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한 영화인들의 움직임을 보며...

어느 시위나 움직임이 그들의 밥그릇과 연관되지 않은 것이 있을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당연한 것이니 영화인들의 시위가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그 동안 영화인들이 사회적 움직임을 한 번이라도 한 적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 아래 인용할 글에서처럼, 오히려 대다수의 영화배우들은 우리 농민들이 망하든 말든 외국 과일 광고를 찍고, 수입 고가품을 소비를 주도하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번 일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자 합동 집회를 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마치 썩어빠진 정치인들의 합종연횡을 보는 것만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게다가, 이 추운 날씨에 장외 집회라니... 욕도 먹고 고생도 많이 한다.

스크린쿼터와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다가 통상압력으로 없앤 후 자국의 영화산업 기반이 붕괴해 버린 전례가 이미 많이 있다고 한다. 스크린쿼터 덕분인지 우리나라는 세계에 몇 안 되는 영화 생산/수출국이기도 하다. 최근 한국 영화의 전성기를 다시 구가하고 있고, 드디어 단일 영화 천만 관객 시대도 열었는데, 이래도 우리나라의 영화가 혼자 힘으로 일어서기에 부족한가보다. 거대자본에 의해 개봉관 확보조차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그건 이미 국산 영화들 사이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대기업을 등에 엎은 영화는 촬영할 때부터 각종 언론 취재를 만들어내고, 광고를 하고, 개봉하기 전에는 TV 오락 프로그램에 영화배우들이 대거 출연하여, 마치 영화 홍보 특집 프로그램을 찍는게 평범한 일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자본이 없고 힘이 없는 저예산 영화, 독립 영화, 예술 영화들은 어디 한 곳 간판 걸어둘 곳이 없거나, 겨우 개봉관을 확보해도 1주일만에 내리고서 대형 자본 영화에 밀리고 만다. 이러면서, 해외, 특히 미국 영화 자본에 대한 보호막을 해 달라니... 먼저 우리 안에서 문제를 해결해 놓고 그런 문제점을 토로해야 순서가 아닐까.

하고 싶은 말은 많고, 아는 것은 없고, 정리도 안 되고 해서, 클리앙에서 본 한 분의 게시물을 인용하려고 한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간지러웠던 부분을 제대로 긁어주고 계시며, 아래 달린 댓글들도 건전한 비판들이라 일독할 만하다.

스크린 쿼터 자체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영화배우들의 예전부터 지금의 언행들은 실소만 자아냅니다. 솔직히 밥그릇 투쟁이라는 생각에 나오는 게 뻔하면서 명분은 국민과 나라와 영화계를 위해서랍니다.

우선 국민을 위해서라는 말... 수입개방하면서 농민이 아무리 다치고 피흘려도 꿈쩍도 하지 않고, 오히려 외제 델몬트 오렌지 쥬스 선전에 돈받고 웃으면서 출연해서 사먹으라고 권합니다. 뒤에서 농민이 피눈물 흘리건 말건 자본주의 체제고 자기는 일개 영화배우니까 관심없었겠죠. 외제차 타고 외제 명품 쓰면서 그 뒤에서 국산차 노동자나 회사, 국산품 회사의 고충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겠죠. 그러면서 이제 자기가 그 외국 영화의 희생양이 되려니까 갑자기 전 국민에게 날 위해서 분개하고 같이 투쟁하자고 하면... 누가 합니까? 누가 그 진실성을 믿습니까? 한번이라도 영화인들이 국산품이나 국내 소외계층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투쟁해본적 있습니까?

나라를 위해서라는 말... 가령 독도가 일본땅이라든가, 중국이 망언을 해도 영화인들은 중국시장에 진출하거나 일본시장에 진출해야하니까 별로 자극적인 발언을 하지 않습니다. 물론 몇몇 예외는 있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영화계는 철저히 정치는 정치고 문화는 문화란 관점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면서 갑자기 국가의 문화를 위해서 미국을 견제하는 데 국민이 정치적인 동감을 해서 동참해달라고 말합니다;;

영화계를 위해서라는 말... 지금보다 전에 강우석 감독이 말했습니다. <영화배우들 몸값이 너무 오른다. 공동제작 요구도 심하다. 이래서는 스탭들이 굶고 제작사가 망한다.> 그러자 최민식씨가 말했죠. <스탭 처우는 영화배우가 알바 아니고 개런티는 자본주의에서 당연히 자유 아닌가? 일한 만큼 받고 싶다.>
이제 그 말 그대로 돌려주고 싶군요. <한국영화가 망하고 흥하고는 영화계가 알아서 할 일이지 일반 국민이 알바 아니다. 자기 개런티에는 자본주의인데 막상 자기 밥그릇은 보호주의냐?>

어차피 스크린 쿼터가 있건 없건 스탭들 처우는 나아지지 않을 겁니다. 공동제작 횡포도 나아질리 없죠. 이때까지 천만 관객시대가 오고 몇 년이 흘렀어도 제자리였으니까요. 오로지 잘되는 건 영화배우와 몇몇 감독 뿐이죠. 제작사는 망해도 배우는 개런티 받아 살찌는 시장에서 영화배우를 제외한 나머지 스탭이나 대다수 제작사들은 굶어서 투쟁할 힘도 없을 겁니다. 이렇게 시장상황을 만들어놓고는 배불렀던 자기만 투쟁하면 되지. 왜 혜택 하나 못보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국익이니 영화계니 하면서 투쟁을 독려하는 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솔직히 말하면 됩니다. 자기 밥그릇을 위해 투쟁한다고. 그러면 알아서 동참할 사람은 하고 안할 사람은 안하겠죠.

민주주의든 뭐든 공짜로 얻어지지 않습니다. 남의 손가락 아플때 같이 울어줘야 막상 내 손가락 아플때 남이 울어줍니다. 나만 알고 살다가 막상 내가 아플때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울부짖어봐야 아무도 반응해주지 않습니다. 제발 영화인들은 스크린 쿼터가 설령 유지되든 안되든 영화계 스탭들 처우와 개런티 구조등의 문제등을 개선하기에 애쓰고 소외계층을 돌봐주길 바랍니다. 그래야 그들이 당신들이 어려울 때 함께 해줍니다.

원문: http://www.clien.net/zboard/view.php?id=free&no=276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