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잘 하지 않지만, 그래도 하는 게임이라면 넥슨의 카트라이더를 간혹 한다. 지금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스타크래프트의 전성기 때와 비교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지만, 그래도 PC방의 상당수 사람들이 카트라이더를 하고, 회원 1천만도 진즉에 넘겼었다니 대단한 게임임에는 틀림없다. 개발당시에는 초등학생이 타깃이었다지만, 지금은 온국민이 즐기는 게임이 되어버렸다.
넥슨의 여러 다른 게임은 해 본적도 없고, 듣고 보는 바로는 카트라이더만큼 잘 되는 게임도 없어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카트라이더에 광고를 내면 그 광고효과가 상당한지, 꽤 많은 회사들이 카트라이더에 이런저런 방식으로 광고를 하고 있다. 게임 내 화면에 홍보를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카트라이더 캐쉬나 아이템을 선물로 주는 방법까지...
엊그제 오랜만에 카트라이더를 잠시 했는데, 로그오프하면서 보니까 KTF 고객을 위한 이벤트라고 해서 봤더니 최소 캐쉬 500원 이상이고 각종 선물이 걸려있는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핸드폰으로 인증번호 받아, 그걸 다시 카트라이더 홈페이지에 넣어주기만 하면 아주 간단한 방법이고, 캐쉬 500원이 최소한의 선물이기에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응모를 했다. 선물은 캐쉬 500원이 당첨되었고.... 근데, 뭐에 가입이 되었다고??
서둘러 KTFmembers.com에 접속해서 가입된 부가서비스를 확인해 봤더니 메세지 코디인지 뭔지하는 부가서비스에 가입이 되어있는게 아닌가. 평소에 이런 식의 판촉 방식을 좋아하지 않아 이번에도 이런게 어디 보이지 않는지 잘 살펴본다고 보고서 한 것이었는데, 어디 구석에 쓰여있었는지, 인증번호 넣고 자그마한 가입 축하 안내글이 나오기 전까지 알 수가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 이벤트 화면을 캡쳐라도 하고 싶지만, 역시나 맥에서는 카트라이더 홈페이지는 접속조차 되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건 새로이 메세지 코디에 가입하면 첫 한 달은 무료체험이라고 하는 것인데, 그것도 싫어서 바로 해지하려고 했더니만 부가서비스 신청 당일에는 해지가 안 된다나... 114로 전화를 걸었더니, 야간이라고 분실/습득 및 통화품질 문의만 된다고...
결국 한 이틀 수업이 치여 잊고 있다가, 민들레 아가씨가 왜 보내는 문자메세지마다 멀티메일이냐고 하길래, 아차~! 하고 오늘 아침에 114에 전화하여 해지를 했다. 더욱 놀라운건 내가 파악한 그 부가서비스 말고 데이터프리인지 뭔지하는 부가서비스도 같이 자동 가입되어있다고 해서 그것도 같이 해지했다. 마음 같아서는 왜 이따위의 이벤트로 사람 현혹해서 필요도 없는 부가서비스에 강제가입을 시키느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마침 상담원의 말투가 마음에 들어서(나는 200%의 과잉친절로 포장된 일반적인 전화 상담원의 목소리와 태도를 무척 싫어한다.) 말았다. 따지자고 한들, KTF 정직원도 아닌 계약직으로 우리나라 어느 곳에선가 하루종일 전화만 받고 있는 그들에게 따져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따지려면, 저런 프로모션을 기획한 사람과 그걸 결제해 준 사람에게 따져야겠지.
내가 이런 방식의 프로모션을 싫어하는 이유는, 잘 모르는 사람의 경우 모르고 당한다는 것이다. 무언가 가입되었다고 축하 메세지가 날라오고, 무료 체험 기간 만료 전 안내 문자 메세지가 날라온다는데,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들께서 그걸 제대로 파악하시고 여기저기 확인하여 부당한 과금이 되지 않도록 하실 수 있을까? 난 전혀 아니라고 본다. 게다가, 이런 식으로 이벤트 화면에서조차 부가서비스 자동가입에 대한 안내가 없으면(살사 있더라도 너무 작아서 찾아보기 힘들면) 정말 아무 것도 모르고 내 스스로 부가서비스를 가입하게 되는 꼴이다. 그럼 나중에 KTF는 이렇게 광고하겠지. 부가서비스 사상 최단기간 내 신규가입자 최고치를 경신!!! 바보 같게도 나도 거기에 한 명으 숫자를 보태준 샘이 되어버렸다. 가입 사흘만에 해지했다 하더라도, 신규가입을 한 것은 사실이니까 말이다.
그렇게 등쳐먹고 싶더냐. 정정당당하게 승부하지... 품질이 좋고, 서비스가 좋고, 요금이 만족스럽다면 현명한 소비자들이 알아서 몰리지 않겠냐? 자신의 모순과 부조리, 부족함을 먼저 깨버릴 생각을 안 하고 소비자에게 뒤집어 씌우려는 국내 이동통신사들의 작태는 이제 신물이 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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