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광고 모금 캠페인

2일째...

저녁식사를 하고 한라산 동쪽에서 제주도를 남북으로 잇는 도로를 타기 위해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무시하고 계속 앞으로 갔다. 참, 저녁 먹고 나서부터는 제주에 와서 처음으로 색시가 운전대를 잡았다. 회사 다니느라 평소에도 운전을 많이 해야 하는 색시를 위해, 내가 운전할 수 있을 땐 모두 내가 하는 걸 원칙으로 했는데, 이틀을 쉬지 않고 운전하랴, 안 오르던 산도 오르랴, 더위도 살짝 먹고 해서 컨디션이 좋지 않아 숙소에 돌아가는 길만 색시에게 맡겼다. 우리차 말고 다른 차를 몰아보고 싶다고도 했고 말이다.

아무튼, 우리가 가는 길에는 차가 거의 없었다. :D 게다가, 지도 상에는 꽤나 곧은 길로 보였는데, 직접 가보니 제주도 남동쪽 동네를 훑고 지나가는 좁고 굽은 도로들이었다. 한라산에 본격적으로 들어선 후에도 차선이 넓어지지 않고 왕복 2차선을 유지했다. 길도 탄탄하고 쭉 뻗질 못 하고 자주 굽은 길이 나와서 속도를 제대로 낼 수 없었다. 어차피 어제보다는 일찍 들어갈터, 여유있게 가자고 마음 먹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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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의 해질녘



색시가 운전을 하다보니 내게 여유가 생겨 찬찬히 창 밖을 바라다 보았다. 계속해서 비가 오락가락 했지만, 한라산 중턱에서 바라보는 해넘이는 장관이었다. 아, 해 넘어가는거야 한라산에 가려서 안 보이지만, 꼭 서쪽 하늘이 아니어도 빨갛고 파랗게 물들어가는 하늘이 정말 멋졌다. 문제는 차가 거의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리다보니 해질녘 하늘을 흔들리지 않게 찍을 방법이 없다는 것. :) 십 수 장의 사진을 찍다가 겨우겨우 잠시 신호대기를 하는 중에 그나마 건질만한 것 한 장 찍었으나, 이 역시도 자연의 경외로움을 담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7시에 서귀포에서 출발할 땐 8시면 숙소에 도착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터무니 없었다. :) 길이 좋지 않아 빨리 갈 수가 없어서 이미 해는 다 지고, 비는 계속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이제 제주시가 얼마 남지 않았던 어느 고불고불한 길에서, 갑자기 앞유리에 성에가 꼈다. 조수석에 앉은 나도 헉! 하고 놀랐다. 얼른 에어콘 방향을 앞유리 성에 제거를 할 수 있도록 놓았다. 안 없어졌다. 차 안팎의 습도차/온도차가 많은가 하고 창문을 열었다. 성에가 점점 더 낀다. 더더욱 놀라서 마지막으로 앞유리를 만져보니, 이게 차 안 쪽에 맺힌 것이 아니었다. 후다닥 와이퍼를 작동시켜보니 싸악 닦이는데, 휴우~ 십년 감수 했다. 불과 5초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점점 앞유리가 뿌옇게되고 원인은 모르겠는데 길은 구불구불하고. :) 다시 창문을 열어보니, 안개처럼 아주 가는 비가 내리고 있어서 마치 성에처럼 앞유리를 가렸던 것이었다.

이렇게 길고도 먼 길을 색시가 운전하여 예상 시간보다 30분이 더 걸린 8시 반 경에 선샤인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루종일 돌아다녀 고단한 몸을 샤워로 씻어내고, 우리 둘 다 술을 잘 못 하긴 하지만, 공짜로 받은 쿠폰을 한 번 사용해서 남들처럼 분위기 잡고 맥주 한 잔 마셔보려고 호텔 지하의 라이브펍에 갔다.

맥주집 이름은 인터포차, 국제적 포장마차라는 이름을 줄인 모양이었다. :) 라이브펍이라더니 작은 무대 위에서 가수 두 명이 생음악을 들려주고 있었다. 간간히 우리가 아는 노래가 나와 조용히 따라부르기도 하고, 끝나고서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우리가 시킨 건 무료 쿠폰으로 생맥주 1.7리터와 모듬안주 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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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포차의 모듬안주



약간의 과일과 샐러드, 거기에 냉동식품 해동 후 약간 구운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이는 소시지, 립, 훈제치킨 몇 조각이 나왔다. 공짜로 먹는건데 이 정도면 훌륭하다. :) 언제나 느끼지만, 술집에서 파는 생맥주는 병/캔맥주에 비해 맛이 조금 싱겁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잘 먹는 것은 절대 아니고... 겨우 한 잔 반 정도 마시고는 얼굴이 시뻘게지고 호흡이 가빠지는 부작용으로 인해 앉아있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내려간지 30분만에 다시 방으로 철수했다. :D

한라산도 탔겠다, 더위도 먹었겠다, 컨디션도 안 좋고, 지쳐있는데, 못 먹는 술도 먹었겠다.... 바로 침대에 쓰러졌다. :) 아, 양치질은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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