추가. 10분 이내로 떨어지지도 않고 계속해서 추가가 되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 새 허기가 조금씩 느껴지고 해서 시계를 살짝 봤더니만, 호오~ 4시 반에 들어왔는데 8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별이와 나는 더 부르고 싶지만 체력적인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고 그만 부르기로 했다. 그러나 무의식 중에 손은 자꾸 노래책과 리모컨으로 향하고.. 가까스로 마무리를 하고 노래방을 나올 수 있었다.

노래방을 나와 별이의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오후 6시가 지나 1만원을 내고 들어가면, 아무 음료수나 2개 무료, 거기에 1.5리터 병에 물까지 담아주신다는 것이다!!! 물론, 무료 30분 무제한 추가 서비스는 말 할 것도 없이 기본이라고... 그렇다보니 학기 중에는 노래방이 미어터진다고 한다. 하기사, 지금은 겨울방학 중인데도 노래방 여기저기서 끊임없이 노래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을 보니 장사가 정말 잘 되는 모양이었다.

바지 사러 돌아다닌다고 했던게 미안했던지 노래방과 밥을 쏘겠다던 별이. 이미 노래방비와 음료수값은 다 지불했고, 저녁을 먹기 위해 중국음식점을 찾아갔다. 중앙대 정문에서 조금 내려와 중대병원 앞 쪽에 있는 골목 안의 중국음식점. 주변의 다른 음식점을 비웃기라도 하듯, 짜장면/짬뽕 1,900원!!! 음식점에 들어갔더니 메뉴판에는 파격적인 가격이 쓰여있었다. 짜장면 혹은 짬뽕 2개 + 탕수육 세트 5,900원!!!

참고로 내가 사는 동네에는 짜장 2 + 탕수육 세트가 14,000원이다. 잠시 알바를 했던 동대문에서는 같은 세트가 11,000원. 여기 중앙대 앞에서는 무려 5,900원!!!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보통 중국음식점에서 1만원 이상하는 탕수육 중자는 8,000원이었다.

별이는 호기좋게 짜장 하나, 짬뽕 하나, 탕수육 중자 하나를 시켰다. 나오는 양만 봐도 호락호락한 양이 아니었다. -_-;; 음식이 뜨끈뜨끈하지 않다(는건 미리 만들어놓고 살짝 데워나온다는거겠지.)는 것이 좀 불만이었지만, 이런 가격에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그런 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메뉴판을 보니, 흔히 찾는 짜장면과 짬뽕, 탕수육의 가격이 매우 저렴하고 나머지 메뉴들은 일반적인 동네 중국음식점의 가격 수준이었다.

무려 3시간 반의 노래방 유흥과 짜장, 짬뽕, 탕수육 콤보식사를 단돈 18,300원에 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다음에 또 가야지. (^^)/


p.s. 별이의 말에 따르면, 중앙대 앞 가게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다른 품목(예를 들어 돈까스도 어딜 가든 손바닥보다 크다고...)들도 저렴하고 양이 많다고 한다. 뭐, 일반적인 대학가들이 다들 그렇지만, 최근 이런 물가수준을 겪어보지 못했던지라 신선한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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