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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닿는 곳/제주

[성수기 제주휴가] 6. 제주도에 미친 사내,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1일째...

제주도에 사람이 없긴 참 없는가보다. 제주시내에는 차량 정체도 있고 좀 바글바글하다는 느낌이 들었으나, 제주시를 빠져나온 이후로는 90% 이상의 차량이 모두 '허' 번호판을 달고 있다. 대부분 관광객들이라는 이야기. 그나마도 도로는 잘 되어있으나 차량은 별로 없었다. 우리가 가기로 한 두모악은 그다지 유명한 곳이 아닌건지, 과연 이 길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다니는 차가 없었다.

찾아가려는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은 김영갑이라는 한 사진가가 젊었을 때 제주도에 와보고 제주도와 제주도의 중산간에 미쳐 밥도 못 먹으면서 필름 사서 사진 찍고 돌아댕기기를 십수년, 폐교를 인수하여 자신의 갤러리로 만들기 시작한 곳이다. 안타깝게도 김영갑은 사진 인생의 말미에 루게릭이라는 불치병에 걸려 작품활동을 마쳐야 했고, 결국 몇 년 전 이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한 3~4년 전 쯤 한 친구가 읽어보라고 빌려준 책을 통해 김영갑을 알게 되었고, 아래의 책을 읽어보며 느꼈던 강렬한 기억 때문에 찾게 되었다. 내가 뭐 사진의 시옷자도 제대로 모르지만,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그의 무모할 정도의 열정, 뭐 이런게 부러워서 찾은 것이라고 봐도 되겠다. 별 재미가 없을 것이 분명한데도, 내가 가자니까 다른 이야기 하나 없이 따라와준 우리 색시가 참 고맙다.
그 섬에 내가 있었네 상세보기
김영갑 지음 | 휴먼앤북스 펴냄
루게릭 병으로 5년째 투병중인 사진작가 김영갑의 포토 에세이집. 저자가 작품에 전념하기 위해 제주도로...그리고 2부에서는 구술 형태로 씌어진 투병 과정과 폐교를 개조해 직접 만든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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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료는 성인 3천원. 카드 결제도 가능하다. 찌는듯한 날씨 덕분에 차에서 내려 잠시 걸어들어갔을 뿐인데 지치기 일보 직전이었다가, 갤러리 안으로 들어가니 냉방된 기운에 기분이 좋아졌다. 위의 책을 읽은지도 오래되었고, 머리가 나빠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것도 없으나, 그 기억을 들춰보면 김영갑은 가로로 긴 파노라마 사진만을 주로 찍었고, 시간을 담기 위해 조리개를 조인 뒤 장노출로 사진을 즐겨 찍었다고 했다. 그래서 보니 바람에 흔들리는 풀 사진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 이상은 아는 것이 없어 다른 관람객을 따라다니며 이야기하는 것을 엿듣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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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입구에는 위 사진과 같이 김영갑의 사진들과 사진집, 책갈피, 엽서 등의 상품 전시가 되어있다. 매표소를 등지고 서면 두 개의 입구가 있는데, 왼쪽엔 갤러리만 있고 오른쪽으로 가면 김영갑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곳이 있으니, 김영갑에 대해 잘 모르거나, 우선 앉아서 쉬고 싶을 땐 오른쪽으로 먼저 들어가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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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자체는 작고 아담하지만, 많은 것을 보려 하는 사람에게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야 아는 거 거의 없이 무작정 찾아갔기 때문에 '아, 사진 좋네.' 이상의 감흥을 받기는 어려웠지만, 반복해서 상영 중인 김영갑 다큐멘터리를 조금 보고 갤러리를 둘러보는 것도 도움이 되었고, 틈틈히 다른 관람객들의 대화 속에서도 도움을 조금 받았다. :) 갤러리 외에도 갤러리 뒷편이나 앞 마당에도 볼거리들이 많이 있었다. 날이 습하고 더워서 여유있게 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우리의 눈을 사로잡은 새 한 마리가 있어서 사진 찍고 두모악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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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 물 마시러 온 새 처럼 보이지 않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