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바위
매번 간다간다 하다가 한 번도 못 찾아갔었는데, 이번 방학에 마음 먹고 찾아보기로 한 종우. 영종도에서 공보의 2년차 생활을 하고 있는 종우를 찾아가기 위해 오랜만에 아침에 일찍 일어나 공항버스를 타러 갔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따라 공항버스가 20분 정도 늦게 와서 기다리면서 별 걱정을 다 하다가 버스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으로 갔다. 잠시 기다렸더니 종우가 처와 함께 마중나와 주었다.
종우가 일하는 지소에 잠시 들러 지소 식구들과 인사 나누고, 선녀바위를 보러 갔다. 그런데, 날이 너무 더워서 눈을 뜨기 힘들 정도였다. 그렇게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데도 해변에는 사람들이 좀 있었다. 이 더위에 여길 찾아오다니, 고생을 사서하는 것으로 보였다. :) 아무튼, 너무나도 강한 뙤약볕 탓에 선녀바위는 멀찌감치에서 한 번 봐주고, 바로 발길을 돌려 점심을 먹으러 갔다.
영종도 전체에서 손꼽힐 만큼 맛있는 음식점에 들어가서 우렁돌솥쌈밥정식을 시켜먹었다. 보통 쌈밥정식하면 쌈거리과 제육볶음이 나오는데, 여기는 따로 시켜야 한다고 했다. 독특했다. 아무튼, 종우의 강력 추천만큼이나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식사 하면서 종우와 선주씨의 결혼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나랑 민들레 아가씨 날 잡은 이야기도 하고, 둘이 많이 축하해 주어서 고마웠다.
날이 너무나도 더웠기에(오늘 서울지역 최고기온 34도, 지금 밤에도 28도!!) 시원한 곳에 가서 이야기 하자고 하여, 하얏트 호텔 로비에 있는 까페테리아에 가서 자리 잡았다. 종우와 선주씨 결혼 준비와 과정, 결혼 후에 살아오는 이야기, 특히 선주씨의 아줌마화는 많은 것을 시사했다. 어리고 철이 없어서 아무 것도 모르고 결혼생활을 시작했지만 살아보니 다 되더라면서, 이런저런 걱정을 하는 내게 많은 위로를 해 주었다. :) 특히, 신혼여행 이야기에서는 나보다도 둘이 더 신나서 이야기를 해 주었다. 마음 같아서는 나도 좋은 곳에 가고 싶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남자들끼리 만나 무슨 할 이야기가 이리도 많냐고 선주씨가 의아해 할만큼 한참 동안 수다를 떨다가 일어나 종우네 집에 가기 전, 종우네 지소 치과 선생님이 알려줬다는 세계여행문화원이라는 곳에 가 보았다. 바닷가 언덕에 마련해 놓은 멋진 곳이었는데, 사실 보관된 자료는 별 볼일 없고, 근처의 풍경이 참 멋있었다.
세계여행문화원 테라스에서
집에 돌아오고 싶었는데, 극구 저녁 식사를 하고 가라고 해서... 심지어 더 놀다가 자고 가라고까지 했는데, 애도 없는 결혼 2년차 친구 집에 이렇게 더운 날에 빈 손으로 가서 저녁 얻어먹는 것도 민폐인데 자고 올 수는 없어서 저녁만 먹자고 했다. 종우네 집에 들어가자마자 선주씨가 종우 옷을 꺼내줘서 편하게 갈아입고 종우과 TV 보면서 기다리는데, 선주씨가 한 시간 가까이 열심히 솜씨를 발휘하셔서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미역국과 김치찌개, 문어와 부추전, 조기 구이에다 각종 밑반찬까지... 아주 맛있게 먹었지만, 제대로 민폐 끼치게 되어서 너무 미안했다. 그냥 일찍 간다고 할걸... 후식으로 과일까지 먹고나서 일어났다. 끝까지 민폐를 끼치는 나, 종우와 선주씨가 김포공항까지 바래다 준다고 해서 또 차를 얻어타고 나와, 김포공항에서 집으로 오는 공항버스를 타고 잘 돌아올 수 있었다.
종우야, 선주씨. 오늘 고마웠어. 내년에 우리 집 놀러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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