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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닿는 곳/필리핀

[필리핀 봉사활동] 2일.. 칼리보, 안녕?

2000년 6월 29일 목요일

필리핀에서 하루가 지났다. ^^ 오자마자 자정을 넘겨 버린 것이다. 활주로에서 조금 기다리다가 공항으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공항이 깨끗했다. 차례를 기다려 비행기에서 내리고 입국 심사를 마치고 카고로 넣었던 짐을 찾기 시작했다.

짐은 생각보다 늦게 나왔다. 김포에서 비행기를 탈 때 빨리 넣어서 그렇다고 한다. 결국 짐 찾는데만도 약 30분 정도 소모를 하고 다시 세관으로 갔다. 필리핀 세관은 생각보다 까다롭게 심사를 했다. 나는 여행용 가방 두 개만을 들고 바로 빠져나왔지만, 박스를 들고 가는 사람들은 거의가 다 박스를 개봉해야만 했다. 그래서 시간이 더 지체되었다.

여행사 직원을 만나고 우리가 탈 버스가 도착하여 짐을 다 싣고 버스에 오른 시각이 1시(서울 시각으로 2시, 이제부터 필리핀 시각만 적는당.)였다. 흑흑흑...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가이드 아저씨의 설명을 들으며 호텔로 향했다.

우리가 도착한 호텔은 Bay View Park Hotel 이었다. 밤이라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호텔 앞에 있는 길 건너편이 해변인 것 같았다. 짐을 다시 다 내리고 방 배정을 받아 들어가보니 방이 기대했던 것 보다 좋았다. 움... 여기서 며칠 더 머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

큰 방에 모여 간단한 회의를 하면서 교수님을 말씀을 듣고 마니또도 뽑았다.

이러고 방에 돌아오니 두시 반... 샤워 하고 일기 쓰니 세시 십분... 내일 6시에 일어나서 밥 먹고 7시에 공항으로 출발이라는데, 이제 죽었당.

아침이다. 모닝콜이 5시 50분 쯤에 울렸다. 우움... 자기 시작한지 2시간 반 밖에 안 되었는데... 그래도 씻고 밥 먹고 준비하기 위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면도도 하고 대강 씻고 용래형 깨워서 같이 준비한 후에 1층 식당으로 내려갔다.

아침 식사는 뷔페였다. 나는 시리얼과 우유로 간단히 시작하여, 베이컨 조금 먹고, 페스츄리와 오렌지 쥬스로 마무리를 지었다. 다 먹으니까 6시 35분쯤 되었다. 다시 방에 용래형과 올라가서 양치질 하고 짐 다시 꾸려서 내려오니 6시 45분... 사람들을 기다리고 가이드 아저씨가 오시고 버스가 도착해서 짐을 다 싣고 공항으로 떠났다.

어제 필리핀에 도착한 그 국제 공항 바로 옆에 있는 국내선 공항이다. 공항 이름이 아시아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름 까먹었당.)의 남편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고 한다.

가는 길이 조금 막혀서 가이드 아저씨께서 필리핀의 교통수단에 대해 잠시 이야기 해 주셨다. 우선 우리나라와 같은 버스가 있고, 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군이 놓고간 지프를 개조해 사용하는 지푸니, 트라이시클도 있고, 우리 나라 택시와 비슷한 모양의 택시, 자전거 등을 교통수단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특히 지푸니는 필리핀의 명물로서 지프를 개조하여 뒷쪽에 사람이 마주보며 타는 구조로 되어있고, 세계 각지로 수출까지 한다고 한다. 필리핀에서 인기있는 차종은 현대 스타렉스라고 한다. 스타렉스를 가진 사람은 사회에서 그만한 대접을 받는 것으로 생각해도 좋다는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우리나라 차가 거리에 심심치 않게 보였다. 현대 스타렉스, 쌍용 이스타나, 기아 프라이드... 프라이드는 택시로 사용되기도 한다. 필리핀은 섬이 대단히 많아서(약 5400여개), 육로의 교통(버스, 지하철 등) 보다는 해상교통이나 항공교통이 대단히 발달되어있다고 한다.

필리핀의 교육열은 대단하다고 한다. 그래서 어디를 가던지 학교와 교회는 꼭 있다고 가이드 아저씨가 알려주셨다. 학교는 교육열 때문에, 교회는 오랜 스페인 지배의 영향으로 가톨릭이 국교(일 것이다. 확실치 않지만..) 이기 때문에 곳곳에 있다.

국내선 공항에 도착하여 화장실도 가고, 필리핀 페소로 환전도 하고 비행기를 기다렸다. 페소는 스페인과 필리핀에서 사용하는 화폐 단위라고 한다. 필리핀 페소는 1달러가 45.5 페소 정도로 환전이 되었다. 1페소는 약 한국돈 약 30원이라고 한다.

드디어 뱅기에 올랐다. 이번에도 필리핀 항공을 이용하여 마닐라에서 아클란(Aklan)주의 칼리보(Kalibo)로 옮기게 되었다. 이 칼리보에는 한국의 김포에서 이주해온 사람의 후손들이 힘을 꽈악 쥐고 있다. 그래서 한 시의 이름은 Quimpo(김포)이며, Quimpo family가 있어서 이 지역에 대단한 영향력을 끼지고 있다. Quimpo family는 정치, 교육, 문화 등등 여러 지역에 지도자를 많이 배출했고, 현재에도 활동하고 있다.

우리가 칼리보 공항에 내리니 무더위가 우리를 엄습해 왔다. 시원하고 깨끗한 마닐라 공항(3년 전 쯤에 개장했다고 한다)에 비하면 칼리보 공항은 그야말로 시골 버스터미널 대합실 수준이다. 활주로와 건물 하나 달랑 있는 미니 공항인 것이다. 짐을 찾아서 공항을 나서니 우리를 마중 나오는 분들이 계셨다. 칼리보의 Northwestern Vasiyan Colleges에서 나오신 분들이었다.

짐을 겨우 싣고 우리가 머물 장소에 도착했다. 주위는 양어장, 논과 밭으로 둘러쌓인 덩그런 집 한 채. 어떻게 보면 자연에 푹 파묻힌 좋은 곳이라 할 수 있겠지만, 주변에 양어장이 있어서 모기가 장난 아닐 것 같았다. 숙소에 도착한 시각이 11시 30분 경이었다. NVC 총장님께서 우리를 점심 초대 하셔서 그 학교로 다시 출발했다.

학교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차를 타고 약 10분 내외의 거리였다. 학교는 그리 크지 않았으나, 초등학교, 고등학교, 대학교(필리핀에는 중학교가 없다)가 한 건물에 다 있었다. 우선 총장님을 만나서 인사를 하고 옆에 마련된 곳으로 이동하여 점심을 먹었다. 쌀밥과 잡채 같은 음식(그러나 맛은 완전히 컵라면이었다), 파인애플, 닭튀김으로 이루어진 점심이었다. 아침을 그리 많이 먹지 않아서 배가 고팠던 참에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오늘은 NVC의 입학식이 있는 날이다. 원래는 어제였지만, 우리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하루 일정을 늦추어서 우리와 같이 행사를 하게 된 것이다. 순서표가 있었는데 영어로 쓰여있고, 순서표가 있음에도 이리저리 순서를 뒤바꾸고, 또 영어 발음이 우리 나라와 차이가 많이 나서 알아듣기 힘든 입학식이었다. 3시부터 시작한 입학식은 교직원 소개 등등 많은 시간동안 지속되었다. 그 중에 우리 팀에서 교수님와 정아 누나가 한 말씀씩 하고 사물놀이를 했다. 입학식은 6시가 다 되어서야 끝났다.

입학식에서 본 민속춤 공연



숙소로 사용할 곳은 그리 넓은 곳이 아니다. 화장실 하나, 침대가 두 개씩 들어있는 작은 방이 두 개, 2층은 그냥 방이라기보다 여러명이 누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처음에는 2층에서 남학생 5명이 살고, 방 두 개에 여학생 4명 사용하고 나머지 인원은 다른 곳에서 묵으려 했었다. 그러나 서로 떨어져 있으면 회의할 때나 연습할 때에 불편함이 있을 것 같아서, 다소 불편하더라도 같이 지내는 쪽으로 하기로 하고, 결국은 작은 이 숙소에서 다 같이 살기로 했다.

우리가 3주 동안 먹고 살 집 앞에서 찰칵~!



저녁 준비하는 동안 태권도 연습을 시작했다. 원래는 없애기로 했던 태권도 시간을 새로 온 용보로 인해 그 시간이 다시 살아나게 되었다. 용보가 사범을 하고 승용이형, 나, 그리고 길임 누나까지 네 명이 태권도 조가 되었다. 첫 연습은 태극 1장... 유치원 다닐 때 하고 거의 처음 하는 것이었지만, 다시 연습을 하게 되니까 참 재미있었다. 태극 1장, 태극 2장을 연습해 보고 다음은 고려로 들어갔다. 태극 1, 2, 3장은 연습해서 학생들에게 가르치기로 했고, 고려와 태백, 금강 등은 전시용(^^)으로 마련하기로 했었다. 그래서 고려를 전시용으로 연습을 시작했다. 고려의 첫 동작은 기억이 났지만 그 다음은... 그래도 용보가 알려주는데로 열심히 연습해서 하나하나 이어가는 그 재미가 정말 쏠쏠했다. 오늘은 태극 1장과 2장을 익히고, 고려로 마무리를 지었다.

저녁을 먹은 후 회의에 들어갔다. 아직 우리가 이 곳에 있을 동안의 세부적인 계획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을 정하는 것에 회의가 집중되었다. 우리가 준비한 것을 크게 나누면, 태권도 교육, 한국어 교육, 미술 교육, 전통 놀이, 이 네 가지로 볼 수 있다. 기나긴 회의 끝에 태권도 교육과 한국어 교육은 매일 하는 것으로 우선 가닥을 잡고, 명섭이가 큰 틀을 짜기로 하고 긴 회의를 마쳤다.

나는 너무나 피곤해서 회의가 끝나고 바로 자버렸다. 그러던 중 명섭이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 잠 깬다. 무시를 하고 계속 자려고 했으나 무시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결국 일어난 시각이 2시 15분. 김치를 담그느라고 잘 곳을 못 찾은 명섭이가 올라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