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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잡담

산타 할아버지에 대한 어린이들의 믿음



며칠 전 크리스마스가 지났다. 즐겨 찾는 동호회나 개인 홈페이지/블로그에도 크리스마스에 대한 이야기가 아직까지도 올라오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와 당일에는 다들 나가 노는지 새 글이 거의 올라오지 않다가, 월요일부터 크리스마스 선물 받았다는 글들 때문에 배가 살짝 아프기도 했었다.

잠시 본 글 중에 이런 글이 있었다. 어느 동호회의 한 회원께서 자신의 아들이 이제는 산타 할아버지에 대한 믿음을 서서히 잃어가는 듯 하다는 글을 올리셨다. 유치원을 다니는 그 아이는 주변 친구들 중 하나 둘 산타 할아버지의 부재를 알게 되는 친구들이 생겨나다보니 굳건한 믿음이 사라지기도 하지만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부정하는 건 싫어서 100% 믿을 수는 없지만 믿고 싶다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었다. 그 글에 유부당원이신 회원들의 댓글이 주렁주렁 달렸는데, 그 중... '우리 집에는 벽난로도 없고, 아파트라서 굴뚝도 없는데 어떻게 산타할아버지가 오시죠?' 부터 시작해서, '산타 할아버지를 꼬옥 만날거야. 안 잘 거야!' 라고 이야기 하는 아이들까지, 참으로 다양한 아이들이 있음을 알수 있었다.

한 달 즈음 전이던가? 아마 한 달 반 전이었나본데, 종종 연락을 나누는 Y님으로부터 갑자기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하고 받았는데 상대편에서는 난대없이, '산타 할아버지죠? 우리 아이 바꿔줄게요.' 라고 하시는 것이 아닌가. 순식간에 상황 판단을 한 나는 아이와 짧지만 즐거운 대화를 하고 부모님 말씀 잘 듣고, 동생과 사이좋게 지내라는 진부한 약속을 하고서 통화를 마쳤다. 그리고 어제... 다시 Y님과 통화를 하다가 크리스마스 이야기가 나와서 어떻게 넘기셨냐고 여쭈어봤더니 다행히도 유치원에서 알바 산타를 고용해서 아이 몰래 유치원에 선물을 보내 넘겼다고 하셨다. 혹시나 산타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다른 걸 아이가 눈치챘냐고 여쭈어봤더니... 세상에나!! 목소리가 다르다고 알바 산타에게 물어봤다는게 아닌가. 그 알바 산타 역시 순식간에 상황 판단을 한 후 감기가 걸려서 그렇다고 어물쩡 넘어갔다고 한다.

몇 해 전엔가는 산타 할아버지가 전 세계의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누어 주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글이 인터넷에서 돈 적이 있었다. 지구의 자전을 고려하더라도 아이들은 너무 많고 산타 할아버지는 한 명이다보니, 루돌프가 아무리 빨리 달리고 산타 할아버지가 아무리 빨리 선물을 주고 나온다 해도 시간이 모자란다는 것이었다. 시간 안에 하려면 빛 보다도 빨리 움직여야 한다나? 아무튼, 산타 할아버지에 대한 믿음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그런 글이었다.



이쯤되니 무조건 아이들에게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에 대한 믿음을 키우고 지켜주어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우리 부모님께서는 어떻게 하셨는지, 나는 언제 어떻게 산타 할아버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언젠가 그 동안 자신을 속여온(!?) 세상을 탓하며 사실을 알게 되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처음부터 없다고 하기에는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가두어 두는 것과도 같기에 그러기도 어렵고 말이다.


정말 산타는 있는 걸까? Does Santa Claus really ex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