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적으로 우리 병원의 2009년 신입 전공의 업무 시작은 3월 1일부터이나, 연수라는 이름으로 무보수 1주일 서비스를 해 주고 있는 중이다. 거기에 인수인계에 할애한 지난 주말까지 더한다면 거의 열흘을 무료 서비스 해 주는 샘.
아무튼, 내 의사 생활의 첫 번째 자리는 우리 병원 흉부외과인턴이다. 우리 병원 특성 상 흉부외과 교수님이 세 분 계시나 레지던트가 없는고로, 흉부외과 인턴은 병동과 응급실의 콜을 다 받아 해결해야 할 뿐만 아니라, 병동과 응급실의 환자들과 보호자들을 상대해야만 한다. 솔직히, 그 동안 학교 다니며 실습도 돌고 해서, 정상적이라면 잘 해 내야 하는 것이 당연하겠으나, 그래도 뒤에서 봐 주는 사람이 있는 학생 때와는 달리, 나 혼자서 잘 해내야 한다는 중압감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흉부외과 인턴으로 일 시작한지 이제 닷새 정도가 지나고 있고, 병동이나 응급실에서 일 돌아가는 분위기나, 전자처방시스템을 사용하여 처방 내리고 간호사들과 대화하는 방법, 무엇보다도 환자나 보호자들에게 작지만 도움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혼자서 꽤나 뿌듯해 하고 있다. :)
뭐 아직 부족한 것 투성이지만, 그래도 이제는 차트 쓰는 것에도 상당히 익숙해 졌다. 가장 큰 수확은 환자와 마주 볼 때 들었던 두려움이 꽤 사라졌다는 것. 모르는 것은 많지만, 교수님들께 여쭈어보면 귀찮아 하지 않으시고 잘 알려주시니 부담도 적어지고 좋다. 또한, 흉부외과 인턴은 다른 과 인턴에 비해 일의 양이나 강도가 적어서 짬짬히 혼자 쉴 수도 있고, 이렇게 블로그에 포스팅도 할 수 있다.
엄살 피우는 것 같겠지만, 인턴 생활은 상상하던 것 이상이다. 힘들다 힘들다 하더니만, 이렇게까지 힘들줄은 정말 몰랐다. 아무래도, 책임보다는 학습에 치중해 있는 학생 실습과는 달리, 일 하나하나가 중요하고 책임이 막중한 직장인의 신분으로 변했다는 사실, 그리고 그러기에 어느 하나라도 놓칠 수 없다는 절박감, 그로인해 병동이나 중환자실, 응급실 콜을 놓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자더라도 전화기를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긴장까지.. 고작 며칠 병원 생활을 했지만, 그 동안 느낀 것도 많고, 경험한 것도 많다. 이런 말 하면 좀 우습지만, 이제 어느 정도 일이 손에 익는다는 느낌이랄까?
오늘 아침 회진을 돌고, 교수님들께서 말씀해 주신 사항을 처방 내리고 있는데, 어쩌다보니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려고 하다 간호사들의 만류로 시행 전에 멈출 수 있었다. 우스개 소리로, '아직 많이 못 커서 그래요. :) 곧 무럭무럭 자랄게요.' 했더니만, 그러면 잘 자라도록 물을 뿌려주겠단다. :) 아무튼, 무럭무럭 자라보자!!! 오늘도 또 공부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자를 위해, 나를 위해, 공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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