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잡담

오랜만에 열어본 피아노

우리집꺼랑 최대한 비슷한 피아노

우리집꺼랑 최대한 비슷한 피아노

전주에서 살 때였다. 1980년대 중후반 즈음. 나와 내 동생이 집 앞의 한 피아노 학원을 다니면서 피아노를 배우게 되었는데(그 때 그 피아노 선생님은 뭐 하고 계실까?), 아이들을 위해 부모님께서 큰 마음 먹고 피아노를 구입하시기로 하셨다. 물론, 그 때는 아주 어렸을 때라 어머니와 아버지께서 어떤 고민을 하셨는지 전혀 몰랐지만, 지금에 와 생각해 봐도 적지 않은 돈을 사용하시기로 결정하셨던 그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거다. 아무튼, 어느 날 어머니와 아버지께서 전주 한신 코아 근방의 피아노 가게에 나가셨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전주 도심에서 대규모 시위가 있었던지라, 최류탄 가스를 뚫고 가셔서 피아노를 구입하셨다. 그리고 며칠 지나 우리 집에 피아노가 들어오게 되었다. 아버지 차 다음으로 가장 비싼 우리 집 물건 자리를 차지하면서 말이다. :)

조금씩 쉴 때도 있었지만, 나랑 동생이랑 초등학교 다니는 내내 피아노를 배웠다. 서울에 올라와서도 계속 배우다가, 나는 아마 중학교 1학년 중간 즈음까지 배우다가 그만 뒀을 것이다. 바이엘부터 시작해서, 체르니, 부르크뮐러, 하농, 피아노 명곡집 등등을 치다가, 막판에는 반주 넣는 법도 배우고 그랬었는데, 하도 안 치다보니, 이제는 칠 줄 아는 곡이 아니면 아무리 쉬운 악보를 봐도 악보를 읽으면서 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방학을 집에서 쉬면서 지내다보니, 낮에 주위 집에서 들려오는 피아노 연습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내 옛 향수를 자극하게 되어서, 어제던가 한 3~4년 만에 피아노를 처음 열어봤다. 어찌나 오래 안 열어봤는지, 피아노 뚜껑을 열었더니만 건반 위에 먼지가 뽀얗게 앉아있었다. 그 동안 피아노 책들도 많이 있었는데, 그게 다 어디로 가버렸는지 남아있질 않았다. 체르니 30번이나 부르크뮐러, 피아노 명곡집 등의 여러 곡들을 쳐보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역시 오랜만에 열어본 피아노라서, 손가락이 마음 먹은 것처럼 움직여 주지 않았다. 아직도 머릿 속에 남아있는 하농 1번을 쳐봤는데, 왼손 오른손 따로따로 놀고, 박자도 들쑥날쑥, 못 누르는 키도 생기고 말이다. 피아노 조율도 하도 안 했더니, 잘 안 눌리는 키도 많았다.

박신양 때문에 피아노 치면서 프로포즈 하는 것이 유행이 된 모양이던데, 이제 실력이 없어서 그런거 못 하겠다. :) 그래도, 한 6~7년 전까지는 간간히 연습을 했었는데, 이제 내 손가락은 피아노 건반보다 컴퓨터 키보드 위에서 더욱 더 잘 돌아다니게 되었다. :D

'자유 > 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버지 휴대폰 교체  (8) 2006.08.18
아이고, 너무 덥네.  (10) 2006.08.16
이제 좀 살만하다  (18) 2006.08.11
한 지붕 세 가족  (12) 2006.08.02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물려주는 KT  (20) 2006.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