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을 보며 의사의 꿈을 키웠다고 하기에는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유치하기도 하지만, 아무튼 ER 이라는 드라마가 내게 미친 영향은 꽤나 크다고 할 수 있다. 지난 번 글에서 흉부외과 인턴 하고 있다고 하였으나, 내부적 사정으로 인해 업무 일정이 바뀌어 구미의 부속병원 응급실에서 일 한지가 벌써 3주째다.
처음에는 도대체 어떻게 환자를 봐야 하는지 정말 막막했다. 어찌보면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아기 같은 내가 무작정 물 속에 풍덩 던져진 것과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인턴 동료들, 응급실 레지던트 선생님들과 교수님들, 그리고 간호사들과 다른 분들의 도움으로 이제 그럭저럭 응급실 의사 구실을 조금씩 해 내고 있는 걸 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다.
하루 12시간씩 근무하고 남는 시간은 자유시간이지만,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 하든, 저녁부터 아침까지 일 하든 남는 시간에는 거의 자면서 보낸다는 것은 매한가지다. :) 잠을 12시간씩 자는 건 아니다보니 한 두 시간 정도 여유가 잇을 때도 있어서 주위에 좀 돌아다녀보고 해도 아는 것도 없고 찾아갈 곳도 모르겠고 해서 그냥 포기하길 몇 번 했었다. 이제는 점점 피로가 쌓여서 그런지 이런 시도 조차도 안 하고 있다.
분당 응급실보다야 낫지만, 그래도 쉼없이 환자들이 들이닥치고, 또한 내가 바로바로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이 되고 그러면 아직도 많이 당황하고 그런다. 일을 하면 할 수록 공부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기는 하는데, 그만큼 몸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으니 손에 책이 잡히질 않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 나를 위해서, 그리고 화자를 위해서 공부 좀 해야 할텐데 말이다. 내일은 책 좀 볼 수 있으려나?
p.s. 월급날은 언제 오려는지.... 그리고 우리 색시 얼굴은 언제 볼 수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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