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잡담

별 희한하고 황당한 일

요즘 시험 볼 때면 강의실에서 밤을 샌다. 기숙사에 있다보면 이런 저런 방해 요소에 끌리니 아예 없(다고는 말 못 하)는 강의실에 가 버리는 것이다. 오늘도 어제부터 밤 새고 아침에 병원 식당에서 간단히 밥 먹고 계속 꾸벅거리며 공부를 하는데... 방돌이 성진이가 희한하게 일찍 강의실에 도착했다. 항상 시험 시간 다 되어야 오는 녀석인데 말이다. 그리고는 날 보더니 상당히 난처한 표정을 짓는 것이 아닌가.

'선배님.. 이걸 말씀드려야 하나.. 하아~ 막아보려고 했는데...'
'뭔데 그래? 어서 이야기 해 봐.'
'어제 밤에요... 아니 새벽에... 침대에 누워 자고 있는데(2층 침대 중 내가 1층, 성진이가 2층 쓴다.), 갑자기 누군가 벽 여기저기에 몸을 쿵쿵 부딛히면서 방에 들어오는거에요! 거친 숨소리를 내며 선배님 침대에 들어가더니 곧 숨소리가 잦아들고 새근거리며 자는거 있죠.'
'으잉?? 누가 내 침대에서 잔다고?'
'네.. 게다가, 놀라서 내려가보니 어떤 여자인거에요. 누구인지도 모르겠고, 술냄새 엄청 풍기고.. 외투를 어디다 벋어두고 온 것인지 옷차림새도 민망하고, 깨우려고 해 봤는데 흔들어도 깨어나질 않고, 거기다 더 개입하면 치한으로 몰릴까봐 하지도 못하고... 미안해요, 선배님~! (ㅠㅠ)'

이러는게 아닌가? @.@)
아니, 남자만 쓰는 방에 술취한 남자가 들어와 자는 것도 희한할터인데, 왠 여자가 인사불성이 되어, 그것도 내 침대에!! 이번 주말에 집에서 새 침구를 가져와 마련해 놓고 나도 딱 한 번 잔 내 침대에 떡이 되어 자고 있다니!! (ㅠㅠ)

황당함에 당황을 금치 못하고 있다가, 뒤이에 강의실에 도착한 주현 후배 曰..

'새벽 3시 즈음인가.. 공부하고 있는데, 누가 방으로 쉬익 들어오는거에요. 그래서 누가 잠깐 들어오나보다.. 했는데, 시간이 좀 지나도 나가질 않더라구요. 그래서 나와보니까, 아 글쎄 어떤 여자가 술냄새 풍기면서 선배 침대에 누워 자고 있더라구요. 놀래서 깨우는데.. 왜 그 있잖아요. 글라스고우 혼수 계수, 그거 계산해 보니, 한 8이나 9 되겠더라구. 심각한 상황이던데... :)'
'정말요? 나 참... 그거 아주 심각한데요? 잘 깨워 내보내지 그러셨어요.'
'그러려고 했죠. 그런데, 통증을 줘서 깨워도 눈을 뜨지 않고(1점),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하며(2점), 건드리면 치우려고 하는 걸(5점) 보니, 심각한 상태에요. :)'
'그래서 그냥 나오신거에요?'
'아무리 깨워도 안 일어나길래, 잘 자라고 배개 배어주고, 이불 덮어줬어요.'
'맙소사!! :)'
'아침에 나올 때 10시 알람 맞추고 나왔으니까, 시험 보고 들어가보면 아마 없을거에요.'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남의 방에 들어와 자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시험 보자마자 기숙사 방으로 들어왔다. 다행히도 그 사람은 사라지고 없었다. 아침에 알람소리에 눈을 떴을 때, 익숙하지 못한 공간에 자신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얼마나 황당했을까? 그보다, 나야 직접 못 봤지만, 그 광경을 모두 지켜본 우리 방돌이들은 얼마나 황당했을까?

아직도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나저나, 술이 왠수인가? 다들 왠 술을 그렇게도 마셔대는건지 모르겠다. 기분 좋을만큼만 마지고 흥을 돋구는 선에서 끝나야지, 술이 사람을 마시는 수준이 되어버리면... 솔직히 무슨 이유에서 술을 먹던 그렇게 망가지도록 먹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여자는 왜 그렇게 술을 많이 먹은걸까?


p.s. 참고 Glasgow Coma Score

'자유 > 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빨래와 날씨  (10) 2006.06.09
어쩐지 좀 덥다 했다.  (20) 2006.06.02
수박, Watermelon !!! :)  (20) 2006.05.28
5.31 지방선거  (6) 2006.05.27
내 싸이 미니홈피, 월드컵 응원모드로...  (8) 2006.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