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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나는 우리 딸에게 어떤 아빠가 될까?

어제 전철 타고 가는 도중 두 소녀를 만났다. 대강 봐도 고등학생들이니 (옛날 말로) 말만한 처녀들이라 할 수도 있겠다. 내가 앉아있던 자리에서 먼저 왼쪽에 앉았던 소녀1, 그리고 오른쪽에 앉아계시던 아저씨(아마도 소녀2의 아버지이신듯)께서 일어나시더니 그 자리에 앉았던 소녀2.


소녀1.

한 눈에 봐도 꽉 끼게 줄인 교복을 입고, 미니스커트 뺨 칠 교복 치마를 입었다. 곱게 화장을 하고, 예쁘게 립스틱도 바르고, 짧은 손톱에도 메니큐어까지. 최신 유행 조깅화에 교복 셔츠는 풀어헤치고, 안에는 최신 유행 티셔츠를 받쳐입었다. 갤럭시 노트1으로 보이는 휴대폰의 배터리가 다 되었다고 경고 메세지가 나오는데도(왜 이런 것까지 어깨 너머로 본건지...) 계속해서 웹서핑 중.


소녀2.

오른쪽에 앉아계시던 아저씨께서 어느 여학생의 가방을 받으시더니 그 여학생이 내 오른쪽에 앉았다. 전혀 줄인 티가 나지 않는 교복에 카디건까지 단정하게 입었다.(치마를 한 두 번 접어입었는지까지는 확인할 수 없었음.) 사춘기의 상징인 여드름이 좌악 깔려있지만 전혀 게의치 않는지 화장기 전혀 없고, 메니큐어 없고, 단정한 단화까지... 휴대폰을 꺼내는 것을 보니 요즘 참 보기 힘든 피쳐폰. 폴더를 여니까 직접 써붙인 '정신차려.넌고3이야.' 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누구는 날나리고, 누구는 범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약간의 시간 차를 두고 내 옆에 앉은 여학생을 비교하는 것은 아니고, 그냥 두 여학생의 미지가 극명하게 달라, 심심하던 차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았다. 하지만, 가장 놀란 것은 몇 정거장 더 지나가 소녀2의 오른쪽에 자리가 나서 아저씨께서 앉으시는데, 소녀2는 자연스럽게 (아마도) 아버지에게 팔짱을 끼고 어깨에 기대는 것이 아닌가. 중년의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관계보다 더 좋지 않은 관계가 바로 아버지와 딸 사이의 관계라고 알고 있고, 몇몇 내 지인들은 자기가 사춘기가 되었을 때 아버지가 자기 몸에 닿는 것조차 싫었고, 누구는 이야기 하기도 싫었다고 했었다. 그런데, 소녀2는 아주 자연스럽게 아버지에게 다가가는 것이 아닌가. 내가 헤드폰으로 다른 걸 듣고 있어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분위기로 보았을 때 매우 다정다감한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이 분명했다. 또한, 내릴 때도 아버지는 자신의 서류가방 뿐만 아니라, 딸의 책가방도 정장 위에 부끄럼없이 매고 딸의 손을 잡고 내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소녀1도 아버지에게 소녀2처럼 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난 어떻게 해야 저 아버지처럼 사춘기의, 그것도 가장 예민할 고3 딸과 스스럼없이 지낼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 떠올랐지만, 답을 모르겠다.