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대학에서 신입생 선발을 할 때 그 동안 금지되어온 대학별 시험에 대한 비중을 높이겠다고 발표하고, 교육부는 그 동안 거의 변별력을 가지지 못했던 내신에 대한 비중을 대학입시에 높게 반영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런 정책 상의 변화를 가장 먼저 경험하게 될 현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 사이에서 커다란 동요가 일고 있고, 지난 주말에는 광화문 촛불시위을 연다는 언론의 보도가 일파만파로 퍼지곤 했었다.(지난 주말 광화문 촛불시위는 자살학생 추모제의 성격이었고, 언론의 과장 및 확대 해석, 그리고 오보로 인해 부풀려졌으며, 실제로 많은 학생이 모이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런 일련의 사태에 대해 몇 가지 개인적인 불만이 생겼는데...
1. 언론의 과민반응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냄비 근성이 있다는 말이 있다. 일면 맞는 말이긴 하다. 그러나 그 중 최고는 언론사라고 말하고 싶다. 얼마나 많은 전국의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 사이에서 주말에 광화문에 모여 촛불시위를 하자는 휴대전화 문자메세지가 돌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언론의 보도를 보면, 마치 전국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모두 광화문에 모여 내란이라도 일으킬 것처럼 보도를 하고 있었다.
보도자료를 작성한 언론인의 아들 딸이 만약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면, 모든 학생들을 싸잡아 그런 보도자료를 만들 수 있었을까? 그리고, 아무리 학생이라도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가 있다. 집회의 자유도 있다. 어리기에 절차를 잘 몰라 불법시위가 될 수 있을지언정, 그들의 기본권은 존중해 주어야 한다.
2. 교육은 백년지대계?
옛말에..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했다. 그만큼 오래 내다보고 신중하게 생각하여 결정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옛말 그른거 하나 없다고... 는 하지만 두 가지 정도는 틀리다. '앎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와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 정책을 보면 꾸준하게 진행되어온 것이 있던가? 대입의 경우만 내가 기억하는 것부터 적어봐도, 학력고사/본고사/대학수학능력시험 등등 대입의 큰 물줄기가 바뀐 것만 세 번이나 된다. 직접 경험했던 것은 본고사부터였는데, 본고사는 시행된지 몇 년 지나지 않아 바로 폐기처분 되었고, 그 뒤를 이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그나마 최근까지 대입의 객관적 지표로 상당기간(이래봐야 10년 남짓이지만.) 제 몫을 해 왔다.
그러나, 과외를 없앤다는 정부의 지침에 따라 쉽게 출제되는 수능으로 인해 점수 인플레가 심해지고, 급기야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와 서울대를 중심으로 그 동안 금지되어온 대학별 고사를 부활하게 되는 움직임까지 나와버렸다.
왜이리 갈팡질팡하는가. 어린 학생들이 학교에서 친구들과 우정을 키우고, 선생님께 인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좀 내버려둘 수 없는건가? 우리나라 교육의 큰 틀을 짜는 분들의 식견은 백년은 커녕 겨우 십년도 못 내다보는 건가?
3. 대학 나와야 사람인가?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들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그걸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렇게 이야기 하고 싶다. '대학을 나와야 사람취급 받는 사회 풍토가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 사회통념 상 이런 이상적인 의미는 더이상 통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다시 짚어보면... 대학이란 고등교육기관으로, 학문적 탐구를 위한 곳이다. 학문적 탐구.. 이거 중요하다. 대학은 남들 다 가니까 가는 곳이 아니고, 취업을 잘 하기 위해 가는 곳도 아니다. 공부에 흥미가 있고, 더 깊은 연구와 학문적 성취를 위해 있는 상아탑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대학에서는 어떤가? 학문적 탐구는 고사하고, 뜬금없는 영어강좌, 취업설명회, 토익/토플 강좌들이 넘쳐나고 있다. 심지어 어떤 대학은 자기 대학 졸업생들의 사회진출을 돕기 위해 기업에서 원하는 역량을 만들어주기 위한 강의를 하고 있기까지 하다. 어느 누가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 대학을 가고, 기초연구에 몸바치기 위해 대학 연구소에서 밤을 세고 있는가?
이는.. 우리 사회가, 대학 나오지 않은 사람은 사람 취급을 안 해주기 때문이다. 모든 고등학교 졸업생들은 대학에 들어가 졸업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심지어, 공업고등학교나 상업고등학교(라는 말이 더이상 쓰이지 않던데.. 아무튼)에서도 대학진학반이 있을 정도다. 형편 상 대학을 나오지 못하고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 중에는, 학사 학위가 없는 것 때문에 서러움을 많이 받아 주경야독을 하는 경우도 많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대학은 취업을 위한 곳이 아니다. 고귀한 학문적 탐구를 위한 곳이다. 대한민국의 60만 고교 졸업생들이 모두 다 대학에 들어갈 필요가 절대 없다. 사실, 지금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 중에서 자신의 학문적 성취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이 얼마나 되는가? 그런 사람들만 대학에 다녀야 한다. 아니면, 대학을 나와야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을 때 대학을 가야 한다.(의료인이나 법조인 등이 대표적인 경우겠지.)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무조건 대학에 들어가고 본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청년실업자가 수만에 이르고, 대학 졸업장을 가지고 일용직 노동자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려면 왜 대학에 갔나?
대학을 나와야 사람 취급을 해 주는 사회적 풍토는 바뀌어야 한다. 모든 중고등학생이 공부를 잘 할 필요도 없다. 공부를 좋아하고 잘 하는 학생들만 공부하면 된다. 그리고 다른 것에 관심있는 학생들은 그 쪽으로 이끌어 주어야 한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학생을 때려가며 교실에 잡아두고 공부시키는게 무슨 소용인가? 만화 그리기를 좋아하고, 자동차에 빠져있는 학생을 자율학습 시켜봐야 책을 얼마나 보겠는가? 그런 학생은 마음껏 달리게 해 주고 체계적인 훈련을 시켜주거나, 교실에 잡아두기 보다는 미술전 구경시켜주고 그림 그릴 기회를 더 많이 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런 인식의 전환, 정말이지 패러다임의 변화는 개인이 만들어 갈 수 없다. 나보고 하라면 못 한다. 나라가 나서서 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수십년간 잘못되어 온 우리의 공교육이 자리를 잡을 수 있다. 학생들이 인간다운 대접을 받으며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4. 마치며...
평소 생각을 정리해보려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역시나 정리가 잘 되지 않는다. 아무튼, 누구나 대학에 갈 필요가 없는 사회를 만들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대입을 해결할 수 있다.
왜 모든 학생들이 양서류의 심장은 2심방 불완전 2심실인 것을 알아야 할까? 그게 나중에 살아가는데 얼마만큼 도움이 되는걸까?
이런 일련의 사태에 대해 몇 가지 개인적인 불만이 생겼는데...
1. 언론의 과민반응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냄비 근성이 있다는 말이 있다. 일면 맞는 말이긴 하다. 그러나 그 중 최고는 언론사라고 말하고 싶다. 얼마나 많은 전국의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 사이에서 주말에 광화문에 모여 촛불시위를 하자는 휴대전화 문자메세지가 돌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언론의 보도를 보면, 마치 전국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모두 광화문에 모여 내란이라도 일으킬 것처럼 보도를 하고 있었다.
보도자료를 작성한 언론인의 아들 딸이 만약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면, 모든 학생들을 싸잡아 그런 보도자료를 만들 수 있었을까? 그리고, 아무리 학생이라도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가 있다. 집회의 자유도 있다. 어리기에 절차를 잘 몰라 불법시위가 될 수 있을지언정, 그들의 기본권은 존중해 주어야 한다.
2. 교육은 백년지대계?
옛말에..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했다. 그만큼 오래 내다보고 신중하게 생각하여 결정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옛말 그른거 하나 없다고... 는 하지만 두 가지 정도는 틀리다. '앎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와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 정책을 보면 꾸준하게 진행되어온 것이 있던가? 대입의 경우만 내가 기억하는 것부터 적어봐도, 학력고사/본고사/대학수학능력시험 등등 대입의 큰 물줄기가 바뀐 것만 세 번이나 된다. 직접 경험했던 것은 본고사부터였는데, 본고사는 시행된지 몇 년 지나지 않아 바로 폐기처분 되었고, 그 뒤를 이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그나마 최근까지 대입의 객관적 지표로 상당기간(이래봐야 10년 남짓이지만.) 제 몫을 해 왔다.
그러나, 과외를 없앤다는 정부의 지침에 따라 쉽게 출제되는 수능으로 인해 점수 인플레가 심해지고, 급기야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와 서울대를 중심으로 그 동안 금지되어온 대학별 고사를 부활하게 되는 움직임까지 나와버렸다.
왜이리 갈팡질팡하는가. 어린 학생들이 학교에서 친구들과 우정을 키우고, 선생님께 인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좀 내버려둘 수 없는건가? 우리나라 교육의 큰 틀을 짜는 분들의 식견은 백년은 커녕 겨우 십년도 못 내다보는 건가?
3. 대학 나와야 사람인가?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들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그걸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렇게 이야기 하고 싶다. '대학을 나와야 사람취급 받는 사회 풍토가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 사회통념 상 이런 이상적인 의미는 더이상 통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다시 짚어보면... 대학이란 고등교육기관으로, 학문적 탐구를 위한 곳이다. 학문적 탐구.. 이거 중요하다. 대학은 남들 다 가니까 가는 곳이 아니고, 취업을 잘 하기 위해 가는 곳도 아니다. 공부에 흥미가 있고, 더 깊은 연구와 학문적 성취를 위해 있는 상아탑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대학에서는 어떤가? 학문적 탐구는 고사하고, 뜬금없는 영어강좌, 취업설명회, 토익/토플 강좌들이 넘쳐나고 있다. 심지어 어떤 대학은 자기 대학 졸업생들의 사회진출을 돕기 위해 기업에서 원하는 역량을 만들어주기 위한 강의를 하고 있기까지 하다. 어느 누가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 대학을 가고, 기초연구에 몸바치기 위해 대학 연구소에서 밤을 세고 있는가?
이는.. 우리 사회가, 대학 나오지 않은 사람은 사람 취급을 안 해주기 때문이다. 모든 고등학교 졸업생들은 대학에 들어가 졸업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심지어, 공업고등학교나 상업고등학교(라는 말이 더이상 쓰이지 않던데.. 아무튼)에서도 대학진학반이 있을 정도다. 형편 상 대학을 나오지 못하고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 중에는, 학사 학위가 없는 것 때문에 서러움을 많이 받아 주경야독을 하는 경우도 많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대학은 취업을 위한 곳이 아니다. 고귀한 학문적 탐구를 위한 곳이다. 대한민국의 60만 고교 졸업생들이 모두 다 대학에 들어갈 필요가 절대 없다. 사실, 지금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 중에서 자신의 학문적 성취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이 얼마나 되는가? 그런 사람들만 대학에 다녀야 한다. 아니면, 대학을 나와야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을 때 대학을 가야 한다.(의료인이나 법조인 등이 대표적인 경우겠지.)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무조건 대학에 들어가고 본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청년실업자가 수만에 이르고, 대학 졸업장을 가지고 일용직 노동자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려면 왜 대학에 갔나?
대학을 나와야 사람 취급을 해 주는 사회적 풍토는 바뀌어야 한다. 모든 중고등학생이 공부를 잘 할 필요도 없다. 공부를 좋아하고 잘 하는 학생들만 공부하면 된다. 그리고 다른 것에 관심있는 학생들은 그 쪽으로 이끌어 주어야 한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학생을 때려가며 교실에 잡아두고 공부시키는게 무슨 소용인가? 만화 그리기를 좋아하고, 자동차에 빠져있는 학생을 자율학습 시켜봐야 책을 얼마나 보겠는가? 그런 학생은 마음껏 달리게 해 주고 체계적인 훈련을 시켜주거나, 교실에 잡아두기 보다는 미술전 구경시켜주고 그림 그릴 기회를 더 많이 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런 인식의 전환, 정말이지 패러다임의 변화는 개인이 만들어 갈 수 없다. 나보고 하라면 못 한다. 나라가 나서서 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수십년간 잘못되어 온 우리의 공교육이 자리를 잡을 수 있다. 학생들이 인간다운 대접을 받으며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4. 마치며...
평소 생각을 정리해보려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역시나 정리가 잘 되지 않는다. 아무튼, 누구나 대학에 갈 필요가 없는 사회를 만들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대입을 해결할 수 있다.
왜 모든 학생들이 양서류의 심장은 2심방 불완전 2심실인 것을 알아야 할까? 그게 나중에 살아가는데 얼마만큼 도움이 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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