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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닿는 곳/친구들과 함께

[묵호/동해 여행] 3일.. 동굴과 촛대바위

아침에 일어나 뒷정리를 마치고 민박집을 나섰다. 오늘은 우리의 묵호/동해 여행의 마지막 코스로 동해에 있는 유명하다는 동굴을 구경한 후 촛대바위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일정으로 정했다. 그런데, 길을 나서기 전 고민거리가 있었는데, 맛있게 이거저거 사먹다보니까 생각했던 예산을 넘어서고 있다는 문제점 때문이었다. 그래서 같이 고민을 하다가... 버스비라도 아껴보자!! 라는 생각에 동해의 천연천곡동굴까지 걸어가기로 했다!!(완전히 덤앤 더머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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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면 금방 갔겠지만, 천곡동굴까지 걸어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었다. 동해시내에 있는 신기한 동굴. 다섯명이 천원씩만 아껴도 5천원이 절약되는 것이 아닌가!!! 아무튼, 걷고 또 걸었다. 옆에 택시라도 지나가면 어찌나 부럽던지.. 한참을 걸어가다보니 의견이 갈리기 시작했다. 힘드니까 이제서라도 버스를 타자는 의견이 대두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문제는 그러고 싶어도 버스 노선 조차 하나도 모른다는 사실이 큰 문제였다. 아무튼, 계속 걸었다.

커다란 삼거리가 나왔다. 지방도시여서 그런지 차가 많지 않았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꽤나 큰 길이라 그런지 삼거리 바로 옆에 횡단보도가 있지 않고, 저~어기 아래에 횡단보도가 있었다. 거기까지 다녀오려면 너무나도 시간이 오래걸리고 힘도 더 들겠고 해서, 과감히 무단횡단을 단행했다!! 무사히 삼거리를 지나고 있는데, 저 앞에 보이는 경찰차!!! (ㅠ.ㅠ) 경찰차가 멈추더니 경찰관 한 분이 내리셔서 이리 오라고 손짓을 하셨다. 컨닝하다가 들킨 아이들처럼 우리 다섯은 그 분 앞으로 갔다.

경찰 아저씨는 왜 무단횡단을 했냐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놀러온 대학생들인데 차비가 없어서 걷다가 너무 힘들어 저 아래에 있는 횡단보도로 가지 않고 무단횡단을 하게 되었다고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우리 모두는 버스비 천원 아끼려다가 벌금 몇 만원 물게 생겼다고 울상을 지었다. 아저씨께서 신분증을 보자고 하셔서 학생증과 주민등록증을 모두 챙겨 보여드렸다. 확실히 타지 학교 학생들이고 주민등록도 경기/충청/전남/경남/경북 등등 모두 달라 타지인이라는 걸 확실히 심어준데다, 우리의 울상이 효과가 있었던건지, 신분증을 보신 후 다음부터는 무단횡단하지 말라고 단단히 혼내신 후 벌금딱지가 아닌 간단한 훈방 비슷한 용지를 적어 주셨다. 아아~ 십년감수.

동해시의 명물, 천곡 천연 동굴
(인터넷 어디에선가 퍼온 사진)



엄청난 삽질을 한 끝에 겨우겨우 걸어서 국내 유일하게 시내에 있는 천연 동굴인 동해시 천곡동굴 입구에 도착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아주 많았다. 동굴 입구 앞 주차장에는 단체 관광객들이 타고온 관광 버스들이 즐비했다. 천연 동굴이라는 한번 들어가보고 싶었으나, 여기서 또 마주친 문제!!! 바로 입장료였다. 생각보다 비쌌다. (ㅠ.ㅠ) 다시 의견이 갈렸다. 모두 들어가자.. 들어가보고 싶은 사람만 들어가자.. 들어가지 말자! 결국 모두 안 보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 그럼 반나절을 걸어서 여기까지 온 것은 뭐가 되는건가!! (ㅠ.ㅠ)

천곡동굴 입구만 구경하고 돌아 나오면서 주차장 관리 아저씨께 여쭈어보아 촛대바위 가는 버스를 알아냈다. 다행히 배차시각까지 얼마 남지 않아서 조금만 기다리고 촛대바위행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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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사리 촛대 바위 구경까지 마쳤다. 촛대 바위에서 동해 시내로 나가는 마지막 버스를 기다리는데, 해가 지고 있었다. 칠흙같은 어둠이라는게 바로 이런걸까. 불빛 하나 없는 버스 정류장, 그리고 그 버스 정류장 근처에는 인가도 하나 없고.. 과연 막차가 오긴 하는건지 수십번을 고민하고 나서야 저~~어기 멀리서 보이는 작은 불빛이 점점 커져 버스로 변신했다. 그재서야 마음을 놓고 버스에 올라 시내로 돌아왔다.

기차를 타고 집에 가기 전에 마지막 저녁 식사를 맛있는 것으로 하기로 했다. 그래서 다시 횟집으로, 고고~!! 무얼 시켜먹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데, 아마도 모듬회 이런 것이었나보다. 광어니 우럭이니 하는 건 익히 들어봤지만, 한 번도 들어보지도 보지도 못했던 고등어회도 조금 맛볼 수 있었다. 역시 산지에서 먹는 회의 맛은 언제 먹어도 맛있다. :)

마지막 저녁 식사를 마치고 기차역으로 갔다. 늦은 시각,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표를 샀다. 이렇게, 좌충우들 묵호/동해 여행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