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꺼랑 최대한 비슷한 피아노
조금씩 쉴 때도 있었지만, 나랑 동생이랑 초등학교 다니는 내내 피아노를 배웠다. 서울에 올라와서도 계속 배우다가, 나는 아마 중학교 1학년 중간 즈음까지 배우다가 그만 뒀을 것이다. 바이엘부터 시작해서, 체르니, 부르크뮐러, 하농, 피아노 명곡집 등등을 치다가, 막판에는 반주 넣는 법도 배우고 그랬었는데, 하도 안 치다보니, 이제는 칠 줄 아는 곡이 아니면 아무리 쉬운 악보를 봐도 악보를 읽으면서 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방학을 집에서 쉬면서 지내다보니, 낮에 주위 집에서 들려오는 피아노 연습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내 옛 향수를 자극하게 되어서, 어제던가 한 3~4년 만에 피아노를 처음 열어봤다. 어찌나 오래 안 열어봤는지, 피아노 뚜껑을 열었더니만 건반 위에 먼지가 뽀얗게 앉아있었다. 그 동안 피아노 책들도 많이 있었는데, 그게 다 어디로 가버렸는지 남아있질 않았다. 체르니 30번이나 부르크뮐러, 피아노 명곡집 등의 여러 곡들을 쳐보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역시 오랜만에 열어본 피아노라서, 손가락이 마음 먹은 것처럼 움직여 주지 않았다. 아직도 머릿 속에 남아있는 하농 1번을 쳐봤는데, 왼손 오른손 따로따로 놀고, 박자도 들쑥날쑥, 못 누르는 키도 생기고 말이다. 피아노 조율도 하도 안 했더니, 잘 안 눌리는 키도 많았다.
박신양 때문에 피아노 치면서 프로포즈 하는 것이 유행이 된 모양이던데, 이제 실력이 없어서 그런거 못 하겠다. :) 그래도, 한 6~7년 전까지는 간간히 연습을 했었는데, 이제 내 손가락은 피아노 건반보다 컴퓨터 키보드 위에서 더욱 더 잘 돌아다니게 되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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