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9.28 6:48 am
일어났다. 비 오는 줄 알았는데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와 샤워기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였다. 조금 밍기적 데다가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가방을 챙겼다. 어제 숙소도 찾을겸 돌아다니다보니 한국인 업소 디디엠이 깔끔하고 괜찮길래 그리로 옮기려고 마음 먹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침에 추석이라고 식사 대접까지 무료로 해 주신다니..
디디엠으로 자리를 옮겼다. 주인내외도 좋고, 분위기도 좋고, 방도 깨끗하고, 샤워실이나 화장실도 괜찮은데, 단 한 가지 문제라면 카오산 쪽에서 좀 구석진 곳에 있다는 것.(삔까오 다리 바로 옆이었다.) 바로 짐 풀어놓고 내려와 한국사람들이랑 이야기하다가 고깃국에 밥까지 아주 배부르게 먹었다.
2004.09.28 10:00 am
밥 잘 얻어먹고, 일일투어에 대해 디디엠에 여쭈어보았다. 수상시장+깐짜나부리+나콘파톰+점심까지 해서 400밧이라는데, 가고 싶었던 수상시장과 깐짜나부리까지 400밧이라 여쭤어보았더니 깐짜나부리에서 진짜 콰이강의 다리를 보는게 아니고, 관광객을 위해 따로 만들어놓은 것을 보고 바로 오는 것이라고 했다. 짧더라도 진짜 콰이강의 다리를 보면 좋을텐데, 안 그렇다니까 그냥 직접 가야겠다. 수상시장만 바래다 주고 데리고 오는게 200밧이라니 직접 가는 걸 알아보고 별 차이없으면 그냥 200밧 내고 갈까나..
디카 충전 다 되면 나가려고 했는데, 아침에 디디엠으로 옮기자마자 꽂아둔게 아직도 충전이 안 되었다. 디디엠 책꽂이에서 책 한 권 뽑아서 읽어보다가, 역시 이 곳에 있는 책도 수면제가 발라져있는 것인가. 스르르르~~
2004.09.28 12:19 pm
자다가 일어났다. 그 사이에 디카 충전도 되어있고..
2004.09.28 1:46 pm
나가려다가 아홉살 인생 영화를 보시길래 같이 앉아서 보는데(디디엠에서는 DVD를 많이 틀어놓으신다. 홍익인간도 마찬가지.. 시간 보내기 너무 좋은데, 여행와서 이렇게 시간 보내면 약간 아깝기도 하고.. ^^), 너무 재미있어서 끝까지 다 보고 말았다. 동명의 소설이 먼저 나와있었다고 하니, 집에 돌아가면 한번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디디엠 사장님께서는 핸드폰 바꾸러 마분콩에 가신다고 하셨다. 원래는 오늘 아침 일찍 나가서 두씻과 위만멕을 보려고 했는데, 디디엠에서 죽치고 앉아 놀다 자고 거기에 영화까지 보느라 이미 계획이 틀어질데로 틀어진 상태였다. 디디엠 사장님께서 너댓시 되며는 방람푸 선착장에 가서 북쪽이나 남쪽으로 수상버스 타고 강 구경을 해 보라고 알려주셨다. 스피드보트 타라고 꼬시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절대로 타지 말라고도 일러주셨다.
어슴프레해 질 무렵에 짜오프라야강에서 수상버스를 타기로 하고, 그 때까지 무얼 해볼까 하다가 차이나타운을 보기로 결정했다. 헬로우태국의 도보여행 루트에도 차이나타운이 있는데, 특별히 볼건 없어보이고 그저 차이나타운의 분위기만 보면 될거 같아서 시간이 얼마 안 걸릴거라 생각했다.
배 타러 선착장으로 갔다. 카오산에서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데, 커다란 요새 바로 옆이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방람푸 선착장에서 바라본 짜오프라야강. 언제나 흙탕물이다. ^^;;
배를 타려고 기다리면서 차이나타운 가려면 어디서 내려야 하나 하고 헬로우태국을 보고 있었더니, 한국여행자 한 분께서 인사를 해 오셨다. 잠시 이야기 하다가 배를 같이 탔는데, 회사 다니시다가 추석연휴와 휴가를 조금 이어서 잠시 나오신 거라고 하셨다. 내려야 할 선착장을 찾아보려고 지도를 펴보니, 선착장마다 번호가 있었다. 방람푸 선착장은 N13, 차이나타운에서 가까운 랏차웡 선착장은 N5. 태국어를 몰라도 선착장에 쓰여있는 번호를 보면 쉽게 내릴 수 있으니, 얼마나 편한가!
2004.09.28 3:19 pm
차이나타운 한쪽을 돌아봤다. 헬로우 태국의 지도를 보고 큰길에 있는 시장을 따라간 줄 알았더니만 나중에 보니 좁은 골목이었다. 말 그대로 차이나타운이라 중국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중국 특유의 붉은색이 많이 보였다. 간판에도 한자가 쓰여있고, 왠지 사람들이 중국어를 하고 있을거 같고.. 그 골목 맨 끝에 KFC가 있다고 지도에 나와있길래, 더위도 식히고 쉴겸 드러가려고 찾아갔더니만, 손님이 거의 없는 매장에 직원들이 손님 맞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에 아닌가!! 한 직원은 정문 손잡이를 잡고서 손님이 오면 당장에 열어줄 기세, 카운터에도 손님이 없어 내가 들어서기라도 하면 사왓티캅~을 외치며 인사할 분위기였다. 살짝 들어가 쉬려는건데 도저히 저런 분위기에서는 그냥 들어가 주문 안 하고 쉴 수 없어서 우선 KFC는 패스~! 옆에 있는 허름한 백화점에 들어갔더니, 손님도 없고, 직원도 없고(매장에 직원이 별로 없었다.), 시원해서 한참 쉬다가 나왔다.
차이나타운의 모습. 저 멀리 전지현 주연의 '여친소' 영화 광고도 보인다.
차이나타운이라 한자로 쓰여있는 간판이 많다.
말로만 듣던 전자상가도 가 보았다. 우리나라의 청계천 같은 곳이랄까? 플스(Sony의 PlayStation 2)와 엑박(Microsoft의 XBox)이 많이 보이는 건 그리 놀랍지 않았는데, 의외로 RC로 조종하는 자동차와 배, 헬리콥터와 비행기도 보였다. 남자의 로망, RC!! 뭐, 로망이고 뭐고, 여행경비도 떨어져가는 마당에.. 그냥 눈요기만 조금 하고 바로 나왔다.
각종 콘솔 게임기와 타이틀의 판매, 개조/수리, 거기에 RC까지!!
역시 또 파인애플 한 봉지를 사 먹었다. 날도 덥고 해서, 지나가는 과일행상을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아아~ 시원하고 맛있는 파인애플!!
헬로우태국 지도에 나온 레코드 가게도 들어가 보았다. DVD도 한켠에서 팔고 있는데, 혹시나 하고 찾아보니 한국영화들도 있었다. 엽기적인 그녀, 내사랑 싸가지, ing 등 많이 있었는데 기억이 잘.. TV 드라마 셋트도 있었다. 타국에 와서 우리나라 문화상품을 보니 반가웠다. 하긴, 길에 걸려있는 전지현과 장혁이 나오는 영화 홍보물 보고서도 좋아해서 사진까지 찍었으니까.. 그런데, 한류라면서 의외로 한국음악CD는 안 보였다.
차이나 타운에 시장이 한두개 있는게 아니었다. 조금만 걸어가면 전혀 다른 성격의 시장이 보였다. 물론 그 사이에도 여러 가게들이 많고. 처음에는 옷감 가게들이 그렇게 많더니, 조금 번화한 곳에는 귀금속가게가 엄청나게 많았다. 이 동네에 있는 금값만 합쳐도 엄청나겠는걸?
중국냄새 물씬 나는 차이나타운. 이쪽도 화교가 경제를 잡고 있나보다.
2004.09.28 4:35 pm
한참 동안 차이나타운을 헤매고 다녔더니, 할머니 할아버지들만 가득한 한 건물에 들어오게 되었다. 다리도 아프고 목도 마르고 해서 아이스티(시원한 것을 마시고 싶은데, 탄산음료는 별로라 무난한 아이스티를 자꾸 먹게 된다.)를 사서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여기 정말 이상한 것이, 할아버지들이 젊은 여자들과 같이 앉아있다는 거다. 아니, 딱 보면 같이 온게 아니고, 할아버지들이 앉아있으면 여자들이 달라 붙는 분위기랄까? 아무튼, 정상적인 분위기는 아닌듯 해 보였다. 차이나타운이라 아마도 중국계사람들이 많은 모양인데, 중국어책이 가득한 서점도 있고, 아무튼 사람들의 분위기에서 태국 속에 있는 중국의 느낌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2004.09.28 5:02 pm
운하버스를 타고 남쪽으로 가기 시작했다. 랏차웡 선착장은 N5번이고, 내려가니 숫자가 작아지다가 Central Pier가 나왔는데, 사판 탁신 옆(샹그릴라 호텔 옆)이었다. 중앙선착장에서는 BTS와 연계가 된다고 했다.(당연히 표는 따로 사야 한다.) 더 내려가니까 선착장 번호가 S1부터 커지던데, 몇 선착장 안 내려가더니 마지막이라고 다 내렸다. 눈치를 보고 올라가려고 사람들이 타 있는 배에 올랐다.
저게 짜오프라야강을 가로지르기만 하는 버스. 건너편 선착장을 왕복한다. 2밧.
밀물이 몰려와 강물 수위가 높아진건지, 선착장이 거의 잠길 지경이다.
저런 길쭉한 배가 수상버스. 기사와 보조의 절묘한 콤비네이션으로 배가 선착장에 머무른다.
다시 북쪽으로 북쪽으로 수상버스를 타고 올라갔다. 저렴한 수상버스 요금 내고 비싼 디너크루즈보다 더 오래 배를 타고 주변 감상도 했다. 물론 디너 크루즈에 비하면 분위기도 다르고, 밥도 안 주고 그렇지만.. 수상버스가 선착장에 도착하면 선미에서 보조하는 사람이 호루라기로 신호를 보내서 그걸 듣고 버스기사가 배를 컨트롤 한다. 어찌나 호흡이 잘 맞는지 척척인데, 남쪽으로 내려갈 때가 더 호흡이 잘 맞았다. 이번에는 호루라기 소리가 너무 많이 난다.
수상버스의 운전석. 저 크고 긴 배를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물론 보조의 도움이 있어서지만..
방람푸와 카오산 로드를 갈 수 있는 선착장은 N13번. 그 곳도 지나 수상버스는 계속 북으로, 북으로 올라갔다. 선착장 번호를 계속해서 보고 있는데, N20번을 넘어 몇 번 더 갔을까.. 날도 이미 어두워져있었고, 사람들이 모두 내렸다.
2004.09.28 7:17 pm
이상한 곳에 내렸다!! 으아아아~~!!! 놀라서 선착장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남쪽으로 가는 배는 이제 없다고 하고.. 이를 어찌해야 하나. (ToT)/
선착장 밖으로 나와보니 전혀 모르는 곳이었다. 하긴, N13번 선착장도 지도에서는 꽤 북쪽(공항에서 받은 무료 방콕 지도의 거의 맨 윗부분)인데, 거기서도 열 선착장 이상을 올라왔으니 지도에 나와있을리도 없고.. 지나가는 사람 잡고 물어봐도 영어 하는 사람이 없고, 행여나 여행 온 외국인이나 여기 좀 오래 산 외국인이 없나 살펴봐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어딘지 모르는 선착장에 내리니 저런 시계탑이 있었다. 그 당황한 와중에서 나중을 위해 사진을 찍어뒀다. ;;
이런 노점상도 있었는데.. 지금 이게 중요한게 아니란 말이닷~! (ㅠ.ㅠ) 어떻게 카오산으로 돌아가냐고오... 흑흑
아아~ 날은 이미 저물어서 깜깜하지, 어딘지 전혀 모르는 곳에 그냥 막연히 방콕의 아주 북쪽이라는 것 말고는 아는게 없고, 영어도 안 통하고, 지나가는 버스 번호는 너무나 생소하기만 하고.. 이런 걸 바로 정신적 공황상태라고 하는 것일까?
이 버스, 저 버스를 뛰어다니며 알고 있는 지명을 모두 불러보았다. 씨암 스퀘어, 마분콩 센터, 월텟, 방람푸, 카오산 로드, 수쿰윗 등등..
2004.09.28 7:37 pm
겨우겨우 카오산에 간다는 65번 버스에 올랐다.(그나마 다른 버스에 무작정 올라가 아는 지명을 모두 말하니까 65번이라고, 그것도 처음엔 태국어로 알려주다 나중엔 손바닥에 써주어서 알았다.) 에어컨 버스가 아니고 일반 버스였는데, 지금 그런걸 가릴 때가 아니었다. 한 번 꼬이니 계속 꼬이는건지, 올라탄 버스의 차장 아주머니는 영어를 전혀 못 알아들었다. 손짓발짓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뒤에 앉은 한 아주머니께서 알아들으셨는지 말을 전해주셨다. 휴우~ 이제 방람푸에 가긴 가는구나.
정말 한참 북쪽으로 올라온 것인지 버스를 타고 많이 갔는데도 눈에 익은 거리가 안 보였다. 차장 아주머니에게 방람푸, 카오산? 이라고 물어보아도 아니라는 제스추어만 보여주셨다.
2004.09.28 8:24 pm
겨우 카오산에 도착했다. 에구구구.. 무지 쫄았었다. 날은 어둡지, 전혀 모르는 곳에 도착했으니 그럴 수 밖에.. 그러면서 여행자의 마음이 대담해지고, 여행을 좀더 느끼게 된다던데.. 예상치 못 했던 일과의 만남이 여행의 즐거움 중에 하나라지만, 그래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거라 많이 당황했다.
비싸긴 하지만 아저씨와 아줌마, 딸까지 착한 인터넷까페에 찾아가 한 시간 인터넷을 하고나니 긴장하느라 몰랐던 허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볶음국수 하나 사 먹고, 디져트로 파인애플까지!
2004.09.28 10:20 pm
샤워하고 침대에 누웠더니 옆 침대에 오늘 들어오신 분이 계셔서 수다를 시작했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여행을 시작하셨는데, 인도여행 40여일을 포함하여 두 달째 여행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 동안 여자친구에게 연락도 한 번 안 해서, 이제 곧 집에 가는지라 전화를 해 보았더니 안 받는다고.. 큰일난거라고 장난치고, 여행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다.
오늘의 지출
04/9/28 돼지고기어묵국수 -25.0
04/9/28 과자 -35.0
04/9/28 디디엠 1박-에어컨룸 -100.0
04/9/28 아이스티 -20.0
04/9/28 운하버스 -8.0
04/9/28 파인애플 -10.0
04/9/28 아이스티+얼음 -17.0
04/9/28 수상버스 -10.0
04/9/28 버스 -4.0
04/9/28 볶음국수 -14.5
04/9/28 파인애플 -10.0
04/9/28 인터넷 -45.0
오늘 쓴 돈: 298.5밧
환전한 돈: 0밧
남은 돈: 5496.5밧
누적 지출: 27863.5밧 (1071.67밧/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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