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응급실 밤근무 시작하고, 오늘 아침 레지던트 선생님께 차트 확인 받고 응급실 나옴으로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고, 여러가지 일이 많이 있었던 4주간의 분당 응급실이 끝났다.
마지막 날을 기념이라도 해 주려는 모양이었는지, 14시간 일 하는 동안 정말 한 순간도 쉴 수가 없었다. 왜이렇게 아픈 사람들이 많은거야. (ㅠㅠ) 그 동안 많은 것을 보고 배우기도 했고, 많은 것을 느꼈다. 내게 부족함이 많다는 것은 언제나 느끼는 것이고, 학문적이고 업무적인 것 외에 인간적으로 부족하고 미숙한 면을 고쳐나가야 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한 때 'ER'이라는 드라마를 보며 응급실 의사가 되기를 꿈 꾼 적도 있었지만, 직접 일 해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 여유 있을 땐 여유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다보니,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꽤 많았다.
잠시 자고 일어나 이제 새로운 과 일을 시작해야 한다. 이번에는 이비인후과 4주를 해야 한다. 우리 병원 마이너과들이 다 그렇듯, 인턴이 외래에서 상당히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한다. 더우기, 각종 잡일들이 어찌나 많은지, 인계장을 읽어보고, 또 인계를 조금씩 받으면서 가슴이 답답해 지는 것을 느꼈다. (ㅠㅠ)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스트레스라고 해야 하나? 차라리 익숙해진 응급실을 한 번 더 도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게다가, 이비인후과 1년차 선생님은 어제 15일에 결혼해서 결혼휴가를 가 버린 상태!! 처음 시작할 땐 모르는 것도 어리버리 허둥거릴게 분명하고, 이럴 때 1년차 선생님께 여쭈어보거나 도움을 받으면 좋으련만, 휴가라니... 앞으로의 4주가 순탄치 않을 듯 하다.
응급실이 힘들어도 잡일 없이 Duty On/Off가 확실한 점은 정말 좋았다. 그래서, 색시랑 유진이랑 짧막하지만 꽤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다. 이제는 다시 잠시 떨어져 있게 되었는데, 어서 빨리 세 식구 같이 지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이제 이비인후과 인턴으로 시작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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