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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본 것

호로비츠를 위하여(For Horowitz, 2006)

호로비츠를 위하여(For Horowitz, 2006)

호로비츠를 위하여(For Horowitz, 2006)



초등학교 1학년이었을 때였나, 어머니 손에 이끌려 간 곳은 동네 아파트 단지 앞 상가에 있는 피아노 학원이었다. 왜 시키셨는지 알지도 못한채 그냥 학원을 다니며 피아노를 배웠다. 우리집에서 나와 아파트 정문으로 나가서 상가 맨 끝 1층에 있는 피아노 학원 샷시 문을 드르륵 열고 들어가면, 신발을 벗고 연습할 순서를 기다리다가, 내 차례가 되면 나무판으로 칸이 나누어진 연습실에 들어가 피아노를 쳤다.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선생님이 바뀌었던가 그랬다. 젊은 여선생님이셨는데, 초등학교 1학년 꼬맹이 남자아이 눈에도 예뻐보였나보다. 게다가, 학원 안에서 정기적인 발표회를 가졌고, 서로의 연주에 대해 평하는 시간도 갖고, 잘 한 사람은 뽑아서 학용품을 선물로 주시기도 했다. 이 영화에서 엄정화처럼 피아노 학원을 인수해, 학원에서 먹고 자며 아이들을 가르쳐 주셨다.

지난 봄 PETER님 블로그에서 이 영화 이야기를 봤는데, 피아노를 한 번이라도 배웠던 사람이라면 꼭 봐야한다는 말에 이제서야 챙겨 보게 되었다. 정말이지, 내가 그 어릴 적 연습했던 그 곡들이 하나하나 나오는데,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되었다. 언제 어디서 어떤 걸 먼저 쳤는지는 기억할 순 없지만, 바이엘부터 시작해서, 체르니, 브루크뭴러, 하농, 피아노 명곡집 등등 꽤나 많은 책을 떼는 동안에 내가 직접 연습했던 곡들이 영화 속에서 흘러나왔다.

아직 안 보신 분들도 계실터이니 내용 이야기는 여기서 그만하고, 이런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놀랐다. 내가 알기로 비록 흥행은 많이 하지 못했지만, 오랜만에 가슴 잔잔한 감동을 주는 그런 영화였다. 게다가, 어설프게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들이 영화 보는 내내 흘러나와 아주 좋았다. 왜 이 영화가 개봉한 줄도 모르고 있었을까, 영화관에서 봤더라면 더욱 재미있게 봤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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