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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해부학 용어

자유/Med Student | 2006. 10. 17. 15:42 | 자유
내일이 시험인데.. 답답해서 포스트 하나 더 올리고 공부해야겠다.


내일 보는 시험은 근골격학 시험이다. 예전에는 정형외과학이라는 이름이었는데, 통합강의로 재편성되다보니 정형외과학이 근간이 되어 일반외과학, 성형외과학, 병리학, 진단방사선학(요즘 말로는 영상의학) 등이 모두 함께하는 과목이다. 다행히 족보를 많이 탄다고 하는데, 문제는 문제족보만 해도 양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 그리고, 그냥 보고 넘기는게 아니라 하나하나 외워주어야 하니...

아무튼, 공부를 하다가 울컥 하고 치밀어 오르는 것이 무엇이냐면, 바로 해부학 용어다. 내가 알기로 대한해부학회가 주축이 되어 한자로 되어있는 해부학 용어를 한글화 하는 작업이 오래 전부터 진행 중이고, 이 대단하고 의미있는 사업에 동참하시는 해부학 교수님들께서는 한글용어로 강의를 해 주고 계신다. 우리 학교 해부학 교실 교수님들도 한글 용어로 강의를 해 주셨는데... 문제는 이게 임상에서는 전혀 쓰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영어로 된 용어는 기본으로 알아야 하고, 학교 시험 및 미래의 국가고시를 위해서는 한글용어도 알아야 하고, 임상교수님들의 강의를 듣고 시험을 보며, 미래에 현장에 나아가 일을 할 때를 위해서는 한자로 된 영어도 다 알아야 한다.

작년에 기초만 배울 때에는 이런 점이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이제 임상을 마구 배우면서, 하루에도 엄청나게 쏟아지는 새로운 용어 알아가기도 바쁜 마당에, 임상 교수님들께서 던져주시는 한자말로 된 해부학 용어를 받아적어야 하고, 그게 뭔지 몰라 찾아봐야 하는 이 현실이 좀 안타깝다.

분명 한자로 되어 어려운 해부학 용어를 쉬운 우리 말로 바꾸는 것은 정말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의 차이가 있듯 강의실 안과 밖의 차이가 너무 큰데, 그 차이를 좁히려는 노력은 없는 듯 하여 아쉽다. 아예 영어로만 쓰라고 하면 그나마 나을텐데... 오늘도 공부하면서, 경골, 장무지신근 등등 도통 알 수 없는 한자용어를 보다보니 울컥 치밀어 오른다. :) Tibia, Extensor Hallucis Longus 하면 쉽잖아.


p.s. 예전에 PETER님 블로그에서 비슷한 글을 본 기억이 나서 트랙백 걸려고 했는데, 지금에 와 찾아보니 안 보인다. 왜 이글루스 블로그엔 검색창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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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선주 2006.10.18 00:39

    정형외과가 조금 그런 경향이 있을수도.

    그 까이꺼 같이 외워주면 됩니다.

    아니면 그냥 감으로 문제를 맞추는 거죠.

    • BlogIcon 자유 2006.10.18 22:56

      오늘 감으로 문제 풀다가 머리에 쥐 나는 줄 알았습니다. 그나마 전 한글용어를 거의 외우지 않고 해부학 시간에 버텼는데, 그걸 외웠던 녀석들은 얼마나 힘들런지...

  2. BlogIcon 하루에 2006.10.18 00:51

    Extensor Hallucis Longus ... 해도 안 쉬워요.

    • BlogIcon 자유 2006.10.18 22:57

      무얼 먼저 알고 보느냐가 중요하겠죠. :)
      모든 것이 그렇지만, 알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근데, 그 안다는 것이 말 처럼 쉽지는 않네요. 흑~

  3. BlogIcon 마술가게 2006.10.18 02:06

    전..라틴어와 한자어가 쉽고 한글용어가 어렵고 무슨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위위동맥..이런게 도대체..무슨말인지 원...
    아마도 연구비 타낼 명분이 아니었을까하고 의심해봅니다.
    물론 취지야 좋지만 진정한 나랏말쌈이 듕국에 달라...이정신이면 척보면 딱하고 감이 오는 말이어야 할텐데 많은 한글용어가 일반인에게 보여주면 오히려 한자어가 더 쉽다고할 지경이란 말이죠.
    방향은 옳지만 결과물은 형편없으며 그 많은 연구비를 가지고 그정도 결과물밖에 못내는지 한심합니다.

    • BlogIcon 자유 2006.10.18 22:59

      우리말 사랑이라면 북쪽이 우리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합니다. 한글 해부학 용어에도 북쪽 용어가 많이 차용되었다고 하더군요. 말씀하신 것처럼 위위동맥과 같은 어처구니 없는 용어는 정말 외워도 헷갈립니다. :)

      일반인들이 한자용어만 아는 현실에서 대세를 바꾸려면 뭔가 제대로 해 주어야 할텐데,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것이라면.... 요원하군요. :(

  4. 꽃순이 2006.10.18 17:08

    전 이제 시험 두어 시간 전이네요. ㅠㅠ
    일도 손에 안잡히고 책은 더 눈에 안들어오고. 어흑;; ㅠㅠ

    • BlogIcon 자유 2006.10.18 22:59

      하나 치르고 나와 비몽사몽 버티는 중입니다. 이제 11시간 남았네요. 그나마, 겹쳐서 보지 않는 걸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힘!!! :D

  5. BlogIcon PETER 2006.10.18 19:16

    아! 검색창을 아마 달면 나올거에요. :-)
    이글을 보니 달아야겠단 생각이 드네요 :-)

    • BlogIcon 자유 2006.10.18 23:00

      아, 검색창을 보이게 하거나 안 보이게 할 수 있는 모양이로군요. :)

  6. BlogIcon suha 2006.10.18 22:12

    ...다른 분야긴 하지만 한때 '새대학물리' 라는 책의 끌림힘 (마찰력)이라는 용어가 생각나는군요.. 그런건 새 책을 쓰기 위해서였을까요;
    그렇지만 한글로 표현할 수 있는걸 영어로 의사소통이 편하다는 이유로 영어를 남용하고 있는건 사실이죠..저도 얼마전 수업시간에 학생들한테 영어로 된 용어를 너무 많이 쓴다고 지적을 받았습니다만...한글로 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더라구요.

    • BlogIcon 자유 2006.10.18 23:03

      끌림힘.. 역시 대단합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사용했으면 좋으련만, 이미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는 언어를 바꾼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지요.

      저도 요즘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주로 민들레 아가씨로부터...), 배운게 도둑질이다보니 그 용어로만 생각이 나는거죠. '아, 이게 우리말로 뭐더라?' 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점점 길어지고 있습니다. 애초에 우리말로 된 용어로 학문을 접했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겠지요.

  7. BlogIcon KraZYeom 2006.10.19 15:49

    House MD 라는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힘들어요. 의사는.. ㅠㅠ

    모든 병을 거의다 외워야되나요? 증상. -_- 이펙트 등등...

    머리가 조금만 더 좋았으면 의대도 해보고싶은데요. -_-;

    머리도 나쁘거니와... 외우는걸 극도로 싫어하는지라...

    • BlogIcon 마술가게 2006.10.19 16:06

      드라마는 부분의 진실만을 담고 있잖아요
      의사집 선생의 똘마니들은 다 전문의란 말이죠.(학생이 아니구요) 아마 전문의라도 그렇게 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글고 학생시절에 시험을 위해 외운것들은 나중엔 아..그런게 있었지..그리고 대충 어디를 찾으면 나오겠구나 하는 정도만 남고 자신이 특별히 관심가졌던 부분만 기억에 남는것 같아요.

      진실로 진실로....머리 좋은 사람보다는 성실한 사람이 의대에 더 잘 맞는 것 같습니다. (하긴 성실한 사람이 어디든 안맞으랴마는..^^*)

    • BlogIcon 자유 2006.10.19 20:06

      마술가게/ 한 선생님께서 강의 들어오셔서 이런 말씀을 해 주시더군요. '그냥 나는 너희들에게 이런게 있다~ 하고 알려주는거야. 나중에 생각나서 찾아볼 수 있게. 공부는 너희들이 하는거지.' 맞는 말씀입니다. 다만, 제 몫인 공부를 잘 못 하고 있다는게 문제네요. :D

    • BlogIcon 자유 2006.10.19 20:08

      KraZYeom// 마술가게님께서 저 대신 잘 답해 주셨네요. 그나저나, 하우스가 영국에서까지 인기를 날리고 있나봐요. 저도 조금 봤었는데, 정말 괴짜더군요. 같이 일 하면 피곤하겠다는 생각을 보는 내내 했습니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의료 체계가 다르기도 하겠지만, 제 상식으로는 하우스가 그다지 좋은 의사는 아닙니다. 한마디로 정조준을 하기보다는 산탄총을 쏘는 사람이고, 요즘 트렌드인 Evidence-based Medicine에 맞지 않게 감과 추측으로 진단/치료하구요. 극 중에서는 다행히 한 두 번의 시행착오 끝에 해피엔딩이 됩니다만, 그 실험적 치료 및 수술의 비용은 누가 내야 하는건지.. 아무튼, 드라마 하나 보면서 별 생각을 다 합니다. :D

      머리 좋은 사람은 기초학문 해야 합니다. 머리는 안 좋아도 암기 잘 하면 의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 저는?? 둘 다 안 됩니다. (ㅠㅠ)

  8. BlogIcon qbio 2006.10.20 01:55

    context와 분리된 용어는 사실 애매한 구석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만, 끊임없이 노력을 하면 context와 용어의 일치점이 언제인가는 오겠지요.

  9. BlogIcon ENTClic 2006.10.20 17:48

    저떄 한참 의학용어를 한국어로 바꾸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그때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결국은 아직 까지도 의학용어는 한글로 아는 것이 많지가 않습니다.
    제 책상에는 항상 의학용어 한글판사전이 꼭 있어요..이거 없으면 진단서도 제대로 못씁니다..-.-"

    • BlogIcon 자유 2006.10.20 18:26

      이게 보니까 아직 완벽한 용어 정리가 되어있지 않아서 개정이 자주 되더라구요. 2000년 이후로 두 번이나 있었다던데...

      그나저나, 처방전 내실 때 한글 용어 적어야 할 일이 있나요? 요즘은 다 마우스로 클릭, 클릭만 하시던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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