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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닿는 곳/제주

[성수기 제주휴가] 5. 제주도라면 갱이죽! 섭지 해녀의 집

1일째...

우도에서 성산 쪽으로 건너와 찾아간 곳은 갱이죽으로 유명한 섭지 해녀의 집이었다. 우도에서 나온 배에서 내린 시각이 1시 반 경, 섭지 해녀의 집에 도착할 때는 거의 1시 50분 경, 아무리 아침을 먹고 나왔다지만 새벽 4시 반에 먹은 것이었고 그 사이에 물 말고는 아무 것도 먹지 못 했으니 이미 배가 고플대로 고픈 상황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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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이는 게의 제주도 방언인 모양이고, 게를 잡아 통째로 곱게 갈아 쌀과 함께 죽으로 끓여낸 것을 갱이죽이라 한다는데, 제주도 안에 해녀의 집이 여러 곳 있지만, 섭지 해녀의 집이 가장 유명해서 이리로 오게 되었다. 이미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다 알고 가기도 했음에도, 할머니들의 만만디에는 웃음 지을 수 밖에 없었다. :) 홀 서빙부터 주방에까지 모두 해녀 할머니들만 계셨는데, 어찌나 느긋하신지 자리 잡고 앉아 반찬 받는데 10여분 걸렸고, 하도 죽이 나오지 않아 밑반찬으로 나온 쑥전을 또 달라고 해서 쑥전만 두 장이나 먹었다. :) 하지만, 아무리 돈 내고 먹는 곳이지만 할머니들께서 일 하시는 것을 보니 차라리 내가 가서 반찬이고 뭐고 다 덜어오고 싶은 심정이 들기도 했다. 한 30여분 죽을 기다리는 동안 서너 테이블의 사람들이 하나같이 TV로 중계되는 베이징 올림픽 경기를 열심히 봤다. 딱이 이거 말고는 할 것도 없고... :) 참, 어느 인터넷 후기에는 섭지 해녀의 집에서 밥 잘 먹고 나가려고 계산하려는데 할머니께서 오시질 않아 계산 하는데만 5분을 기다렸다고도 한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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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큰 대접에 죽이 담겨나와 좀 놀랐다. 다 먹을 수 있을까? 했지만, 내껀 당연히 비우고 색시꺼 두 숟갈 정도 도와줘서 둘이 죽 두 그릇을 깨끗하게 비울 수 있었다. :) 처음 한 숟갈 떠먹으면 '아, 바로 이 맛이 게 맛이야~!' 라는 생각이 들면서, 신구 아저씨가 그렇게도 외쳤던 '니들이 게 맛을 알아?' 라는 물음에 이제는 '알아요!' 라고 대답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 헌데, 먹다보니 게의 비릿함도 없지 않아 느껴지는 것도 같아서, 만약 게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거나, 비린 걸 잘 못 먹는 사람이라면 갱이죽을 먹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전복죽이나, 성게칼국수를 드시면 되니 걱정 마시라. :)

우리가 다 먹고 나온 시각이 2시 반 정도였는데도, 많지는 않지만 손님들이 꾸준히 들어왔다. 우리가 앉아있을 때도 네 테이블 정도 있었고, 나올 때도 두 어 팀이 더 들어왔으니 말이다. 붐빌 점심 시간이 지났는데도 계속 손님이 있는 걸 보면 제대로 찾아왔나보다. 참, 다행히 우린 계산하기 전 5분 기다리지는 않았다. 다만, 신용카드 승인 에러가 나서 계산하면서 좀 기다렸을 뿐. :D

맛있는 갱이죽 먹고 배도 부르겠다, 어디로 가볼까? 하다가 예전에 읽었던 적이 있는 사진가 김영갑의 갤러리인 두모악에 가 보기로 했다. 아예 이렇게 된김에 성산/우도를 시작으로 하여 제주 북동지역부터 남쪽의 서귀포/중문까지 시간 되는데로 훑어보기로 했다. 그나저나, 죽 잘 먹고서 그 유명하다는 드라마 올인의 촬영지라는 섭지코지에는 안 가봤넹. :) 성산일출봉도 건너뛰었는걸, 뭐.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