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던 1990년대 초중반... 팝 음악의 3대 디바를 꼽으라면, 휘트니 휴스턴과 셀린느 디온, 그리고 머라이어 캐리가 꼽혔다. 이들 사이의 정확한 나이 관계는 모르겠지만, 분위기 상 다른 둘에 비해 어린 머라이어 캐리의 약진이 두드러졌고 폭발적인 가창력과 섬세한 음색까지 나무랄데가 하나도 없는 그런 가수였다.
그러다 1994년에 나온 크리스마스 앨범. 우연인지, 자신의 이름 이니셜과 똑같은 Merry Christmas라는 머라이어 캐리의 앨범이 나왔다. 당시 남편이었던 소니 엔터테인먼트 부사장이 앨범 커버 속에서는 뚱뚱한 산타 할아버지로 나오고...(사실, 그들이 결혼하기 전부터도 나이차이가 많이 난다는 이야기가 많기도 했다.) 백색의 설원에서 뛰노는 빨간 옷 입은 머라이어 캐리와 때로는 신나는, 때로는 엄숙한 음악이 가득 담겨있는 앨범은 최고였다. 흑인의 음색이 묻어나는 빵빵한 코러스와 머라이어 캐리의 목소리가 조화롭게 융합되었다고 할까. 1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들어봐도 최신 캐롤 앨범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니 말이다.
정확한 시점은 모르겠으나, 산타 할아버지랑 이혼을 하고서 머라이어 캐리는 가창력을 내세우는 가수에서 몸매를 내세우는 가수로 변신하고 말았다. 1995년 Daydream, 1997년 Butterfly 까지만 해도 그나마 괜찮았는데, 그 이후 1998년 #1's 부터는 아예 앨범부터가 몸매 먼저 내보이고 있다. 정말 아쉬웠다. 한 명의 디바가 이렇게 지는구나.
1999년의 Rainbow까지는 좀 찾아 들어봤던 기억이 있는데, 그 이후로는 실망이 너무 커서 예전 순진했던 시절의 노래만 듣는다. 머라이어 캐리의 옛 노래들을 좋아한다면 2001년 Greatest Hits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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