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7. 13. 금
그리스 시간으로 7시 35분, 이탈리아 시각으로 6시 35분에 일어났다.(그리스는 서울과 6시간, 영국은 8시간, 나머지 대부분의 유럽국가는 7시간 차이가 난다.) 아직도 배는 망망대해를 가고 있다.
오늘 아침은 굶어야겠다. 먹을 것도 없고, 사먹을 돈도 없다. 여행 가이드북 중에서 이탈리아 부분을 봐야겠다.
뱀다리...
다음에 유럽여행 할 때엔 꼭 침낭을 가져와야겠다. 타이항공의 담요 한 장을 슬쩍 가져오긴 했는데, 담요 한 장으로 실내 에어콘을 이기기가 힘들다. 또, 침낭 있으면 아무대서나 잘수도 있고, 방 빌리면 베게, 이불 안 주는 곳이 대부분이다. 요즘 침낭은 좋아서 부피도 얼마 안크니까 가지고 다니는게 좋을 것 같다. 물론 호텔이나 침대칸에서만 잘거라면 절대 필요없구.
옆에서 외국인들이 빵에다 잼이며 참치 등을 먹는 걸 보니 배가 쓰리도록 고프다. -.- 그래도 우짜노. 그냥 쳐다보고 침 삼킬 수 밖에... 김만 먹고 있다. 김 먹을 때 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밥 한 그릇 생각이 간절하다.
다시 뱀다리...
외국인 배낭여행객들을 보면 우리나라 배낭여행객들이 비해 연령층이 참 다양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껏해야 대학생들이다. 대학생이 아니라면 그 나이즈음... 그러니까 대부분이 20대 초중반. 그러나 외국인들은 유치원 다닐만한 아이들을 대리고 다니는 부부부터 시작해서 4, 50대 아줌마, 아저씨, 10대 청소년들, 심지어 할머니, 할아버지도 있다. 그리고 가족끼리 친구끼리 캠핑카를 가지고 돌아다니는 사람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울 나라는 여행의 개념이 너무 제한되어 있는 걸까...?? 암튼, 다양한 사람들이 여행하는 걸 보니까 그냥 이런 생각이 든다. ^^;
로마에서 민아, 규호와 빠이빠이 하기로 했다. 갑자기 혼자 움직인다하나까 마음이 조급해진다.
배가 늦어지나보다. 원래는 10시 브린디시 도착해야 하는데 아직도 육지가 안보인다. 오늘 로마에 도착해야 하는데, 이거 잘못하다가는 브린디시나 나폴리에서 밤기차타고 로마에 가야할 것 같다.
우선은 오늘밤이든 내일 아침에 로마 도착해서 하루 로마 구경하고 다음날 나폴리, 폼페이를 당일로 가보기로 했다. 숙소는 로마 실로암민박으로 하고...
다시 일정을 대강 잡아보니 이탈리아, 스위스, 독일남부, 헝가리, 체코, 프랑스, 영국 돌기가 좀 빡빡할 듯 하다.
옆에 있는 중국학생들과 이야기를 했다. 파리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폴란드인 가족들도 대화에 참여했다.
11시. 드디어 브린디시 땅을 밟았다. 11시 7분 로마행은 다 놓쳤다. 브린디시역까지는 걸어가긴 멀다고한다. 무료 셔틀버스 두 대가 있는데 그게 8인승... -.- 이미 한 번 떠났고 담에 오면 잽싸게 타야쥐.
뱀다리...
캠핑카 뿐만 아니라 오토바이로 여행하는 사람도 많다. 투어오토바이에 짐 가득 싣고 두 명이 타고 다니는데 재미있을 것 같다. 장거리 뛰는게 좀 힘들긴 하겠지만... 아, 자전거로 다니는 사람도 봤다. 나두 체력이 된다면 자전거 유럽 투어 떠나보면 좋을 텐데...
8인승 셔틀을 타고 브린디시 역 앞에 내렸다. 아직 못 온 사람들이 있어서 짐 내려놓고 기다리고 있다. 아직은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차이점을 크게 느낄 수 없다. 다들 헬멧을 꼭 쓰고 오토바이 탄다는 것, 햇살이 덜 따갑다는 것 정도... 아, 경찰도 더 많이 보인다.
실로암 민박에 내일 예약(오늘 밤은 이미 다차버렸다구... ㅠ.ㅠ)을 했다. 역으로 이동 중에 슈퍼에 들어갔다. 음, 이탈리아 리라가 없다. 돈 찾으러가야지.
은행에 들어가려는데, 옹... 문이 안열린다. 알고봤더니 안전 때문에 이중문이 있고 한 문이 닫혀있어야 다른 문이 열리도록 되어있었다. 그러니까 동시에 이중문을 다 열수 없는 것이다. 문도 엄청 두껍고, 무겁던데... 이탈리아 남부에 많다는 마피아 때문인가보다.
역에 가기직전에 있는 환전소에 들어갔다. 이탈리아 리라가 하나도 없어서 가지고 있던 아멕스 T/C를 바꾸려고 들어갔는데, 커미션이 무려 10%... 250 유로 바꾸려 했는데, 바꾸며는... 25유로... 약 2만 7천원 정도를 생돈 내야 하니까... 으음, 그냥 나왔다.
로마로 가는 기차가 이미 떠나고 없었다. 다음 기차는 4시 47분에 있는 유로스타. 나폴리를 거쳐 로마로 가느냐, 나폴리에 가서 한 밤 자고 로마로 가느냐, 바로 유로스타 타고 로마로 가느냐...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냥 로마로 가기로 했다. 이번 기회에 유로스타도 타보고. ^^; 문제는 숙소이다. 아까 민아가 왠만한 민박집에 다 전화해 봤는데, 이미 예약이 다 되어있어서 오늘은 안 되고 내일 예약을 했는데... 그래서 오늘 로마 들어가면 숙소부터 잡아야 한다.
아, 리라가 하나도 없어서 고국에서 리라를 가져온 민아한테 5만리라 빌렸다. 그 중에 12500리라로 4시 47분 발 유로스타 예약하고, 남자 넷이서 점심을 먹으러 갔다.(1시 30분) 아까 역으로 올 때 어떤 피자가게 삐끼가 피자 하나에 4000리라라고해서 그 쪽에 갔다.(형제 중 동생이 지난 번에는 다른 가계에서 7000리라에 먹었다고 해서...) 그 피자가게에 가니까 Oh, my friends를 연신 외치며 앉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앉으라며 자리를 권했다. 4000리라짜리 피자가 있긴 한데, 치즈와 토마토 토핑만 있었다. 아무튼 피자 세 개를 시켜서 넷이 나누어 먹기로 했다. 8000, 9000리라짜리 피자를 시켰는데... 나오는 걸 보니까 8000리라 짜리는 피자, 토마토 토핑에 프랑크소세지 짤라 놓은게 전부였다. -.- 아무튼 대강 먹고, 콜라는 사가져 간 거 먹고, 계산을 하려는데, 분명 17000리라여야 하는데, 25000리라라는 것이다. 오잉~! 하면서 계산서를 보니까 1인당 서비스 요금 2000리라가 포함되어있었던 것이다. 이론이론... 그러고 보니까 메뉴마다 밑에 '1인당 서비스 요금 2000리라'라고 쓰여있었다. 머, 앉아서 당한 꼴이 되어버렸다.
배부르지는 않지만 피자로 대강 급한 불은 껐다.
다시 역으로 돌아갔다. 시에스타(지중해 지방은 낮에 무지 더우니까 2시~5시에는 거의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는다. 아, 아침엔 대부분 일찍 연다. 7시 정도...)라서 가게는 대부분 닫혀있고... ^^; 역으로 돌아와 보니 아까 배에서 잠시 이야기 했던 중국 여학생들(한 사람은 24살, 다른 사람은 30이었다.)이 있어서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는 이미 4시 47분차 예약을 했는데, 이 사람들은 밤 10시차로 로마에 간다고 했다. 이걸 타면 아침 6시 조금 넘어 로마에 떨어지니까 바로 로마를 볼 거라구 하면서... 기차 시간까지 브린디시를 돌아다닐 예정이라고 했다. 가능하다면 해변에 찾아가서 수영도 하고 싶다고 했고.(수영하는 걸 좋아하나보다. 몇 번이나 수영하러 갈 거라고 한 걸 보면.) 제작년 중국에 갔었던 이야기를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대합실로 들어가서 또 이야기 하고... 그러다 중국영화와 배우들 이야기가 나왔는데, 중국과 한국이 같은 한자를 다르게 발음하는 것이 재미있는지 우리 일행과 아주 재미있게 이야기를 했다. 나중에는 삼국지의 인물들 이야기도 하고... ^^
시간이 다 되어서 로마에서 보자고 하며 헤어졌다.
3번 트랙이었다. 4시 40분에 트랙에 나가있는데, 아직도 해가 따갑게 내리쬔다. 드디어 열차가 들어온다. 기차같이 안 보이던 그리스 기차만보다가 유로스타를 봐서 그런지 멋져 보였다. 울 나라 새마을호보다 훨씬 뽀대난다. ^^; 안으로 들어갔다. 객실 사이 문도 자동이고, 열차 한 량에 약 95개의 좌석이 있는데, 좌석 사이사이에 탁자가 있다. 작은 탁자를 펴면 넓게 되는 공간활용이 눈에 띈다. 햇빛가리게가 있었다. 바로 내가 앉은 쪽으로 햇빛이 들어와서 그걸 잡아 내리는데 이게 안내려 오는 것이다. 옆에서 보다 못한 한 아주머니가 창문 바로 밑에 있는 스위치를 가르켜 주었다. 올리는 스위치, 내리는 스위치가 있다.
기차는 그다지 빠른 것 같지 않다. 아마도 철길 사정이 안 좋은 것인지... 아님 바로 쉬는 역이 또 나와서 인지... 그래도 승차감은 좋다. 시트나 테이블도 좋고...
뱀다리...
팜 충전해야 하는데... 4일동안 한시간밖에 충전 못했다. 숙소 잡으면 바로 충전해야지.
한참 자다가 일어나보니 6시가 조금 넘었다. 어떤 역에 정차하고 있었는데, 커다란 도시였는지 사람들이 많이 탔다. 아마 금요일이라 외곽에서 주중에 일하고 로마로 돌아가거나, 주말이 시작되어 여행하는 사람이 많나보다.
일행 중 한 명이 자리가 좁다고 투덜대었다. 내자리는 맨 끝이라서 앞에 leg room이 많이 있는데, 다른 좌석들은 마주보고 있어서 다리를 못 펴니까 매우 불편하다고, 아예 내 앞에 있는 빈 자리에 서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 30분 정도 지났을까? 내 옆에 앉아있던 아저씨가 내려서 내 옆에 앉았다.
내 Palm을 보더니 오락 없냐구... ^^; Vexed를 알려주었더니 재밌다면서 한 번 잡고 내가 막혀있던 34번째 stage까지 단번에 해 버렸다. 한 시간 반 정도만에... ^^
그 동안 Palm 충전을 했다. 산토리니섬에서 충전을 못하고, 어제 페리에서도 겨우 한 시간 충전을 해서 전압이 너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는데(아직 low battery message가 나오진 않았지만...), 갑자기 어떤 아저씨가 내 앞 빈 자리에 오더니 밑에 있는 전원플러그에 휴대폰 충전기를 꼽고 전화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그 아저시 통화가 끝나고 나서 바로 충전기를 꺼내서 충전을 했다. 지금은... 충전 만빵.^^
지금은 9시 40분... 아직 로마까지는 조금 남았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던가. 기차는 잘도 간다. ^^
10시 50분. 아직도 로마에 도착 못했다. 숙소도 못구했는데... 연착해서 미안하다며 기차회사에서 보너스티켓을 나누어주었다. 어떻게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잘 써야쥐. ^^
11시 35분에 도착했다. 형제와 함께 셋이서 무작정 '강씨네 민박'으로 향했다. 12시가 다 되어 도착했는데 벨을 눌러보니 인터폰으로 방이 다찾다는 말이... 잠시후 아저씨가 나오셔서 방이 없다면서 난감한 표정을 지으시는데... 겨우 사정사정해서 들어가 다른 곳을 알아보자고 했는데, 바닥에서 재워달라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하고 배낭을 내려놨다. 고마운 강씨 아저씨.
잠시 남자방에 들어가서 인사도 하고, 이야기 조금 하는데, '새로온 학생들 나오세요~!' 하는 주인 아주머니 말씀을 듣고 나갔더니...김이 모락모락 나는 라면과 김치~! 그리고 전기밥솥 속에 따뜻하게 쉬고 있는 밥... ㅠ.ㅠ 정신없이 먹었다. 낮에 피자 두 조각을 말만한 남자 넷이서 나누어먹고 아무것도 먹은게 없으니... 배가 있는대로 고파있는 상태였다. 거의 등가죽이 뱃가죽에 붙어버린... 허겁지겁 라면에 밥 말아 김치까지 먹고 '잘 먹었습니다.' ^^
그리스 시간으로 7시 35분, 이탈리아 시각으로 6시 35분에 일어났다.(그리스는 서울과 6시간, 영국은 8시간, 나머지 대부분의 유럽국가는 7시간 차이가 난다.) 아직도 배는 망망대해를 가고 있다.
오늘 아침은 굶어야겠다. 먹을 것도 없고, 사먹을 돈도 없다. 여행 가이드북 중에서 이탈리아 부분을 봐야겠다.
뱀다리...
다음에 유럽여행 할 때엔 꼭 침낭을 가져와야겠다. 타이항공의 담요 한 장을 슬쩍 가져오긴 했는데, 담요 한 장으로 실내 에어콘을 이기기가 힘들다. 또, 침낭 있으면 아무대서나 잘수도 있고, 방 빌리면 베게, 이불 안 주는 곳이 대부분이다. 요즘 침낭은 좋아서 부피도 얼마 안크니까 가지고 다니는게 좋을 것 같다. 물론 호텔이나 침대칸에서만 잘거라면 절대 필요없구.
옆에서 외국인들이 빵에다 잼이며 참치 등을 먹는 걸 보니 배가 쓰리도록 고프다. -.- 그래도 우짜노. 그냥 쳐다보고 침 삼킬 수 밖에... 김만 먹고 있다. 김 먹을 때 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밥 한 그릇 생각이 간절하다.
다시 뱀다리...
외국인 배낭여행객들을 보면 우리나라 배낭여행객들이 비해 연령층이 참 다양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껏해야 대학생들이다. 대학생이 아니라면 그 나이즈음... 그러니까 대부분이 20대 초중반. 그러나 외국인들은 유치원 다닐만한 아이들을 대리고 다니는 부부부터 시작해서 4, 50대 아줌마, 아저씨, 10대 청소년들, 심지어 할머니, 할아버지도 있다. 그리고 가족끼리 친구끼리 캠핑카를 가지고 돌아다니는 사람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울 나라는 여행의 개념이 너무 제한되어 있는 걸까...?? 암튼, 다양한 사람들이 여행하는 걸 보니까 그냥 이런 생각이 든다. ^^;
로마에서 민아, 규호와 빠이빠이 하기로 했다. 갑자기 혼자 움직인다하나까 마음이 조급해진다.
배가 늦어지나보다. 원래는 10시 브린디시 도착해야 하는데 아직도 육지가 안보인다. 오늘 로마에 도착해야 하는데, 이거 잘못하다가는 브린디시나 나폴리에서 밤기차타고 로마에 가야할 것 같다.
우선은 오늘밤이든 내일 아침에 로마 도착해서 하루 로마 구경하고 다음날 나폴리, 폼페이를 당일로 가보기로 했다. 숙소는 로마 실로암민박으로 하고...
다시 일정을 대강 잡아보니 이탈리아, 스위스, 독일남부, 헝가리, 체코, 프랑스, 영국 돌기가 좀 빡빡할 듯 하다.
옆에 있는 중국학생들과 이야기를 했다. 파리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폴란드인 가족들도 대화에 참여했다.
11시. 드디어 브린디시 땅을 밟았다. 11시 7분 로마행은 다 놓쳤다. 브린디시역까지는 걸어가긴 멀다고한다. 무료 셔틀버스 두 대가 있는데 그게 8인승... -.- 이미 한 번 떠났고 담에 오면 잽싸게 타야쥐.
뱀다리...
캠핑카 뿐만 아니라 오토바이로 여행하는 사람도 많다. 투어오토바이에 짐 가득 싣고 두 명이 타고 다니는데 재미있을 것 같다. 장거리 뛰는게 좀 힘들긴 하겠지만... 아, 자전거로 다니는 사람도 봤다. 나두 체력이 된다면 자전거 유럽 투어 떠나보면 좋을 텐데...
8인승 셔틀을 타고 브린디시 역 앞에 내렸다. 아직 못 온 사람들이 있어서 짐 내려놓고 기다리고 있다. 아직은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차이점을 크게 느낄 수 없다. 다들 헬멧을 꼭 쓰고 오토바이 탄다는 것, 햇살이 덜 따갑다는 것 정도... 아, 경찰도 더 많이 보인다.
실로암 민박에 내일 예약(오늘 밤은 이미 다차버렸다구... ㅠ.ㅠ)을 했다. 역으로 이동 중에 슈퍼에 들어갔다. 음, 이탈리아 리라가 없다. 돈 찾으러가야지.
은행에 들어가려는데, 옹... 문이 안열린다. 알고봤더니 안전 때문에 이중문이 있고 한 문이 닫혀있어야 다른 문이 열리도록 되어있었다. 그러니까 동시에 이중문을 다 열수 없는 것이다. 문도 엄청 두껍고, 무겁던데... 이탈리아 남부에 많다는 마피아 때문인가보다.
역에 가기직전에 있는 환전소에 들어갔다. 이탈리아 리라가 하나도 없어서 가지고 있던 아멕스 T/C를 바꾸려고 들어갔는데, 커미션이 무려 10%... 250 유로 바꾸려 했는데, 바꾸며는... 25유로... 약 2만 7천원 정도를 생돈 내야 하니까... 으음, 그냥 나왔다.
로마로 가는 기차가 이미 떠나고 없었다. 다음 기차는 4시 47분에 있는 유로스타. 나폴리를 거쳐 로마로 가느냐, 나폴리에 가서 한 밤 자고 로마로 가느냐, 바로 유로스타 타고 로마로 가느냐...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냥 로마로 가기로 했다. 이번 기회에 유로스타도 타보고. ^^; 문제는 숙소이다. 아까 민아가 왠만한 민박집에 다 전화해 봤는데, 이미 예약이 다 되어있어서 오늘은 안 되고 내일 예약을 했는데... 그래서 오늘 로마 들어가면 숙소부터 잡아야 한다.
브린디시에서 로마로 가는 유로스타 열차표
아, 리라가 하나도 없어서 고국에서 리라를 가져온 민아한테 5만리라 빌렸다. 그 중에 12500리라로 4시 47분 발 유로스타 예약하고, 남자 넷이서 점심을 먹으러 갔다.(1시 30분) 아까 역으로 올 때 어떤 피자가게 삐끼가 피자 하나에 4000리라라고해서 그 쪽에 갔다.(형제 중 동생이 지난 번에는 다른 가계에서 7000리라에 먹었다고 해서...) 그 피자가게에 가니까 Oh, my friends를 연신 외치며 앉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앉으라며 자리를 권했다. 4000리라짜리 피자가 있긴 한데, 치즈와 토마토 토핑만 있었다. 아무튼 피자 세 개를 시켜서 넷이 나누어 먹기로 했다. 8000, 9000리라짜리 피자를 시켰는데... 나오는 걸 보니까 8000리라 짜리는 피자, 토마토 토핑에 프랑크소세지 짤라 놓은게 전부였다. -.- 아무튼 대강 먹고, 콜라는 사가져 간 거 먹고, 계산을 하려는데, 분명 17000리라여야 하는데, 25000리라라는 것이다. 오잉~! 하면서 계산서를 보니까 1인당 서비스 요금 2000리라가 포함되어있었던 것이다. 이론이론... 그러고 보니까 메뉴마다 밑에 '1인당 서비스 요금 2000리라'라고 쓰여있었다. 머, 앉아서 당한 꼴이 되어버렸다.
배부르지는 않지만 피자로 대강 급한 불은 껐다.
다시 역으로 돌아갔다. 시에스타(지중해 지방은 낮에 무지 더우니까 2시~5시에는 거의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는다. 아, 아침엔 대부분 일찍 연다. 7시 정도...)라서 가게는 대부분 닫혀있고... ^^; 역으로 돌아와 보니 아까 배에서 잠시 이야기 했던 중국 여학생들(한 사람은 24살, 다른 사람은 30이었다.)이 있어서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는 이미 4시 47분차 예약을 했는데, 이 사람들은 밤 10시차로 로마에 간다고 했다. 이걸 타면 아침 6시 조금 넘어 로마에 떨어지니까 바로 로마를 볼 거라구 하면서... 기차 시간까지 브린디시를 돌아다닐 예정이라고 했다. 가능하다면 해변에 찾아가서 수영도 하고 싶다고 했고.(수영하는 걸 좋아하나보다. 몇 번이나 수영하러 갈 거라고 한 걸 보면.) 제작년 중국에 갔었던 이야기를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대합실로 들어가서 또 이야기 하고... 그러다 중국영화와 배우들 이야기가 나왔는데, 중국과 한국이 같은 한자를 다르게 발음하는 것이 재미있는지 우리 일행과 아주 재미있게 이야기를 했다. 나중에는 삼국지의 인물들 이야기도 하고... ^^
시간이 다 되어서 로마에서 보자고 하며 헤어졌다.
3번 트랙이었다. 4시 40분에 트랙에 나가있는데, 아직도 해가 따갑게 내리쬔다. 드디어 열차가 들어온다. 기차같이 안 보이던 그리스 기차만보다가 유로스타를 봐서 그런지 멋져 보였다. 울 나라 새마을호보다 훨씬 뽀대난다. ^^; 안으로 들어갔다. 객실 사이 문도 자동이고, 열차 한 량에 약 95개의 좌석이 있는데, 좌석 사이사이에 탁자가 있다. 작은 탁자를 펴면 넓게 되는 공간활용이 눈에 띈다. 햇빛가리게가 있었다. 바로 내가 앉은 쪽으로 햇빛이 들어와서 그걸 잡아 내리는데 이게 안내려 오는 것이다. 옆에서 보다 못한 한 아주머니가 창문 바로 밑에 있는 스위치를 가르켜 주었다. 올리는 스위치, 내리는 스위치가 있다.
기차는 그다지 빠른 것 같지 않다. 아마도 철길 사정이 안 좋은 것인지... 아님 바로 쉬는 역이 또 나와서 인지... 그래도 승차감은 좋다. 시트나 테이블도 좋고...
뱀다리...
팜 충전해야 하는데... 4일동안 한시간밖에 충전 못했다. 숙소 잡으면 바로 충전해야지.
한참 자다가 일어나보니 6시가 조금 넘었다. 어떤 역에 정차하고 있었는데, 커다란 도시였는지 사람들이 많이 탔다. 아마 금요일이라 외곽에서 주중에 일하고 로마로 돌아가거나, 주말이 시작되어 여행하는 사람이 많나보다.
일행 중 한 명이 자리가 좁다고 투덜대었다. 내자리는 맨 끝이라서 앞에 leg room이 많이 있는데, 다른 좌석들은 마주보고 있어서 다리를 못 펴니까 매우 불편하다고, 아예 내 앞에 있는 빈 자리에 서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 30분 정도 지났을까? 내 옆에 앉아있던 아저씨가 내려서 내 옆에 앉았다.
내 Palm을 보더니 오락 없냐구... ^^; Vexed를 알려주었더니 재밌다면서 한 번 잡고 내가 막혀있던 34번째 stage까지 단번에 해 버렸다. 한 시간 반 정도만에... ^^
그 동안 Palm 충전을 했다. 산토리니섬에서 충전을 못하고, 어제 페리에서도 겨우 한 시간 충전을 해서 전압이 너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는데(아직 low battery message가 나오진 않았지만...), 갑자기 어떤 아저씨가 내 앞 빈 자리에 오더니 밑에 있는 전원플러그에 휴대폰 충전기를 꼽고 전화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그 아저시 통화가 끝나고 나서 바로 충전기를 꺼내서 충전을 했다. 지금은... 충전 만빵.^^
지금은 9시 40분... 아직 로마까지는 조금 남았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던가. 기차는 잘도 간다. ^^
10시 50분. 아직도 로마에 도착 못했다. 숙소도 못구했는데... 연착해서 미안하다며 기차회사에서 보너스티켓을 나누어주었다. 어떻게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잘 써야쥐. ^^
11시 35분에 도착했다. 형제와 함께 셋이서 무작정 '강씨네 민박'으로 향했다. 12시가 다 되어 도착했는데 벨을 눌러보니 인터폰으로 방이 다찾다는 말이... 잠시후 아저씨가 나오셔서 방이 없다면서 난감한 표정을 지으시는데... 겨우 사정사정해서 들어가 다른 곳을 알아보자고 했는데, 바닥에서 재워달라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하고 배낭을 내려놨다. 고마운 강씨 아저씨.
잠시 남자방에 들어가서 인사도 하고, 이야기 조금 하는데, '새로온 학생들 나오세요~!' 하는 주인 아주머니 말씀을 듣고 나갔더니...김이 모락모락 나는 라면과 김치~! 그리고 전기밥솥 속에 따뜻하게 쉬고 있는 밥... ㅠ.ㅠ 정신없이 먹었다. 낮에 피자 두 조각을 말만한 남자 넷이서 나누어먹고 아무것도 먹은게 없으니... 배가 있는대로 고파있는 상태였다. 거의 등가죽이 뱃가죽에 붙어버린... 허겁지겁 라면에 밥 말아 김치까지 먹고 '잘 먹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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