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아이폰은 맥은 아니니 Mac Life라는 구분이랑 잘 안 맞긴 하지만, 맥으로 대표할 수 있는 애플 제품들을 통칭해보기로 하자. 사실, 요즘은 맥보다 아이팟이나 아이폰이 애플을 대표한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어제, 11월 28일 국내에 아이폰이 정식 출시 및 개통되면서, 아니 그 전부터 예약 가입을 받기 시작하면서 이제 드디어 국내에서도 아이폰을 사용할 수 있다는 감격을 나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이 느꼈을 것이다. 이번 예약 판매 및 앞으로 이어질 온라인/오프라인 아이폰 판매에 여러가지 이유로 관심을 멀리 하려고 하고 있지만.. 흑흑, 국내에서 나오는 기사들을 보면 아직도 아이폰 깎아내리기 내지는 국산 휴대폰 띄워주기를 열심히 하고 있는 것으로 보며 정말 안타까운 마음에 이 글을 써 보려고 한다. 사실, 내가 쓰는 이야기보다는 정말 잘 쓰신 사용기와 인터뷰를 링크하려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아래 그림을 한 번 볼까?
사실 틀린 말은 하나도 없다. 아이폰을 비롯한 애플 제품들은 확고한 철학에 기반한 제한점을 무척이나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러니 저렇게 수치로 표현할 수 있는 제품 상세 정보나 성능으로 비교하자면 아이폰이 아주 좋은 휴대폰은 아닌 것이 맞다. 하지만, 소비자의 만족이 꼭 수치화 되는 결과로만 결정되는 것일까? 아래 두 링크는 내가 최근에 본 아이폰 관련 글 중 가장 잘 정리되고 설득력이 있는 사용기 하나와 인터뷰 하나 이다.
두 글 모두 조금 길긴 하나, 아이폰에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사실 나도 아이폰 써 본 적은 없는데..) 써보지도 않고 안 좋다고 비난만 하는 사람들은 꼭 읽어보길 바란다. 위 사용기나, 아래 인터뷰에서 비슷하게 언급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수치화 되어있는 스펙이라는 것이다.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이 이를 강조해서 그런건지, 국내 휴대폰 사용자들이 주로 수치화된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그런 것인지 몰라도, 아이폰이 뒤쳐져 있다거나 나쁘다는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애플은 맥에서도 iLife라는 어플리케이션 패키지 등을 통해 보여주었던 것처럼, 자료와 생각의 흐름이 서로 연결되고 유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그 방법을 제시하고 있고, 아이폰도 그 연장선 상에 있다. 이에 대해서는 위 사용기를 읽어보면 잘 알 수 있다.
내가 지금 사용하는 휴대폰은 삼성의 W6050, 별명으론 햅틱온 혹은 코드명이었던 로모폰으로 불리는 녀석이다. 스펙으로 보자면 아이폰보다 뒤쳐질 것이 전혀 없다. 아니, 오히려 더 좋다. 아이폰에서는 안 되는 영상통화, 외장메모리 지원, DMB도 볼 수 있고, 카메라는 무려 500만 화소에 AF도 된다. 액정 해상도도 800x400이던가? 아무튼 대단하다. 이걸로 우리 유진이 사진과 동영상 많이 찍어준다. 헌데 이걸 웹에 올리려면? 일단 삼성의 PC Manager던가 하는 무겁고 오류 덩어리인 프로그램 설치 없이 해 보려고 햅틱온의 블루투스를 켜고 아이맥에 사진을 보내보려고 시도해 보자. 음, 안 된다. 별 수 없이 삼성 프로그램을 아이맥에 설치하고 케이블로 휴대폰을 연결하여 사진이나 동영상을 꺼내거나, 휴대폰 외장메모리로 이동 혹은 복사해 둔 것을 빼서 아이맥에 연결하여 웹브라우져를 열고 올려야 한다. 아마 위 그림에서 나온 옴니아2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전지전능한 옴니아 시리즈는 Windows Mobile 제품이므로 Active Sync를 설치해야겠지. 하지만, 위 사용기에서 아기 사진 찍어 올리는 것을 찾아 읽어보시라. 얼마나 간편한가? 휴대폰 카메라가 500만 화소에 AF까지 지원하면 뭐 하나. 찍은 뒤 올리기가 귀찮고 일이 많은 걸.
위 그림은 우스개 소리 일거다. 즉, 맨 위 옴니아2 vs 아이폰의 성능 비교가 웃긴 소리라는 이야기다. 하드웨어적 성능, 벤치마크 수치 하나하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용자도 분명 있겠지만, 위의 사용기에서 든 예와 내가 이야기한 것만 비교해 봐도 사용자의 감성을 충족시켜주고, 사용하기 편리하며, 얼마나 덜 힘들게 똑같은 일을 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위젯이라고 따라해서 휴대폰 대기화면에 이것저것 띄워놓는 것이 능사가 아니고, 전반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대한 고뇌와 연구가 필요하다. 풀터치 휴대폰에서 환경설정 후 다시 확인 부분을 누른다는게 이게 뭔 일인가?(햅틱에서는, 예를 들어 벨소리 선택 후 오른쪽 아래 '확인'을 눌러야 그 벨소리로 지정된다. 풀터치폰이라면 한 번 터치에 선택, 두 번 터치에 확인 정도로 쉽게 입력 완료 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이제 국내 휴대폰 제조사와 이동통신회사 모두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정말 소비자를 만족 시킬 수 있는 그런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길 바란다. 1990년대 말, mp3 player의 종주국이라고 큰 소리 치던 우리나라의 제품들, 미국 시장에서 먹히고 있나? 아이팟의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손쉬운 사용법, 합법적 음원 구매를 위한 자연스러운 움직임 등등을 무시하다가 아이팟에 시장 다 빼앗기지 않았는가. 지금의 아이폰도 마찬가지다. 그 동안 아이폰 못 들어오게 하려고 갖은 수를 다 쓴 것으로 알고 있고, 아이폰이 들어온 지금에도 아이폰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는데, 그런데 힘 쓰지 말고, 아이폰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제품 만드는데 힘 쏟길 바란다. 분명, 일선에서는 다 알고 있겠으나 위에서 마음대로 바꾸어버리는 것이 많을테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아이폰에 KT 마크라던지 olleh 마크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다. 당연히 잡스라면 그런 걸 허락치 않았겠지만 말이다. 이런 생각하니, 2006년 인텔맥이 출시되던 때의 우려가 생각난다. 맥에 Intel inside 스티커 붙어 나오는거 아니냐고.. :)
p.s. 나도 아이폰 무척 써보고 싶지만, 당분간 참기로 했다. 위에서 언급한 햅틱온의 할부가 아직도 17개월이나 남아있다구!! (ㅠㅠ)
또 p.s. 인터넷에서 뭐가 뭐보다 좋다느니, 형편없다느니 평 올리는 사람들, 직접 써보고 하는 이야기일까? 이번 아이폰 이야기도 그렇고, 요즘 차에 관심이 조금 생겨서 찾아 읽어보면 설마 개인 혼자서 최근 출시된 십 수대의 차를 모두 다 타본 것은 아닐텐데 말이다. 그러나 저러나, 나부터 조심하며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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