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색시의 여름휴가를 마무리 하는 의미에서 영화 한 편을 봤다. 그래봐야 동네 영화관에 슬리퍼 신고 가서 보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
색시는 원래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월-E 를 볼까 했었는데, 영화 정보 프로그램에서 살짝 다찌마와 리를 보고서는 색시가 여기에 꽂혔는지, 그 특유의 '다찌마와~~~ 리!' 하는 걸 한 동안 따라하더니만 이걸 보러가자고 해서 다찌마와 리 예매 후 여유있게 영화관으로 갔다. 70~80년대 한국 영화에 대한 오마주... '경의, 존경이란 뜻' 로 만들었다는 감독의 의도를 몰랐더라도 재미있는 부분이 많이 있었다. 마치 내가 어릴 때 봤던 한국 영화, 그래봐야 우뢰매 시리즈 정도였지만, 딱 그런 느낌이 들게 만들어져있었다. 후시녹음의 티를 내기 위해 대사와 입 모양이 살짝 맞지 않는다거나, 입은 대사를 끝냈는데, 새로운 대사가 살짝 추가 되어있다거나, 영화 배경을 그림으로 보여주는 것, 그리고 엉터리 외국어에다 자막에 장난을 치는 센스까지...
하지만, 2%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왜인지 모르게 영화가 조금 늘어지는 느낌도 없지 않았고, 사실 70~80년대 한국 영화에 대한 오마주라고는 하나, 그 때 영화의 주력 소비자였던 지금의 50대가 공감하기 힘든 내용이 많았고, 또 지금 이 코드를 이해할 수 있는 20~30대는 그 때 한국 영화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 해 공감하기 힘든 내용이 많았다. 이렇게 보면, 지금 류승완 감독의 코드를 이해할 수 있는 20~30대 이면서, 과거 70~80년대 한국 영화를 잘 알고 있는 젊은 사람들이야말로 이 영화를 제대로 즐기고 감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 영화의 ㅇ 자도 제대로 모르고, 또 혹자는 코미디나 SF 에서 무슨 줄거리냐 하는 이야기도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영화를 보는 동안, 그 코드가 어떻든지간에 관객이 딴 생각 하지 않을 정도로 몰입시키는 줄거리와 편집 등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