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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Med Student

첫 수술, 첫 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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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주로 내과 계열 실습을 돌아와서 수술방엔 들어가 볼 일이 거의 없었다. 내과 돌 때 Stem Cell Harvest나 Peritoneal Dialysis Catheter Insertion을 참관한 적은 있었으나, 직접 스크럽(Scrub, 직접 수술에 참여함)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이번 주는 분만실에서 공부하는 것이었는데, 추석 연휴 직후 수술이 많이 잡힌 월요일에 분만 하나 제대로 보기도 전에 바로 옆에 있는 수술실에 수술이 넘쳐나서 일손이 부족하여, 분만실 PK인 나도 긴급 투여되었다. 이전 조원들로부터 수술실 행동요령이나 손 씻는 법, 가운 입는 법이나 장갑 끼는 법 등을 인계 받기는 했지만, 해 본적은 없었기에 사뭇 긴장되기도 했다. 레지던트 선생님 따라 열심히 손 씻고 수술방에 들어가, 간호사가 던져주는 수건 멋지게 받아들고 닦은 후 가운 입고 장갑을 꼈는데, 윽! 껴준 장갑이 너무 작았다. 난 7.5호 껴야 하는데, 7호를 껴줬던 것. 그래서, 어렵사리 스크럽 간호사에게 장갑 작다고 이야기해서 장갑을 바꾸어 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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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MI

수술명은 Laparoscopic Myomectomy(복강경을 이용한 자궁근종제거술)이었다. 교수님께서 집도하시고, 3년차 선생님께서 1st assistant로, 그리고 나는 자궁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기구를 잡고 교수님과 선생님께서 수술하시기 편하도록 도와드리는 역할을 맡았다. 오른쪽에 보이는 기구를 잡고, 핸들을 돌려가며 위 아래 앞 뒤로 움직이며 자궁을 움직여 드려야 하는데, 처음에는 복강경을 통해 보이는 화면과 내가 움직여야 하는 방향을 알지 못해 삽질을 몇 번 하고, 한참 지난 후에야 RUMI의 핸들 돌리는 방향에 따라 자궁이 앞/뒤로 구부러지는(Anteroversion/Retrovertion) 것을 이해했다. 그 동안의 삽질을 모두 다 이해하고 윽박지르는 대신 하나하나 알려주신 교수님과 선생님이 얼마나 고맙던지.. :) 수술이 2시간 가량 지속되다보니, 집도의와 1st assisstant 앞에 있는 모니터를 고개 획 돌려서 봐야 하는 내 목이 너무나도 힘들고, 졸리기도 하고 그랬다. 다행히 2시간 조금 넘어 수술이 마무리 되었고, 레지던트 선생님을 도와 복강경 넣은 곳을 꼬매는데, 당연히 내가 꼬매는 것은 아니고, 피 나면 닦아드리고, 실 잘라드리고만 하면 되는 무척 단순한 일이었지만, 긴장한데다 처음이라 당황해서 가위도 떨어뜨리고 난리도 아니었다.

별 탈 없이 첫 수술 스크럽을 마치고 나와서, 분만장으로 돌아와 첫번째 질식분만(흔히 이야기하는 자연분만)을 보게 되었다. 분만대기실에서 뱃 속 아기가 거의 다 내려올 때까지 기다리던 산모가 분만실로 옮겨지고, 레지던트 선생님께선 분만 준비 하시고 그 사이에 교수님께서 내려오셔서, 마지막 힘 주기를 통해 우렁찬 아기 울음 소리와 함께 새 생명이 탄생하였다. 이루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고, '어머니는 위대하다.'라는 한 마디 말고는 표현할 말이 없었다.

그 뒤로 분만을 계속해서 보아오고 있는데, 우리학교 병원의 라마즈 교실을 수강한 산모와 남편은 분만실에 남편이 함께 들어와 탯줄을 자르게 한다. 헌데, 남편들도 긴장해서였을까, 아이 낳고도 어리둥절한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하기야, 옆에서 지켜보는 나도 긴장하는데, 당사자들은 오죽할까. 그러다, 한 번은 아이를 안겨주었더니 '으하하하하~' 하고 웃는 남편을 만나게 되었다. 아기가 눈을 떴다고, 나랑 눈 마주친다고 어찌나 좋아하던지, 긴장 가득한 분만실에 웃음이 가득했다. 나중에 색시가 아기 낳을 때 분명히 긴장하겠지만, 긴장만 하지 않고 저 사람처럼 기쁨을 표현하는데도 인색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앞으로 어느 과에 관심을 갖게 될지, 어느 과를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보고 배운 것들을 잊지 말아야겠다. 특히, 생명 탄생의 신비함과 위대한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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