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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희한하고 황당한 일

자유/잡담 | 2006. 5. 30. 20:09 | 자유
요즘 시험 볼 때면 강의실에서 밤을 샌다. 기숙사에 있다보면 이런 저런 방해 요소에 끌리니 아예 없(다고는 말 못 하)는 강의실에 가 버리는 것이다. 오늘도 어제부터 밤 새고 아침에 병원 식당에서 간단히 밥 먹고 계속 꾸벅거리며 공부를 하는데... 방돌이 성진이가 희한하게 일찍 강의실에 도착했다. 항상 시험 시간 다 되어야 오는 녀석인데 말이다. 그리고는 날 보더니 상당히 난처한 표정을 짓는 것이 아닌가.

'선배님.. 이걸 말씀드려야 하나.. 하아~ 막아보려고 했는데...'
'뭔데 그래? 어서 이야기 해 봐.'
'어제 밤에요... 아니 새벽에... 침대에 누워 자고 있는데(2층 침대 중 내가 1층, 성진이가 2층 쓴다.), 갑자기 누군가 벽 여기저기에 몸을 쿵쿵 부딛히면서 방에 들어오는거에요! 거친 숨소리를 내며 선배님 침대에 들어가더니 곧 숨소리가 잦아들고 새근거리며 자는거 있죠.'
'으잉?? 누가 내 침대에서 잔다고?'
'네.. 게다가, 놀라서 내려가보니 어떤 여자인거에요. 누구인지도 모르겠고, 술냄새 엄청 풍기고.. 외투를 어디다 벋어두고 온 것인지 옷차림새도 민망하고, 깨우려고 해 봤는데 흔들어도 깨어나질 않고, 거기다 더 개입하면 치한으로 몰릴까봐 하지도 못하고... 미안해요, 선배님~! (ㅠㅠ)'

이러는게 아닌가? @.@)
아니, 남자만 쓰는 방에 술취한 남자가 들어와 자는 것도 희한할터인데, 왠 여자가 인사불성이 되어, 그것도 내 침대에!! 이번 주말에 집에서 새 침구를 가져와 마련해 놓고 나도 딱 한 번 잔 내 침대에 떡이 되어 자고 있다니!! (ㅠㅠ)

황당함에 당황을 금치 못하고 있다가, 뒤이에 강의실에 도착한 주현 후배 曰..

'새벽 3시 즈음인가.. 공부하고 있는데, 누가 방으로 쉬익 들어오는거에요. 그래서 누가 잠깐 들어오나보다.. 했는데, 시간이 좀 지나도 나가질 않더라구요. 그래서 나와보니까, 아 글쎄 어떤 여자가 술냄새 풍기면서 선배 침대에 누워 자고 있더라구요. 놀래서 깨우는데.. 왜 그 있잖아요. 글라스고우 혼수 계수, 그거 계산해 보니, 한 8이나 9 되겠더라구. 심각한 상황이던데... :)'
'정말요? 나 참... 그거 아주 심각한데요? 잘 깨워 내보내지 그러셨어요.'
'그러려고 했죠. 그런데, 통증을 줘서 깨워도 눈을 뜨지 않고(1점),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하며(2점), 건드리면 치우려고 하는 걸(5점) 보니, 심각한 상태에요. :)'
'그래서 그냥 나오신거에요?'
'아무리 깨워도 안 일어나길래, 잘 자라고 배개 배어주고, 이불 덮어줬어요.'
'맙소사!! :)'
'아침에 나올 때 10시 알람 맞추고 나왔으니까, 시험 보고 들어가보면 아마 없을거에요.'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남의 방에 들어와 자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시험 보자마자 기숙사 방으로 들어왔다. 다행히도 그 사람은 사라지고 없었다. 아침에 알람소리에 눈을 떴을 때, 익숙하지 못한 공간에 자신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얼마나 황당했을까? 그보다, 나야 직접 못 봤지만, 그 광경을 모두 지켜본 우리 방돌이들은 얼마나 황당했을까?

아직도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나저나, 술이 왠수인가? 다들 왠 술을 그렇게도 마셔대는건지 모르겠다. 기분 좋을만큼만 마지고 흥을 돋구는 선에서 끝나야지, 술이 사람을 마시는 수준이 되어버리면... 솔직히 무슨 이유에서 술을 먹던 그렇게 망가지도록 먹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여자는 왜 그렇게 술을 많이 먹은걸까?


p.s. 참고 Glasgow Coma Sc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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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Eun 2006.05.30 20:52

    ㅋㅋ글라스고우혼수계수라고 적어놓으니 참으로 생소하네요
    GCS 정확하게 측정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항상 Deep drowsy~stupor
    stupor~semicoma 라고 적던 기억이 나네요
    가끔 아주 자부심강한 주치의들은
    Deep drowsy~stupor환자를 near alert
    라고 우기는 통에 난감한적이 많았죠
    자기하고만 cooperation이 된다나 모라나..ㅋ
    (혼자 질문하고 혼자 대답해놓구선..-_-;)

    그나저나 그분 누군지 저두 궁금하네용
    얼굴 본사람들 인상착의를 잘 생각해서
    몽타주를 한번 그려봄이 어떨까요..+_+

    • BlogIcon 자유 2006.05.30 21:03

      아, 필드에서는 GCS라고 하는가보구나. 난 아직 원칙을 배우는 학생이잖니. :) 정신상태를 표현하자면, 아마 Stupor나 Semicoma 정도는 되었나봐. 이야기로만 들었는데도, 상태가 꽤 심각했걸랑.

      나도 누군지 상당히 궁금한데, 그 사람을 위해서는 서로 모르는게 좋겠지?? 얼굴 본 방돌이들은 지나가다 보면 알 수 있을 것도 같다는데.. :)

    • BlogIcon Kei 2006.05.30 21:36

      저희는 학생도 GCS라고 배워용~
      그렇잖아도 NS 시습 돌면서 오랫만에 GCS 복습했는데, 여기서 또 그 얘기가 나오는 군요..^^

      한데, 어디에선가 GCS는 trauma환자에서만 쓴다는 얘기도 들었던 것 같은데, 꼭 그런 것은 아닌 것도 같더라고요.

    • BlogIcon 자유 2006.05.31 02:10

      이런이런.. 수업시간에 제대로 듣지 않은 것을 들켜버리게 되더군요. 제 기억엔 GCS로 줄여부른다는 걸 못 들었는데요. (ㅠㅠ)

  2. BlogIcon Kei 2006.05.30 21:32

    아니 GCS가 그렇게 나쁜 환자(?)면 자라고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라 응급실로 데려가야하는 것 아닙니까~~~!!

    그나저나 응급실에 데려갔으면 더 망신이었을 수도 있겠군요. 지나가다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으로 보아선 말입니다.

    • 선주 2006.05.31 01:39

      만취한 사람은 뎁따 무거우니깐..

      걍 Recovery Position으로.. -0-;;

      근데 남자방에 여자가 왔으니깐 안건드리는게 상책일 수도..

    • BlogIcon 자유 2006.05.31 02:09

      Kei// 뭐, 저야 그 때 그 상황이 벌어질 때 방에 없어서 정확히 모르겠지만, 방돌이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말 상황이 심각했던 모양입니다. 서너번 깨워봐도 반응이 없고, 물 달라고 하다가 갑자기 TV로 달려가 냉장고 여는 시늉을 하다 다시 제 침대로 돌아와 쓰려졌다는군요.

      듣자하니 덩치가 남자 못지 않았다고 합니다. 게다가, 우리학교 학생인가본데(방에 능숙하게 들어옴 등을 볼 때), 인사불성이 된 걸 기숙사나 학교 병원 여기저기에 알리면 나중에 그 학생 어떻게 하라구요... :) 사실, vomiting과 이어지는 aspiration이 있지나 않을까 걱정을 좀 했었습니다. 그 사람 때문에 방돌이들이 방을 본의 아니게 비웠다고 하더군요.

    • BlogIcon 자유 2006.05.31 02:26

      선주// 정말 무거웠나봅니다. 덩치가 남자만했데요. 게다가 상의 외투를 다른 방에 벗어놓고 왔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뭔 드레스 같은 걸 입고 있어서 들어내기도 좀 그랬다는군요.

      말씀하시는 것처럼,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제 침대에서 재웠다고 하네요. (ㅠㅠ)

  3. manor 2006.05.31 00:31

    기숙사 생활에서 가끔 일어나는 일이군 ㅋㅋ
    가끔 친절하게 옷 벗어놓구 그냥 가시는 분들도 있고
    혹 다른거 까지 집어 가는 사람들도 있구--;;
    최악은 문 열고 소리지르며 다른 사람 찾고 있는 사람--

    • BlogIcon 자유 2006.05.31 02:14

      나도 너 못지 않게 기숙사 생활 오래 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 당했다. :) 게다가 쫒아내보내려고 하는데도 침대로 들어가 자버리다니...

  4. 선주 2006.05.31 01:36

    Child-Pugh Score도 실제와는 다르게 그냥 간기능을 평가하기 위해서 관성의 법칙처럼 사용하기도 하더군요.

    저희도 GCS라고 배웠답니다. 요새 축구 선수단이 간 곳이 Glasgow라고 하던데..ㅎㅎ

    Pain은 Nail Bed를 볼펜으로 지긋이.. ㅋㅋ

    • BlogIcon 자유 2006.05.31 02:31

      아, 우리 국가대표가 가 있는 곳 이름이 Glasgow인가요? 재미있네요. :)

      그나저나, 이야기를 좀더 들어보니 우리 방이 두번째 공격대상이덨더군요. 다른 방에 먼저 들어가 방 한 가운데 업드려 자다가 그 방 사람들이 끌어내는데, 화장실에 들어갔댑니다. 그러고 한참 세수를 하더니 화장실에서 나와 쪽방(기숙사 방이 쪽방 하나와 조금 더 큰 방으로 이루어졌습니다.)에 들어가더래요. 이미 주인이 자고 있는 침대에 들어가 자려고 하는 걸 겨우겨우 끌어냈다는데... 그 방에 상의 외투를 벗어두고 우리 방에 온 것이었더군요.

      마주치지 않아서 정말 다행입니다. 그나저나, 아까 침대에 잠시 들어가 눕는데 이상야릇한 느낌이 들더군요. :/ 뭡니까 이게..

  5. BlogIcon 마술가게 2006.05.31 10:57

    자유님의 얘길 들으니 와이프마마의 일이 생각나네요. 마마께서 아침에 시험보려고 차를 몰고 가다 신호 걸려 섰답니다. 8시 반 시험이니 대략 6시~7시 사이였을것 같아요 근데 갑자기 어떤 아가씨가 뒷문을 열더니 '아저씨 xx가주세요'라며 술 냄새 확~풍기며 타더랩니다. 그리고는 자버리구요. 너무 놀라서 캭~~ 소리지르며 내리라고 난리 쳤다죠! 의대 인생중 재시가 없었던 와이프마마 재시볼뻔 했답니다 ^^*

    • BlogIcon 자유 2006.05.31 13:19

      아이고.. 큰일날 뻔 했군요.
      그나저나, 재시 한 번 안 보셨다니... 무서운 분이시군요. (ㅠㅠ) '재시를 안 본 의대생과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 명언을 제 마음대로 만들어 두었었는데.. 흐흐 :)

  6. BlogIcon KraZYeom 2006.05.31 13:03

    왜 술취한 사람은 무거운 거죠? ㅠㅠ 몸에 힘들 다 빼서 그런가요?

    정말 난감했겠는데요. 잘못 하면 완전 치한으로 오해 받고, 기숙사에서도 오해 받고요. 허허허허

    • BlogIcon 자유 2006.05.31 13:23

      정확한 이유야 모르겠지만, 자기가 자기를 지탱하는 힘이 없어서 그런게 아닐까요. 80kg짜리 제 정신인 사람을 업는 건 힘이 별로 들지 않지만, 80kg짜리 쌀 한 가마니 드는 건 정말 못 하지요. 술 취해 쓰러져있는 사람은 쌀 가마니 쪽에 가까울테니.. :)

      제가 그 상황에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7. 이우근 2006.05.31 13:32

    뭐야 별 것도 아니구만.....약하잖아...

    기억안나?

    2001년 작업쟁이 금발바닥 항체 발바닥 사건...

    'x혁이형 일어나...공부해야지'

    (5초간의 적막)

    '금발바닥!'

    'ㅋㅋㅋ 그게 무슨 소리야? 재x이형 일어나야지'

    '항체 발바닥!'

    (허걱스...엄습해오는 극한의 공포, 심장이 터져 나갈 듯한 긴장감..........)

    '혀...형...그게 무슨 소리 ...ㅇ..ㅑ?'

    (살기 가득한 눈빛!)

    '바보! 그걸 가르쳐 줘야 알아?!'

    5분 동안 서로를 바라보며 멍하게 입을 벌린 채 서로의 눈과 귀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던 절대 공포의 순간!

    적어도 이 정도는 돼 줘야지..

    그리고 술을 먹었으면, 기본적으로 침대가 아니라면 카페트에라도 올려 줘야지...

    가끔씩 심심할 때 방문해 주는데, 이런 식이면 곤란해...

    정말 싱겁군..

    다음에는 좀 더 강한 걸로...

    생활에 자극이 필요해

    • BlogIcon 자유 2006.05.31 15:05

      맞다맞다. 그런 일이 있었지. :)
      하나 더 기억났는데, 재x이가 Movie Goers 모임 다녀오고서 방에 들어와 자는데, 새벽에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거야. 그래서 부시시 일어나보니까, 내 옆에 누워자던 그 녀석이 아 글쌔 decubitus로 누워 자면서 vomiting을 하고 있는거야!! 완전 coma 상태였지. 흔들고 때려도 일어나지 않길래, 들쳐업고 샤워실에 가서 coma에 빠진 놈 샤워시키고 다 닦아서 다시 잠자리에 눕히고, vomiting 묻은 이불은 새벽에 세탁기에 다 돌리고 널은 후에 잤다니까. 지금 생각해도 참...:)
      다음에 만나면 같이 골려주자. 흐흐~

      바쁜데 여기까지 와주고, 고마워. 치프 선생.

    • BlogIcon Kei 2006.05.31 23:30

      하...항체 발바닥!!!

      거기다가 그걸 가르쳐 줘야 알아~ 라는 저 정겨운 대사 --;;

      그래도 vomiting을 supine position에서 하지 않은 것이 aspiration에 의한 mortality와 mobidity를 생각 해서는 훨씬 합당한 선택이었다 보여집니다. 기숙사 생활하면 정말 재밋는 일이 많군요..

    • BlogIcon 자유 2006.05.31 23:39

      저걸 직접 보고 들으셨다면 아마 경악하셨을겁니다. 위에 적어준 이 선생이랑 주인공인 또 다른 이 선생, 그리고 제가 한 때 기숙사 방을 같이 사용했었지요.

      말씀하신 것처럼 supine에서보다는 decubitus에서 vomiting을 한 것이 aspiration possibilities를 낮출 수 있었겠습니다. 그 땐 아무 것도 모르는 예과생이었는데, 그래서 그랬는지 바로 제 코 앞에서 coma 상태에 빠져 스물스물 vomiting을 하고 있는 친구 녀석을 보고 얼마나 놀랬는지 모른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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