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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닿는 곳/유럽

[무대뽀 유럽배낭여행] 9일.. 베수비오 화산을 찾아서..

2001. 7. 15. 일

7시 15분 쯤 일어났다. 바로 아침을 먹었다. 갈치와 김치찌게, 오이와 고추장... 맛있고 배부르게 먹고 잠시 준비한 후에 8시 30분 쯤에 나왔다.

테르미니역 지하에 있는 슈퍼에서 빵 세 봉지, 콜라 네 개를 샀다. 오늘의 목표는 폼페이, 나와 형제들, 영국유학생 형, 넷이서 다니기로 했다.(각각 4000리라)

9시 16분에 출발하는 나폴리행 기차를 탔는데... 인터시티(IC)가 아닌 DIRETTO여서 에어콘도 안나오고... 암튼 무지 안좋은 기차였다. 약 두 시간을 에어콘도 없는 찜통을 타고 나폴리 중앙역에 도착했다. 폼페이까지는 국철과 사철로 가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국철은 바로 시간이 없어서 왕복 6400리라 짜리 사철 티켓을 끊고 기차를 기다렸다. 근데 곧 오기로 되어있는 기차가 오질 않는 것이다. 한참 기다려서 열차가 하나 오길래 탔는데, 어라? 떠나려고 할 때 안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폼페이행이 아니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두어 정거장 가서 내렸는데, 내린 역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꾸질꾸질한 역. 반대편에 있는 역무원에게 물었더니 짧은 영어로 대답해 주는데, 이 역은 폼페이행이 안 서니까 다른 역으로 가서 갈아타라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어떤 역무원 아저씨가 같이 타 주어서 쉽게 찾아탈 수 있었다.(말은 쉽지만, 폼페이까지 가는데 로마에서 나폴리까지 기차로 두시간, 나폴리에서 삽질하는 바람에 폼페이까지 두시간... 거의 다섯시간 정도 걸려서 폼페이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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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에서 폼페이로 가는 사철(private subway). 즉, 유레일로 안 되는 구간이다. 차량에 그래피티가 되어있는데, 유럽 전역에서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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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 <-> 폼페이 구간 사철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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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 입장권. 이탈리아 최고액 입장권이었다!!



폼페이역도 머, 시골 간이역 수준이다. 역에서 조금만 걸어나오면 폼페이 유적지 입구가 있다.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한순간에 묻혀버린 도시, 폼페이. 그래서 그 시대 생활상을 그대로 알 수 있다는 폼페이. 근데 입장료가 장난 아니다. 16000리라. 여지껏 가본 곳 중에서 가장 비싼 입장료이다. 이거 들어가봐야 돌무더기, 허물어진 집만 있을텐데, 이 돈을 내고 들어가야 하는건지 말아야 하는건지... 좀 고민을 하다가, 그래도 여기까지 힘들게 왔는데 그냥 갈 수 없어 비싸지만 눈물 흘리며 입장료를 내고 표를 받았다.(폼페이 유적지는 학생할인 없다. EU 연합 국민에게만 할인혜택이 있다.) 들어갔는데... 역시나 예상했던대로 돌무더기들이랑 무너진 집, 신전 등만 보였다. 입구 Information center에 있는 지도에는 약 40여개 건물의이름만 달랑 나와있고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유적지 자체에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 같으면 무슨 유적 앞에 대강의 설명이 적혀있는데, 여기는 건물 이름조차 없다. 단지 무슨 구역임을 뜻하는 알지못할 로마자들만 보일 뿐... 겨우겨우 여행안내서를 참고하며 둘러보는데, 이거 폼페이가 장난아니게 큰 것이었다. 바로 이거이 문제였다. 태양은 피부를 뚫을 듯 내리쬐고, 날은 건조하고, 물은 안 보이고, 그늘은 없고... 다리는 아파오고, 봐도 먼지 모르겠고... 서서히 괜히 들어왔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두시간 여를 더위와 갈증, 땀과 피곤함과 싸운 끝에 대강 둘러보고 나올 수 있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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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들어온 폼페이! 죄다 돌무더기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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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인지.. 예배당인지.. 아는게 없다.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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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에서 증명사진! 허리 댕강~ 얼굴은 그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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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잔디를 볼 수 있는 곳은 폼페이에선 여기 뿐이었다. 황량한 도시, 폼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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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 제일 안쪽에 있는 원형 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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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 경기장 부근에서 찾은 폼페이 유일의 시원한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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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어쩜 집들을 이렇게 반듯하게 지어놓을 수 있었을까? 대단한 도시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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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화산재에 뭍히고, 유기물인 사람은 썩어 없어진.. 그 자리에 석고를 넣어 틀을 떠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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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목욕탕이라고 하던 곳. 정말 더웠다. 저 번드르한 얼굴. ;;



폼페이 역에 다시 돌아가서 나폴리행 열차를 기다렸다. 으음... 한참 후에 열차가 들어오는데, 완전 만원인 것이었다. ㅠ.ㅠ 그렇지 않아도 에어콘은 커녕, 창문을 열어놓고 달려도 바람이 안들어오는 특이한 열차인데... 찜통이 따로 없었다. 서양 사람들 특유의 체취와 찜통 같은 더위에 허덕이다가 4, 50분 걸려 겨우겨우 나폴리에 도착했다. 6시 즈음...

저녁을 사먹기로 했다. 낮에 먹은 빵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뱃속에서는 난리도 아니다. 어디 돌아다니기도 귀찮고 힘들어서 나폴리 중앙역에 있는 맥도널드로 바로 들어갔다. 돈이 없어서 4900리라짜리 빅맥이랑 3500짜리 큰 콜라를 먹었다.(왜 큰 콜라냐구? 여기는 리필 없다. 아... 대한민국의 무한 리필이 그립다.)
8시에 로마 테르미니역으로 가는 인터시티(IC, InterCity) 기차가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걸 타기로 했는데, 형제들은 그 남는 시간 동안 잠깐 나폴리 구경을 하고 오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라고 하고 앉아 열차를 기다리는데, 이거 8시가 다 되어도 정해진 플랫폼에 들어올 생각을 않는 것이었다. 여기저기 알아보고(근데 Information Center이 문을 닫아버린 시간이어서... 영어 할 줄 아는 이탈리아 사람 찾기가 매우 힘들었다. 물어봐도 영어 모른다고만 하고...) 전광판 보고 했는데, 이거 도통 알 길이 없는 것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연착이 되었던 것이었다. 무슨 사고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영어를 잘 못하는 이탈리아 노부부에게 들어서 정확치는 않지만.
이렇게 플랫폼을 뛰어다니고, 전광판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결국 한국인 관광객 10여명이 한 배를 타게 되었다.(참고로 이탈리아부터는 한국인 관광객이 장난아니게 많다.) 한 분이 역무원한테 물어보았는데, 곧 로마 테르미니역으로 가는 기차가 다른 트랙에서 출발한 다는 것이라고 했다. 다들 허겁지겁 뛰어서 기차를 옮겨탔더니 한 5분 쯤 뒤에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근데... 이론이론, 형제들이 안 보이는 것이다.(나중에 알았지만 기차를 못 옮겨타서 새벽 다섯시에 숙소로 돌아왔다고 한다.) 2등칸 컴파트먼트에 처음 타봤다. 근데 그 차량에 전부다 에어콘이 안 나오는 것이었다. 으... 날도 더운데... 그래서 그 컴파트먼트를 포기하고 다른 차량으로 갔는데, 거기는 통로도 엄청 시원했다. 그래서 한 곳에 들어가 자리 잡고 앉았는데... 엇, 1등칸. 내가 가지고 있는 유레일 유스(Eurail Youth)는 2등칸 전용이기 때문에 1등칸을 타다 걸리면 벌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다시 눈물을 머금고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우리가 포기했던 자리는 다른 한국인 여행자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자리가 없어서 통로에 있는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