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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닿는 곳/제주

[성수기 제주휴가] 8. 이보다 시원할 수 없는 돈내코

1일째...

정방폭포를 보고 나오니 벌써 5시였다. 늦게 먹은 점심인 갱이죽이 든든하기도 했고 해서 저녁 먹으러 가기 전에 한 곳 더 가보기로 하고 찾은 곳은 한라산 중턱의 계곡 중 하나인 돈내코. 요즘 한라산을 오르는 등반로는 네 가지가 있는데, 이 네 가지 말고 돈내코 코스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자연휴식년제로 인해 지금은 돈내코를 통해 한라산을 올라갈 수 없도록 되어있다. 개방되어있다 해도 10km가 넘는 긴 코스라서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 아무튼, 돈내코 등산로는 개방되지 않지만, 돈내코 계곡은 개방되어있다. 그리고, 어느 블로그에서 봤던 제주도 여행기에서 돈내코를 강추하였기에 차를 몰았다.

서귀포에서 북쪽으로 쭈욱 올라가다 오른쪽으로 휘익 돌아감으면 나오는 돈내코 입구. 지난 봄에 갔던 중미산 휴양림 입구랑 비슷해 보였다. 비가 내리고 있어서 주차장에 보이는 차는 몇 대 없었는데, 그래도 입구로 내려서니까 저 멀리 사람들 소리가 들리긴 했다. 세 갈래 정도 길이 있는데, 우리는 앞으로 계속 내려갔다. 잠시 내려가니 들리는 계곡 물 소리, 그리고 아이들의 물놀이 소리. :) 슬슬 한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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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내코 계곡에는 두 어 가족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날이 궂어서 사람들이 거의 없었으나, 돈내코 계곡의 참맛은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어찌나 시원한지 돈내코 계곡에는 물안개가 자욱하게 끼어있었다. 물도 엄청나게 차가워서 발을 오래 담그고 있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런 물에 어떻게 몸을 담그고 놀고 있는지, 물놀이 하는 아이들이 대단해 보였다. :) 어느 집은 수박을 계곡물에 넣어두고 있던데, 물놀이 하다가 저 수박 깨먹으면, 캬하~! :D 날 좋을 때 수박 한 통 준비해서 물놀이 하러 오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제주도 사람들이 부러워졌다.

상류로 조금 올라가면 약 5m 정도 높이의 원앙폭포가 있다고 해서 가보려 했으나, 카메라와 휴대폰 때문에 무리하게 가기가 어려웠다. 아쉬움을 달래고, 나중에 아이 생기면 다시 오자고 기약하며 돈내코 계곡에서 나왔다.

둘 다 아직 배가 든든해서 다음 행선지 한 곳을 더 가기로 했다. 제주도에 오면 카트를 몰아볼 수 있다 해서 내가 강력하게 주장하여 아침에 차 빌릴 때 할인티켓을 구입했었다. 그 카트장이 마침 남쪽에 있어 거기 들렀다 저녁을 먹기로 하고 산록도로를 달렸다. 카트장을 가기 위해 해가 지는 서쪽을 향해 달리고 있어서, 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구름 사이로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는데 아주 장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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