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찍어둔 블랙잭 사진
이미 블랙잭 SCH-M620(이것은 SKT용. KTF용은 SPH-M6200)이 나온지도 꽤 되었고, 10년 전과는 다르게 이와 같은 전자제품의 리뷰와 사용기는 이제 인터넷에 넘쳐나고 있으나, 그래도 잠시 사용해 보면서 느꼈던 소감을 짧게나마 정리해 보고자 한다.
1. 장점
1) QWERTY 키보드
이 장점은 아마 블랙잭에 대한 글 중의 거의 대부분에서 언급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블랙잭에서 빼놓을 수 없을만큼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언급해 본다. 상당히 작은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블랙잭의 QWERTY 키보드는 상당히 유용하다. 물론 크기가 작기 때문에 익숙해지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긴 하지만, 한 번 익숙해지고 나면 문자메세지 작성이나 메모 작성에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게 된다. 하지만, 일반적인 휴대폰 문자메세지 작성 시 많이 사용하게 되는 특수문자의 입력에 있어서, 한 자 한 자 따로 입력해야 하는 것은 매우 불편했다. 또, 숫자는 키에 적혀있지 않아 어두운 곳에서는 숫자키를 누를 때 혼동할 수 있다는 점도 아쉬웠다. 물론, 키 자체의 색이 다르다보니 키에 불이 들어오면 약간 색의 차이가 생기긴 하지만, 그래도 명확하게 구별될만큼 차이가 나지 않는다. 사실, 이 문제는 며칠 사용하다보면 금방 숫자키 자리에 익숙해 져서 괜찮다.
2) 무선랜, 블루투스
내가 블루투스라는 걸 안 것도 거의 10년 가까이 되어가나보다. 그 동안 외국의 PDA나 휴대폰에 블루투스가 탑재되어 편리한 사용이 가능하다고 들었고 그에 반히 국내에서는 그런 기기들이 많지 않았으나, 그래도 꽤나 많은 블루투스 탑재 기기들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요즘 지하철에서 블루투스 기기 검색을 하면 10여개의 블루투스 휴대폰들이 검색되니 말이다. 아무튼, 이런 블루투스 기능을 탑재하고 있어서, 통화나 음악 감상에 블루투스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매력적이다. 선이 없다는 것, 물론 그 선을 없애기 위해서 충전이 필연적으로 동반되지만, 이 점은 참 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선랜과 모바일 웹브라우져가 들어있어서 무선랜이 가능한 곳에서는 간단한 웹서핑이나 이메일 확인이 가능하다는 점 또한 매우 매력적이다. 난 주로 침대에 누워 블로그나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는 용도로 주로 사용했다. :)
3) 생각보다 작은 크기
실제로 블랙잭을 처음 봤을 때, 웹에서 이미지로 봤을 때 느꼈던 크기보다 훨씬 작아서 깜짝 놀랐었다. 요즘 워낙 휴대폰들이 작게 잘 나오지만, 블랙잭은 Windows Mobile 기반의 스마트폰이다보니 어느 정도 크기를 가질 수 밖에 없는데, 두께도 겨우 11.8mm에 불과할 정도로 놀라운 수준이다. 이 정도의 크기라면 바지 주머니에 넣어도 크게 튀어나오지 않고, 셔츠 주머니에 넣어도 보기 싫을 정도로 쳐지지 않는 아주 적당한 크기라고 할 수 있다. 초창기 MITs 모델인 M330이 PDA와 휴대폰 사이의 크기 설정을 절묘하게 했던 것처럼, 블랙잭 또한 휴대폰의 상한 크기와 PDA의 하한 크기를 절묘하게 조화시켰다.
4) 다양한 활용성
이는 블랙잭이 WIndows Mobile 기반의 스마트폰이기에 당연히 따라오는 결과이기는 하지만, 아무튼 내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설치하여 블랙잭의 용도를 다양화할 수 있다. 특히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블랙잭은 WCDMA + 무선랜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지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QWERTY 키보드를 가지고 있기에 업무 상 온라인 환경이 필요한 비지니스맨들에게는 특히 유용하다 할 수 있다. Palm에 비해서는 아직 프로그램의 다양성이 부족하긴 하지만, 그래도 많은 프로그램들이 개발되고 있기에 인스턴트 메신저, 이메일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이 가능하다.
5) 오래가는 배터리
이는 아래 단점에서 언급할 느린 속도와 연결이 되는 내용이다. 블랙잭의 배터리는 꽤 오래 가서 내가 사용하는데는 약 3일 동안 충전 없이 사용할 수 있을만큼의 성능을 보여주었다. 물론, 통화량이나 게임/무선인터넷 등을 통해 사용량 자체가 많아지면 배터리가 빨리 닳게 되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최소 이틀은 버텨주니 흔히 이야기하는 조루 배터리는 아니다. 하지만, 배터리 표시가 부정확하여, 세 칸의 배터리 중 처음 한 칸이 없어지는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반면, 나머지 두 칸이 없어지는데는 처음 한 칸이 없어질 때 걸리는 시간보다 더 짧은 시간이 걸리다보니, 처음에 '첫 한 칸도 오래 갔는데, 나머지 두 칸은 더 오래 가겠지.'라는 생각에 그냥 집을 나섰다가, 배터리 부족으로 난감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 이야 익숙해지고 난 뒤에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 문제이지만, 그래도 배터리 표시가 줄어드는 비율이 일정하다면 더 좋겠다.
2. 단점
1) 느린 속도
이 느린 속도는 항상 블랙잭의 단점으로 꼽히는 점이다. 블랙잭에 사용된 프로세서가 최신이 아니고 힘이 부족하고 뭐 이런 언급도 많이 되어있고, 또한 긴 사용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일부러 최신의 빠른 프로세서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아무튼, 이유야 어찌되었건 긴 사용시간을 만들어내는데는 성공하였으나, 빠른 스마트폰을 포기하게 되어 블랙잭을 사용하는 내내 답답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블랙잭이 꽤 성공하였는지, 뉴하트라는 드라마에 많이 나와서 그런건지, 아무튼 주변에서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관심을 갖던데, 내가 문자메세지 프로그램 한 번 구동시켜주면 다들 관심이 사그러드는 표정을 보인다. 일반적인 휴대폰처럼 버튼을 누르면 바로바로 해당 기능의 프로그램이 작동하지 못하고, 기본적으로 Windows Mobile 바람개비가 돌면서 속으로 '하나 두울 셋' 정도는 세어주어야 화면이 나오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이는 대부분의 기능에서도 동일한 상태라, 연락처라던지 통화목록 등 휴대폰의 기본적인 기능을 확인하는데도 인내심이 필요하다.
2) Windows Mobile
Palm 진영이 더 이상 새로운 PDA나 스마트폰을 내놓지 못하는 작금의 현실에 있어, 이제 MS가 Mobile OS 시장도 장악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리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악세사리 등이 나오고 있지만, 태생이 Windows라서 그런 것인지 저장 메모리와 프로그램 메모리로 나뉘고 프로그램이 많이 실행되어있으면 전반적인 움직임이 점점 느려지는 점, 불필요한 프로그램은 일일히 수동으로 종료시켜주어야 하는 점 등은 윈도우즈의 불편한 점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3) 불완전한 소프트웨어의 만듦새
블랙잭의 기본 프로그램들, 즉 휴대전화 기능과 관련된 프로그램들은 어딘가 모르게 상당히 빈약해 보이고 만듦새가 떨어져보인다. 전화를 거는 화면이나 문자메세지 화면 등은 조금 더 예쁘고 간결하게 만들면 어떨까 하는 진한 아쉬움을 남겨준다. 애니콜 휴대폰에서 참 편리하게 사용하는 초성 번호로 연락처 찾기(키패드에 할당된 한글 초성으로 연락처를 찾아줌. 매우 편하다.)도 블랙잭에서는 되지 않고, 통화버튼을 눌러 나오는 통화내역에는 중복된 통화내역, 즉 A라는 사람과 다섯 번을 통화해도 가장 최근의 단 한 내역만 남는 반면, 따로 통화내역 프로그램을 실행시켜 나오는 통화내역에는 다섯 번의 통화 모두 남아있는 기이함을 보인다. 당연히 통화버튼 눌러 나오는 내역에서 다 보여주게 하면 될 것을 왜 따로 프로그램을 두었을까. 아무튼, 블랙잭의 전화기로서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점이다.
4) MMS 미지원
MMS 미지원 단말기라 해서 그게 뭐 큰 문제가 되겠는가 했는데, 친구들이 보내주는 예쁜 문자메세지는 물론이고 이동통신사를 통한 각종 이벤트에도 참여할 수조차 없는 커다란 문제점이 있었다. 만약 누군가가 MMS를 내 블랙잭으로 보내려고 하면, 받는 단말기가 MMS 미지원이라고 안내가 나오기는 하는데, 그 이유야 어찌되었든 저가폰에서도 다 지원되는 기능이 빠지게 된 것은 아쉽다. 또한, PDA폰으로 등록되어있어 MMS를 통한 Nate 사용도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어제까지 사용한 요금 조회나 무료통화 조회도 꼭 웹에서 해야 하니 말이다.
5) 버그들
내가 발견한 버그는 연락처에 관련된 버그이다. 연락처를 살펴보면서 메뉴를 눌러 문자메세지를 보내고, 다시 연락처로 돌아와 메뉴 눌러 문자메세지 보내고, 이렇게 서너번 하다보면 연락처 프로그램이 죽어버린다. 프로세스 관리자를 띄워놓고 종료하려해도 이렇게 죽은 연락처는 강제종료가 되질 않는다. 그러다보니, 꼭 블랙잭을 껐다가 켜야 하는 일이 생기고 만다. 이외에도 펌웨어 업데이트로 해결되길 기대했던 사소한 버그들이 아직도 남아있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3. 마치며
블랙잭은 정말 기념비적인 제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언제 어디서든 이메일이나 인터넷을 통한 업무를 해야 하는 비지니스맨에게 딱 알맞는 제품이다. 크게 부족하지 않은 하드웨어의 성능, 오래가는 배터리, 그럼에도 작고 가벼운 크기까지. 하지만, 자그마한 단점들이 블랙잭의 장점을 상당 부분 퇴색시키고 만다. 장단점이 뚜렷한 만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제품이고, 특히나 일반적으로 휴대폰만 사용해 온 사람에게는 매우 어렵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블랙잭의 특화된 기능이 필요로한 비지니스맨이나 PDA 또는 PDA폰을 많이 사용해 온 사람, 그리고 PDA폰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큰 사람에게는 좋은 제품이 될 것이다. 이런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나도 이제 블랙잭을 떠나보내야겠다.
p.s. 스마트폰과 PDA폰이라는 단어의 사용이 혼용되어있다. 일반적으로 PDA폰이 스마트폰보다 더 상위 개념이고, 블랙잭은 Windows Mobile이 탑재된 스마트폰이라는게 정확한 표현이나, 보통 휴대폰 판매점이나 이동통신사에서 대부분 PDA폰으로 부르기에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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