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이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중 가장 중요하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가위다. 인턴이 하는 여러 일 중 가위를 사용할 일이 꽤 많은데, 이상하게도 병원엔 가위가 없다. 물론, 가위야 많긴 하지만, 무균적으로 사용하도록 준비된 가위들 말고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가위가 흔치 않다는 이야기다.
매일 드레싱 하는 일이 인턴 일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 때 붕대를 자르거나, 반창고를 자르는 등에 가위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문구용 가위를 사용하기엔 소위 모양이 빠지는 듯도 하고, 수술용 가위 중에 왼쪽과 같이 일반적인 모양을 하고 있는 가위를 많이 쓰고 있다. 아주 날카롭고 잘 잘려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조심해야 할 점도 있어서, 대부분 끈적이는 반창고 등을 자르다보니, 가위날에 이 끈적이들이 들러붙어 점점더 가위의 성능이 저하된다는 점이다. 그냥 마구 사용하다보면 어느 순간 자르고 싶어도 자를 수 없는 상황이 생기니, 종종 알콜솜으로 닦아주던가, 아니면 그로도 잘 안 되면 설압자 등 조금은 단단하지만 가위에 상처를 주지 않을 것으로 끈적거리는 것들을 떼어내면 마치 새 가위처럼 잘 드는 가위를 유지할 수 있다.
정형외과에서 주로 사용하는 스플린트, 뼈가 부러지거나 관절을 삐었을 때 고정용으로 하는 스플린트라는 것이 있고, 흔히들 반기부스로 알고 있다. 이건 물이 닿으면 굳는 성질을 이용해, 환부 모양에 맞게 잘라서 물 묻혀 데고 고정하는 처치를 하게 되는데, 이 스플린트를 자르기가 매우 어렵다. 이 때 사용하는 가위가 소위 'OS 가위'로 불리는 Bandage Scissor가 있다. 이걸로 자르면 정말 스플린트가 잘 잘린다. 정형외과 돌 사람은 이 가위를 꼭 마련하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 가위 역시 끈적이는 것들이 자꾸 뭍으면 대책없어진다는 것은 동일하다.
p.s. 센스 있는 PK라면 문구용 가위 하나 정도 챙겨 다니는 것도 좋은 평가를 받는 지름길 중 하나다. PK에게 환부 소독을 일로 시키는 일이 없으므로 병동에서만 있는다면 크게 필요없으나, 수술방에 들어가야 하는 과에서는 수술 끝나고 간단한 수술부위 소독 후 반창고 붙이는 일이 있는데, 바쁘다보니 반창고 잘라오라고 시키는 경우가 많다. 수술방의 가위는 이미 찐득하니, 따로 준비한 가위를 이용해 전광석화와 같이 잘라낸다면 한 눈에 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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