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9.26 6:15 am
일찍 잔덕에 쉽게 일어날 수 있었다. 캄보디아에서의 마지막 샤워를 하고 배낭을 꾸렸다. 어제 사 놓은 빵과 요구르트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기다리니 택시가 도착했다. 시엡리엡으로 타고 온것과 같은 캠리였으나 그 때보다 낡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서울가든 사장님께서 상황버섯이라면서 조그만한 한 봉지씩을 일행 모두에게 주셨다. 몸에 좋다던데, 집에 가서 달여먹어봐야겠다.
2004.09.26 7:13 am
택시가 서울가든에서 출발했다. 별 준비를 못 하고 와서 후회가 남았지만, 그래도 일행이 생겨 심심하지 않고 재미있게 여행을 할 수 있어서 좋았던 캄보디아 방문이었다. 시엡리엡을 벗어나니(서울가든은 6번 국도에서 뽀이펫 쪽으로 외곽에 있어 금방 벗어났다. 그러니까, 시엡리엡에서 유명한 스타마트에서도 외곽으로 있다. 평양냉면 맞은편.) 현대식 건물은 거의 다 사라지고 캄보디아의 시골 풍경이 펼쳐졌다. 처음 캄보디아에 들어섰을 땐 산이 안 보이는 지평선에 변변한 건물 하나 없는 것이 너무 황량해 보였는데, 며칠 머무르는 동안 눈에 익은건지 이제는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역시나 포장도로는 금방 사라지고, 비포장도로가 펼쳐졌다. 울퉁불퉁, 중앙선도 없는(포장도로에도 중앙선이 없으니..) 도로를 달리는 택시는 이리 뒤뚱 저리 뒤뚱.
한시간 반 쯤 달리다 택시가 멈추었다. 아무래도 쉬다 가라고 멈춘거 같은데, 조금만 뒤로가면 시장이 있길래 거길 가려고 하니까, 내려준 곳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한국말로 '여기 안 비싸요~' 하면서 호객행위를 하는게 아닌가. 그래도 이런 곳이 시장보다 비싼 것은 당연지사. 아침으로 캄보디아식 샌드위치를 먹으려다 못 먹었기에 그걸 찾아 작은 시장을 한바퀴 돌았다. 어허~ 무슨 운명의 장난이로고. 맛있는 샌드위치 파는 곳은 안 보였고, 그나마 빵 파는 곳은 한 곳 있었다. 볶음국수 파는 곳이 있길래 물어보았더니 2천 리엘, 가진 돈은 1천 리엘이 전부. 캄보디아 샌드위치가 맛있기도 하고, 남은 캄보디아 돈이 딱 1천 리엘이라 다 쓰려고 했던건데.. 다른 일행은 3천 리엘이 있다고 해서 1천 리엘어치 사달라고 하고 4천 리엘에 볶음국수 두 개를 샀다. 계란도 부쳐주고, 면도 상당히 굵었는데, 먹어보니 태국의 볶음국수와는 또다른 맛이었다. 맛도 그만!! 왜 진작에 이런 음식을 못 먹어봤던 것일까. 일행이 생겨 같이 움직이다보니 마음대로 다니며 먹거리를 사먹고, 구경하는 것을 못 한 것이 약점이기는 했다.
뽀이뻿에 가는 길에 잠시 쉬었던 곳 근처의 시장 풍경.
캄보디아의 볶음국수를 너무 맛있게 먹느라 사진도 못 찍어뒀다.
이런 황토길을 달려야 한다. 웅덩이도 많고, 불안해뵈는 다리도 있고..
쉬면서 아침을 먹고 다시 차를 타고 국경도시 뽀이펩으로 출발했다.
2004.09.26 10:49 am
시엡리엡으로 들어갈 때보다 나올 때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밥 조금 먹는다고 시간을 끌어서 그런건지.. 아무튼, 들어갈 때보다 나올 때가 조금 더 지루했다.
며칠 만에 본 국경의 모습은 그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침이라 하기엔 늦은 시각이었지만 여전히 많은 캄보디아 사람들이 국경을 넘어 태국으로 가고 있었고, 어른/아이 할 것 없는 걸인들이 여기저기 자리를 잡고 있었다.
태국을 나와 캄보디아로 들어올 때는 처음이라 조금 헤맸지만, 이번에는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우선, 캄보디아 출국심사대에는 입국 시 작성했던 카드와 함께 여권 제출하고 도장 받고 끝! 바로 다리 건너 태국 땅으로 넘어가 태국 입국심사대에서는 입출국 카드를 새로 작성하고 제출하고 도장 받고 끝!! 다른 한국사람들이 있어서 잠시 이야기를 했다.
바로 아란야쁘라텟 버스터미널로 뚝뚝을 타고 이동했다.
2004.09.26 11:27 am
아라얀쁘라텟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11시 30분에 출발하는 방콕행 버스가 있다고 서둘러 표를 사고 차에 올랐다. 표에 번호가 쓰여있었는데, 표에 적힌 좌석 말고 맨 뒷자리가 넓고 편해보이길래 그리로 가 앉았다. 우리나라 버스 맨 뒷자리는 5석이 있는데, 태국 에어컨1등버스는 뒤에 화장실이 있어 맨 뒷줄이 3석이고 옆에 공간이 좀 있다. 그래서 거기에 가방을 놓고 다리 쭉 펴고 앉았다.(화장실 근처는 냄새나고 안 좋다고도 하던데, 이 때의 버스는 냄새도 안 나고 좋았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으니.. 에어컨이 빵빵하지 않았다는 것과 맨 뒷자리라서 아래에 있는 버스 엔진의 열기가 올라온다는 것. 그래도 땀이 뻘뻘 날만큼 더운게 아니라서 괜찮았다.
음악을 들으며 자다가, 허리가 아파서 깨다가, 다시 자다가, 더워서 깨다가... 하다보니 주유소가 있는 휴계소에 버스가 멈추었다. 잠시 일 보고, 음료수도 하나 사 마시고, 일행이 산 꼬치와 밥 한 덩어리도 얻어먹었다.
방콕에서 아란야쁘라텟까지 가는 건 새벽이라 그랬는지 3시간 반 걸리더니, 아란야쁘라텟에서 방콕은 시간이 더 걸렸다. 게다가 방콕에 들어서니(택시가 보이고, 고가도로가 보이면 방콕이다.) 차가 많이 막혀서 시간이 많이 늦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2004.09.26 4:11 pm
북부터미널에 도착했다. 국경에서 만났던 사람들도 같이 버스를 타고 왔고 카오산에 간다길래 같이 움직였다. 캄보디아에서 함께 했던 일행 두 분은 팟타야를 가시기 위해 남부터미널으로 가신다고 하셔서 아쉬운 작별을 했다.
북부터미널에서 카오산 가는 버스는 3번 버스. 아쉽게도 타러가기 직전 에어컨 3번 버스가 떠나버렸다. 기다리고 있는 버스는 일반 3번 버스.(일반 버스가 에어컨 버스에 비해 훨 싸지만(반 이하..) 에어컨이 없어 길 막히고 더운 방콕에선 참 타기 힘들다.) 치앙마이를 간다는 일행의 시간이 촉박해서 덥지만 그냥 일반버스를 탔다.
2004.09.26 5:38 pm
후텁지근한 일반버스를 타고 한 시간 넘게 방콕관람을 하고서 카오산에 도착했다. 그 전에 두어번 온게 다인 카오산, 그래도 아무것도 몰랐던 캄보디아에 비하면 왠지 좀더 알고 친근한 태국, 방콕, 카오산.. 마음이 좀더 편안하게 느껴졌다.
치앙마이를 가려는 일행은 바로 여행사로, 국경에서 만난 사람들도 내일 귀국이라 바로 숙소를 찾으러 갔다. 나는 미리 점 찍어두었던 트레블러스 롯지를 찾아갔다. 가이드북이나 인터넷에 나와있는 것처럼, 일본인이 많은, 아니 다 일본인만 있는 숙소였다. 1층엔 식당이, 2층엔 열린 공간(체크아웃한 사람도 짐을 맡기고, 쉴 수 있으며, 무료로 샤워도 할 수 있다.), 3, 4층엔 숙소였다. 에어컨 도미토리는 없고, 선풍기 도미토리가 100밧. 한국인 업소는 에어컨 도미토리가 100밧인데, 그래도 한국인 업소는 최후의 보루(외국까지 나와서 외국인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줄이는 것 같아..)로 남겨둔 것이라 바로 100밧 내고 침대를 배정 받았다. D4가 침대 번호. 사물함을 제공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자물쇠는 개인이 알아서 사용해야 하는 사물함이었다. 자물쇠를 팔기도 하던데, 어짜피 중요한 물건은 항상 지니고 다니니 안 쓰기로 했다. 올라가서 침대를 보니 괜찮았다. 문제는 덮고 잘 것이 없다는 것..(하지만 날이 덥고 에어컨룸이 아니라서 아무것도 안 덥고 자도 괜찮았다.) 그 외에는 화장실이나 샤워실이 깔끔해서 괜찮았다. 아, 숙소 중 흔치 않게 냉장고를 무료로 제공한다. 냉장고 위에 침대번호가 쓰여있는 번호표가 많이 있는데, 자기꺼에 그걸 달아놓고 냉장고에 넣어두는거다. 물이나 음료수를 사두고 먹을 수도 있고, 1층 식당에선 숙소에서 묵는 사람이 음료수를 사면 실제 파는 가격보다 조금 더 깎아주었다.
배가 고파서 배낭만 내려놓고 바로 나왔다. 우선 한참 전화를 못 한 고로 국제전화를 했다. 10밧짜리 라면집을 또 찾아갔으나, 표지판만 보이고 문이 또 닫혀있었다. 어쩔 수 없이 길가의 음식점에 앉았다.(나중에 알고보니 10밧짜리 라면집은 아침에만 잠깐 한다고.. ㅠ.ㅠ)
이런 노점식당에서 신선한(?) 재료를 가지고 즉석에서 만들어준다.
돼지고기가 들어간 국수를 시키고 테이블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데, 한 일본인이 같이 앉아도 되냐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시원한 파인애플 쉐이크(국수집 바로 옆에서 과일쉐이크를 팔고 있었다.)를 먹고 있던데, 더운 나로서는 참 부러웠다. 하지만, 국수를 먹고 나면 더 더울 것이 명약관화! 미리 쉐이크를 시켜서 먹다가 국수 나와서 먹고나면 쉐이크가 미지근해 지니까 참고 있었다.(참 복잡한 계산이다. ;;) 말을 걸어보니 자기도 국수를 시켜서 기다리는 거라고, 베트남 여행하다가 방콕에 며칠 전에 왔다고 했다. 국수집 아주머니가 국수를 가져다 주시길래 땅꽁 뿌리고, 고춧가루 넣고, 설탕도 넣고 휘휘 저어 맛을 보는데... 내가 시킨게 아니고 오징어 국수가 아닌가! 놀라서 아주머니에게 말하니까, 맙소사.. 일본인꺼였다. 받아놓고 그냥 있었으면 먹으라고 할텐데, 양념 다 뿌리고 휘휘 저어 맛까지 보고 했으니 먹으라고 할 수 없어 그냥 서로 잘못된거 먹자고, 정말 미안하다고 했다. 돼지고기 국수가 나와 일본인이 먹길래 괜찮냐고 물으니까 괜찮다고 했다. 휴우~ 다행이다.
문제의 그 오징어 국수!! 아주머니~ 시킨 사람 앞에 놔야지.. 이걸 제 앞에 놓으면 어쩌냐구요. ;;
카오산의 쉐이크 노점
멋진 수염과 꽁지머리만큼 태국 최고의 쉐이크맛을 볼 수 있다.
국수를 먹고서도 이야기를 조금 더 했다. 일본사람은 3일 후 집에 가는거라 내일은 아유타야, 모레는 수상시장에 갈거라고 했다. 나도 아유타야 가려고 했는데, 같이 가자고 할 까~ 했지만, 아 사람이 영어를 잘 못해서 의사소통하는데 답답할거 같아 말은 꺼내지 않았다. 역시나 욘사마는 일본에서 정말 유명한가보다. 욘사마 이야기 꺼내니까 자기도 드라마 봤다면서, 욘사마 인기가 대단하다고 했다. 나는 일본 에니메이션이나 영화가 한국에서 인기 좋다고 이야기 해 주었다.
이야기를 마치고 여행 잘 하라고 인사한 후에 헤어졌다. 캄보디아에서 사진을 무지 많이 찍은고로 디카 메모리다 다 차셔, 인터넷까페를 찾아 들어갔다. 위앙따이호텔 가는 길에 10밧 라면 집 가기 전에 있는 곳인데, 속도도 빠르고(태국임을 감안하여..), 다른 곳에 비해 PC도 비교적 사양이 높아 Windows XP도 큰 무리 없이 돌아갔다. CD도 굽고, 사진 확인도 하고, 인터넷도 잠시 했다.(CD를 직접 굽거나, 공CD를 가져오면 가격이 할인된다. 가게 곳곳에 한국어로 안내가 쓰여있고, 국제전화도 할 수 있다.) 아저씨가 영어도 잘 하고, 두돌 즈음 되어보이는 딸이 있는데 가게 일을 도우려는 열정이 대단해서, 내가 내는 돈도 자기가 받고, 아저씨가 한국어로 알려준 감사합니다도 크게 외쳐주었다. 그래서 난 컵쿤카~ 로 답해 주었다.
2004.09.26 7:10 pm
인터넷까페를 나와 카오산 로드를 돌아다녔다. 모두들 카오산, 카오산 하는데 솔직히 그렇게 편리하거나 좋거나 그런 곳은 아닌데.. 저렴한 숙소(그러므로 좋지는 않다.)와 여행사가 많고, 여행자를 대상으로 장사하는 가게가 많다는 정도. 내일 왕궁과 그 주변을 보고, 모레에는 위만멕 궁전 주변을 본 후 다른 지역으로 옮겨봐야겠다.
밤의 카오산 로드. 유명하다는 D&D Inn 간판도 보인다.
볶음밥을 파는 카오산의 노점.
카오산로드에서 돼지고기볶음밥 하나 사먹으며 구경하다가, 야경을 찍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민주기념탑으로 향했다.(핼로우태국에도 민주기념탑 야경사진이 있다.) 가보니 사진 찍는 사람이 두 명 있다가 가버렸다. 삼각대가 없어서 최대한 숨을 참고, 가로등에 기대어 찍어 보았다.
민주기념탑의 야경.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파인애플도 하나 사 먹었다. 먹는데 돈이 엄청 들어간다. 오늘만 해도 캄보디아에서 볶음국수, 휴게소에서 음료수, 카오산에서 오징어국수와 볶음밥, 파인애플까지.. 방콕에 있는 동안 경비를 아껴서 선물을 사가야 하는데, 내일부터는 먹는 것도 잘 생각하고 너무 많이 지출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오늘의 지출
04/9/26 택시비-시엡리엡->뽀이펫 -250.0
04/9/26 뚝뚝 -20.0
04/9/26 고속버스-아란야쁘라텟->방콕 -164.0
04/9/26 음료수 -15.0
04/9/26 일반버스-북부터미널->카오산 -4.0
04/9/26 트레블러스 롯지 1박 -100.0
04/9/26 수박쉐이크 -10.0
04/9/26 오징어국수 -30.0
04/9/26 인터넷 -33.0
04/9/26 CD굽기 -90.0
04/9/26 돼지고기볶음밥 -30.0
04/9/26 파인애플 -10.0
04/9/26 아이스티 -10.0
오늘 쓴 돈: 766밧
환전한 돈: 0밧
남은 돈: 2834밧
누적 지출: 26424밧 (1101밧/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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