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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북 블랙, 잠깐 사용기

빛나는 애플 로고

빛나는 애플 로고



오랜만에 눈빛마음 정환이를 만났다. 2004년에 느즈막히 입대하고서 연락도 자주 하고 하던 녀석인데, 드디어 자유의 몸이 되었다. 그런데, 자유의 몸이 되기도 전에 말년 휴가 나와서 맥북을 질러주는 쎈쓰!! :) 그 동안 자꾸 시간이 안 맞아서 가까이 사는데도 불구하고 못 보다가, 오늘 말 나온 김에 점심에 만났다. 날이 너무 덥고 해서 시원한 곳에 들어가 밥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물론, 주된 주제는 맥북!!

난 이 녀석이 당연히 하얀색 맥북을 샀을 줄 알았는데, 만나고 보니 맥북 블랙이었다. 맥북 중에선 가장 비싼 모델이다. 거기에 램을 2기가까지 업그레이드를 했다. 맥북을 열어보니 Glossy Screen이 떡하니 보였다. 반사가 좀 거슬리긴 했지만, 그래도 더욱 선명해 지고 밝아진 액정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재질은 맥북 화이트와 같은데다 도색을 했다지만 전혀 다른 재질처럼 느껴졌다. 사진으로 보던 때의 느낌과는 또 달랐고, 맥북 화이트는 아직 실물을 못 봤지만, 맥북 블랙의 중후함이 꽤 멋있었다. 게다가, 사실 알북과 비교하여 외관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 맥북 프로보다 좀 변한 맥북이 더 매력적으로 보였다. 게다가, 맥북 프로는 알북 시절부터 내려오고 있는 케이스 뒤틀림 현상이 아직도 있어서 원성이 자자하지만, 맥북은 전혀 그런 것이 없이 모든 곳이 딱 맞아 떨어졌다. 아, 그리고 자석식 래치는 정말 좋았다. 적당한 힘으로 고정하고 있어 왠만해서는 스스로 열리지 않아 보였고, 적당히 힘을 주어 열어야 열렸다.

MacBook

MacBook



키들이 서로 너무 떨어져 있어서 좀 우려했는데, 생각보다 그리 불편하지 않았다. 처음엔 좀 익숙해져야겠으나, 모든 HID들이 그렇듯 익숙해 지면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키감은 예전 아이북에 비해 오히려 나아젔다는 느낌이었다. 어느 분께서는 전자계산기 비슷하다고도 하시던데, 내가 느끼기엔 나쁘지 않았다. 키보드 모양을 보고 너무 기대치를 낮추어서 그런가.. :) 넓어진 트랙패드와 버튼도 좋고, 왼쪽에 정갈히 자리잡고 있는 각종 포트들도 좋았다. 특히 배터리 성능이 꽤 좋았는데, 완충 후 밥 먹고 이야기하며 액정 밝기 중간 단계에서 에어포트와 블루투스를 계속 사용했지만, 한 시간 반 가까이 사용했음이도 두 시간 이상 배터리를 더 사용할 수 있다고 보여주고 있었다. 액정 밝기를 더 줄여도 잘 보이니 상관없고, 에어포트나 블루투스를 꺼놓은 상태에서 워드 작업 정도만 한다면 너댓 시간은 너끈히 버티지 않을까 생각했다.

테이블 위의 맥북 블랙

테이블 위의 맥북 블랙



밥 먹고 이야기 나누면서 잠시 만져본 것이었고, 맥북 최고 사양에 램도 무려 2기가까지 업그레이드 되어있었지만, 그래도 참 매력적인 랩탑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119만원~159만원(교육할인으로는 113만 8백원~151만 3백원)에 램 업글 비용이 좀더 추가되긴 하나, 아무튼 이 비용에 이 정도의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부트캠프나 패럴랠즈를 활용하여 맥북 하나로 Mac OS X와 Windows를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1석 2조가 되는 것이다. :)

하지만 내가 애플 랩탑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불만 사항 세 가지가 있다.
1. 발열 2. 배터리 성능 3. 무게와 크기
이 중 2번 배터리 성능은 어느 정도 많이 좋아졌고, 바로 위에서 언급하진 않았지만 애플 특유의 흐리멍텅한 랩탑 액정은 이제 없어졌고 선명하고 반짝이는 액정이 달려 많이 개선되었다. 그래도 아직 남아있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우선 1번 발열. 전원 콘센트를 연결할 수 없어 배터리로만 구동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로직보드가 있는 왼쪽 상단에는 상당한 열기가 느껴졌다. 테이블과 닿는 곳은 훨씬 더 뜨거웠다. 배터리로만 구동할 때도 이러니, 전원 콘센트를 연결했을 때 더 뜨거워질 것은 명약관화다. 3번인 무게와 크기. 맥북의 2.36kg은 결코 가벼운 무게가 아니다. 물론 ODD를 포기하지 않는 애플의 특성 상 어느 정도의 무게와 크기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사실, 슬롯로딩 드라이브에 하드 드라이브, 배터리와 로직보드, 겉에서만 봐도 속이 좁아 터질 것이라는 것이 뻔하게 보인다. 그리고, 애플은 항상 자신들의 랩탑이 얇고 가볍다고 하지만, 그건 학생들도 차를 가지고 다니는 미국에서의 이야기다. 집에서 차까지, 차에서 교실 혹은 사무실까지 잠시 드는거야 얼마 안 무겁지만, 우리나라에서만 해도 그러기가 힘들다. 대부분 수십 분에서 한 두시간의 통학/통근 시간 내내 그 무게와 크기를 모두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두께가 좀더 두꺼워지지만 ODD까지 포함하여 10인치 LCD에 1.5kg 미만의 제품이 IBM 호환 노트북에는 분명 다수 있는데, 애플에서는 그렇게 만들어주지 않으니 아쉽다.

이러저러한 몇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맥북은 현 시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랩탑 중 하나임에는 분명하다. 나도 무척이나 가지고 싶지만, 당장에 랩탑이 필요한 상황도 아니고, 재정 여건도 허락하지 않아므로 꾹꾹 참아야 한다. 그 뜨겁고 크고 무거운 걸 어떻게 들고 다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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