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내가 의사에 대한 이미지를 가지게 된 건 어렸을 때 봤던 TV방화 '천재소년 두기'에서였을 것이다. 어린 아이지만 천재로 나오는 두기는 의사가 되어 아픈 사람들을 도와주고 그랬는데...
천재소년 두기
이제 내가 의사가 되어 아픈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게 되었다. 의사의 꿈을 꿔온지 어언 20년, 말하자면 길고도 긴 의과대학 생활, 그 사이 병역특례와 민들레 아가씨, 그리고 결혼에다 한라까지... 내 인생의 격변기였다고도 볼 수 있다.
이제 곧 졸업을 앞두고 있고, 모교 병원에서 인턴으로 새내기 의사 생활을 시작하려고 한다. 이번 주 월요일부터 오늘 금요일 오후까지 신입 전공의 교육을 받았다. 약간 지루한 수업도 있었지만, 정말 유익하고 즐거운 수업도 많이 있었다. 외부에서 온 선생님들과도 많이 친해졌고, 두근두근거리며 인턴 근무 일정표도 추첨했다.(나름대로 중박은 된다. 아주 힘들지도, 그렇다고 아주 편하지도 않을 듯.) 나는 드라마 '뉴하트'에서 그려졌던 흉부외과 인턴으로 첫 근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근무과에 따라 지금부터 당장 시작하는 과도 있으나, 다행히 나는 오늘 저녁에 흉부외과 회식에 참석하여 선생님들께 인사 드리고, 내일부터 근무를 시작하면 될 듯 하다.
근무 일정이 힘들고 어렵고를 떠나, 내가 과연 환자에게 잘 할 수 있을까, 돌팔이는 되지 말자는 다짐을 지켜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는 한다. 또한, 이제는 더 이상 의과대학생이 아니기에, 나에게 책임이 지워지고, 그 책임을 잘 수행해야 한다는 중압감 또한 엄습해 오고 있다. 남들보다 뛰어나게 해내지는 못 하더라도, 이 과정을 무리 없이 잘 마칠 수는 있겠지~ 하는 약간은 대책없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미국 의학드라마 'ER'의 2시즌 마지막편 22화 마지막 장면이 생각난다. 의대생인 존 카터는 지난 2년간의 실습(아마도 서브인턴십)을 마치고 이제 드디어 의사가 되는 장면이다. 응급실 간호사들에게 항상 놀림 받았던지라, 이번에도 한 응급실 간호사가 '의과대학을 꼴찌로 졸업한 사람을 뭐라고 하는지 알아요?' 라고 묻는다. 카터는 답을 몰라 어리둥절해 하는데, 그 답은... '의사'. 그렇다. 나 역시도 우수운 성적으로 졸업하게 되지만, 이제부터는 의사인 것이다. 열심히 해야겠다. 돌팔이가 되지 않으려면...
그건 그렇고... 의사를 뜻하는 영어단어, M.D.를 사용해 카테고리를 하나 만들었다. 원래는 새로 블로그를 열어볼까 했는데, 도저히 그렇게는 운영을 못 할 듯 해서 우선 카테고리로 만족하려고 한다. 아, 그리고, M.D.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고 한다.
Medical Doctor
My Destiny
My Daddy
그 동안에는 위의 두 가지만 생각해왔는데, 이제는 세번째 My Daddy까지도 생각해야겠다. 이 세가지를 모두 잘 이루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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